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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수정 《칠면조가 숨어 있어》, 불안은 스멀스멀 균열로 이어질 수도 있고...
"위수정 《칠면조가 숨어 있어》, 불안은 스멀스멀 균열로 이어질 수도 있고..." 내용보기
“마음에 말을 담아놓는 상자가 있다고 하자. 상자에는 말이 나오는 구멍이 있다. 구멍에는 거름망이 있는데 유미는 상자의 거름망을 촘촘하게 잘 조절해서 적절한 말만 딱 꺼내어놓는 사람이었다. 실없는 농담이나 남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았다. 낯선 이와의 자리에서도 침묵이 지나가는 모습을 큰 불편함 없이 바라보는 쪽이었다...” (p.7)  소설은 유미를 정의하는 선호의 몇몇 문장
"위수정 《칠면조가 숨어 있어》, 불안은 스멀스멀 균열로 이어질 수도 있고..." 내용보기

  “마음에 말을 담아놓는 상자가 있다고 하자. 상자에는 말이 나오는 구멍이 있다. 구멍에는 거름망이 있는데 유미는 상자의 거름망을 촘촘하게 잘 조절해서 적절한 말만 딱 꺼내어놓는 사람이었다. 실없는 농담이나 남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았다. 낯선 이와의 자리에서도 침묵이 지나가는 모습을 큰 불편함 없이 바라보는 쪽이었다...” (p.7)


  소설은 유미를 정의하는 선호의 몇몇 문장으로 시작된다. 이 부분까지 읽었을 때 내 아내는 유미를 꽤나 닮았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바로 이어지는 문장을 통해 유미가 취하면 달라진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선호는 유미가 취하면 ’유미의 의지와 무관하게 말이 저절로 스르르 빠져나오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한다. 내 아내는 그런 적이 없다. 단 한 번도, 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거의 대부분, 이라고 말할 수는 있다.


  “유미는 선호보다 다섯 살이 많았다. 직장 생활 20년 차였다. 선호는 11년 차. 부서는 달랐지만 오다가다 보는 사이. 선호는 과장, 유미는 차장이었다. 선호는 유미가 퇴사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사귀기 시작하고도 한참 지나서 알았다. 파이어족...” (p.9)


  직장 선후배 사이라고 할 수 있는 유미와 선호는 연애를 시작하고 종국에는 결혼에 이른다. 유미가 선호의 직속 상사였는지는 모르겠다. 중요하지 않다. 유미가 파이어족이었다는 사실은 조금 중요해보인다. 그러니까 유미는 조기 은퇴를 꿈 꾸었다. 열심히 일했고 이르게 회사를 그만둘 작정이었고 선호와 결혼을 한 다음 이를 실천에 옮긴다. 결혼하고 1년 뒤였지만 유미의 계획보다는 4년이 늦어진 시점이었다.


  “... 선호가 오징어볶음을 밥에 올리며 무슨 얘기를 하려는데, 참, 나 내일 저녁에 수업 가요, 앞으로 두 달간은 금요일 저녁에. 소설반 새로 등록해서. 유미가 말했고 선호는 아, 하며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하려던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p.24)


  처음 선호가 유미의 집에 갔을 거실과 서재에 가득한 책들을 보며 취미가 독서라는 말을 실감하였다. 아직 연애의 시기에 선호는 요즘 무슨 책을 읽느냐는 유미의 물음에 《정의란 무엇인가》라고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일을 그만두고 유미는 본격적으로 소설을 쓸 작정을 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 7시 수업을 듣기로 하였다. 거리가 있어 밤 10시가 되어야 집에 돌아올 수 있다.


  “식사를 마친 유미는 다시 서재로 돌아갔다... 선호는... 설거지를 한 후, 혼자 사는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몰두해 보았다. 그러다 메시지 알림이 와서 보니 유미였다. 텔레비전 소리 좀 낮춰줄래? 선호는 꼭 닫힌 서재 문을 바라보았다. 텔레비전 소리를 낮추며, 유미의 진심이 두려워졌다. 왠지 저 사람은 해낼 것 같다는 느낌...” (pp.38~39)


  나의 아내는 문창과를 졸업했고 학교를 다니는 동안에 촉망받는 지망생이었다. 당시에 나는 아내와 연애 중이었고 나 또한 나름의 문청이었다. 그때 나는 애인인 당시의 아내가 등단을 했다면 진심으로 축하했을 것이다. 그런데 충분히 축하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소설 속 선호의 심정은 그때의 나와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여튼 소설 속의 선호는 불안해 한다.


  “... 선호는 파일명을 일기라고 썼다가 칠면조로 바꾸었다.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칠면조라는 글자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상하는 것 같았다. 선호는 무제로 파일명을 바꾼 후 컴퓨터를 껐다. 서재를 나와 선호는 조용히 유미 옆에 누웠다. 컴퓨터에 몇 줄 적은 것이 전부인데 신기하게도 마음이 차분해졌다. 파도가 가라앉았다...” (p.55) 


  선호의 불안감은 유미의 컴퓨터를 몰래 들여다보기에 이른다. 칠면조는 유미의 여러 폴더명 중 하나였다. 소설에는 오징어 폴더에 들어있는 장편의 내용 일부가 실려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염탐은 선호의 일기 쓰기로 이어진다. 그러고 보니 일기다운 일기를 써본 지 오래되었다. 아내와 나 사이에도 상대방의 폴더에 관심이 있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 아주 아주 오래 전 일기를 꺼내 보아야만 겨우 확인할 수 있을 법한 일이다. 



위수정 / 칠면조가 숨어 있어 / 위즈덤하우스 / 2024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26.07.2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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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면조가 숨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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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픽에 꽂힌 나에게 위수정 작가 님의 제목도 요상한 ‘칠면조가 숨어있어’는 필연적 선택이겠지?제목의 칠면조가 참 궁금했는데 항상 나의 예상과 빗나가는 위픽. 그래서 매력 있다. 여기서 칠면조는... 노트북에 숨겨둔 파일이름...예전에 새폴더 만들면 직박구리... 같은 새들의 이름이 나왔던 것 같다. 근데 난 왜 칠면조의 기억은 없을까? 출판사에서 나온 줄거리를 보자.사내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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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픽에 꽂힌 나에게 위수정 작가 님의 제목도 요상한 ‘칠면조가 숨어있어’는 필연적 선택이겠지?

제목의 칠면조가 참 궁금했는데 항상 나의 예상과 빗나가는 위픽. 그래서 매력 있다. 여기서 칠면조는... 노트북에 숨겨둔 파일이름...예전에 새폴더 만들면 직박구리... 같은 새들의 이름이 나왔던 것 같다. 근데 난 왜 칠면조의 기억은 없을까?


출판사에서 나온 줄거리를 보자.

사내 커플로 시작해 부부의 연을 맺은 ‘유미’와 ‘선호’는 특별히 어려울 일도 고민할 일도 없이 흘러가는 결혼 생활을 보낸다. 결혼을 하려면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는 조언에 따라 선호는 유미와 결혼 전 술도 마셔보고, 가까운 친구들도 만나봤지만 유미의 결점이 보이기는커녕 귀여워 보이기만 했다.

함께 산 지 1년, 유미는 돌연 회사를 그만두고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열심히 일한 파이어족이 여가를 보람 있게 보내는 방법 정도로” 여긴 선호의 예상과 달리, 유미는 매주 금요일 밤이면 소설 창작 아카데미에 나가고 선호가 잠든 뒤 침대를 빠져나와 선호에게는 결코 보여주지 않는 글을 쓴다. 궁금증을 키워가던 선호는 어느 밤, 유미가 목욕을 하러 간 사이 유미의 노트북을 들여다보는 데 이른다. 칠면조라는 폴더 아래 전 연인의 이름으로 보이는 폴더들이 늘어서 있고, 선호의 이름도 발견된다.

“많은 이들이 무난하게 살아가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은 각각의 균열을 나름의 방식으로 극복하거나 극복하지 않은 채로 수긍하며 살아가는 것이 일상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기도 해요.”_70쪽 〈위수정 작가 인터뷰〉

우리는 연인이나 배우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다가도 불현듯 이 사람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느끼는 순간, 영원히 회복할 수 없는 불안과 혼란이 찾아온다. 속속들이 알고 싶지만, 알고 싶은 만큼 두려운 연인의 진심. 칠면조가 숨기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아니, 그것을 알아야 할까? 끝없는 의심과 믿음을 가장한 무관심을 양팔저울에 올려둔 채 선호의 진짜 결혼 생활이 시작된다.



우리는 가족, 연인, 친구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과연 모든 것을 알 수가 있을까? 알 필요가 있을까?

알고 싶지만 알고 싶지 않은 그런 그들의 진심. 나는 과연 숨기고 싶은 것이 없을까?

파이어족 유미의 야무진 인생 계획과 성취, 소설 쓰는 그녀의 모습이 부럽게 느껴지던...

작가들은 필연적인 고민과 외로움이 있는 것.

암튼,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나는 과연 칠면조에 어떤 이야기를 넣어두고 싶은가를 생각해 본다.

YES마니아 : 로얄 r***u 2026.05.0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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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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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고 소문이 없는 사람. 깔끔한 이미지의 직장 생활 20년 차의 유미 차장.11년 차 선호에게 그런 유미 차장은 얼마나 멋있어 보일까?그런 멋진 여자가 내 여자친구가 될 확률은?여기저기 소문을 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기 힘든 상대인 유미가 바로 내 여자친구가 됐다. 사귀고 나서야 알았다. 그녀는 ‘파이어족’이었다. 그리고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었다.결혼까지 이어졌다.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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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쁘고 소문이 없는 사람. 깔끔한 이미지의 직장 생활 20년 차의 유미 차장.
11년 차 선호에게 그런 유미 차장은 얼마나 멋있어 보일까?
그런 멋진 여자가 내 여자친구가 될 확률은?

여기저기 소문을 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기 힘든 상대인 유미가 바로 내 여자친구가 됐다. 사귀고 나서야 알았다. 그녀는 ‘파이어족’이었다. 그리고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었다.

결혼까지 이어졌다.
결혼 후 얼마 되지 않아 유미는 퇴사를 했고 투자와 글쓰기를 한다고 했다.
22년간의 직장 생활로 혼자서 웬만큼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모았다고 했지만 정확한 금액을 알려주진 않았다.

퇴사 후의 삶은 조금씩 변해갔다. 시간이 많은 유미에게 집안일의 대부분이 옮겨졌다.
그런 유미가 금요일은 글쓰기 모임에 나가야 해서 저녁 준비를 하지 못한다고 했다.
처음엔 금요일 하루는 자신이 집안일을 하고 혼자 밥을 차려먹고 유미를 마중 나가기도 했다.
그러나 점차 배달 음식을 먹으며 늘어지게 되고, 유미의 외부 활동과 글이 궁금해졌다.

그녀의 컴퓨터를 훔쳐보기로 계획한다.
일기
적나라한 묘사들이 들어있는 글
그리고 자신의 이름이 들어있는 칠면조 폴더를 확인하려는데..

자신의 컴퓨터에 들어 있는 모든 것을 내보이지 못하면서, 남의 것을 훔쳐보는 남편이란..
22년간 자신의 노후를 감당할 만큼 돈을 벌고 파이어족이 된 아내.
분명 첫 시작은 감사였으나, 막상 일상이 되고 나니 생겨나는 잡생각들.
이 둘의 부부 생활 괜찮을까?
s****o 2026.02.10.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칠면조가 숨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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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면조는 정말 숨어있었고 그 칠면조가 정확하게 뭔지는 역시나 책을 읽으면 알게된다는 사실..사랑으로 결혼한 부부가 하루의 대부분, 오랜 시간을 함께 하게 되며 느껴가는 서로의 차이. 단편소설이라 그렇지 장편소설이었으면 이런 고민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 나왔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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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면조는 정말 숨어있었고 그 칠면조가 정확하게 뭔지는 역시나 책을 읽으면 알게된다는 사실..
사랑으로 결혼한 부부가 하루의 대부분, 오랜 시간을 함께 하게 되며 느껴가는 서로의 차이. 단편소설이라 그렇지 장편소설이었으면 이런 고민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 나왔겠지?
YES마니아 : 골드 1*******l 2026.02.1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