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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시력에 문제가 있는 것을 느끼다 대학 들어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는다. 조금씩 조금씩 꾸준하게 시력을 잃게 되는 병이다. 우리말 제목 그대로 ‘점점 보이지 않는’ 것이다. 지금 저자에게는 5% 남짓의 시각이 남아 있다.
조금씩 시력을 잃어가는 저자는 어쩌면 인정하지 못했던 ‘눈먼 자들의 나라(The Country of the Blind, 이 책의 원제다)’로 들어가면서 이 책을 썼다. 법적 맹인의 지위를 얻고 지팡이를 펼친다. 가족들과 주변의 이해를 구하고, 앞으로의 삶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리고 ‘눈멂’의 철학적, 역사적 의미를 찾고, 눈멂을 비롯한 장애에 대한 상반되는 태도에 대해 깊게 고찰한다. 이 책은 그런 탐색과 고찰의 과정이다. 그의 시력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처럼 아직 끝나지 않은. ![]()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내용은 뜻밖에 알게 된 것들이다. 많은 현대의 기술들이 장애인들을 위해 개발되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휠체어 장애인들이 투쟁으로 얻어낸 건물들의 경사로(여기선 ‘커브 컷(curb cut)’이라고 한다)가 이제는 유모차나 카트를 미는 부모나 노인,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되었다. 류머티스성 관절염을 앓은 아들을 위해 개발한 수(水)치료 펌프는 이제 월풀 욕조로 발전되었다. 정보 기술은 더욱 그런 경로를 많이 거쳤다. 세계 최초의 타자기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고안한 것이며, 전자책의 표준인 EPUB는 1993년 시각장애인 기술자들이 처음 만든 것이다. 그밖에도 TV나 영화의 자막, 글자를 읽어내는 기술(OCR 기술) 등등 많은 기술들이 그렇다. 매우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을 위한 기술이 조금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더 많이 이용하는 기술이 된 것이다.
또 한 가지 인상 깊으면서, 헷갈리는 얘기도 있다. 바로 좁게는 ‘눈멂’, 넓혀서는 장애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어떤 쪽은 시각 장애를 중립적인 특징으로, 그것을 특별하게 여기면서 사람들의 연민이나 도움을 의도적으로 요청하는 것을 거부한다. 또 다른 쪽은 약점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그것에 대한 도움을 요청한다. 이것은 장애인들이 자신들의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주변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런 장애를 가지지 않은 사람들이 그런 이들을 어떻게 대하고,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태도의 문제이기도 하다. 신체에 어떤 문제를 가진 사람을 무언가 부족한, 모자란 사람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그런 특징을 가진 사람으로 볼 것인지. 그래서 그들만을 위한 어떤 것을 만들어서 지원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평범한 사회의 일원으로 보고 무심하게 바라봐야 하는 것인지. 이런 장애에 관한 상반되는 태도가 더 큰 사회적 문제와도 연결되는 것을 이 책에서 접할 수 있다. 저자도 결론은 내리고 있지는 않지만, 도움만을 청하는 태도와 전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태도 그 사이 어디쯤 된다는 것쯤은 알 수 있다.
매년 한두 차례 시각을 잃은 사람을 곁에서 볼 때가 있다. 얘기를 나눠 본 적은 거의 없지만 며칠씩 근처에서 걷기도 하고, 근처 식탁에서 식사를 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식사를 어떻게 할까 궁금하기도 했다. 도와주는 사람이 옆에 있기도 하지만, 그들은 별 문제없이 식사를 한다는 것을 보고는 그들에 대한 관심이 거의 사라졌다. 자주 보면서 그들이 별 특별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자연스레 느껴진 셈이다. 그들에게 식당에서 움직이기 편한 자리를 미리 배정해주는 것과 그들을 특별한 시선(‘응시’)을 가지고 바라보지 않는 것 사이에는 큰 모순이 없다.
누구나 무언가 결핍되어 있고, 나이가 들면서는 그 결핍이 일상화된다. 그걸 장애, 혹은 불구(crip, 이 말이 퀴어(queer)라는 단어처럼 중립적이거나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이는 재전유되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라고 부르지 않더라도 점점 불편한 세상에서 살아가게 마련이다. 그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인가에 따라 좋은 세상과 나쁜 세상이 나뉠 것이다. 물론 그 태도에 묘하게 어려운 지점이 있긴 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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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그들의 현실을 새롭게 조명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와 같은 이 책은 시각장애를 겪고 있는 저자의 깊이 있는 회고록이에요. 저자는 자신의 시력 상실 과정을 통해 사랑, 가족, 그리고 사회적 역할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태도를 갖추어가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일상의 조건들이 무너지기는 과정, 또 새롭게 열리는 가능성을 맞이하는 과정..... 이 책은 저자의 회고록이긴 하지만, 단순히 개인의 서사에 머무르지 않고,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를 허물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는 트리거와 같았어요. 저자가 지팡이를 들고 나가는 모습은 변화된 관계의 복잡성과 사회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순간이었어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견한 새로운 사랑의 형태와 가족의 헌신에서 큰 위안과 위로를 느끼게 되더군요! 장애가 단순한 결핍이나 소외가 아닌, 창조와 관계의 새로운 방식을 내포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에 공감과 지지와 감동을 받았어요! 책을 읽다보면 다양한 정체성이 교차하며 많은 질문과 함께 생각을 하게되고, 자연스럽게 도달하는 인사이트들이 있는데, 그 몰입감있는 여정들이 좋았어요! 저자는 시각장애인을 단일한 정체성으로 국한하지 않고, 평범한 삶 속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현실을 비추며,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고 이야기하죠! 이 책은 단순한 개인의 회고록이 아니라,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뛰어넘어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우리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책이에요~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공감하고, 각자의 삶속에서 긍정의 실천으로 이어진다면, 우리 사회가 좀 더 건강하고, 살만해질 것 같아요!! *문장수집 [1] 내가 어떤 종류의 시각장애인이 되어야 할지 알아내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내가 장애와 무관하게 어떤 사람인지, 또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알아내려는 꾸준한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이 되었다. . [2] 붐비는 지하철에 서 있는 동안 나는 촉각을 곤두세우기 위해 오스카를 양팔로 감쌌다. 내 손길이 닿는 순간 아이는 고개를 내게 기댔는데 그 제스처는 내 실명에 대한 기능적 편의 제공인 동시에 사랑의 순간이기도 했다. 두 가지 종류의 접촉 사이에 놓였던 장벽은 녹아 없어졌다. 그날은 내 시각장애에도 아랑곳없이 멋졌던 날이라거나, 내 시각장애 덕분에 멋졌던 날이 아니었다. 다만, 내 시각장애와 함께 멋진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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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퓰리처상 최종후보작 앤드루 릴런드의 책 <나는 점점 보이지 않습니다>. 시각장애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그가 경험한 내면의 변화와 시각장애라는 주제를 매개로 사회와 역사를 탐구하는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한국어판 표지에는 제목, 부제, 저자명, 역자명이 점자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끝의 시작’이라는 글로 시작하는 이 책은 저자가 시력을 잃으며 겪는 상실의 고통을 넘어 새로운 감각의 출발을 의미합니다.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고 점차 시력을 잃어가는 경험을 바탕으로, 그의 변화된 삶의 방식과 그 과정에서 만난 다양한 세계를 기록한 <나는 점점 보이지 않습니다>. 시각을 잃어가는 두려움과 그에 따른 일상적인 변화를 면밀히 탐구하며 시작됩니다. 그는 ‘눈먼 자들의 나라’를 새로운 감각으로 이해하려고 합니다. 그의 내밀한 표현은 마치 처음부터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보는 법을 배우는 듯한 경험을 안겨줍니다. 독자도 그 여정에 참여하며 삶의 감각을 새롭게 경험하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 저자는 시각장애인이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느꼈던 혼란을 털어놓습니다. '시각장애인이 아니다'라는 자기암시를 걸면서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한 집착을 유지하기도 했습니다. 시각장애인으로서의 자립과 타인의 도움, 그리고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지팡이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자신이 사회적으로 '다른' 존재로 인식된다는 사실을 직면합니다. 그의 아내조차도 남편이 지팡이를 들고 다니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고, 주변 사람들은 그를 동정하거나 불안해했습니다. 그는 이 경험을 통해 장애에 대한 편견과 사회적 소외를 깊이 탐구하게 됩니다. 지팡이는 시각장애의 상징적인 도구임과 동시에 자신과 타인 간의 관계를 바꾸는 요소입니다. 그는 시력을 잃음으로써 자신이 갖고 있던 가부장적 역할이 좌절되는 경험을 합니다. 시각장애와 사회적 통념, 특히 남성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 탐구하며, 실명을 통해 자신이 새로운 존재로 태어나고 있음을 자각하게 됩니다. 시각장애인으로서 점자와 오디오북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독서를 해야 했고, 이전에 익숙했던 독서 경험과는 전혀 다른 감각적 경험을 겪게 됩니다. 비시각장애인이 놓칠 수 있는 새로운 인식을 얻게 됩니다. 저자는 자신이 점자를 통해 아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경험을 이야기하며, 비시각장애인들이 생각하는 ‘완전한 독서’와는 다른 형태의 즐거움을 발견했다고 말합니다. ![]() 시각장애를 겪으면서도 창조성을 잃지 않는 다양한 사례들도 살펴봅니다. 시각의 한계가 창의력의 한계를 의미하지 않음을 강조합니다. 시각에 의존하지 않는 창조 과정, 감각의 확장, 그리고 예술적 혁신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중요한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청각을 통해 세계를 재발견하는 과정을 탐구합니다. 소리로 세계를 재구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소리로 세상을 그린다'라는 말처럼, 보이지 않는 풍경을 청각으로 느끼고 해석하는 경험을 공유합니다. 이러한 감각의 재발견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의 주변을 인식하게 된 릴런드. 단순한 적응이 아니라, 감각의 진화와도 같았다고 말합니다. 책 후반부에는 철학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감각의 혁신에 대한 이야기를 심도 있게 다룹니다. 시각 중심의 인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세계로의 도약을 의미합니다. 감각의 한계를 넘어서 새로운 세계를 발견해가는 여정을 담은 철학적 성찰 <나는 점점 보이지 않습니다>. 시각장애를 단순히 극복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더욱 풍부하고 다차원적인 경험을 할 수 있음을 들려줍니다. 시각의 한계를 넘은 감각의 풍경. 시각장애인의 삶에 대한 깊은 이해와 더불어, 비장애인도 감각의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도서협찬 #나는점점보이지않습니다 #앤드루릴런드 #어크로스 #인문 #시각장애인 #시각 #감각 #자서전 #에세이 #인디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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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점점보이지않습니다 #앤드루릴런드 #어크로스 #크로스리뷰 #나는점점보이지않습니다X나는꿈을코딩합니다 #서평단 #서평 #책추천 '눈멂'. 이 책을 읽으며 유독 이 단어에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생각도 많이 한 것 같다. 어떤 의미일까, 어떤 느낌일까를 오래 되물었던 것 같다. 저자는 서서히 자신이 실명될 것이라는 사실을 품고 오랜 시간을 살아가고 있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서서히 줄어드는 시야를 통해 자신에게 다가올 이후의 삶을 내내 끊임없이 생각하며 살 수밖에 없는 삶이었다. 과연 이건 저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 걸까. 점점 시력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을 사는 내내 인식하고 또 적응하며 살아야 하는 삶이 무척 힘들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경험해보지 못했고 또 잘 알지 못하면서 함부로 말하면 안 되지만, 내내 자신의 시력에 대해 한 순간도 벗어나지 못한 채 삶을 살아내야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로 다가올 것인지, 그래서 어떤 기분과 느낌일 지에 대해 솔직히, 짐작도 어려웠다. "낱알 하나에 또 낱알 하나." 클로브는 대사를 잇는다. "한 번에 하나씩, 그러다 어느 날, 별안간 무더기가 되는 거야." 이 대사가 암시하는 고대 그리스의 무더기라는 모순이 나로선 점진적 시력 상실이라는 모순적 경험을 설명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 되었다.(376쪽) 다만, 저자는 꽤 진지하고도 유연하게 자신의 시력에 대해 또 사랑과 가족에 대해, 그리고 장애에 대해 차분히 숙고하여 말할 수 있을 경지에 도달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이 무척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부터 책을 읽어나가면서 뭔가 다급하거나 무척 중요하니 꼭 알야아한다는 듯한 긴장감이 전혀 없었다. 그저 저자가 차분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이것이 이 책을 천천히 읽어나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할 것 같다. 무엇 때문이라고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어도, 이 책을 천천히 한줄 한줄 읽어나가다보면 오히려 마음이 안정적으로 가라앉는 기분이 들어 애써 책을 열심히 읽어내겠다는 부담 없이도 스르륵 책장을 넘기게 되는 책이었다. 만약, 비장애인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장애인을 바라보는 입장의 마음을 고수하고 있었다면 내내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으로, 불쌍히 여기려는 마음이 생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마음보다는 오히려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시각장애와 그 외 장애에 대한 생각을 곱씹게 만들어주는 느낌이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장애를 한 사람의 삶에 나타난 특별한 현상이 아닌, 우리 삶에서 자연스럽게 녹여 생각해봐야 할 하나의 상황으로 인식이 되었다. 이게 바로 이 책이 갖고 있는 장점인 것 같다. 결국 나는 눈먼 이들의 세계와 시각 세계를 구분하는 것은 타고난 차이보다는 낙인과 오해로 이루어진, 대체로 피상적인 것임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이 눈멂에 대해 가진 잘못된 인식, 즉 두려움, 폐소공포, 유아화, 근본적인 타자성의 장소라는 눈멂의 이미지를 없앨 수 있다면 우리 앞의 풍경은 무척이나 다르게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눈먼 자들은 우리의 세계에, 우리도 그들의 세계에 속한다. 그 세계는 하나이므로.(385쪽) 이 책을 다 읽고나서야 비로소 눈멂의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노력이 나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눈멂이란 단어가 눈에 밟혔던 것은 어쩌면 이런 이미지에서 나는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 한 권으로 우리의 세계가 하나라는 것을 실질적으로 체득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다만, 이 책이 이런 인식을 만들어 낙인과 오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니 책 읽기를 계속하는 수밖에 없다. 계속 읽으며 내 안에 내재되어 있던 잘못된 생각의 뿌리를 뽑을 수 있는 힘을 키워야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나도 저자와 같은 단단한 마음이 필요하고 또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객관적 시야를 확보할 필요가 있음을 깨닫는다. 함께 살아가면서 릴리가 서서히 사소하고 불편하지만 중요한 제스처를 하기 시작할 때 나는 이런 역동성이 릴리 안에서도 움트는 것을 본다.(...) 그 모든 것이 사랑의 행위다. 그리고 사랑이란 애초부터, 언제나, 자립을 내려놓는 행위였다.(267-268쪽) 사랑. 이 책을 종합하여 한 단어로 이야기한다면 결국 모든 것은 사랑의 행위로 귀결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덕목. 서로가 서로의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줄 수 있게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마음이 곧 사랑이지 않을까. 이건 꼭 장애라는 단서를 붙이지 않더라도 우리의 삶 그 자체에 모두 해당되는 부분이다. 그러니, 이 책은 사랑에 대한 책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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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점점 보이지 않습니다』는 미국에 살고 있는 중산층 계층 백인 유대계 남성 작가이자 출판 편집자인 앤드루 릴런드가 본인의 시력 상실에 대해 쓴 회고록이다. 저자는 10대 시설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는다. 이 병을 가진 사람은 시력을 꾸준히 상실하다가 어느 순간이 되면 완전히 시각을 잃게 된다. 보통 10대에 발견되고 중년쯤 이르면 기능적으로 완전히 시각이 상실된다고 한다. 종종 망막색소변성증은 야맹증의 증상과 혼동하기도 한다. 이 책은 2024년 퓰리처상 회고록 부분에 최종 후보에 들기도 했다. 저자는 눈멂의 세계를 탐구하기 위해 문학, 사회학, 정치학, 보건의료학, 역사, 테크놀로지 등 다양한 영역을 가로지른다. 각종 매체에서 이 책을 소개할 때 '장대한 탐구'라는 표현을 붙이는 이유는 이 책이 탐구하는 영역이 전방위적으로 뻗어가기 때문이다. 저자의 지적이고 성찰적인 글쓰기는 시력을 잃어가면서 겪었던 체험을 적절히 녹여내고 있다. 그래서 그의 글은 소수자/인권/장애/정체성에 대한 지적인 앎을 넓혀줄 뿐만 아니라 타인에 깊게 몰입할 수 있는 정서적 체험도 제공한다. ◇ 시각장애인의 삶에 크나큰 영향을 주는 가장 핵심 요소는 바로 누가 가족인지(돌봄을 제공해 줄 사람이 있는지, 그리고 돌봄 제공자가 어떤 사람인지)와 경제적 수준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본인 역시 <들어가며>와 <2장 지팡이들의 연대와 갈등>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 ◇ 이 책은 눈멂의 세계에 대한 장대한 탐구 여정으로 비장애인인 나는 눈멂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없어서 당연히 무지의 바다에서 허우적댔다. 그래서 무수히 그었던 밑줄 중 몇 개를 적어본다. 먼저, 장애의 세계도 당연히 각각 다르다.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 공동체에 비해 농인공동체가 구축한 세상은 언어학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풍부하다. 농인들은 그들만의 공통언어 수어를 만들어 냈고 워싱턴 D.C.에는 농인 중심 대학교도 설립되어 있다. (여기서 농인(Deaf)은 청각장애인과 동의어가 아니다. 농인으로서의 정체성과 가치관으로 이루어진 농문화를 적극적으로 영위하고 수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반면 시각장애인은 농인 공동체가 구축한 탄탄한 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또 시력을 한 번에 잃은 것이 아니라 점점 잃어가는 저자가 지팡이를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혼란을 느끼는 부분에도 굵은 밑줄을 그었다. 시력이 미약하게나마 남아있는 저자는 "지팡이를 사용하면서 장님 행세를 하는 사기꾼이 된 기분을 느끼느냐, 아니면 볼 수 있는 사람인 척하며 나와 타인에게 갈수록 더 심각한 위해와 아수라장을 일으킬 위험을 감수하느냐"(p56)라고 갈등한다. 커다란 활자는 겨우 읽을 수 있고 사람 얼굴은 대충 구분하고 신호등이 깜빡이는 것은 분간할 수 있기에 "지팡이를 휘두르는 완연한 눈먼 자의 모습으로 새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라고 쓴 대목을 읽으면서 적당한 형용사가 떠오르지 않는 그런 심란함을 느꼈다. ◇ 저자는 책의 말미에 스스로 발견한 가장 놀라운 발견은 눈멂이 전적으로 평범할 수 있다는 것이라 한다. 앞을 볼 수 없다는 극단적 사실이 배경으로 녹아들 수 있음을 비장애인인 우리는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저자가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그가 본인의 삶을 껴안았고 수용했기 때문이 아닐까. 온갖 작은 실패와 좌절에 일희일비하는 비장애인인 내가 "나도 저자처럼 내 삶을 수용하겠다"라는 말은 이제 할 수가 없다. 그냥 나는 이 책을 읽음으로써 좀 덜 무지하기를 바랄 뿐이다. 최근에 읽은 카렌 암스트롱의 <상처 주지 않을 결심>에 자비는 지적인 앎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장애라는 것에 대한 '앎' 없이 단순히 감정적 공감은 연민과 동정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장애를 가진 이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앎이 필요하다. 우리의 직관은 대부분 틀렸다. 장애를 가진 사람은 우리가 생각하는 도움을 원치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장애인인 내가 '이 정도면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아 연출을 하기 위해 건넨 호의가 누군가를 모욕하는 처사일 수 있기 때문이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쓴 독후감입니다 #나는점점보이지않습니다 #앤드루릴런드 #송섬별옮김 #어크로스 #시각장애 #장애 #정체성 #인권 #소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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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 나는 시각장애에 대해 동정심, 불편함, 그리고 현대 의학으로 시력을 회복할 수 없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저자는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은 후 시력이 점차 사라지는걸 느끼며 시각장애인 공동체와의 연대를 탐구하고자 한다. 눈이 멀었거나, 안멀었거나 이분법적인 상태가 아닌, 느리게, 미세하게 시각을 잃어가며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혼란으로 시작한다. 시각장애인은 정보 접근성이 낮아 학습과 노동 등 여러 측면에서 경제적 주변화를 겪는다. 비교적 활동이 가능한 시각장애인이 그렇지 않은 시각장애인과 동일시 되는 것을 꺼리기도 한다. 법과 제도가 나아지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공동체에 속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들에게 시각적 아름다움은 어떤 의미일까. 물론 누군가를 아름답고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것은 외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많은 시각장애인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지만, 가끔은 풍경이나 사람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궁금해할 때도 있다고 한다. 책을 좋아하던 저자는 점자책과 오디오북에도 익숙해져야 했다. 언어를 귀로 들을 때도 시각 피질이 활성화되지만, 그 정도는 덜하다고 한다. 나 역시 오디오북을 자주 듣지만, 책을 눈으로 읽을 때 언어와 구조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기분이 든다. 이런 내용을 읽다보니 책의 활자가 조금 특별하게 느껴졌다. 책의 3부에서 내가 시각장애인에 대해 얼마나 편협한 생각을 했는지 깨달았다. 현대 의학의 혁신으로 시력을 되찾을 수 없나 고민했던 나의 생각은 실명을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만 보았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을 하나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이고 그 자체로 사회에 발을 내딛는 사람들을 생각해보지 못했다. 이 책에는 시각장애인의 교육과 노동, 법과 제도, 과학적 측면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장애인 체험이라며 안대를 쓰고 앞이 보이지 않는 당황스러움을 느끼는 건 극히 일부였다. 또한, 태아의 장애 유전자검사에 대한 찬반양론도 매우 흥미로웠다. 책에 담긴 여러 용어와 감정, 고민들이 결코 가볍지 않아서 완독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지만, 많은 깨달음을 주는 책이었다. 600P 북클럽 리딩가이드에 약 12개의 질문이 있어 책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
?? 기억에 남는 문장"한 가지 특성이 전체를 대변하게 되면, 이 특성이 전체를 지워버릴 때 문제가 발생한다."망막색소변성증. 이름도 생소한 이 병은 광수용체 기능이 저하되며 점차 시력을 잃게 되는 희귀 질환이다. 저자 앤드루 릴런드는 이 병으로 인해 보이는 사람 - 잘 안 보이는 사람 - 안 보이는 사람의 과정을 천천히 가고 있다. ?? 눈멂을 향해 고동치며 나아가는 내 앞에는 선택지가 놓여 있다. 내가 기존에 지녔던 자아상에 매달릴 것인가, 아니면 그것을 버리고 앞으로 다가올 알 수 없는 무언가와 화해할 것인가 작가는 자신의 앞에 놓여진 미래를 알아가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눈 먼 자들의 세계를 진지하고 깊이 있게 탐구한다. 시각장애인연합의 행사에도 참가하고, 트레이닝 센터에서 트레이닝을 받고, 여러 시각 장애인들을 만난다. 이렇게 눈멂의 세계로 들어가며 그는 깨닫는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눈먼 자들의 세계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눈 먼 자들의 세계에는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고약한 농담, 잘못된 인식, 무례한 호기심, 차별적 인식에서 나오는 온정주의적 태도 등이 표류하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시각장애인들이 겪는 수많은 경험들은 비시각장애인의 폭력적인 시선과 인식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예를 들면 저자는 유효 시력이 남아 있지만 제한적이기에 지팡이를 짚고다니다 한 사내와 눈이 마주친 순간 사기꾼을 바라보는 듯한 눈빛에 상처를 받는다. 이런 정보의 부재로 인한 문제보다 더 큰 문제는 그들을 무능한 약자로 보는 우리의 인식일 것이다. 비시각장애인보다 훨씬 높은 시각장애인의 실업율은 그들의 능력이 아니라 우리의 인식이 만든 숫자일지 모른다. 우리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라는 것을 지나치게 약자의 증거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말한 것처럼 사랑은 언제나 자립을 내려 놓는 행위이고, 우리는 사회 안에서 서로에게 의존하며 살아가는데 말이다. 시각장애인들은 이런 약자라는 인식을 지우기 위해 힘을 모아 투쟁하고 있으며, 저자도 고통의 과정이 있었지만 시각장애도 결국 한 가지 특성에 지나지 않다고 말한다. ?? 실명은 사형선고가 아니다. 점자를 읽는 건 기적 같은 일이고, 눈멂은 내게 평생을 탐구할 흥미로운 해석학적.인식론적 질문들을 열어주었다. 눈먼 사람의 충만하고 기쁨 넘치는 삶은 정말로 가능하다. ?? 나의 가장 놀라운 발견은 눈멂이 전적으로 평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극단적 사실이 배경으로 녹아들 수 있음을 비장애인들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읽기 전에 장애라는 시련을 극복해 나가는 개인의 감동적인 서사가 담긴 힐링 에세이라 생각했던 것조차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 마음 속 편견이 이미 시각장애를 극복하기 어려운 시련으로 설정했던 것이다. 오히려 장애물은 외부에 있었다. 이 책은 시각장애인에 대한 존중, 나아가 사회에 존재하는 무수한 다름이 세계를 나누고 있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하게 한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회적 약자로 취급하는 것이 선한 의도였다 하더라도 그 자체로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말이다. 조금 더 성숙한 사회인이 될 수 있는 인식의 변화를 만드는 좋은 책이었다. *어크로스 600P 클럽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 받아 남기는 리뷰 입니다 :) . . . #어크로스#나는점점보이지않습니다#앤드루릴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