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희 작가의 신간을 즐거운 마음으로 펼쳐 읽었다. 경애의 마음을 읽은 이후로는 언제나 후속작을 찾아 읽고 있다.
이 책은 주인공 영두가 창경궁 대온실 수리 보고서를 작성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과정 중에 벌어지는 일상을 담고 있다. 영두가 청소년기에 살았던 원서동에서의 기억과 역사적 파란을 조용히, 그러나 고스란히 담고 있는 창경궁 대온실의 진실을 알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소설은 과거와 현재, 원서동과 석모도, 동물과 식물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부드럽게 이어진다. 읽는 내내 이 모든 이질적이고 대비되는 것들이 한데 어우러질 수 있는 까닭이 무엇일까를 질문했다. 공통점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것 사이에도 시간과 공간, 감정과 정서 같은 교차점은 반드시 있어 섬과 육지를 잇는 다리처럼 기능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느꼈다. 고립되지 않았다는 위안, 하지만 모든 것을 덜어내지 않고서는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 이것은 어쩌면 생명이라면 필시 직면해야 하는 삶의 필연적인 딜레마인 것 같다.
부끄럽게도 나는 영두의 청소년기 기억을 더듬어 읽다가, 이게 그토록 오래 품에 안아 자기 자신을 곪게 만들 일인가? 하고 의구심을 품기도 하였다. 마찬가지로 창경궁 대온실 지하에 알 수 없는 공간이 있다는 게 신기하기는 해도 무감히 반응할 수도 있다 여겼다. 하지만 유약한 일들에 섬세한 관심을 기울일 때라야 비로소 일으켜 세울 수도 있다는 것을 작가의 따스한 문장을 통해서 다시금 배운다.
나에게는 언제나 ‘잘 사는 게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큰 화두이다. 이에 대해 불필요하게 많이 생각하는 것도 같다. 하지만 많이 생각하면 이따금 힌트를 얻게 된다. 한때 효리네 민박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상순 씨가 가구를 만드는 장면이 나온 적이 있다. 그가 아무도 보지 않을 의자의 밑판을 깨끗하게 손질하는 것을 두고 이효리 씨가 ‘거긴 사람들도 알지도 못할텐데 무엇하러 그렇게까지 수고를 하느냐’고 묻자 이상순 씨는 답한다. ‘내가 알잖아’라고. 나는 그 마음이 잘 사는 마음이라고 요즘 들어서 부쩍 느낀다. 언제나 ‘나’가 있기에 아무도 모르는 일이란 있을 수가 없다. 이미 지나간 사소한 기억이라도, 이제는 과거의 유물로만 남은 지하의 알 수 없는 공간도. 마주 보고 직면한다고 해서 표층부에 드러나는 변화가 전무한 것만 같아 무의미한 것 같은 일일지라도. 적어도 나는 알고 있다. 그것이 허술한 수리인지, 온건한 수리인지.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온건한 수리에 대한 마음가짐, 과거에 얽힌 마음들을 재건하고 회복한 위대한 여정에 대한 기록이다. 근데 이제 온기를 곁들인! * 좋았던 문장
|
|
김금희 작가의 소설을 오랜만에 읽었다. 근래에 읽은 한국소설 중 가장 매혹적인 작품이었다. 어떤 장소에 담긴 애정이 듬뿍 배어있는 작품으로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장소에 대한 애정과 역사를 돌아보게 하는 효과를 주었다. 창경궁 관람할 때 온실을 못 봤던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이 책을 읽은 후 후회가 되었다. 소설의 배경이 된 장소를 그려보는데 상상과 실재하는 풍경은 얼마나 다를까. 소설의 머릿속에 부유하는 풍경들에 아쉬움이 남았다.
우리나라의 역사 중에서 가장 친근하게 여겨지는 게 바로 조선시대다. 조선시대의 역사는 드라마로도 제작, 방영되어 익숙하고 관련 서적들도 탐독했다. 특히 일제 강점기는 아픔의 역사이기에 늘 안타깝게 여겨진다. 역사적 장소인 창경궁의 대온실에 관련된 역사를 작가가 어떻게 풀어나갈까 궁금했다. ![]()
강영두는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창경궁의 대온실 수리보고서 쓰는 일을 임시직으로 맡게 되었다. 창경궁은 중학교 시절 서울 유학 당시 ‘낙원하숙’과 담을 사이에 두고 있었던 곳이기에 의미가 있던 장소다. 당시 하숙집 주인이었던 ‘문자’ 할머니와 같은 방을 썼던 리사의 기억이 아프게 남아 있었다. 창경궁과 대온실을 바라보며 어떤 이유로 졸업을 하지 않고 다시 석모도로 내려갔던 과거를 떠올렸다.
소설은 세 갈래의 형태의 인물이 등장한다. 먼저 대온실 수리 공사를 맡은 건축사사무소 직원들과 과거 원서동 하숙집 가족들 그리고 석모도의 친구 은혜와 은혜의 딸 산아가 주축이다. 영두는 일이 끝나면 석모도로 들어가 은혜가 만들어준 반찬으로 밥을 먹고 산아의 고민을 듣고 해결해주는 역할을 했다. 어른스러운 산아의 의견에 따라 선택과 결정이 달라지기도 했다. 대온실을 설계했던 인물 원예학자 후쿠다 노보루를 탐색하는데, 역사의 인물을 그대로 가져온 줄 알았다. 대온실을 설계했던 인물의 이름을 바꿔 표현했고, 가상 인물이라는 것을 작가의 말에서 밝혔다. 영두는 문자 할머니의 기억을 통해 지하 배양장에서 무엇이 나올지 궁금했다. 대온실 수리 과정에서 인간의 뼈로 보이는 것을 발견했고, 공사를 주관하는 부서에서는 지하실을 덮을 것을 강요했지만, 낙원하숙의 마리코 할머니와 박목주(기노시타 쿄주)의 흔적을 찾고 싶어 포기하지 못했다. ![]()
창경궁은 아픔의 역사다. 유홍준 교수도 말했지만, 순종을 창덕궁에 유폐시킨 뒤 왕을 위로한다는 명목으로 동물원과 함께 건립된 서양식 온실이다. 역사의 아픔이 묻어 있는 장소를 일본인 여성이 한국에서 과거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것을 조명함과 동시에 대온실이라는 건축물에 깃든 역사는 전쟁의 피해자와 가해자를 떠나 고통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면서 담담하게 모든 것을 바라보는 장면들이 인상적이었다. 과격하지 않았고, 있어야 할 장소, 존재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나타내었다.
마리코 할머니의 기록과 문자 할머니의 기억이 혼재하여 이 소설을 이끌어간다. 과거의 인물과 현재의 인물이 마주치며 대온실과 일제강점기의 역사, 역사적 장소에 깃든 이들의 영혼과 그에 대한 안부 인사인 것만 같다.
#대온실수리보고서 #김금희 #창비 #책 #책추천 #문학 #소설 #소설추천 #한국소설 #한국문학 #일제강점기 #창경궁 #창덕궁 #대온실 #역사 |
|
책을 예약주문해서 기다리게 되다니요.. 김금희 작가님의 경애의 마음으로 팬이 된 사람으로서.. 너무 한낮의 연애의 그 서글픈 연극동작이 머리에 맴도는 사람으로서..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소설집 중에서 아픈게 꼭 나쁜것만은 아니라고..대비할 시간은 있었다는 문구가 가슴에 남은 사람으로서.. 이번 신작 너무 기대됩니다. ㅎㅎ |
|
제국주의 침략자의 일인인 후쿠다라는 인물이 자신의 관심 분야에서 목표에 도전하고 모험하는 과정이 매우 긍정적으로 서술되고 있더군요. 그같은 인물을 옹호하고 지지할 마음이 눈꼽만큼도 없는데 작품 말미에서 전체적 인상을 완벽히 몰아주는 페이지에서까지 후쿠다의 일념이나 그것을 포장한 설화에 기꺼이 노력을 바치는 작가의 세계관이 몹시도 아쉬웠습니다. 여러 매체에서 추천하는 분위기에 호기심이 일어 구매했고, 신중히 읽어냈지만 의아함이 폭발하는 독서였어요. ㅜㅜㅜ 시간에 대한 기억은 상대적이라는 뚜렷한 마지막의 메세지에서는 실망이 최악으로 커졌습니다. 마치 일본 제국주의 침략자들에게 면죄부를 쥐어주는 인상이었죠. 식민지 시절 당시 숱한 고난과 수난으로 쓰려져간 조선인들, 그리고 일본이 과거의 죄를 진정으로 용서 구하고 반성하지 않고 있으니 제대로 사죄하고 책임지는 행동을 보이라고 꾸짖는 오늘날의 많은 우리 나라 사람들을 대상으로 "당신들이 겪은 시간과 우리 일본인이 겪은 시간은 서로 다른 의미의 경험이었고 삶이었어. 서로 다른 의미의 시간들이 겹쳐져 우리 세상을 돌고 있어. " 라고 일제 대변자들이 헛소리 뻥뻥 치도록 만들어준 셈이지 않나 싶습니다. 참으로 괘씸한 침략자이자 가해자인 일제에 잘못된 공간을, 엉뚱한 빌미를 친절히 내어 준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작품 읽는 내내 잊을만 하면 치고 올라와 마음을 긁는 후쿠다를 감싸도는 서술...당시의 일본 노동자들이 서양 강국들에서 차별 받고 모욕 당하는 서러움을 몸소 겪는 와중에서도 이 인물은 개인의 열정과 신념을 최고치로 뿜뿜 올려 원예의 예술적 경지를 완성하였다는 이미지 부각. ㅜㅜㅜ 식민주의 가해자 집단에 대한 인지나 고려는 전혀 없이 그려지는 이 인물의 직업적 투지에 대한 묘사가 너무도 거슬리고 불편했습니다. 주인공의 사춘기 시절의 불안과 아픔에 뿌리를 둔 생생하고도 몰입력 큰 이야기, 울림 있는 기억과 그리움을 불러내는 서술, 시간이나 공간의 상실과 복원에 바치는 애정어린 노력, 가슴 찡한 아버지와의 대화, 애처로운 운명의 문자 할머니, 잊힐 뻔한 존재를 용기 있게 다루는 연민의 작가주의 등 미덕이 꽤 많은 소설일 수 있겠으나 저에게는 대단히 의아한 작품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
|
2025. 01월의 첫 번째 김금희 "대온실 수리 보고서" ☆☆☆☆☆ 어린 시절 그 당시 '창경원'이라 불렸던 그곳은 어린이날 엄마,아빠와 함께 놀러갔던 곳으로 기억한다.여러 동물들도 구경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사진도 찍고, 그러는 중에도 혹시나 엄마 아빠나 언니 동생의 손을 놓치지 않으려 종종 거리며 다녔던 기억이 있다.그 창경원이 역사의 시간들과 함께 많은 시련을 겪고원래의 창경궁으로 다시 복원되어 1986년에 다시 창경궁의 모습으로 개방되었다고 한다. 이 창경궁내의 오래된 온실을 수리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그 수리 작업의 보고서를 쓰게 된 프리랜서 작가인 영두를 통해 과거와 조우하게 된다. 보고서를 위해 뒤적이던 자료들을 통해 알게 되는 사실들과 함께, 뭔가 자신의 삶에서 묻어두고 싶었던 것들이 하나씩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원서동의 낙원하숙, 문자 할머니 그리고 리사, 그 집과 어울리지 않았던 대문의 유리 손잡이 등. 과거 자료를 통한 이야기들과 영두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은 끈들이 연결되어 있다. 건드리지 말고 그냥 묻어두었어야 하는 것, 그러나 꼭 확인을 해보고 싶었던 것은 그녀의 마음속에 있던 그 무엇은 아니었을까. 결국 그것이 우려했던 아픔이 아니었고 오히려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었기에 비로소 그녀도 '기쁘게 뒤돌아 다시 섬으로 향할 수' 있었다. 책 전체의 문장들이 무척 섬세하고 부드럽다, 또한 무척 전문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기존의 역사적인 사실을 근거로 해야하기에 많은 고증 작업을 했을 텐데 그 고증과 관찰의 토대위에 작가의 섬세함이 더해져 이러한 방법으로 사실을 알아가는 것도 소설 읽기의 즐거움임을 알게 해 준다. '나는 좋은 부분을 오려내 남기지 못하고 어떤 시절을 통째로 버리고 싶어하는 마음들을 이해한다. 소중한 시절을 불행에게 다 내주고 그 시절을 연상시키는 그리움과 죽도록 싸워야 하는 사람들을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그 무거운 무력감과 새도복싱해야 하는 이들을, 마치 생명이 있는 어떤 것의 목을 조르듯 내 마음이라는 것, 사랑이라는 것을 천천히 죽이며 진행되는 상실을, 걔를 사랑하고 이별하는 과정이 가르쳐주었다. ( p. 156)' '역사가 슬픈 건 죽은 이들 때문일 수도 있고, 늘 미완으로 남는 소망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p. 267)' '한때는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서늘해지던 곳이지만 이제는 많은 이들의 각자 다른 시간을 거느리고 있는, 우주에서 가장 중요한 별처럼 느껴지는 집. 나는 잎을 다 떨구고 가지를 층층이 올려 나무로서 강건함을 띠는 벚나무를 올려다보다가 기쁘게 뒤돌아 다시 섬으로 향했다. (p. 404)' ![]() #대온실수리보고서 #김금희 #창비 #창경궁 #소망의재건 #소설책읽기 #북스타그램
|
| 김금희 작가의 소설을 좋아한다. 이전의 소설들에 비해 엄청난 자료 조사와 공부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경외감을 느낀다. 대온실 수리 보고서 제목이 무척 흥미를 끌었다.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나, 그리고 거기에 얽힌 인물들의 이야기가 다채롭게 다가왔고, 과거의 역사속 인물들의 이야기(실존 인물과 허구의 인물이 교차)가 몰입감 있었다. |
|
김금희님의 《대온실 수리 보고서》는 근대 건축 유산인 대온실을 매개로 시간의 궤적과 인간의 삶을 서정적으로 추적하는 소설입니다. 역사적 공간에 얽힌 기억과 복원의 과정을 밀도 높은 문장으로 채워 넣었습니다. 낡은 유리를 투과하는 햇살처럼 따스하고 먹먹한 여운을 남기는 섬세한 작품입니다. |
|
한국소설을 읽지 않은 지 꽤 오래 되었는데, 부모님이 이 책을 궁금해하셔서 선물해 드리는 김에 저도 같이 읽게 되었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릴까 했는데 인기가 너무 많아 대여가 어렵더라고요. 창경궁의 대온실이라는 역사적인 공간에 얽힌 인물들의 이야기를 섬세한 문체로 풀어낸 소설이었네요. |
|
믿고 읽는 김금희 작가님의 <대온실 수리 보고서>는 제목만큼이나 차분하고 묵직한 위로를 건네주는 서정적인 작품입니다. 세월의 흐름 속에 낡고 깨진 대온실을 정성스레 수리해 나가는 과정을 보면서, 마치 상처 입고 무너져 내린 인물들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지고 보수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작가님 특유의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이 문장마다 고스란히 녹아 있어 읽는 내내 가슴 한구석이 몽글몽글해집니다. 서두르지 않고 묵묵하게 서로의 아픔을 돌보는 인물들의 연대가 깊은 울림을 전해줍니다. |
|
1년 전 5월 ‘첫 여름, 완주’로 김금희 작가님의 작품을 처음 보게 되었다. 그 당시에도 정말 글을 잘 쓰신다. 멋진 분이시다. 라고 생각하였지만 그때는지금처럼 책을 즐겨읽지 않았기에 다른 작품들까지 읽어볼 생각은 못했다. 꾸준히 책을 읽기 시작한 후 항상 김금희 작가님의 다른 책도 읽어야지 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다가 드디어 ‘대온실 수리 보고서’를 읽었다. 이걸 난 왜 이제 읽은걸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미친 책이다. 표현력, 정보력, 문장과 단어 하나하나가 다 기억에 남는 내용이었다. 역사와 작가님의 재미난 상상이 만나 멋진 이야기로 만들어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