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신화 | 서대석
이 책은 한국 신화를 영문으로 번역하여 외국에 소개하기 위해 써진 것을 한글 본으로 출간한 것이며, 이미 번역된 10편의 신화에 추가해서 문헌에 수록된 건국 시조신화와 무가로 전승되는 무속신화 중에서 대표적 유형이라고 생각되는 10여 종의 유형을 추가해서 <한국의 신화>라는 독립된 책으로 간행하였다.
그런데 이처럼 번역을 위해 고쳐 쓴 국문 자료를 국내에서 한글로 그대로 출판한다는 것은 적어도 학문적 차원에서는 의미를 인정하기 어려운 것으로 생각되었다. 일차 한글 자료 작업을 성실하게 하도록 하는 의미와 외국인으로 한국어를 공부하는 사람에게 좋은 교재를 제공한다는 면은 생각할 수 있겠으나, 우리말을 모국어로 하는 사람에게는 고쳐 쓴 자료보다는 원 자료에 주해를 달아주는 것이 한국 신화의 본모습을 알리는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이미 영역된 10편의 자료는 원문을 수록하고 주해를 달아주기로 하였다. 그리고 추가한 자료 가운데도 본래의 모습과 스토리 중심으로 고쳐 쓴 자료가 거리가 매우 크다고 생각되는 동래본 <성주신가>와 같은 경우에는 원본을 수록하였다.
저자는 계명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서울대학교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국문학과 명예교수이다. 저서로는 《한국무가의 연구》, 《군담소설의 구조와 배경》, 《한국신화의 연구》, 《한·중 소화의 비교》, 《무가문학의 세계》, 《이야기의 의미와 해석》 등이 있다.
한국 신화는 문헌에 기록으로 전하는 ‘문헌신화’와 구비로 전승되는 ‘구비신화’로 대별되는데 문헌신화는 주로 국가의 창건을 주도한 개국시조의 이야기이고 구비신화는 무속의식에서 구연되는 서사무가가 대부분이다.
건국신화는 주로 <삼국유사(삼국유사)> 등 문헌에 기록되어 있는데 <단군신화>, <주몽신화> 등 한반도 북방의 건국신화와 <박혁거세신화>, <김수로신화> 등 남방지역의 건국신화로 나누어진다. 북방신화는 혼례→출산으로 전개되며 전왕(前王)의 왕위를 계승하거나 쟁취하는데 반해 남방신화는 탄강→혼례의 과정을 제시하며 주로 족장들에 의해 추대되어 처음으로 국가를 건설하는 차이점이 발견된다. 여기에서 시조의 출현 이전에 시조부모의 혼례과정이 기술된다는 것은 시조왕이 개국한 국가가 처음으로 나타난 국가가 아니고 그보다 먼저 시조부모가 다스리던 국가가 존재했음을 말해준다.
한국 신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무속신화는 1930년에서야 채록되어 출간된다. 고대 무속 제전에서 형성된 이래 전승되면서 부단히 생성 및 소멸을 거친 전해져왔으며, 남녀신의 결합과정을 통한 신의 탄생과 신으로 좌정한 경위를 핵심 신화소로 하여 북방의 건국신화와 신화적 성격이 유사한 <창세신화>, <제석본풀이>, <시루말>, <천지왕본풀이>등과 가족의 보호를 맡은 ‘성주’와 ‘조상’에 관한 <성주풀이>, <성주본가>, <칠성풀이>, <서귀포본향당풀이>등을 소개하고 있다.
“한국의 신화는 한국민족의 의식과 규범을 함축하고 있는 ‘언어물’로서 현대까지도 그 기능이 살아 있다는 점에서 한국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임을 거듭 말해둔다.” - 본문 1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