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주영의 <객주>을 다 읽고 무언가 포식을 하고 난 다음의 허전함처럼 아라리 난장을 집어 들었다. 객주가 조선시대 보부상들의 이야기라면 아라리 난장은 이시대가 만든,IMF와 명퇴 그리고 21C형 장똘뱅이의 이야기라고 해야 할 것이다.
창범은 명예퇴직과 이혼이라는 사회와 가정의 암적인 존재처럼 버림받은 서울을 떠나 무작정 길을 나서다 동해로 가는중 어느 주유소에서 우발적인 행동처럼 자신의 차까지 팽개치듯 버리고 처음 만나는 활어차 운전수인 박봉환을 만나 동해 주문진에서 '장똘뱅이'라는 새로운 삶을 억척스럽게 개척하며 오뚜기처럼 우뚝 서는 희망을 안겨주는 이야기다.
봉환의 애인이었던 승희는 창범에게 마음을 뺏겨 그녀가 꾸려 나가던 식당을 묵호댁에게 넘겨주고 창범과 함께 전국을 돌며 장똘뱅이로 거듭난다. 창범 봉환 승희 태호 변씨등 장똘뱅이처럼 동해를 시작으로 그들의 행로는 장을 따라 전국으로 발빠르게 움직여 손해도 이익도 남기며 갈라지고 다시 뭉치고 그러면서 한편으로 희망의 끈을 놓치 않아 그들의 새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던 같다.
창범이 만약에 실직과 이혼이라는 절벽에서 삶을 포기하고 노숙자가 되었다면 그는 구제불능의 밑바닥 인생이 되었을터인데 언제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배수진을 치듯 최선을 다하며 희망을 만들어 가는 그의 노련함과 열정이 좋았다.
난 개인적으로 백화점보다 재래시장을 좋아한다. 그곳에 가면 삶의 아우성처럼 들려오는 그들의 '힘'이 내게로 전이되는듯 하여 오일장을 다녀오면 괜히 엔돌핀이 도는 것처럼 기분도 좋고 활력소를 얻은듯 힘이 넘쳐난다. 거기에 그들의 정까지 듬뿍 받아 오니 부자가 따로 없는듯 일주일은 행복한 주부가 된다.
이시대는 그야말로 어디에서건 자기자리에서 밀려날까봐 눈치를 보며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사십대들의 힘없는 발걸음이 이어지는 불안한 현실속에서 피부로 더 와 닿듯 하는 '아라리 난장'의 이야기기가 남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처럼 와 닿는것은 비단 사회가 만든 현실때문일까. 내 삶을 다시 생각하고 돌아보게 만드는 것 같아 읽는 내내 가슴이 아린 이야기 아라니 난장,이시대의 사십대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언제나 삶의 여정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행운의 여신은 한번쯤 뒤돌아 날 바라보며 웃지 않을까..
|
| 밑바닥 삶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장터도 좋아하지 않는다. 잘 포장되어 냉장보관되어 있는 먹거리들을 백화점 지하에서 고르는 것이 내 생활이다. 그런데 왜 문득 이 책을 골라들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그저 끌렸다. 주인공들은 참으로 막 사는 인생이다. 정말로 이렇게 감정대로 사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게 그대로 나타나는 사람들. 묵호댁. 승희를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들이 아주 자연스런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감추고 예쁜 척하고 잘난 척하면서 사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 비해서 이들은 자연스럽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질펀한 욕지거리들과 사투리들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이리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저 작품으로서 가치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
작가의 대하소설인 '객주' 이후로 다시금 대하는 대하 소설이다. 살아 움직이는 듯한 글과 우리나라 곳곳의 풍물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던 객주를 읽고 받았던 그 감동 그대로 새로운 시대의 현대적 장돌뱅이들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이들의 애환이 이책에 배어 있다. 대하소설치고는 다소 짧은 3권의 분량이지만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서 하고자하는 이야기를 다 한 것 같다. 먼저, 창범과 봉환, 승희로 연결되는 사랑의 삼각 구조가 흥미롭다. 새로운 삶으로의 시작과 함께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사랑이라는 부분을 대하소설이 가지는 구조속에서 나름대로 적절히 형상화 해냇다는 점이다.
둘째, 아라리 난장을 읽으면 비록 가로막힌 북쪽은 못 가더라도 우리나라 곳곳을 헤집고 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강원도 주문진에서 시작된 이들의 걸음은 인제, 속초, 봉평, 양양, 북평 등 동해안에서 부터 남해안까지 그리고 멀리 중국과 러시아까지 곳곳의 특산품과 지리, 풍광을 마치 가본듯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의 곳곳에서 발견되는 지역학적 정보는 다른 소설과 구별되는 장점이다.
셋째, 신 장돌뱅이들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이들간의 갈등을 적절이 풀어내고 새로운 삶으로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직과 가정으로부터의 버림받은 창범은 봉환, 승희, 변씨등과의 만남으로부터 새로운 새상에 대한 희망과 동료들에 대한 우정 그리고 내면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는 바탕을 발견하게 된다는 점이다. 많은 장점들 가운데에 이정도만 가지고더라도 이 책을 추천하는 다른 이유를 말할 필요는 없겠다.
그러나 여기서 이 소설에 대한 몇가지의 비판도 제기해 보고자 한다. 먼저, 사건의 개연성이 적다는 점이다. 소설이든 영화든 어느정도의 사실적인 바탕위에서 시작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거니와 이책에서의 사람들간의 만남과 동업의 시작등은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둘째, 창범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의도적으로 제외되어 있으나 이 부분의 대한 창범의 남편으로서 부모로서 가지는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이 구체적으로 형상화되지 않았다는 것이 한 시대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으로서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다.
마지막으로, 약간은 결말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주인공 창범은 실직과 이혼등으로 인하여 내면적인 갈등을 겪고 있다가 그의 몸속에서도 장돌뱅이의 피가 흐른다는 각성과 함께 장사를 시작하게 되고 이러한 과정속에서 사랑도 찾고 자신의 삶과 일에 대한 의욕을 되찾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는데, 결말은 다소 엉뚱하게도 깊은 산속에 농토를 사서 승희와 정착하는 쪽으로 결론이 지어져서 독자를 당황하게 한다.
그러나 이런 비평속에서도 각각의 장면마다 돌출되는 재미와 아직까지 활기가 남아있는 지방 장바닥의 흥취를 기억하면서 그 생생함속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는 점은 바로 작가의 역량이 아닌가 생각한다. [인상깊은구절] 영월 덕포장까지 내려가서 또다시 남으로 내려가는 지방도로를 따라가다 보명, 고씨동굴 앞을 지나 각동리에서 삼거리를 만가게 된다. 그곳에서 동쪽으로 물러앉은 하동명을 거쳐 줄곧 달려가면 봉화의 춘양면과 만잔다. 그 지방도로의 끝은 31번 국도와 만나게 되어 있는데, 꼬불꼬불한 산협길이 하루 내내 이어지기 때문에 그 들이 들러볼 작정이었던 재산장터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3시 무렵이었다. 경상도에 도착해서 처음 만나는 5일 장터였다. 일행은 창범과 변씨 그리고 태호와 승희였다. 운전석 좌석이 비좁았기 때문에 창범의 자리는 덮개를 씌운 짐짝 속에 마련됐다. 장짐은 모두 용대리에서 가져온 황태와 반건조 오징어였다. 재산장터에 당도한 그들은 한동안 말을 잃어버렸다. 파장 무렵에 당도한 까닭도 있었지만 장터에는 딱 두 사람의 난전꾼이 휘장도 없이 좌판을 벌여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
| 홍어에 이어 두번째로 접하게 되는 김주영님의 소설이다. 처음엔 시리즈물이라 자신은 없었지만, 웬걸? 잡자마자 바로바로 넘어가는 책장은 김주영님의 탁월한 언어적 세계를 다시한번 실감케했다. 전국의 난장들을 통해서 등장인물들의 사랑, 우정, 의리, 배반등이 얽혀있는 모양이 바로 우리가 사는 아니 내가 사는 모양이었음을..김주영님의 소설은 서민들을 통해서 우리네 삶을 투영시키고 있는 듯 하다. 누구나 한가지 이상의 아픔들을 지니고 살면서..그러나 그 아픔들을 치유하고 씻어내기 보다는 그 아픔위에 현재의 슬픔을 덧입혀 살아가고 있는 모습들..그 모습들을 정말 억척스럽게도 표현해 놓은 듯하다. |
|
아라리 난장은 중견 작가 김주영의 원숙함과 노력, 그리고 필력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장바닥, 그것도 갯냄새 풍기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싱싱한 활어만큼이나 생동감 넘친다. 또한 전국을 누비며 장터들의 이야기를 풍성하게 수집한 김주영의 노력도 쉽게 엿볼 수 있다. 다만 애써 취재한 때문일까, 자신이 얻은 지식을 독자들에게 설교하듯 제시하고 있는 것은 못내 거슬린다. 그 지식들을 얼마만큼은 버리고 또 정 필요한 것은 작품에 녹여 제시하는 완숙함이 아쉽다. 그러나 이 어려운 시기, 댄디보이들의 이야기보다는 장바닥을 누비고, 또 한 잔 소주에 삶의 애환을 달래는 이들의 이야기가 3권이란 적지 않은 분량에도 사람의 마음을 끄는 것만은 사실이다. [인상깊은구절] 너무 재미있는 소설이다. 나오는 사람들도 재미있고 장면 하나하나도 재밌다. 게다가 사람이고 장면이고 온통 활기로넘친다. 이 소설을 읽다가 문득 안동 혹은 고흥으로 달려가 소설 속의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억눌렀다는 한 독자의 고백이 과장만은 아닌 것 같다. 팔도 사투리를 이렇게 생생하게 살려놓은 소설도 우리나라에서 처음일 것이다. |
| 나는 김주영이란 작가를 잘 모른다. 그의 책을 읽어보지 않았거나, 읽고도 기억에 와 닿을만큼 인상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미디어에서는 그를 '훌륭한 작가'라고 연신 치켜세웠고, 밑바닥 삶을 풀어놓았다기에 많은 기대를 가지고 책을 집었다. 하지만, 나는 3권짜리 이 책을 반을 채 못 읽었다. 밑바닥 인생을 질펀하게 풀어놓겠다 해놓고, 어깨에서 힘을 빼지 않으면 어쩌자는 것일까. 잘 이해되지 않는 난해한 어휘들은 문장의 중간중간에서 톡톡 불거져 글 읽기를 방해했다. 어렵게 쓰지 않으면 소설이 아닌걸까. 게다가 소설 전반에서 느껴지는 투철한 마초정신(?)이 여자인 내 심기를 거슬렸다. 물론 밑바닥 삶에서의 여자의 역할, 남자의 위세가 어제 오늘 일일까마는 그 주인공들이 아닌 작가 자체가 그런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밑바닥을 재현해 보고자 했지만 작가는 자신을 밑바닥으로 끌어내리지 못한 듯 하다. 어딘지 삐걱이는 이 느낌...편견일지 모르니, 조금 진정하고(?) 다시 읽어봐야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