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라는 드넓고 풍족한 난장에서 교수가 되었든 막일 판 노동꾼이 되었든 모두 저마다의 잇속으로 살아가는 우리모두는 장사꾼이 아닌가. 쉼 없이 흥정하고 거래하고 살 부비벼 함께 호흡하고 있는 우리는 때때로 자신이 스스로의 인생을 종자돈으로 하여 신나지만 힘겹게 살아가는 장사꾼이라는 생각을 어렴풋이 한번쯤 해보기도 한다. 사고 파는 것이 거래이고 파는 이가 장사꾼이다보면 내 시간을 팔고 내 능력을 팔고 내 마음을 팔지 않고 사는 사람이 어디 한사람이라도 있을까. '홍어'의 作家 김주영이 쓴 소설 '아라리 난장'은 3권이라는 만만찮은 분량임에도 다 덮은 후에 아쉬움과 미진함이 재미 못지 않게 깊이 여운으로 남는 작품이다.
장꾼들의 의리와 배신, 그들의 삶에 녹아 있는 애환들을 읽고 있는 동안 나 역시 한사람의 장돌뱅이가 된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결국 강원도 구룡덕봉 산채 두령이 되고 만 '한창범' 역시 샐러리맨에서 출발한 역전의 용사가 아니던가. 화이트와 블루 이젠 골드까지 등급분류(?)된 직업군이 마치 우리자신에 대한 계급인 냥하며 살아오진 않았나 숙연하게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자투리 시간으로 책을 읽는 내게 3권이라는 분량이 주는 중압감으로 이제껏 이 책을 미뤄온 것을 후회할 정도로 재미와 감동이 쏠쏠한 작품이다.
또 하나, 이 책이 덤으로 주는 '고객만족 서비스품목' 이 있다면 팔도 먹거리의 망라와 앉은 자리가 장터라고 착각이 들만큼 상세한 팔도 장의 특성묘사이다. 안개 낀 장 마당에 들어 설 때 장꾼들이 느낀다는 설레임을 나는 책을 놓았다 다시 들 때마다 느낄 수가 있었다. 짧은 글로 긴 소설의 감동을 어떻게 다 전할 수 있을까. 좋은 작품을 선사해 준 作家에게 감사하고 감동의 다리를 놓아 준 "Yes 24"에 감사한다.
[인상깊은구절] "내 인생이 흔들리고 헛되게 살고 있는 것 같으면, 그렇게 살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들을 하나하나 점검해 봐. 생각을 바꿔보면 인생이 오히려 진솔하게 보일 수도 있지 않겠어?"
--------- p 185
북소리가 나고 장타령이 구성지자, 구경꾼들은 물 묻은 손바닥에 깨 엉키듯 꾀어들어 발길을 돌릴 줄 몰랐다. 이미 잠자리를 잡았던 외지인들까지 다시 옷을 꿰입고 난전 마당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 p 288
"그것들이 없는 대신 구룡덕봉 산자락의 절경이며 안개와 짐승들과 새소리까지 모두 내 것이 되었고, 철마다 다투어 피는 꽃이며 열매를 모두 가지게 되었지 않습니까. 그 뿐입니까. 나는 구룡덕봉 산채 두령이 되었어요. 전화며 텔레비전을 가지려면 이것들을 모두 포기해야 되겠는데, 장사꾼 속내로 따져봐도 어느것을 가지는 게 이익이겠어요?"
------------ p 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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