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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총점 종이책
절필과 집필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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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필을 선언한 시인>이라는 시가 <집필을 선언한 시인>으로 인쇄되어 나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게 생각이 났다. 그 시의 마지막은 이랬다.                                기필코 절필을 선언한 시인의 <마지막 시>는 이랬다 그저, 그뿐인, 그 따위, 그 등속의 시야시퉁시퉁 내게 데데한 시금떨떨한 시야시쳇말로 늬들끼리 다 해 먹어라나는 졌다 시시 떼떼에 시시 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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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필을 선언한 시인>이라는 시가 <집필을 선언한 시인>으로 인쇄되어 나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게 생각이 났다. 그 시의 마지막은 이랬다.

 

                               기필코 절필을 선언한 시인의 마지막 시는 이랬다

 

그저, 그뿐인, 그 따위, 그 등속의 시야

시퉁시퉁 내게 데데한 시금떨떨한 시야

시쳇말로 늬들끼리 다 해 먹어라

나는 졌다 시시 떼떼에 시시 껍절에

나는야 시에 채인 시골뜨기 병시인 -

 

 

n*****8 2020.08.12.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정끝별, 하고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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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언젠가 '정끝별'이라는 시인의 이름을 듣고 파르르 마음이 떨렸다.누군가가 들려준 시인의 시집이 이 책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가물가물하지만.찬찬히 읽으면서도'시인'으로서 갖게 되는 걱정이나 고민들이 문득문득 느껴지던 시집.속 좋은 떡갈나무(p.20~21)나현 위의 인생(p.33),만두 속의 달팽이(p.44),고 집(p.75) 등등의시가 마음에 들어왔기도 했지만...그건 나무 냄새나 풀 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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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언젠가 '정끝별'이라는 시인의 이름을 듣고 파르르 마음이 떨렸다.

누군가가 들려준 시인의 시집이 이 책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가물가물하지만.


찬찬히 읽으면서도

'시인'으로서 갖게 되는 걱정이나 고민들이 

문득문득 느껴지던 시집.



속 좋은 떡갈나무(p.20~21)나

현 위의 인생(p.33),

만두 속의 달팽이(p.44),

고 집(p.75) 등등의

시가 마음에 들어왔기도 했지만...

그건 나무 냄새나 풀 냄새가 느껴지기만 하면 

더 끌리곤 하는 나의 이상한 취향에 기인한 것 같아 마음껏 퍼올리진 못하고


이력서를 쓰다(p.92~93)는

사람들 사이에서 겪는 나의 스산함을

내보이는 것 같아 부끄러워 코멘트를 하지 않는다.


그래도 좋은 시집.

정끝별 시인의 말소리(?)가 좋게 들리던 책.

(실제로 목소리를 들었단 건 아니고 책을 통해 느낀 말소리....ㅎㅎ)




얼굴을 파묻다  _정끝별


흐르는 것들에서는 묵은 쌀겨 냄새가 난다

갓 담근 술항아리에서 포도알을 훔쳐 먹고

얼굴을 파묻던 한마당의 쌀더미는 따뜻했다

누렇게 좀먹던 스무 살 페루의 하늘도

쏟아질 듯 무겁기만 하던 원산의 별밭도

비어 있던 대성리 철둑길도 그늘 무성해

소나기 퍼붓고 세상은 선뜻 변했다

쌀벌레들은 다시 썰더미에 향기로운 집을 짓고

푸른 들판에 누워 한 백년쯤 자고 싶어,

지친 男子는 잎도 지기 전 창백한 女子를 떠났고

이름조차 기억되지 않는 서늘한 질투도

이만큼 지나쳐서야 눈치채는 것인데

이 늦은 저녁 쌀을 씻으며

치댈수록 부예지는 쌀뜨물에 얼굴을 묻고

다행이다, 쌀벌레 껍질처럼

어제가 낙낙히 뜰 수 있다는 것은

부박했던 노래가 떠내려 갈 수 있다는 것은

촤르르 촤르르 말갛게 씻겨진 마음이

잘 익은 밤 냄새를 피워올릴 수 있다는 것은              (p.32)




사람들은 물고기를 닮았다  _정끝별


비가 내려요 상처도 고이면 웅덩이가 돼요 항아리가 돼요 아이 간지러워라 항아리 속 물비늘들 자발없이 촐싹대다 오가는 구름과 배가 맞아요 배가 맞아 해가 묵으면 물을 차고 살을 낳아요 살이 있으니 들고나는 거죠 그렇게 들고나는 살들은 죄다 찌예요 바늘이에요 길게 오늘처럼 길게 비가 내리면 사람들은 물고기를 닮아요 흐흥 빠진 물에 빠지고 물린 곳에서 물려요 빠진 것에 또 빠지고 물린 것에 다시 물리려고 길길이 속살부터 젖는다는 거죠 그러니 천년내 사랑이라는 것이 죄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고나는 무자맥질이라는 거죠 뭐, 저 저런                                     (p. 40)





o****2 2014.03.31.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노래책시렁 8 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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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8《흰 책》 정끝별 민음사 2000.5.25.  밤하늘을 채운 별을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별이라는 말을 혀에 얹으면서도 정작 별이 무엇인지는 모르기 마련입니다. 날마다 밥을 먹지만 손수 밥을 지어 보지 않았다거나, 밥이 되는 뭇숨결을 손수 갈무리해 보지 않았다면, 밥이라는 말을 글로 옮기면서도 막상 밥이 무엇인지는 또렷이 못 밝히기 마련입니다. 《흰 책》은 흰 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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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8


《흰 책》

 정끝별

 민음사

 2000.5.25.



  밤하늘을 채운 별을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별이라는 말을 혀에 얹으면서도 정작 별이 무엇인지는 모르기 마련입니다. 날마다 밥을 먹지만 손수 밥을 지어 보지 않았다거나, 밥이 되는 뭇숨결을 손수 갈무리해 보지 않았다면, 밥이라는 말을 글로 옮기면서도 막상 밥이 무엇인지는 또렷이 못 밝히기 마련입니다. 《흰 책》은 흰 책을 이야기합니다. 흰 책은 책이 흰 빛깔이라는 뜻일 수 있고, 아직 아무것도 안 썼다는 뜻일 수 있고, 책을 보는 눈길이 허옇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눈처럼 하얀 숨결을 말할 수 있고, 하얗게 아로새긴 발자국을 노래할 수 있어요. 모든 글은 쓰는 사람 마음으로 흐르면서, 읽는 사람 마음으로 헤아립니다. 그런데 저는 《흰 책》을 읽으면서 글쓴이가 무엇을 밝히거나 노래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습니다. 톡톡 튀고 싶은 마음, 틱틱거리고 싶은 마음, 텍 하고 돌아서고 싶은 마음을 느끼면서도, 이 시집하고 하나되기는 참 어렵네 싶습니다. 어쩌면 글쓴이하고 읽는이는 하나될 수 없이 나란한 자리일는지 모릅니다. 글쓴이는 쓰고 싶은 대로 쓰면 되고, 읽고 싶은 이는 읽고 싶은 대로 읽으면 될 테지요. 책을 덮고 빨래를 합니다. ㅅㄴㄹ



미끌하며 내 다섯 살 키를 삼켰던 빨래 둠벙의 틱, 톡, 텍, 톡, 방망이 소리가 오늘 아침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와 수챗구멍으로 지나간다 그 소리에 세수를 하고 쌀을 씻고 국을 끓여 먹은 후 틱, 톡, 텍, 톡, 쌀집과 보신원과 여관과 산부인과를 지나 르망과 아반테와 앰뷸런스와 견인차를 지나 화장터 길과 무악재와 서대문 로터리를 지나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을 지나간다 (지나가고 지나가는 2/38쪽)


(숲노래/최종규)



h*******e 2018.07.3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