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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학에 장편이 많은 것은 기나긴 겨울 때문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이 소설은 분량이 적은데도 불구하고 나의 긴 겨울밤을 보내기에 안성마춤이다. 러시아 문학이 늘 그렇지만 책장을 넘기는데 끈기가 좀 필요하다. 근력 운동을 통한 근성장 과정과 비슷하다. 백 쪽이 넘어가도록 이렇다 할 갈등이나 복선조차 찾기 어렵다. 첫 줄부터 호기심을 확 잡아당기는 웹소설과 대척점에 있다. 19세기 혁명기 러시아에 대해 어렴풋이 주워들은 바도 있고 해서, 학창 시절 읽었던 말등애, 오르그의 사람들, 어머니, 닥터지바고와 같은 흐름의 이야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싸우다 말고 갑자기 춤추고 노래하는 인도 영화가 틀을 깨고 프랑스 영화로 변신한 느낌이었다. 타락한 러시아 상류층의 묘사를 읽으며 당시 사람들은 카타르시스나 분노를 느꼈을까? 작자의 다음 작품들을 읽어보면 어떤 지향점을 향한 빌드업 과정의 작품이었을 것이라 추측해본다. 후속작을 탐독해봐야 이반 투르게네프의 작품세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겠다. 아직은 새벽 으스름을 걷는 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