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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 / 헤르멘 헤세 /문예춘추사
지난 8월, 여름이 이제 끝났구나 싶었는데 9월 한 달 내내 여름못지 않은 더위로 가을이 찾아왔다는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헤르만 헤세의 <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를 읽는 동안 참 여러 번 눈을 들어 주변을 둘러 보았던 것 같다. 크고 작은 공원에서, 혹은 얕은 뒷동산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누구보다 계절의 변화를 빠르게 보여주는 시든 꽃잎에서 헤세가 이야기한 글자들이 오고 갔다. 만약 내가 마음속으로 바라는 것처럼 나라 사이에 경계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이 세상에는 아마 전쟁도 없고 국경 폐쇄도 사라질 것이다. 경계보다도 더 혐오스럽고 어리석은 것도 없다. 이전 문단에서는 ‘경계선들을 넘어선다는 것의 멋짐’을 이야기하는데 이 부분을 읽을 때 떠오른 사람이 다른 아닌 아티스트 백남준이었다. 그의 작품 중 TV정원은 살아있는 화초들 사이로 강렬하게 빛을 내뿜는 TV가 곳곳에 놓여져있다. 주사선 색의 변화가 마치 계절의 변화처럼 느껴졌다던 백남준은 TV속 영상을 다름아닌 <글로벌 그루브> 푸티지 영상으로 채웠다. 노래와 춤으로만 구성된 영상에서 경계, 서로 다른 언어로 인한 불편함이 저절로 잊혀진다. 헤세가 백남준의 TV정원을 걷는 상상을 잠시 해보며 마법사가 되고 싶었다던 헤세의 말의 비디오로 응수했을 두 사람의 관계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이런 위트 또한 헤세의 글에 잘 드러난다.
길고 딱딱하게 말라 버린 나무뿌리, 오래되어 조금씩 깨지고 색이 변한 돌, 물 위에 떠다니는 기름 얼룩, 유리잔 속에서 튀어오르는 물방울까지 그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위대한 마력을 지닌 것처럼 보였다. 197쪽 이전에는 관심이 없어 몰랐을 수도 있겠지만 최근 인기있는 책들을 펼쳐보면 흙, 돌, 가벼운 산책 그리고 명상이 참 많은 것 같다. 헌데 한 권 한 권 읽어보면 또 그 맛이 다 달랐다. 똑같은 초록이지만 저마다 다른 모양과 향내를 가진 식물처럼 책들도 그런 모습이었다. 헤세의 말처럼 그런 책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서두에 밝힌 것처럼 저절로 읽던 페이지에 손을 넣어두고 고개를 들어 나무를, 바람을 그리고 발아래 놓인 흙과 작은 돌들을 굴려보게 된다. 그런 감각을 가장 잘 나눌 수 있는 대상은 어린 내 자녀였다.
새로 글자를 배우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어린아이는 어떤 시구나 격언을 읽더라도 곧 습득해 버린다. (…) 그리고 이미 상당한 독서 능력에 도달하더라도, 그러한 시구나 책들에 등을 돌리지 않는다. 297쪽 중간에 많은 내용을 중략하였기에 조금 말을 보태면, 어린 시절 마음에 들었던 시구나 글들을 발견하더라도 이어지는 문장처럼 그것을 여전히 기억한다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내가 기억하는 문장은 잘 아는데 아이에게는 물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자연과 더불어 있는 순간이 결코 지루하지 않을 아이는 어떤 문장을 마음에 넣어두었을지 궁금하다. 책 뒷편에 모아놓은 필사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아이의 소중함을 책을 읽으며 새삼 느꼈던 것 같다. 마음이 소란스러울 때나 혹은 적당히 차분해진 순간에도 곁에 두고 읽고 필사하기에 참 좋은 책을 만났다. #헤르만헤세 #필사 #그리움이나를밀고간다 #문예춘추사 @moonchus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