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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과 열정의 시대》 암울한 현실에서 피어난 색다른 이야기!
"《절망과 열정의 시대》 암울한 현실에서 피어난 색다른 이야기! " 내용보기
양쪽은 서로 큰 피해를 입은 척하면서도 서로 상대방이 큰 성과를 내고 있다고 믿도록 맞춰 주고 있었다. 그것은 장기를 두다가 자기가 지면 울고불고 화를 내는 어린애와 탈 없이 놀아 주기 위해서 할아버지가 마지막에 일부러 실수한 척하면서 져 주는 것과 비슷한 일이었다. 단, 정영재의 정보에 대해서는 양쪽이 모두 화를 내는 어린애면서 동시에 져 주는 할아버지였다. 어떻게 이런
"《절망과 열정의 시대》 암울한 현실에서 피어난 색다른 이야기! " 내용보기


양쪽은 서로 큰 피해를 입은 척하면서도 서로 상대방이 큰 성과를 내고 있다고 믿도록 맞춰 주고 있었다. 그것은 장기를 두다가 자기가 지면 울고불고 화를 내는 어린애와 탈 없이 놀아 주기 위해서 할아버지가 마지막에 일부러 실수한 척하면서 져 주는 것과 비슷한 일이었다. 단, 정영재의 정보에 대해서는 양쪽이 모두 화를 내는 어린애면서 동시에 져 주는 할아버지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이렇게 오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관여시키며 계속될 수 있었을까?                 - 곽재식, '정직한 첩보원' 중에서, p.27

일제강점기 말기, 지하광복단과 총독부 사이를 오가며 이중스파이 역할을 했던 인물이 있다. 부모는 조선인이지만 일본에서 태어나 자란 정영재는 총독부의 지부장에게는 조선인들의 비밀 조직에 스며들겠다는 목적으로, 지하광복단의 단원들에게는 총독부의 비밀을 알려주겠다는 목적으로 접근한다. 그가 양쪽에서 이야기하는 수려한 언변을 듣다 보면 조선 광복을 위해 싸우는 사람인지, 총독부의 앞잡이인지 헷갈릴 정도로 설득력이 있다. 게다가 그가 주어진 일을 수행하는 방식이 매우 정직하다는 점도 흥미롭다. 지하광복단에는 자신이 총독부 소속이라고 대놓고 말했고, 총독부에는 자신이 지하광복단 사람들과 교류하는 사이라고 대놓고 말한 뒤, 양쪽에서 미끼로 넘길 만한 정보들을 얻어 서로에게 넘기고 있었으니 말이다. 

자, 정영재의 가짜 정직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양측에서 정영재의 실체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이 나오지만 무사히 위기를 넘기고, 가짜 정보와 가짜 싸움은 더 이어진다. 지하광복단 멤버 중에서 정영재를 수상하다고 여겼던 홍춘화는 의심을 밝힐 증거를 찾아내지만, 정영재는 발뺌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의 수법에 대해서 그녀에게 아주 세세히 알려준다. 이번에도 그는 '정직'이라는 수단으로 대응한 것이다. 그 결과 홍춘화는 정영재와 같은 편이 되어 행동을 하며 살기로 하고, 정영재의 수법은 훨씬 더 탄탄해진다. 만화같은 설정인데, 이상하게 설득력있는 이야기였다. 짧은 분량이지만 아주 임팩트 있는 작품 <정직한 첩보원>이다. 곽재식 작가에 의하면 실제로 비슷한 시기에 있었던 실화를 토대로 쓰인 이야기라고 하니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상상하며 읽으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누구십니까?"
한여름에도 덥지 않은지 친친 목을 두른 쪽빛 비단 목도리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커다란 검은 셔츠와 바지에 군화, 손엔 계절에 맞지 않은 가죽 장갑까지. 딱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사람이 돌아섰다. 노을빛을 가린 몸이 전체적으로 어두웠다. 그러다 맥고 모자 밑으로 드러난 눈을 본 순간 월매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사람이 아니다!'
뒷걸음친 만큼 그것이 다가왔다. 월매는 붉은빛에 드러난 얼굴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 배명은, '호열자 손님' 중에서, p.109

이선의 삶은 혼인 후 그지없이 외롭게 되었다. 시어머니가 도맡아 하는 장사도 잘 되어 있었고, 친정에 살던 때보다 형편도 훨씬 나아졌으나 마음만은 한겨울 구멍이 숭숭 뚫린 창호 문 같았다. 아이가 들어서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는데, 남편은 신혼 때부터 이선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첩도 세 명이나 잇달아 두었고, 장사에도 열심이지 않았고, 가정에도 소홀했던 그는 한겨울에 술을 먹고 결국 노상에서 얼어 죽고 만다. 시어머니는 이선에게 사내 잡아먹은 요망한 년이라고 머리채를 잡고 종로통에 그녀를 패대기 쳐버린다. 그렇게 흠씬 두들겨 맞으면서도 울지 않았던 이선은 외려 등허리가 시원하다고 생각한다. 이후 우연한 계기로 흡혈귀가 되어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는데, 영원히 늙지 않게 된 대신 즐기지도 않았던 육식을 탐하게 된 이선의 삶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이 이야기는 색다른 공포를 보여주는 최희라 작가의 <푸른 달빛은 혈관을 휘돌아 나가고>이다. 

책과 서점에 관한 SF, 팬데믹 시대의 로맨스, 귀신날 호러, 고전 SF오마주, 판소리 SF, 하드SF, '프롤레타리아 장르 단편 등 다양한 장르소설 앤솔러지를 선보여온 있는 구픽의 앤솔러지 신작이다. 이번에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다섯 명의 소설가들이 쓴 각기 다른 장르의 단편소설 다섯 편을 만날 수 있다. 스릴러, 호러, 로맨스,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어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나 이 책의 수익금 일부가 한국해비타트의 독립유공자 후손 주거환경개선사업에 선기부되었다고 하니 더욱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통해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한 시대를 다양한 시각으로 만나보고, 과거의 역사를 되새겨보는 시간이 되면 좋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r*******n 2024.09.06. 신고 공감 3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절망 속에서도 희망은 살아있기 때문에
"절망 속에서도 희망은 살아있기 때문에" 내용보기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이 통치했던 시대를 오래 살았다.어둠만이 가득했던 시대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이번에 일제강점기에 일어났을 법 한 이야기들로 가득한 장르 단편선이 나왔다.★ 곽재식-정직한 첩보원세상에는 인생을 살면서 가능하면 가지 않는 것이 좋은 장소들이 있다.책의 첫 문장.조선총독부 정보실과 지하광복단 양쪽에서 첩보원으로 활동하는 정영재의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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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이 통치했던 시대를 오래 살았다.

어둠만이 가득했던 시대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

이번에 일제강점기에 일어났을 법 한 이야기들로 가득한 장르 단편선이 나왔다.


★ 곽재식-정직한 첩보원

세상에는 인생을 살면서 가능하면 가지 않는 것이 좋은 장소들이 있다.

책의 첫 문장.


조선총독부 정보실과 지하광복단 양쪽에서 첩보원으로 활동하는 정영재의 이야기.


"첩보원이 잘해야 하는 것은 거짓말이다."라고 보통 생각한다.

그러나 정영재는 정직하게 말하면서 월급을 양쪽에서 받을 수 있었다.


결국 정영재는 가장 좋은 방법이 정직하게 말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어렵지 않게 도달했다.

14쪽


정영재는 지하광복단에서 홍춘화에게 의심을 받았을 때 자신의 호텔방 한켠에 있는 수납장을 열어 그동안 받은 술을 보여주며 <정직하게 사는 관점>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작가의 한마디로 '실제로 비슷한 시기에 있었던 실화를 조사한 내용을 활용하여 쓴 이야기'라고 하는데, 거짓이 가득했을 시기에 생존하기 위해 정직하게 살았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최희라-푸른 달빛은 혈관을 휘돌아 나가고

다만 조국엔 언제나 감옥이 있었다.

68쪽.

독립운동가 이관술이 해방 후 현대일보에 기고한 회상록 제목처럼 일제시대 독립운동가의 삶은 어려웠다.

구두닦이의 이름을 짓고 기억해야 하는 그.

그의 본명은 이 땅에서 감옥행을 맡아놓은지 이미 오래였기 때문이었다.

66쪽


'사회주의자 잡는 일경의 호랑이'인 마쓰우라 경부의 첩의 소생인 마쓰우라 후미히토는 태어나보니 일본 제국이 조국이었다며 사회주의자인 구두닦이를 잡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지금도 아직 다 없어지지 않은 일제시대의 그림자 같았다.


★배명은-호열자 손님

진실에 거짓을 섞어 사람들을 속이는 일은 생각보다 쉬웠다.

107쪽

이 문장이 기억에 남는 건 월매가 호열자에 걸린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말을 하면서 도와주기 때문이다.

일제의 토지개혁으로 본래 가지고 있던 땅을 빼앗기고 부모님도 역병으로 잃어 살고자 경성으로 온 월매.

역신 오뉴월이 만주에서 온 코로리(콜레라)역신을 이기기 위해 월매에게 도움을 받는다.

"그래도 한 명 이상은 구했겠지."

135쪽

일제시대라는 엄혹한 시대에 더해 콜레라라는 병까지.

절망만이 가득해보이지만 뉴월이 말한 대로 희망은 남아있다는 이야기.


★ 이작-피와 로맨스

독립운동가 현정건과 현계옥을 상상하다가 나온 결과물이라고 한다.


무려 의열단이었다.

내가 태어나서 살아온 시간보다 더 오랫동안 일제에 피로 맞서 온 사람들이다.

155쪽


독립을 위해 피를 흘리며 싸워온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들어갔다 온 느낌이었다.


★ 홍지운-백호서낭반혼전


조선의 백호를 잡으려는 일본 사냥꾼들에 맞서 포수들을 조직하는 산리의원의 윤원장. 백호를 잡기 위해 굿과 호랑이에게 바칠 아이가 필요하다는 말에 소매치기 소녀가 자원한다.


소녀의 아비는 105인 사건으로 죽고, 어미는 만세운동으로 죽었다.

178쪽


첫 페이지에 나오는 이 문장이 총독부의 앞잡이 노릇을 하다 덴노에게 백호의 가죽을 바쳐 내지에서 장사를 하겠다는 윤원장의 속내가 드러난 순간 극명하게 대비된다.

자신의 잘못은 하나도 없다고 말하는 것과 더불어 말이다.


함께 들으면 좋을 노래는 나희경-B의 밤(feat. Jaques Morelenbaum)

평안도 사람도 찾을 수 없는 어두운 밤에도 어딘가에는 사랑이 숨어 있다고, 보이는 절망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나희경의 노래가 잘 어울린다.


사랑이 숨어있는 밤

보이는 절망만이

전부는 아니에요

겹겹이 쌓인 이야기들로

가려진 하늘에도

별이 떠 있어요


그래서 절망이 가득했을 일제강점기에도 희망과 열정이 분명히 살아있었으니까.

* 이 책의 수익금 일부는 한국해비타트의 독립유공자 후손 주거환경개선사업에 선기부되었다.

* <절망과 열정의 시대>를 함께 읽으며 어둠의 시대에서 생존하기 위한 불굴의 의지,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을 읽으면 좋겠다.


* 책과 서점, 귀신날 호러, 고전 SF오마주, 판소리 SF, 하드SF, 프롤레타리아 장르 단편선을 낸 구픽에서 일제강점기 장르 단편선을 만들었다. 다섯 명의 작가가 그리는 절망과 열정의 일제강점기 속에 피어나는 희망을 만나보자.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s****a 2024.09.14.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어쩌면 사실이었을 이야기. 절망의 시대에 열정으로 지켜낸 이름들.
"어쩌면 사실이었을 이야기. 절망의 시대에 열정으로 지켜낸 이름들." 내용보기
내년이 광복 80주년이란다. 벌써, 라고 하기엔 나와 그 이후 세대에는 일제강점기를 교과서 내지는 옛날 얘기로나 알고 자랐다. 그런 이유로 "나라 없는 슬픔"을 이해하기엔 너무 먼, 말 그대로 '언젠가'의 이야기로만 이해하는 이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반대는 어떠한가. 이제 겨우, 라고 할만한, 채 100여년도 되지 않은 이 떄에, 지금 우리의 상황은 어떠한가. 혹시나 해서 검색한 "
"어쩌면 사실이었을 이야기. 절망의 시대에 열정으로 지켜낸 이름들." 내용보기

내년이 광복 80주년이란다. 벌써, 라고 하기엔 나와 그 이후 세대에는 일제강점기를 교과서 내지는 옛날 얘기로나 알고 자랐다. 그런 이유로 "나라 없는 슬픔"을 이해하기엔 너무 먼, 말 그대로 '언젠가'의 이야기로만 이해하는 이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반대는 어떠한가. 이제 겨우, 라고 할만한, 채 100여년도 되지 않은 이 떄에, 지금 우리의 상황은 어떠한가. 혹시나 해서 검색한 "광복 80주년"의 연관 기사로 내년 국제관함식에 "욱일기 형상" 깃발을 단 일본 함정이 참가한다는 내용이 뜨는 세상이다.


 뭐가 그리 무서워서, 해방을 맞고도, 압제에서 벗어났다면서 뭐가 그렇게 눈치 보이는지, '전범기'도, 딱 잘라 "욱일기"라고 쓰지도 못하고 구차하게 말꼬리를 늘이는지. 누군가는 목숨을 버려가며, 또다른 누군가는 이를 악물고 숨죽여 전해온 말과 글과 이름이 다시금 홀랑 팔아넘겨질 세상이 아닌가.


 나라를 빼앗긴, 주권 없는 나라의 사람 아닌 사람의, 망국의 시간이 꼭 35년이었다. 경술국치에 태어난 아이가 자라 머리가 굳은 어른으로 자라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동시에 기약 없는 희망을 갖기에는 너무도 긴 시간이다. 더구나 이 날부터 이 때까지, 딱부러지게 정해둔 것도 아닌, 끊임없이 쇠락하는 땅에서 태어난 자라온 이가 '다른 내일'을 기대하기에는 너무도 막막한 시간이 아니었나.



 수많은 사람이 조금도 가질 수 없는 존엄에, 보이지 않는 내일에, 나날이 더해가는 치욕과 굴욕에 익숙해졌을 것이다. 그 절망에 굴하지 않고 끈질기게 살아남아 되찾은 이름이, 사람으로의 지위가 다른 무엇도 아닌 빛이었기에, 그것이 바로 이태껏 광복이라 부르는 이유다.


 혹자는 당시 조선인의 무지와 태만을 탓한다. 약육강식, 팽창하던 제국주의의 시대에 힘의 논리에서 밀린 약소국의 당연한 귀결이었다고 말하는 이도 숱하게 보았다. 당장 그 누구도 나라 잃은 조선인의 국적이 일본이었다고 하지 않는가.


 매국노가 여전히 파렴치한의 대명사로 쓰이는 것은, 매국이 전쟁까지 겪은 나라에서 여전히 용서받지 못할 죄로 여겨지는 것은, 단순히 대의 앞에서 개인의 영달만을 추구했기 때문이 아니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말 그대로 팔아넘겼기에, 저 혼자 살겠다고 다른 이들을 짐승처럼, 물건처럼 내버려지도록 했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해서는 안 될 짓을 하고도 자기만은 편하게 살겠다고 탐욕을 부렸기 때문이다. 존경과 신뢰를 배신으로 갚았기 때문이다.



 이에 거창히 민족주의자의 이름까지 필요하지도 않으나, 민족의 이름으로 말살이 자행된 만큼 민족 개념을 떼어놓고 말하기 어렵다. 동시에 비단 "민족"에 국한되지 않는 폭력이기도 했다. 악한 자가 약한 자를 수탈했다. 약한 자가 더 약한 자를 사지에 밀어넣었고, 알량한 권세를 틀어쥔 자들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타인의 목숨을 갈아넣은 그것이 영원하기를 바랐다. 


 나라를 잃었던 시간이라는 것은, 절망이 비단 추상에 그치지 않은 것은 그것이 일상의 형태를 띄고 삶의 모든 기반을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가정맹어호, 가혹한 정치가, 나라와 권세의 이름으로 가해진 모든 폭력이 핍박과 폐허의 수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절망을 절망으로 끝내지 않으려는 이들이 있었다.


 p.93 이제 영락없이 사내 잡아먹은 계집이 되었구나. 그래서 나는 괴물인가. 이선은 다시 생각했다. 그런데 일제는 (...). 온 세상을 가짜 신의 나라로 만들려고 넓디넓은 중국 땅에도 폭탄을 퍼붓는다. 젊은 처자들을 감언이설로 꾀어 군인들의 노리개로 던져 준다. 이런 일도 버젓이 일어나는 세상에서 어쨌거나 사람인 자를 먹은 자신은 괴물인가.


 p.215 "원장님. 자기 소유가 아닌 것을 취하는 자를 도라고 합디다. 남을 못살게 굴다가 목숨까지 빼앗는 자는 적이라고 하고요. 원장님께서는 다른 사람을 음해하고 부당한 시국에 눈을 감는 것으로 남의 것을 취하셨으며 그로 인해 사람들이 죽었으니 양자에 다 해당하십니다."



 어쩌면, 부패와 혹정은 무서운 것이 아니라 더러운 것이라고 말하는 이가 있었다. 괴물이 판치는 세상에서 내가 왜 괴물이냐고 되묻는 이가 있었다. 절망을 열정으로 바꾸는 것은, 끝이라고 여겨지는 곳에서 새로운 길을 내는 이는 언제나 있었다. 부끄러움을 잊지 않는 이들이 있었다. 절망(?望)은 끊어지지 않는 한 여전히 망, 바람이다. 끊어지지 않은 바람은 절망(切望), 간절히 바라는 것이 되어 뜨겁게 끓어오른다.


 이 책은 그 기록인 동시에 잊혀진 시간을 파고드는 가능성이요, 상상이다. 수많은 '어쩌면'의 이름으로 닿기를 바란다. 어쩌면 이번에는, 어쩌면 이렇게는 아닌, 어쩌면 누군가는. 그렇게 무너지고 지워지면서도 포기하지 않은 이들이 있었다고, 지금의 우리는 그렇게 지켜낸 희망 위에 살고 있다고.


 p.181 "어리석고 못난 것들이 권세를 잡았다고 어리석고 못나지 않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 무식해지고 모자라지는 것입니다. 그런 놈들에게 무섭다. 무섭다해 주면 자기들이 진짜로 무섭고 뭐라도 되는 줄 알고 콧대가 높아지다 더 큰 업보를 쌓는 노릇이니 (...) 더러운 놈에게는 더럽다고 해 줘야 옳은 말이지 않습니까."


 p.225 "제가 저답지 못하고 제가 저로서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해 동생들을 돌보지 아니하여 돌아가신 아버님 앞에 부끄럽고 낳아 주신 어머님 앞에 낯을 들 수 없다면 그것이 가장 무서운 노릇입니다."



*도서제공: 구픽

s*****7 2024.08.29.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절망과 열정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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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각기 다른 단편소설로 완성한 작품집-암울했던 그 시대를 스릴러, 호러, 로맨스, 판타지란 성격으로 고루 담긴 이야기에는 실제와 허구 사이를 넘나들며 창작의 재미를 엿볼 수 있다.이중첩자인 정재영을 통해 조선 총독부와 지하광복단 사이를 오고 가며 자신의 신분을 감추면서 위기를 모면하는 이야기인  '정직한 첩보원'은 자신의 신분이 발각될 위험을 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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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각기 다른 단편소설로 완성한 작품집-



암울했던 그 시대를 스릴러, 호러, 로맨스, 판타지란 성격으로 고루 담긴 이야기에는 실제와 허구 사이를 넘나들며 창작의 재미를 엿볼 수 있다.



이중첩자인 정재영을 통해 조선 총독부와 지하광복단 사이를 오고 가며 자신의 신분을 감추면서 위기를 모면하는 이야기인  '정직한 첩보원'은 자신의 신분이 발각될 위험을 오히려 '정직'이란 수단으로 정면 대응하는 장면은 순발력이 뛰어남은 물론 가능성 있는 현실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이 역시도 창작이란 것에 의의를 둔다면 남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외에도 호러물이 물씬 풍기는 이선의 삶을 다룬 '푼 달빛은 혈관을 휘돌아 나가고'는  남편이나 시어머니로부터 대접을 받지 못한 한을 흡혈귀가 되어 다른 탐육의 삶을 이어가는 내용으로  공포물로써 을씨년스러움을 자아낸다.



 이 외에도 다른 세 편의 작품들 또한  앤솔러지 작품을 선보인 구픽의 신작인 만큼 시대는 달라도 소설의 창작 범위를 좀 더 넓혀 다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고 특히 수익금 일부가 해비타트의 독립유공자 후손 주거환경개선 사업에 기부된다고 하니 작품을 대하는 의미가 더욱 깊게 다가왔다.




각 작가들마다 자신들 고유의 색깔을 드러낸 작품들은 골라서 읽는 재미와 함께  뜻깊은 의미가 담겨 있어 과거의 아픈 역사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 시간과 더불어 더 나아가 하나의 기록으로 남을 수도 있는 작품들이란 생각이 든다.








*****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m*******n 2024.09.13.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