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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독일이 어떤 지정학적 입장에서 군의 전술과 전략을 짜고 제국주의 야욕을 채우기 위해 동분서주했는지 알 수 있는 책을 읽었습니다. 제국주의가 판을 치는 세계에서 국가의 생존을 위해 옳은 길이라고 선택했을 전쟁에서 독일은 두 번의 패배로 고통스러운 국력의 손실을 뼈아프게 경험했습니다. 국제 정세를 모르고 자신의 힘을 자만하다가는 코가 깨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 이치일 것입니다.
2023의 국제정세를 신냉전이라고 부릅니다. 구냉전이 미국과 소련의 대치에서 비롯되었다면 새로운 냉전은 미국과 중국의 각축을 말합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질까 염려하며 어떻게 하면 우리의 생존을 보호할까 전전긍긍하며 중국을 배척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강변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힘을 길러 아무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나라를 만들 수 있을까 의견이 많을 것입니다. 이 책은 신냉전시대 우리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와 관련하여 과거 김영삼 정권시절의 국제정세 속 사건을 소환하여 온고지신하자는 주장을 합니다. 남문희 선생이 과거 기고했던 기사들을 정리한 책인데 30년 전의 기사가 고루하지 않습니다. 세상이 바뀌지 않은 것인지 우리가 변하지 못한 것인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하지만 분명 우리는 변했습니다. 구한말의 쓰린 아픔을 반복하질 않을 정도, 우리가 우리의 운명을 지혜롭게 헤쳐 나갈 힘을 길렀다고 믿습니다.
한반도의 남과 북으로 갈라진 북한과 우리나라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힘이 대치하는 곳입니다. 지정학적으로 남한과 북한이 어떤 세력과 붙는가에 따라 맞은편의 다른 세력은 불안합니다. 그래서 누구도 남한과 북한이 통일 후 어떤 세력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을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바라지 않습니다.
북한이 미국과 수교하여 친미정권이 들어서면 중국의 턱밑에 적대세력을 두게 됩니다. 러시아라고 다를 수 없습니다. 한국이 만약 중국과 러시아와 지나치게 친밀하게 되면 이번에는 일본과 미국이 불편합니다. 한반도 내에서는 남한과 북한이 서로의 불신에 의지해 공존을 하는 형국입니다. 북한이 남한을 배척한 채 미국이나 일본과 국교를 맺으면 한국이 고립될 수 있습니다. 국제 관계에서 고립은 생존을 위협합니다. 그렇다고 북한을 배척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우리 편으로 끌어들인다고 해서 한반도의 평화가 유지되기도 힘듭니다. 고립되어 불안한 북한이 어떤 짓을 벌일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고 서로의 정권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신뢰가 쌓이면 우리 스스로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겠지만 주변 4대 강국이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을 것입니다. 한반도의 평화세력이 누구와 협력할 것인가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있어야 한반도의 평화를 지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국제정세는 신냉전으로 팽팽합니다. 누구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선택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주체가 아닌 객체로서는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신냉전의 불협화음의 곡조를 편곡하여 우리의 노래로 바꾸어야 합니다. ‘강남스타일’이던,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리던 ‘아파트’가 되었던 신냉전세력이 같이 흥얼거릴 곡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공감을 얻어 우리가 우리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에 딴지를 걸지 않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김영삼 정권은 미국과 북한의 교섭에 항상 딴지를 걸었습니다. 하도 방해를 하니 판문점에서 북한대표가 (이렇게 미국과의 교섭을 방해해서 남북한이 대치하면) 서울이 불바다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을 우리 정부는 ‘서울이 불바다’만 전하여 남북한 사이를 더욱 냉각시켰습니다. 미국정부도 우리 정부에게 자세를 분명히 하라고 할 정도였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김영삼 정권은 클린턴 정권의 북폭을 자신들이 막았다고 선전을 하기도 했지요. 미국이 북폭을 계획하고 시물레이션을 하니 미군의 피해(초전 미군 사망자가 1만 명 이상)가 엄청난 것을 확인하고는 북폭은 없었던 일이 되었다고 합니다.
윤석열은 비상계엄을 하기 위해 헬기를 휴전선 상공으로 비행하게 하여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였습니다. 포탄도 엄청 쏘았습니다. 용산 대통령실이 아마도 도청이 되어 윤석열의 속내를 안 북한이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혼자서 상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한반도 체스판의 지정학적 조건에서 우리의 말들은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요? 생각하게 하고 상상하게 하고 질문하게 하고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의 다음 수를 예상하게 하는 연습을 하기에 좋은 책입니다. 이젠 우리나라에서도 우리의 시각으로 국제관계를 조망하고 대안을 만들 수 있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트럼프정부가 일으킨 무역전쟁이 첨예합니다. 지혜롭게 뜻을 모아 대처할 수 있는 정부가 출현하길 기대합니다. 가능하리라고 믿습니다.
이 책은 남문희 선생이 1권에 대한 저의 애정을 높이 사셔서 직접 사인을 하여 보내주신 책입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