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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인류진화의 한 요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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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에서 발견된 벽화를 보고 우리는 그것이 머나먼 선사시대의 것이라고 쉽게 믿지를 못한다. 19세기 말,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에서 발견된 벽화도 마찬가지였다. 연대분석을 통해 구석기시대의 미술임이 밝혀진 후에도 사람들은 선사시대 인류가 그런 표현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의구심을 나타낸다. 사실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는 특유의 인지적 능력 덕분에 전대미문의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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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에서 발견된 벽화를 보고 우리는 그것이 머나먼 선사시대의 것이라고 쉽게 믿지를 못한다. 19세기 말,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에서 발견된 벽화도 마찬가지였다. 연대분석을 통해 구석기시대의 미술임이 밝혀진 후에도 사람들은 선사시대 인류가 그런 표현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의구심을 나타낸다. 사실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는 특유의 인지적 능력 덕분에 전대미문의 문화적 혁신을 이루어냈고, 그것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도구의 발명과 개선, 불의 이용, 언어의 출현, 의식과 예술의 창조 그리고 농경과 목축이라는 삶의 방식 변화는 이런 인간의 문화적 진보에 큰 획을 그은 사건들이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예술이라는 것도 인류진화의 마지막 단계인 호모 사피엔스의 출현과 함께 갑작스레 생겨났다고 믿는다.

 

구석기시대 인류의 수준 높은 창작을 보여주는 증거는 수없이 많다. 알타미라 동굴 벽화 외에도 17000년 전의 것으로 확인된 라스코 동굴 벽화도 그 중 하나이다. 라스코 동굴 벽화는 인류가 처음으로 현실세계의 요소들을 사실대로 묘사한 구상미술이자, 다른 존재들에게 내용을 전달하고 보여주는 시각예술이라고 한다. 그러기에 대부분의 선사학자들은 예술이 35000년전 유럽에서 갑자기 나타난 화려한 형태의 미술과 함께 시작된 것으로 본다고 한다. 자연적인 현상이 어떤 형상을 빚어내는 힘을 우연히 발견한 인류의 모방욕구가 그러한 예술을 출현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고학적 자료들이 알려주는 사실은 300만년에 걸쳐 흘러온 인류역사에서 불과 수만년 전에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라, 조각조각 생겨난 현상임을 알려준다고 한다. 이것은 예술이 아무것도 없는 원점에서 후기 구석기시대에 이르러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최근 들어 학계에서는 이러한 예술의 기원에 대해 새로운 접근을 하고 있다고 한다. 파리 과학산업관은 그 새로운 지식들을 대중에게 알리고자 매년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있으며, 프랑스국립과학연구소의 책임연구원인 미셸 로르블랑셰는 그러한 내용 중 하나를 담아 책으로 엮었다. 바로 이 책 [예술의 기원]이 그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예술의 기원을 새로운 관점에서 정의하기 위해서는 그 정의 자체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연에 남겨진 인간의 흔적, 자연이 만들어낸 산물을 소유하는 행위, 색과 형태와 재료의 조합을 전제하는 창작물을 예술의 표현으로 간주해 보자는 것이다. 그렇게 볼 때, 인간은 인류초기부터 자연의 예술품을 모아서 소장하고, 형태를 빚어내고, 흔적과 자국을 남기고, 장신구를 만드는 등의 행위를 통하여 예술가적 면모를 드러냈다고 한다. 즉 예술의 역사와 인류의 역사는 불가분의 관계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초기 인류는 숯이나 붉은색 황토 등과 같은 염료를 수집했다. 또한 도구제작을 위한 재료로 규석, 벽옥, 천연수정이나 흑요석과 같은 희귀암석을 수집하기 위해 주거지를 멀리 떠나기도 했다. 이는 선사시대 인류가 화석과 광물의 형태 및 색의 다양성에 관심을 가졌음을 나타낸다. 뿐만 아니라 암석의 광물학적 다양성과 그 모양, 색깔, 질감 그리고 단단함의 차이에도 관심을 기울였음을 뜻한다. 그런가 하면 단순히 깨진 돌 조각을 이용한 박편석기에 이어 자갈이나 돌 조각의 표면을 전체적으로 다듬은 도구가 등장하기도 했다. 100만년도 더 이전, 호모에렉투스가 남긴 다면석기와 주먹도끼가 그것이다. 특히 다면석기는 최초의 기하학적 형태의 창작물이라 할 수가 있으며, 도구를 만들면서 시작된 입체와 평면의 공존을 보여준다고 한다. 이것은 인간의 지성이 어떤 외부적 격려나 본보기에 대한 참고 없이 스스로 예술의 기원이 되는 추상적 도식을 만들어 냈음을 의미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특히 뼈나 돌에 인류가 의도적으로 흔적이나 줄무뉘, 바위구멍을 표시한 것은 네안데르탈인이나 초기 크로마뇽인이 - 후기 구석기시대 예술이 출현하기 수만년 전 - 이미 그 길목에 근접해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한다.

 

이처럼 인류가 의식과 관련된 행위로서 바위에 구멍을 뚫고, 장신구를 수집하며, 도구를 만들면서 실용성과 무관하게 대칭성을 추구한 것이 바로 예술과 관련된 행위라는 것이다. 예술행위가 곧 인류의 진화에 유리한 요소로 작용한 셈이다. 이렇게 볼 때, 결국 예술의 탄생 내지 기원이라는 개념은 그 자체가 부적절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인간은 존재하는 순간부터 예술가였고, 예술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뒤섞여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안내를 따라 떠나는 예술의 시원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 인간이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알려주는 또 다른 장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술이나 인류의 진화에 관심이 있고 없고를 떠나, 과학과 사회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가는지에 대한 흥미가 있다면 한번쯤 읽어 볼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k*****1 2015.07.28.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