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예출판사에서 나오는 세계문학선을 즐겨 읽곤 하였는데 리뉴얼 버전으로 새로운 표지와 함께 변신이 출간되어 기쁩니다. 카프카 문학 작품 중 걸작이 모두 실려서 카프카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도 추천하기 좋으며 이미 카프카 문학에 익숙한 독자들도 다시 읽어보기 좋습니다. |
카프카의 소설을 단 한 편이라도 읽는다면 누구든 그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 책에는 카프카의 중단편 소설 중 <변신>, <유형지에서>, <단식 광대>, <시골 의사>, <판결> 5개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내가 느낀 이 작품들은 모두 기이하고 낯설고 불안하고 무섭기까지도 했다. 그러면서 안타깝고 슬펐다. 글은 차가운데 느낌은 뜨거웠다. 작품 속의 인물들은 책임감 혹은 사명감을 가지고 있으며 그 책임감으로 말미암아 죄가 없음에도 스스로 죄책감을 느낀다. 무모할 정도로 사명감에 충실한 카프카의 인물들은 자기희생을 하다 끝내는 자기 말살로 삶을 귀결시킨다. 어쩌면 이들이 갖고 있던 책임감은 외부의 강요보다는 스스로에게 부여한 존재론적 책임감이어서 스스로 존재하지 않음을 선택하여 끝끝내 책임을 지려던 것이었을까? 책에 수록된 5개의 작품에 대해 간략히 소감을 적어본다.변신 - 인간은 유용적 가치가 있어야만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는가 <변신>은 가족들을 부양하면서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살던 외판원 '그레고르 잠자'가 벌레로 변신한 이후 사회와 가족으로부터 점차 버림받게 되면서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가족의 경제적 책임을 혼자서만 떠안고 살던 그레고르는 경제활동이 불가피해지다 못해 혐오스러운 외형까지 가지게 됨으로써 더 이상의 쓸모를 상실하게 된다. 인간은 유용적 가치가 있어야만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는가의 문제를 제시한다. 유형지에서 - 그릇된 신념과 그 신념이 만들어낸 사명감은 어떻게 인간을 파괴하는가 <유형지에서>는 자신이 관리하는 고문 및 처형 장치에 대해 자부심과 사명감을 갖고 있는 어느 식민지 장교가 이 장치의 존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방문한 탐험가에게 장치의 방식과 기능을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장치의 처형 방식에 대해 장교는 탐험가가 정당성을 옹호해 주기를 기대하지만 기계 장치의 기능과 잔혹성에 경악을 한 탐험가는 이를 거부하고, 실망한 장교는 스스로 기계에 들어가 처형을 자처한다는 내용이다. <유형지에서>는 잘못된 신념과 그 신념이 만들어낸 사명감은 어떻게 인간을 파괴하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변신>에서처럼 유용적 가치의 상실 후 스스로 존재의 여부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존재론적 책임감에 대해 맥을 같이 한다. 단식 광대 - 대중의 관심과 욕망에 의해 왜곡되고 잊히는 개인의 내면적 진실 <단식 광대>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오랜 시간을 버티는 자신의 단식 퍼포먼스기 진정한 예술 행위라는 신념과 자부심을 가지고 사는 단식 광대의 이야기다. 과거에는 서커스단에서 매우 인기가 많았으나 시대가 변하면서 그의 단식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더니 끝내는 존재 자체조차 잊히게 된다. 광대는 사람들의 외면 속에서 조용히 단식을 하다 숨을 거둔다. <단식 광대>에서도 더 이상의 쓸모를 잃게 된 인간이 스스로 존재 여부를 결단한다는 점에서는 <번신>이나 <유형지에서>와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또한 <단식 광대>는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 예술가가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소외되고 소멸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단식 광대는 단식을 통해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찾으려 하지만 세상은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할뿐더러 관심조차 없다. 카프카는 이 작품을 통해 개인의 내면적 진실이 대중의 관심과 욕망에 의해 왜곡되고 잊히는 부조리를 고발한다. 시골의사 - 개인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요구와 책임의 무한 압박 <시골의사>는 한밤중에 시골 의사가 긴급 진료로 집을 나서려는데 하필 전날 밤 말이 죽어 낙담하던 때에 갑자기 나타난 마부가 건네준 말을 타고 순식간에 환자의 집에 도착해 진료 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마차에 탔으나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운명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이다. 진료를 마친 의사가 끝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영원히 끝나지 않는 순환 속에 갇혀 버리게 된다는 상황이 무섭게 느껴졌다. 이것은 개인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기대와 책임이라는 것에서 도망칠 수 없다고 스스로 무한책임을 지려는 자기 압박의 심리를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골의사>에서도 여전히 앞의 작품들에서처럼 책임감이 죄책감으로 전환되면서 자기 자신을 잃게 되는 상황을 그린다. 판결 - 죄책감과 자기비판이 만들어 내는 자기 파괴 명령 <판결>은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받아 성공 시킨 게오르크가 러시아에 사는 친구에게 자신의 약혼 소식을 알리려는 편지를 쓰고 이제는 늙고 쇠약한 아버지에게 조심스럽게 오늘의 일과를 이야기하는데 아버지가 돌연 급변하여 게오르크를 비난하고는 빠져 죽을 것을 선고하는 독설을 내뱉자 게오르크는 이 말에 복종을 하듯 스스로 다리에서 몸을 던진다는 내용이다. 책을 읽다 보면 게오르크의 러시아에 사는 친구는 실제 존재하는 인물이었을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늙고 쇠약한 아버지가 사실일까, 게오르크의 정신이 쇠약한 것일까 하는 의문도 생긴다. 노쇠한 아버지가 실체라면 갑자기 강건하고 권위적인 모습으로 돌변한 아버지의 모습은 게오르크의 죄책감과 자기비판이 만들어 낸 환영이라고 유추해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빠져 죽을 것을 선고하는 것은 실제 인물이 아니라 게오르크가 스스로에게 내리는 자기 파괴적 명령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카프카는 명확한 원인이나 해석이 불가하도록 모호한 상황을 만들어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불안과 죄책감을 투사하도록 유도를 한 것일까? 그것이 내가 카프카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무섭게 느껴진 이유가 아닐까란 생각을 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