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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 작가의 소설을 읽노라면 나도 모르게 색연필을 찾는다. 색연필은 이 문장이 아니라면 어떻게 전달할까 싶게 절묘한 표현에도 머무르고, 한 사람의 생애가 어떻게 흘러왔는지도 잘 보여주는 문장에서도 멈추었다. 뿐만 아니라 작가가 궁극으로 살피고 이루고 싶은 가치도 간명하게 보여주어 감탄하였다. 그렇다고 작가가 경제적인 문장에 꽂힌 것인가 오해를 할 일은 아니다. 이는 작가의 긴긴 사유의 결과물이 아닐까 라는 짐작만 할 뿐 달리 부연할 말이 없다. 색연필로 자주 밑줄을 긋는다고 읽는 속도가 더뎌지는 것은 아니다. 바쁜 중에도 나는 책을 가까이 두고 빨리 <왜란>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끌림이 강한 것은 이미 다 아는 역사적 사실 때문이 아니다. 사람 때문이다. 노비의 아들인 '거북손이'의 성장과 변화과 아름답고, 그의 사랑이 직진인 것도 아름답다. 조상 대대로 은거를 선택한 사대부가 사람인 '이유'의 신하로서의 번민과 새로운 시각이나 세계에 대한 발견, 인간다움 또한 충분히 세상 살아볼 만하다는 믿음을 주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를 둘러싼 그를 믿고 따르는 이들의 생사는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왜란에는 '냉이', '부안 김씨', '가희'가 있다. 이 여성들은 작가의 여성관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인물로 보인다. 하나같이 기존의 세계관에 잠겨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들이 아니다. 어떻게 벗어났을까 싶게 보이지 않는 경계들을 훌쩍 뛰어넘는다. 물론 가희의 경우, 결혼에 대해 말하면 한계는 분명하지만 그녀에게는 그림이 있었다. 그림을 보고 탄복하는 '이유'에게 자신의 그림을 넘기던 가희의 모습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이 갖는 기쁨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온갖 굴레가 그녀의 삶을 왜곡시켜도 여전히 그녀의 것이 있어서, 슬프면서도 기뻤다. 색연필은 읽는 내내 내가 준비한 읽기 준비물이었다. 지나고 나면 작가가 한 말을 도저히 복기 할 자신은 없고 부여잡고 싶은 마음은 크고. 덕분에 책을 다 읽고 다시 뒤적이며 곱씹는 즐거움이 남았으니 더없이 좋다. #이광재 #왜란 #나라없는나라 #수요일에하자 #늑대가송곳니를꽂을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