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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화 과정’이라는 부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저자는 ‘매너(manners)’로 표현된 서양에서의 '예절'이 정립되는 흐름을 문명화의 과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사전적 의미로 보자면, ‘문명’이란 기술적 발전이 전개되어 인간 생활이 이전보다 발전된 상태를 일컫는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문화가 이전보다 발전한 것이라고 규정할 수만은 없다는 점이다. 또한 어느 사회든지 자신들에게 필요한 예절의 형식을 만들었고, 그것이 시대가 변하면서 자연스럽게 변화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매너’를 서양에서 일찍기 기술적 발전을 이룬 두 국가, 즉 독일과 프랑스의 상황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사회학자로서 이 책을 통해 ‘서양인들의 매너, 즉 식사며 생리적 배설이며 성관계며 공격충동 등에 대한 매너의 장기적 변화와 이에 대한 사회학적 심리학적 해설을 제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결과 서양인들의 일상이 중세의 ‘야만적’ 형태로부터 근대의 ‘문명화된’ 형태로 변했음을 강조한다. 이러한 저자의 관점에서 ‘근대의 문명’과 비교되는 ‘중세의 야만’이라는 개념을 설정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야만(野蠻)’을 문명의 정도가 뒤떨어지고 미개한 상태로 규정하고 잇다는 점에서, 저자의 이러한 관점도 ‘진화론’의 논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과연 근대 이전의 시대를 ‘야만’으로 규정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는 주로 ‘매너’의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저자가 내세우는 중요한 전거는 바로 에라스무스가 궁정귀족들의 자제를 위해 저술한 <소년들의 예절론>(1530)에 토대를 두고 있다. 따라서 근대의 예절 전반이라기보다는 근대로 전환되면서 새롭게 사회의 주류로 형성한 궁정귀족과 그 후예들인 지배 계급의 예절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자가 다루고 있는 매너의 주된 내용들도 서양을 벗어난 사회에서도 여전히 ‘에티켓’이라는 용어로 규정되고 있는 사항들이 대부분이다. 그 역사를 다룬 이 책의 내용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매너의 규정들은 시대에 따라 그리고 삶의 방식에 따라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에티켓’의 규정들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또 어떤 변화의 과정을 거쳤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저자는 먼저 ‘문명과 문화 개념의 사회적 기원’을 다룬 1부에서, ‘독일에서의 문화와 문명 개념 차이의 사회적 기반’과 ‘프랑스에서 문명 개념의 사회적 기원’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근대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독일에서의 ‘문화’라는 개념과 프랑스에서의 ‘문명’이라는 개념이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2부의 제목은 ‘문명화’를 제시하면서, 그것을 ‘인간 행동 양식의 특수한 변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서양에서 ‘예절’ 개념이 어떻게 시작되고 발전했는지, 아울러 중세와 르네상스시대를 거치면서 정립된 매너의 규정이 일상의 행동양삭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먼저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내용들은 에라스무스의 저술을 비롯한 예절을 다룬 다양한 저서들을 각 항목의 앞부분에 ‘실례’라는 항목으로 제시하고, 그에 대한 저자의 설명과 해석이 이어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식사 중의 행동’과 ‘생리적 기능에 대한 태도의 변화’, ‘코풀기에 대하여’와 ‘침 뱉기에 대하여’ 등에 관한 세세한 규정들과 함께 그 변화의 면모까지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 ‘침실에서의 행동에 대하여’와 ‘성관계에 대한 태도의 변화’ 등 인간의 내밀한 행동 양식도 예절의 관점에서 다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여러 나라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서양에서 전쟁이 빈번하게 벌어질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공격 본능에 대하여’라는 항목에서 관련 내용들이 세세한 예절의 규정으로 자라잡는 과정과 이유를 설명하고, 또한 중세적 유산의 하나인 ‘기사적 삶의 한 풍경’도 역시 매녀의 역사에서 다루어지는 중요한 항목으로 설정되어 있다.
책의 앞부분에 제시된 저자의 서문은 1936년의 판본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이후에 개정되어 출간되었기에 마지막 항목으로 ‘1868년판 서문’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저자는 이 책의 핵심이 ‘문명화된 서양인의 전형적 행동 양식들’을 논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실상 저자가 전제하는 ‘문명’이라는 개념이 지극히 자의적일 뿐만 아니라, 역사의 전개 과정에서 정립된 ‘예절의 규정’ 또한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점을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더욱이 시대적 상황과 무관하게, 관련 규정들이 서양을 벗어난 지역에서도 ‘에티켓’이라는 명목으로 현재에도 강요되고 있는 현실을 목도할 수 있다. 저자가 연구한 서양의 관점에서 <매너의 역사>가 정립되었다면, 21세기 한국에서는 현재의 삶에 기반한 나름의 ‘매너’가 통용되고 새롭게 정립될 수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차니)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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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너란 타인과의 관계에서 지키는 예절을 말한다. 지저분한 소리를 내면서 음식을 먹는다거나 데이트 도중 여성에게 의자를 빼주지 않는 남성은 매너가 없다는 소리를 듣는다. 이 매너라는 것은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중세 봉건제 사회에서는 영주를 중심으로 소규모 사회를 이루고 살았다. 말하자면 '싸나이 집단'이다. 통째로 익혀놓은 육류를 그냥 주욱 뜯어먹으면서 커다란 술을 숨도 안쉬고 들이키는 것이 남자다운 행동이었다. 이 시절엔 매너가 단순하고 소박했다. 왕권의 전제화가 이루어지자 권력이 한곳으로 집중, 싸나이 집단은 영주의 형제에서 왕의 신하로 그 처지가 추락하였다. 과거의 싸나이들은 이제 모든 권력을 쥔 왕에게 인정받기 위하여 서로 경쟁을 하게 된다. 왕의 의사대로 고분고분 행동하는 것이 매너의 기본이 되었다. 즉 왕의 눈밖에 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매너다. 왕이 포크를 들고 우아하게 고기를 찍어먹으면 다들 그렇게 따라 해야 한다. 혼자 잘났다고 옛날처럼 손으로 들고 찢어먹으면 주변의 적들에게 지탄을 받아 쫓겨난다. 그 시절에 만들어진 매너가 아래로 옆으로 보급되면서 매너는 틀을 잡았다. 매너를 아는 자는 문명인이요, 모르는 자는 촌놈이나 야만인이란 소리를 듣게 된 것이다. 이 책에 실려있는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자. - 자리에 앉기 전에는 그것이 더럽지 않은지 꼭 확인하라. 15세기 - 어쩔 수 없이 방귀를 뀌어야 할 경우에는 기침하는 척 해라. 16세기 - 소변이나 대변을 보는 사람에게 인사를 하는 것은 무례한 짓이다. 16세기 - 아랫사람이든 윗사람이든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소리 없이 방귀를 뀌더라도 매우 무례한 짓이다. 18세기 16세기에는 길에서 소변, 대변 보는 사람과 마주치는 일이 너무 흔했다. 그런데 이런 태도가 서로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16세기 교과서의 한 대목은 정말 재미있다. "잠에서 깨어 침대에서 나와 속옷을 입고, 양말 신고, 허리띠 차고, 안뜰 벽에서 소변을 보고, 양동이로 찬물 퍼다 세수하고 수건으로 닦자." 잠 잘 때 홀랑 벗고 자며, 소변은 안뜰 벽에 대고 대충 해결한다. 홀랑 벗고 잔 까닭은 다른 사람에게 육체적으로 결함이 없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나? 요즘 애들보고 이렇게 하는 어린이가 모범적인 어린이라고 하면 다 뒤집어질 것이다. 유럽에서 매너가 형성되어 간 과정을 따라 가다보면 '아, 이런 역사도 쓸 수 있구나'하는 감탄도 나오면서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이 책은 1939년에 독일에서 처음 나왔는데 몇 가지 이유로 잊혀졌다가 수십 년 후에 되살아나 대단한 인기를 얻고 권위있는 상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