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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실을 적나라하게 까발려보이는 책이다. 너도 알고 나도 알고 너나 나나 똑같이 욕망하지만 내 입으로 대놓고 말하기엔 천박해보이니까 함부로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것들이 인물들의 행동과 대사속에 줄줄이 쏟아져 흐른다. 겉보기엔 멀쩡하고 쿨해보이기까지 한 인간들 밑바닥엔 뭐가 있는지 작가는 현미경을 들이댄 채 잔인할 정도로 천천히 작은 부분 하나 놓치지 않고 들여다본다. 그리고 그걸 읽는 독자인 나는 어딘지 모르게 내가 발가벗겨진 기분이 들 정도로 부끄럽다. 다름 아닌 나의 모습이기도 한 등장인물들에게 묘한 동질감과 거부감을 번갈아 느끼며 이야기를 따라가다가 책장을 덮을 무렵엔 좀 멍했다. 정신없이 이야기 속에 빨려들어간 그 3시간동안 어디 다른 곳에 갔다 온듯한 기분이랄까. 작가의 흡입력있는 글에서 내가 볼 수 없는 곳 너머의 또다른 나를 발견한 경험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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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송도 송도에 사는 나름 상류층이라 할만한 부부의 불륜이야기다. 친정이 꽤 부유한 필라테스 강사인 아내와 가난한 섬마을 출신의 내과 의사 남편이 불륜을 저지르는게 이야기의 큰 줄기인 것은 맞는데, 아내의 불륜도, 남편의 불륜도 뭔가 큰 사건이라기 보다는, 그냥 일상 속에 있는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전개가 된다. 불륜 자체보다는 관계 속에서 속물적 우월감 또는 열등감이 어떻게 나타나는 지를 보여주는 소설 같다. 한국에서 가장 거침없이 자연을 파괴하고 개척해서 만들어진 인위적인 땅 송도에서 펼쳐지는 인간의 가식과 욕망을 볼 수 있다.
2 세심한 속물스러움 이 소설에는 정의감에 불타는 영웅도, 순수한 사랑을 하는 연인도 없다. 속물적이고 현실적인 인간들의 이야기다. 그런데 그 속물스러움이라는게 이 소설에서는 뭔가 세심하게 속물스럽다. 보통 다른 소설에 등장하는 속물스러운 인간들은 과장돼 있거나, 너무 대놓고 욕망을 드러내는 등, 그 심리적 깊이가 거의 없는 다소 원초적인 인간들만 많이 봐왔던 것 같은데, 이 소설 속 부부는 자기 삶에서 뭔가 치열하고 되게 고심해가며 속물적이다. 그리고 오히려 그런 면들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 같기도 하다. 3 호칭
상대를 지칭하는 호칭은 상대와 우열, 위치 등을 정하는 관계 속 전쟁에서 권투의 잽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내가 갑이다. 넌 내 아래다. 난 더 이상 너의 밑이 아니다라는 일종의 선전포고를 호칭으로 시작하는 거다. 해고된 가사도우미는 더 이상 전에 일했던 집 부부를 원장님, 여사님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누구 아빠, 누구엄마라고 부른다. 돈 얘기가 나와야만 인력개발소장은 상대를 여사님이라고 호칭한다. 이같이 호칭으로 시작하는 유치하지만 현실적인 어른들의 싸움이 책 곳곳에 있는데, 나름 흥미로웠다.
4 계급과 도덕
대놓고 계급의식이 있는 아내와 은연중 계급의식이 생긴 남편이 가사도우미와 불륜녀한테서 일종의 도덕적 패배를 당하는 모습도 나온다. 현실적인 이유를 이래저래 포장된 말들을 써서 가사도우미를 잘랐다가 다시 부르려고 했는데, 가사도우미한테 직업의식을 내세운 도덕적 꾸지람을 들으며 까이고, 쉽게 본 조선족 불륜녀의 속사정을 나중에 알게 돼, 부끄러운 자괴감을 느끼기도 한다.
속물의식이나 도덕의식이나, 타인과의 관계에서 눈치보는 마음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하고, 결국 이 소설 속 부부는 관계 속에서 자기를 규정하는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며 사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또 대부분 어른의 삶이기도 하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 세심한 속물스러움었는데, 그 매력이 후반부로 갈수록 조금씩 옅어지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혼불문학상 같은 소위 상 탄 소설답지 않게 꽤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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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뿐 아니라 지금까지 나의 삶 한페이지를 장식했던 그 많은 사람들과 연결고리는 무엇이었을까? 지금은 와 궂이 그 연결고리를 하나하나씩 끊어내고 정리하그 있을까?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결국 이기적인 것일까? 아님 필요충분조건에 의한 계약일까? 그래서 계약이 끝나면 매몰차게 돌아서는걸까? 아하..결국에는 나였구나. 내가 그랬구나.. 혼불문학상이라고 해서 구입해 읽어 보았습니다. 지금은 혼불을 책으로 내신 최명희 작가님의 책을 읽고 있습니다. 조금은 문학상을 받게된 이유를 알듯합니다. 시티뷰책은 주변 여러사람들에게 권유하게되었습니다. |
| 개인적으로 믿고 읽는 출판사인 다산책방에서 출판된 책이라 주저없이 구매했습니다. 읽기 전 사회 문제의 많은 면을 날카롭게 드러내고 있다는 평을 많이 보았었는데 과연 그렇습니다. 사회 문제를 다룬 책을 좋아해서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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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뷰[지은이 우신영, 펴낸 곳 다산책방, 276쪽]를 읽고
밥맛이다. 밥이 맛있는 것처럼 책을 그렇게 재미있게 읽었냐고? 아니다. 책을 처음 펼쳤을 때의 ’밥맛없다‘라는 감정을 반어적으로 표현해 보았다. 무엇보다 외국어의 남용이 그리 눈에 거슬리더라. * 외국어: 외국에서 들어온 말로 아직 국어로 정착되지 않은 단어. 무비, 밀크 따위가 있다. * 외래-어: 외국에서 들어온 말로 국어에서 널리 쓰이는 단어. 버스, 컴퓨터, 피아노 따위가 있다.
나도 그리 속 좁은 놈은 아니니, 외래어를 가끔 사용했다면 나도 이해한다. 제목부터 외국어다. 시티 뷰. 명색 혼불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라면, 기왕이면 구성지고 토속적이고 곱고 그러면서 더욱 말에 울림이 있는 우리말, 우리글을 중심으로 표현해야 하지 않았나? 우리가 가진 욕망을 적나라하게 표출하였다고 해서 내 나이에 그런 감정이 들진 않지. 더구나 작가는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학사, 석사, 박사라면서. 명지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를 거쳐 현재 인천대학교 국어교육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라면서. 중학교 국어 검인정 교과서 개발 등에 참여하였다면서. 그리 어려운 단어를 골라 표현해야 했을까? 그래서 더욱 불편하다. 어찌 그리 혼자 흥분하냐고? ’거기 위치한 파노라마 바.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착한 그곳에선 18종의 오크바인이 당신을 반긴다.‘로 시작하여, 14와 15쪽을 예로 들면 외국어 사용과 외래어 남용은 다음과 같다.
캐딜락에서 행잉 한 번 하면, 필라테스하는 사진, 팔로워. 그리고 캐딜락, 샤넬, 볼리, 크리드, 에르메스처럼 회사나 상품 이름이나 얼마나 많이 가져다 쓰는지. 또 외래어로는 센터(6회)를 관리하며, 그룹 레슨(2회)을 받는 진풍경도, 잭나이프 동작도, 체인점, 발레, 로고, 스카프, 링, 클레임, 핸드크림, 보디로션이 있다.
그러나 그렇게도 존경하옵는 작가들, 현재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한국 문학 작가 7인이 직접 심사하고 선정한 소설이란다. 강박과 결핍, 자해와 산재, 트라우마 등에 시달리면서도 겉으로는 매끄러운 삶을 영위하려 애쓰는 오늘날 도시인의 초상을 세밀하게 그렸다는 평으로. 내가 그리도 좋아하는 은희경 작가마저 ’문학작품에서 세계의 속물성을 재현하는 일에는 위험부담이 따른다. 너무 실감이 나면 통속물이 되고, 지나치게 진지하면 설교가 되기 쉽다. 『시티 뷰』는 이 문제를 클래식한 방식으로 해결한다. 인물, 사건, 배경의 균형이다. 공간이 곧 소설의 주제이고, 거기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각 인물의 세계관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는 추천평을 쓰고 있으시다. 그러니 어쩌냐! 읽어야지. 재미는? 조금 있다 읽고 나서 말할 수밖에 없어. 그때 말해 줄게. 아니, 잠깐. 단숨에 읽게 하는 몰입감이 장난 아니네. 그냥 넘어갈 걸, 뭐 그리 그런다고 토를 달며 박정한 말들을 먼저 했을까? 벌써부터 후회하긴 한다. 맞다, ’시티 뷰‘ 말고 ’살고 싶은 도시‘라고 제목을 정했으면 내 마음이 훅 갔을까? 매 순간 차별화된 감각을 약속하는 곳이다. ’자연이 없는 이 도시엔 더 자연스러운 인위가 있다. 조각된 근육의 클라이머가 실내 암벽을 기어올라 피크를 정복한다. 지상에서 정상까지, 안전장치는 견고 하고 진짜 추락은 불가하다.‘ ’당신의 한없이 투명한 시티 뷰를 위해 꼭 필요한 사람이 있다. 정상에서 지상 까지, 그네비계를 타고 하강하며 유리를 닦는 남자. 그 남자의 허리에 감겨 있는 로프를, 당신은 보아도 좋고 보지 않아도 좋다.‘ 이러한 내밀한 해설 속엔 누군가 추락사할 거라는 예고가 숨겨져있다는 걸 감지해 냈다면 당신은 매우 예민한 사람이겠다. 지상에서 정상까지 실내 암벽을 타는 이와, 정상에서 지상까지 유리를 닦는 남자와의 대비 속엔 무얼 함축해 놓았을까, 그리 상상하면 당신도 예민하다. 우아미 필라테스 센터인 수미와 부일병원 의사 석진, 그 둘의 안정된 삶에 헬스 트레이너 주니가 들어와 개입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인간이 평등하다는 건 아름다운 미신이다. 인간은 인간이라는 점 외에는 평등하지 않다. 예체능을 3일만 해보면 알 수 있다.‘ 이러한 삶을 신조로 살아온 수미는 제 아이들에게는 몸으로 평가받는 일을 시키지 않겠다고 이를 갈았다. 그러면서도 수미는 삶에서 누릴 수 있는 어떤 쾌락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인생 어차피 자기 팔 자기가 흔들며 사는 거지. 이런 내가 그에게 피해를 주나. 아니, 이익을 주지. 사소한 부도덕은 상냥한 부인이 되게 해주니까.‘ ’외주를 줄 수 있는 건 최대한 주는 게 생산적인 법이다. 돈은 써야 들어오는 법이니까. 전문가는 그러라고 있는 거니까. 몸은 트레이너에게, 살림은 도우미 에게, 교육은 학원 강사에게.’ 이러면서 주니와의 관계는 모두에겐 풀 곳이 필요해서라는 자신감으로 살고 있다. 그러나 연변 태생의 고단한 노동자 유화가 석진 앞에 등장하면서, 부부 사이 에는 긴장과 비밀이 자라나기 시작한다. 요즘 세상에 면도날이라니. 그걸 삼키고 온 유화, 수면 내시경이 5만 원 더 비싸 수면을 안 하겠다는 유화다. 그럼 석진은 헛기침을 하게 된다. “칼은 자기 속을 베라고 있는 물건이 아니잖습니까. 사정은 모르겠지만 이제 이러지 마십시오, 또 오시면 저는 여기 없을 겁니다.” 어디로 가느냐 묻는 유화에게, 미진내과라는 제 병원을 연다고 석진이 알려 주자, 유화는 석진의 수염을 들여다보았다. 장화를 꿰찬 유화는 늘 그랬듯 하얀 거즈 위, 체액 묻은 면도날을 챙겨 나가 버린다. 인연은 이어지는 것인지 의료봉사단 행사에서 다시 유화를 만난다. 휴지에 열한 개의 숫자를 써 내민다, 내 전화번호라며, 유화가. 석진은 제 속의 뭔가가 달궈지는 걸 느끼고. 고상한 척 숨어 있던 욕망이다. 아니다, 결핍인지도 모르겠다. 욕망과 결핍은 감춰야, 더욱 간절하니까. 둘 사이는 사소한 부도덕으로 잠깐 탈선을 한다. 석진의 수염이 궁금한 유화에게, 턱에 있는 흉을 가리려 길렀다면서 이래 봬도 비싼 수염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면도용 오일로 얼굴을 닦고, 비누 거품 내서 그루밍하고, 진정제까지 바르다 보면 30분이 넘게 걸리죠.” 이렇게 간단한 면도만 해도 5만 원이라며. 장모님으로부터 수미가 섭식장애를 겪었다는, 그런 과거가 있었다는 걸 듣고 석진은 믿을 수가 없다. 그러니 자네가 잘 대해주라고, 가엾은 애라고, 말이라도 한마디 따뜻하게 해 주라고, 실수해도 좀 봐주라는 장모님의 말들. 진료가 끝나고 망설이던 석진은 수미에게 제주도 여행을 제안한다. 불을 품은 눈에 마스카라를 바르는 여자, 그녀가 곧 자신의 남은 수염을 밀어주러 오리라는 예감이 든 채.
[뒷이야기] 나중에라도 혹 반성할 계기는 되겠지 하며, 작가의 말을 옮겨본다. “거침없이 투명한 시티 뷰를 위해 유리를 닦는 사람과 스릴을 안전하게 감각하기 위해 가짜 암벽을 타는 사람. 평행의 정의에 의거하여 그들은 절대 스칠 일이 없어 보였다. 그 사실을 도저히 삼킬 수가 없었다. 헛구역질이 났다. 그게 이 소설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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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보고 관심이 생겨 집어 들었다 놓지 못했다. 가독성이 너무 좋아 단숨에 읽혔지만 단순한 현대물이 아닌 고등학교때나 읽었던 한국 문학의 느낌이 절절하게 느껴져 신선했다. 모든 이야기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결국에는 자신의 심연에 깔린 해결되지 않은 문제와 만나는 클라이막스까지 작가의 이야기를 쌓는 방식이 나를 사로잡았다. 보석같은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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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러한가 인간이라는 존재의 실체라는 것이 단숨에 읽히는 몰입감이란 이 소설의 세계관이 적응할 필요도 없이 우리의 삶의 일부여서 였을까 재밌게 보았던 것과는 또 다른 의미로 이소설은 불편하고 힘들다 다시 읽으면 또 어떨지 궁금해지지만 조금더 시일이 지나고 나서 도전하기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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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정말 재미있게 소설을 읽었다. 주제 의식, 문장, 극적 긴장감, 치밀하게 연결되는 이미지들.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다 좋았다. 위로 오르려는 욕망은 몸에 대한 강박으로 이어지고, 스트레스가 극에 다다르며 아픈 부분이 드러난다. 발레리나 출신의 완벽한 몸을 가진 필라테스 강사, 억대 연봉을 버는 내과 의사. 사회적으로 선망의 대상이 되는 이들의 어두운 이면을 보고 나면 칼에 베인 것처럼 가슴이 서늘해진다. |
| 재밌는 소설을 찾아 기웃기웃 거리다가 발견한 글.. 우신영 작가님의 글은 처음 접해봤는데.. 일단 <시티-뷰>의 내용 소개를 보고 너무 재미있을 것 같은 느낌이 팍팍 들기도 하고.. 그냥 취향 저격 당한 느낌이라서 구매했다.. 역시나 너무 재밌었다는.. 게다가 생각 할 거리를 남기는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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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새도시를 몇 번 가 본 적이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높게 오른 건물들을 바라보면 아찔하다. 갯벌 위에 세운 도시라서 사상누각처럼 생각되는 그곳에 갯벌의 기억을 저장하고 있는 새들이 찾아온다. 바다에 떠 있는 섬 같은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새를 새도시 한가운데서 보는 색다른 경험은 송도 새도시의 부박한 근원을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새로운 부는 그렇게 부박한 것을 기반으로 하나 보다. 강남이 그러하듯이. 송도 새도시에서 자리 잡고 살아가는 수미와 석진 부부가 주인공이다. 수미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아버지 로펌의 변호사와 결혼했다가 이혼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게 아니라면 가난한 석진과 결혼하지 않았을 테다. 지금은 가사 도우미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필라테스 센터장으로 몸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어려서 발레를 하고 운동으로 다져진 몸. 아들 둘을 수술로 낳았지만 산후조리원에서 나오던 미역국도 마다하고 수유복 차림으로 코어 운동을 감행할 만큼 집착하고 나름 성공한다. 20대 헬스 트레이너인 연하 남자를 내연남으로 사귀면서 여전히 자신의 몸이 타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힘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며 살아간다. 남편에 대한 죄책감은 없다. 거짓이 없기 위해서는 거짓이 필요하다고 여기며. 석진은 내과 의사이다. 덕적도 출신으로 처가와 수미 덕으로 자기 병원을 차렸고 운영도 그들에게 빚지고 있다. 수미가 보기에 남자의 매력도 없고 여자가 좋아할 만한 타입이 아니지만 연변에서 온 노동자 유화를 만난다. 유화는 동거하던 남자가 바닷가 유리를 닦다 날개 없는 새처럼 추락했다. 더러운 신발 한 쌍만 남기고 죽은 남자의 아이를 밴 여자는 면도날을 전복의 이빨처럼 제 속에 박아 넣다가 내과 의사인 석진을 만났다. 석진은 유화를 만나면서 자신이 유화의 면도날을 빼주었다고 생각하지만 이내 착각이었다고 깨닫는다. 그 여자 몸속엔 더 거대한 면도날이 박혀 자라고 있었으니까. 유리 건물의 벽을 타다 추락해 죽은 남자의 아이 앞에서, 클라이밍이 취미라며 웃었던 자신. 석진은 그때 그 펄펄 끓던 순댓국 뚝배기 속에 제 머리라도 박아 넣고 싶은 심정이었다. 포즈 말고, 진짜 바닥으로 내려가 벅벅 기어야 마땅했다. (237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