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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속은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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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제목을 보고 나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지길 바란 걸까. ‘사랑’이 들어가니 조금 밝지 않을까 한 것 같아. 그렇다고 아주 어두운 건 아닌데, 기분이 좋은 이야기는 아니야. 끝까지 그런 건 아니지만. 누군가를 괴롭히는 아이, 괴롭힘 당하는 아이가 나오기 때문이야. 다른 설명없이 그런 말이 나와도 진짜 그러는 건지 어떤 건지 알 수 없어. 사실 시작은 평범해. 별 문제없어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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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제목을 보고 나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지길 바란 걸까. ‘사랑’이 들어가니 조금 밝지 않을까 한 것 같아. 그렇다고 아주 어두운 건 아닌데, 기분이 좋은 이야기는 아니야. 끝까지 그런 건 아니지만. 누군가를 괴롭히는 아이, 괴롭힘 당하는 아이가 나오기 때문이야. 다른 설명없이 그런 말이 나와도 진짜 그러는 건지 어떤 건지 알 수 없어. 사실 시작은 평범해. 별 문제없어 보이는 열일곱 살 먹은 남자 고등학생 재경은 열렬한 연애를 해 보고 싶다면서 책방에서 <누구나 카사노바가 될 수 있다>라는 책을 사. 이 책 부록이 있었는데 벙어리장갑이었어. 앞으로 그게 필요할거라는 걸 말하는 듯했어. 재경은 독서실 옥상에서 뛰어내리려고 하는 여자아이를 보고 달려가서 막아. 여자아이가 자기 눈앞에서 죽는 걸 볼 수 없었대. 그날 밤이 새도록 재경은 여자아이와 함께 있어. 이런 말하면 그렇지만 겨울에 바깥에서 밤을 새울 수 있을까. 책 살 때 받은 벙어리장갑은 그때 여자아이한테 줬어. 여자아이 이름은 유은하로 은하가 죽으려고 한 건 우울해서였대. 재경은 은하 마음을 돌리게 하려고 은하한테 자신과 한달 동안 사귀자고 해. 한달이 지나면 은하가 죽는 걸 도와준다면서. 은하는 재경이 생각하는 여자아이와 다르지만 그것도 인연인지 재경은 은하를 좋아하게 됐어. 이만큼 보면 앞으로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지만 아니야.

학교에서 재경은 은하의 안 좋은 소문을 듣고 은하의 소문이 퍼지게 만든 게 자기 동생 이현정이라는 걸 알게 돼. 재경한테는 한살 어린 동생이 있는데 학교에서 아이들을 괴롭혔어. 재경은 현정이 왜 그렇게 됐는지 몰라. 집안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나도 현정이 왜 그러나 했어. 또 알 수 없는 건 은하야. 은하는 왜 우울한데, 했지. 은하는 재경이 현정이 오빠인 걸 알았어. 은하는 현정을 죽이자는 말을 해. 재경한테 이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다니. 몇번이나 해. 재경은 ‘그래 그러자’하는 말을 해. 현정이 아이들과 어떤 아이를 괴롭혀서 그 아이가 사고를 당해서 다쳤대. 현정은 그 아이가 바보라서 그렇게 되었다고 해. 이렇게 말하면 누구나 현정이 나쁘다고 생각하겠지. 나도 그랬어. 아직 중학생인데 아이들과 담배 피우고 어른을 겁주고 말도 함부로 했어. 다친 아이와 은하가 아는 사이였어. 중학생이 고등학생을 괴롭힐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은하가 현정이 괴롭히던 아이와 알아서 그렇게 된 건가봐.

요즘 학생은 정말 여기 나온 것 같을까. 모두가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어쩐지 무섭다. 현정이 왜 나쁜 아이들과 사귀고 남을 괴롭히게 됐느냐 하면, 현정이 괴롭힘을 당했기 때문이야. 괴롭힘 당했으니까 반대로 남을 괴롭혀도 되는 건 아니지. 재경은 그런 건 몰랐어. 아니 보지 않으려 했어. 현정이 마음은 상처받은 채 남한테 상처주는 걸로 그게 나아간다고 생각한 건 아닐까. 은하는 엄마가 죽고 이모와 함께 살았는데 그 집에서 지내는 게 좋지 않았나봐. 자신한테 관심 가져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렇게 우울해한 건지. 은하는 자신한테 상처를 줘서 쓸쓸한 마음을 잊으려 했어. 그렇게 한다고 잊을 수 있는 건 아닌데. 현정이, 은하 마음을 나는 잘 몰라. 안다고 할 수 없지. 하지만 남을 괴롭히고 자신을 괴롭힌다고 해서 마음의 상처가 사라질까. 반대로 더 깊어지게 하겠지. 재경이 둘 다를 도울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어려운 일이야. 재경이 동생과 여자친구 둘 가운데서 누군가를 골라야 했던 건 아니야. 은하는 다른 사람이 있었거든. 왜 그렇게 어릴 때 누군가를 사귄 건지. 엄마가 없어서 그랬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좀 차갑게 생각하는가봐. 자신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 은하한테 그런 말을 해줄 사람은 없었구나.

내리막길로 곤두박질치는 오토바이를 멈출 수 있는 건 재경이었어. 은하는 현정한테 괴롭힘 당하는 아이와 무서운 일을 꾸미고 행동으로 옮겼어. 그 일 대가는 컸어. 막다른 길에 몰려서 희망을 가지고 했을지도 모르는 일일 테지만, 시간이 흐르고 또 다른 일을 꾸몄어. 누군가한테 복수한다고 마음이 편안해질까. 내가 당하지 않은 일이어서 이렇게 말한다고 할지도 모르겠어. 나는 남한테 나쁜 짓을 하면 그게 그대로 자신한테 돌아온다고 생각해. 그러니 할 수 있는 한 남한테 상처주지 않고 사는 게 좋다고 생각해. 은하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 한사람만이라도 자기 옆에 있으면 괜찮다고 했는데. 현정한테는 재경이 있지. 문제를 일으키는 동생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자신이 현정을 믿어주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거든.

한달 동안 사랑은 이렇게 끝났어. 짧은 한달이었지만 재경은 정말 은하를 좋아했어. 은하는 재경과 헤어질 때 재경이 괜찮은 아이라는 걸 알았을 것 같아. 지금은 헤어졌지만 시간이 흘러서 달라진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도 있겠지.



희선




☆―

때로는 무리 속에서 빠져나와 홀로 보내는 시간도 필요하다. 외로움이 두려워 늘 다수 속에 휩쓸려 지내다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본인의 그림자가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작가의 말에서, 159쪽)


n***8 2014.09.26. 신고 공감 3 댓글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