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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물에 대해 가장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은 바로 '일기'다. 과거나 현대나 일기는 개인의 감정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것으로 예술가들 역시 늘 일기를 썼고 그로 인해 후세엔 어떤 신념과 생각으로 살았는지 알게 된다. 오늘 만난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는 그동안 나에게 낯설고 안개 속에 갇힌 실비아의 모습을 조금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녀의 시나 단편을 읽은 적이 없지만 천재였지만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했다는 것이 내가 알던 실비아였다. 고스란히 담겨진 혼란스러운 감정과 그럼에도 삶을 이끌어가려고 했던 문장들은 나에게 전이가 되어 읽는 도중 혼란스러움이 가증되기도 했다. 일기는 1950년 ~ 1962년 까지 기록이 담아져 있는 데 일기 일부분은 배우자가 소실시켜버렸다는 점. 배우자의 외도와 둘 사이의 불합에 관련된 내용이 있어서 일까? 남편이 죽기 전 그녀의 일기를 공개했을 때 독자들은 전과 다르지 않는 내용이 비판을 했었다고 한다. 가장 궁금해한 부분을 독자는 어떻게서든 진실(진실일까? 궁금증일까?)을 알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초점은 실비아의 삶이었다. 책을(일기) 읽을 때마다 분명 일기인데 왠지 소설 같은 느낌이 들었는 데 이건 훗날 그녀의 글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보통 일기하면 개인적인 감정을 나열하기 마련인데 실비아는 더 깊이 들어가 자신의 고통을 끄집어 내어 이를 글로 표현했다. 방황과 혼란스러움을 적나라게 써내려갔다. 일기에 남겨진 글쓰기에 관한 격한 감정들, 여성으로서의 입장과 변화를 추구하는 것, 시에 대한 창작의 고통 등 복잡한 심리가 가득차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고뇌가 글의 거름이 되었다. 어둠이 짙을 수록 빛은 더 밝게 빛나려고 하듯이 말이다. 그리고 현재 두 사람에 대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는 데 천재라는 시인 외엔 불행한 삶을 살았을 인생에 사후에도 여전히 그녀를 놓아주지 않는다는 생각만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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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플라스의 일기 - 실비아 플라스![]() 실비아 플라스는 오래전, 그러니까 20대 초반 ‘버지니아 울프’의 책 <자기만의 방>을 우연히 알게 되면서 요절한 여성 작가 중 곧잘 거론되는 몇몇의 작가들 중 한 명이었다. 생각해 보면 실비아 플라스의 작품을 제대로 읽은 적이 없기에 그녀를 안다, 모른다 명백히 말하기도 어렵다. 이름만 아는 것도 아는 걸까? 그녀의 죽음을 안다고 해서 그녀에 대해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연히 필사 톡 방에서 만난 전혜린 님 이름 석 자에 오래전 그맘때 나의 문학적 감성을 훑던 무수한 이름들이 떠올랐고 곧이어 마주한 실비아 플라스는 마치 수순처럼 나의 품에 안겼다. 알지도 못하는 작가를 안다고 착각했던 건 단순한 이유였다. 바로 그녀의 죽음, 자살의 방식이었다.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그녀가 그렇게 죽음을 ‘선택’한 것에 조금이라도 다가서 보자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십 대 후반 이제 막 성에 눈을 뜨고 남성과 여성의 차이점 또는 휘몰아치는 격정과 격변에 대한 그녀의 일기는 이것이 왜 읽힐 수 있는 책으로 탄생했는지 능히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시인으로 명성을 떨친 그녀답게 일기에서 보이는 그녀의 시선과 감성은 제아무리 하찮고, 별 볼일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언정 그것이 결코 당시의 그녀에게는 가볍지 않다는 감정을 십분 느낄 수 있었다. 두꺼운 책 (700p)이라 아직 완독하지는 못했지만 그녀가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남편 테드 휴스와의 결혼 생활, 그녀의 작품 활동까지 다루고 있다. 한 사람의 일기가 문학이 될 수 있는 건 실비아 플라스 그녀가 가진 천부적인 문학적 소질이 그녀가 끄적인 글 속에 축축이 스며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을, 자신 그 자체를 작품화 시킨 데에 한몫한 그녀의 죽음은 결과론적으로 접했을 때뿐 아니라 그녀의 삶 자체에서 그녀의 삶이 작가 또는 작품으로의 삶이었다는 것을 명징하게 그려준다. 아니 에르노도 그랬지만 이 일기 속 실비아 플라스는 인간 그 자체였고, 하나의 인간이 하나의 작품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책을 좋아하고 작가를 동경하는 내 입장에서는 굉장히 농밀한 시간이었다. 글을 쓸 수 있을까요? 습작을 열심히 하면 글을 쓰게 될까요? 쓸 만한 작가가 될 재목인지 알아보기 전에, 일단 얼마나 많은 걸 글쓰기를 위해 희생해야 하는 걸까요? 그 무엇보다도,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고 시기심 덩어리에 상상력도 없는 여자가 빌어먹을 가치가 있는 글 한 줄이나 써낼 수 있을까요? 98 @moonyebooks #도서지원 #실비아플라스의일기 #문예출판사 #자서전 #일기 #책벗뜰 #책사애 #책추천 #양산독서모임 |
![]() ![]() ![]() 1963년, 30살의 나이에 가스 오븐에 머리를 박고 자살한 한 여인. 미국의 천재 시인 실비아 플라스의 실제 이야기다. 그녀는 1932년 10월 27일에 태어나, 1963년 2월 11일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이 짧은 한 문장 속에 한 사람의 생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녀가 매일 써내려간 일기 속에서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했던 생에 대한 열망,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의 혼란, 글쓰기에 대한 집념들이 빽빽이 담겨있었다. 그녀의 문학적 재능과는 별개로, 실제 삶은 어두웠다. 하지만, 끝없이 내면속 자신과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아마 글쓰기는 그녀에게 의식주, 그 이상의 것이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찰나의 순간은 삶 그 자체. 순간이 사라지면 삶도 죽는다. 그러나 매 순간 인생을 새로 시작할 수는 없으니, 기왕 죽어버린 시간들로 판단하는 수밖에 없다” 손에 꾹 쥐었다가 피면,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생의 허무함을 이미 그 젊은 나이에 깨달았던 걸까. 죽고 싶다는 욕망과 그럼에도 살고싶다는 욕망 사이에서 그녀는 생명력의 끈을 놓지 않고자 쓰고 또 써내려갔다. 쓰지 않으면 죽는 것과 다름없다는 듯이. 순간이 사라지면 삶도 죽는다.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이 사실에서 그녀의 통찰력을 엿볼 수 있다. 시, 삶, 그리고 죽음 이 세 키워드를 사는 내내 파헤친 그녀. 파헤친 흔적이 담겨있는 일기에 우리는 매혹될 수 밖에 없구나. 삶 앞에서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 해도, 일기 속에서만큼은 추하고, 불쌍하고, 우울한 그 모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그녀. 오직 한 자신으로 살아내는 생애를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돌파해왔던 그녀. 그렇기에 죽음이라는 곳에 하루빨리 당도하려는 그녀의 의지를 그 아무도 막지 못하게 된다. “실비아 플라스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고, 그녀의 신화는 여전히 강력한 매혹을 발산하고 있다. 그러나 독자 앞에는 선택이 남아 있다. 그녀의 신화를 ‘자살 인형’의 패티시로 소비할 것인가. 복잡다단하고 치열했던, ‘사람’이자 시인으로 기억할 것인가” |
![]() 미국의 시인이자 소설가로, 영국의 계관시인 테드 휴스와의 사이에 아이 둘을 두고 짧은 생을 충격적으로 마감한 비운의 천재 실비아 플라스의 가장 진솔하고 내밀한 일기는 적나라한 감정의 기록으로 과히 그 자체로 하나의 빼어난 문학작품으로 꼽히는 치열하고도 진솔한 기록은 700여 페이지에 달하는 글의 페이지가 순식간에 넘어갈 만큼 문장 속에 담긴 철학적 감성이 과연 젊은 20대의 감성인가 싶을 만큼 심오하다. ![]() 실비아 플라스의 자서전이 되어버린 일기는 치열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지향하는 삶을 구축하기 위해 부단히 분투했던 기록이기도 하다. 완벽주의자로서의 면모는 스스로를 발전시켜 나가는 원동력이자 비극적인 생의 마감을 맞게 한 원인이 된 것 같아 안타깝기도 했다. "현재는 영원이고, 영원은 무상하게 그 모습을 바꾸며, 처연히 흘러가다가는 형체 없이 녹아 내린다. 찰나의 순간은 삶 그 자체, 순간이 사라지면 삶도 죽는다.(중략) 이건 마치 물에 밀려 흘러가는 모래와 같다" 성장기 소녀 시절부터 그녀의 일기에는 삶과 죽음에 대한 심오한 고찰이 종종 등장한다. 플라스는 장학금을 계속 받기 위해서 우수한 학업성적을 유지해야 한다는 극도의 강박과 사회생활에서도 특히 남성과의 관계에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많았다. 시와 소설은 그런 그녀의 열정의 산물이 되었고 그녀를 지탱하는 자존감의 발로가 되기도 했다. 그녀는 스스로가 미쳐버린 것 같다고 적나라하게 일기에 기록하기도 했다. "계속, 계속, 계속해서 행군해야 해! " "삶이란, 뒷마당에 한가하게 앉아 기분 내키는 대로 글을 쓰다 말다 하는 무덥고 형체 없는 여가 속에 마냥 앉아있는 것이 아니었다. 삶은, 오히려 바쁜 사람들의 다람쥐 쳇바퀴 속에, 빡빡한 일정 속에, 미친 듯이 앞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었던 청춘 실비아 플라스는 엄격하게 정진했던 자신의 총체적 인생관이 한순간에 허공으로 제쳐지는 것이 가슴 무너지는 경험이라고 기록했다. 유리창에서 눈발 속으로 걸어가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며 한없이 행복을 느끼던 그녀는 사랑이란 절대로 현실에서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그녀가 느낀 가장 큰 절망이었을까? 불행하게 요절한 천재 시인으로서가 아니라 시로 자신을 표현하고 완성하고자 했던 진솔하고 삶에 열정적이었던 시인의 내밀한 이야기로 이 책을 읽기를 바란다. The Journals of Sylvia Plath(1932-1963) ![]()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
#실비아플라스의일기 #실비아플라스 #김선형옮김 #문예출판사 #서평그램 @moonyebooks 실비아 플라스! 그녀는 왜? 무엇때문에 한창나이에 생을 마감해야했나? 이 책을 읽으면서 동일 작가의 삶을 그린 뮤지컬의 한 넘버가 머릿 속을 계속 맴돌았다.(10년에 한번씩~??)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녀는 엄마와 함께 살면서 우울증이 생겼던거 같다. 그녀의 반복되는 자살시도! 여기에 자리하고 있는 감정 중에 여성이 남성보다 무시되고 힘든 삶을 사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이 있는 듯하다. 무엇보다 그녀의 일기를 읽으면서 그녀가 일기를 쓰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심리치료를 위한 것일 수도 있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글을 잘쓰는 실비아에게 있어 글을 쓰는 것, 글을 쓰는 순간은 그녀에게 자유의 순간이자 해방의 순간이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속적으로 뮤지컬 작품의 공연이 자동으로 머릿속에서 재생이 되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글의 분위기 또한 한 사람의 심리적 흐름만이 느껴지면서 어둡고 우울한 느낌이었다. 실비아 플라스라는 한 사람의 인생을 글을 통해 보면서, 실비아 플라스가 여성이 아닌 남성으로 태어났다면, 우울증은 없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비아가 느꼈을 좌절과 절망감, 그리고 여성으로서 제약과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는 자신이 싫었던 것일수도 있다. 실비아의 우울증은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부분을 찾는다면 남여간의 성적인 차별이 아닐까 한다. 실비아가 느꼈을 남여차별! 갠적으로 생각하기에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실비아가 살던 시대보다는 나아졌다고 할 수 있지만, 남성중심의 사회는 아직 변하지 않았으며, 이러한 사고방식과 인식 속에서 현대판 실비아 플라스가 나타나지 말라는 법은 없는 듯하다. 어찌 되었건, 실비아 플라스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지 않았다면, 흥미진진하고 잼있는 작품들이 더 많이 만들어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