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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영원할 것처럼 서유미 문학동네/2024.8.30. sanbaram
서유미 소설집 <밤이 영원할 것처럼>에는 일곱 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웃들이다. 누구는 이혼하고, 또 누구는 사별하여 혼자 아이를 키우고, 또 다른 이는 서민들이 사는 동네에 살며 젊은 시절과 앞으로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서유미 작가는 2007년 <판타스틱 개미지옥>으로 문학수첩작가상을, <쿨하게 한 걸음>으로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당분간 인간>, <모두가 헤어지는 하루>, <이 밤은 괜찮아, 내일은 모르겠지만> 장편소설 <당신의 몬스터>, <끝의 시작> 등과 산문집 <한 몸의 시간>이 있다.
<토요일 아침의 로건>은 미국지사 발령을 희망하며 사 년 동안 토요일 오전이면 영어 과외를 받아온 로건이 갑작스러운 뇌종양 판정을 받게 되었다. 이후 한 달간 영어 선생님 젤다와의 이별을 준비하며 자신에게 닥친 예상치 못한 불행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이야기다.
<밤의 벤치>는 아파트단지와 함께한 큰 전나무가 있는 놀이터 옆 등나무 벤치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이 은솔의 낙이다. 아이와 빠듯한 살림에서 벗어나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는 시간과 공간이다. 이때 가끔 맞은편 벤치에 앉아 캔맥주를 마시는 101동 여자를 알게 된다. 그러나 주차공간 확보를 위해 전나무와 벤치가 주민투표로 없어지게 된다. 이를 계기로 젊은 시절 학습지 교사를 하던 자기와 딸 은솔의 국어선생님이 겹치면서 평일 낮에 거리를 걷는 사람들이 모두 자유로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으로 충분한 밤>은 유선과 종우가 마련한 대학동기 친구들 모임이 끝난 밤의 이야기다. 가볍게 맥주를 마시며 즐거웠던 시간을 되새기며 여유를 즐긴다. 무리해서 대출을 받긴 했지만 그들은 지인들을 여럿 초대해도 좋을 만큼 훌륭한 단독주택형 빌라에 산다. 건강하게 자라는 아들 선우와 함께다. 그러나 빌라 밖에서 술에 취한 젊은 남녀가 즐거운 듯 웃다가 싸움으로 번지고 나중에는 엠브런스에 실려가는 소리를 들으며, 원인을 알 수 없는 누수와 같이 이들의 생활에는 언제부턴가 불안이 스며들어 있다.
<지나가는 사람>의 석주는 오십 대 공인중개사다. 그는 자신의 일이 “매물을 보여주고 계약을 성사시켜 수수료를 받는 게 아니라 기다리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된 지 오래다. 동창 재경은 부잣집에 태어나 결혼 후에도 동화속 그림같은 집에서 살며, 친구들을 초대해 즐기며, 석주 부동산 계약은 물론, 다른 동창들의 일까지 살뜰하게 챙겼다. 그러던 그녀가 이혼하고 2년 간 잠적했다 나타나 원룸을 얻어달라고 했다. 그 후 석주는 재경이 사는 원룸에 고장난 전구를 갈고, 아내 세희의 선물을 전해주려 했지만 끝내 실행하지 못하고 만다.
<다른 미래>는 딸 희영 내외와 손녀딸과 함께 바닷가로 여행을 왔다. 딸네 식구들은 비 오는 바다도 좋다고 물놀이를 즐겼지만, 진은 지루해하며 구경만 했다. 딸 희영이 대학생이 되던 해 남편이 죽고 딸과 둘이 살던 때, 그리고 딸이 결혼하며 같이 살자고 하던 때 등을 생각하다가 딸에게 온 전화를 전해주러 갔다가 바다에 넘어졌다. 그래서 일어나려다 파도에 다시 넘어지며 바닷물에 적응하면서 이렇게 시원하고 갖가지 파도를 즐길 수 있는데 왜 용기를 내지 못했는지 눈물이 났다.
<기다리는 동안>의 인희는 이혼한 남편을 만나기 위해 살던 빌라 앞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지금 살고 있는 원룸이 만기가 되어 월세로 돌리던지 사라는 주인의 독촉을 받고, 이혼 할 때 주기로 한 돈을 받기 위해 살던 집 앞에 온 것이다. 재영은 수십 통의 전화에도 받지 않고 문자만 몇 번 왔었다. 재영의 강의실을 찾아 갔지만 외출중으로 부재중이었다. 오늘은 기필코 만나서 결말을 보고 싶어 눈 오는 저녁이지만 기다렸다. 눈이 오기 시작하고 밤이 깊어지자 예전에 재영과 함께 살던 402호 집으로 들어갔다. 차를 찾아서 끓인 후 마셨지만 밤 늦게까지 재영은 돌아오지 않는다.
<밤이 영원할 것처럼>의 동희는 쇼핑몰 회사의 본부장이다. 횡단보도를 건너려다 발을 헛디뎌 발목을 접질렸다. 인근 건물의 정형외과에서 치료를 받고 깁스를 한 다음 목발을 짚고 택시로 집에 왔다. 대표는 동희가 쓰는 집무실을 영업사원에게 주면 어떻겠냐고 했다. 이튿날 출근해서 예전에 창고로 쓰였던 집무실을 둘러 보며 이곳으로 승진해 옮기던 때를 생각했다. 며칠 후 집무실 짐을 정리했고, 집에 있는 침대는 높낮이가 조절되는 모션베드를 주문했다. 금요일 저녁에 배달해 준다는 연락을 받았다. 출근하여 집무실 상태를 점검하고 새로 옮긴 자리를 정리하다 퇴근을 했다. 목발을 집고 들어선 카페에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고 집으로 가려는 데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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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미 소설가님 새로운 단편집 출간 되었네요. 응원합니다. 장편뿐 아니라 단편이 더 좋아졌습니다. 좋은 소설 추천합니다! 잘 아껴서 읽겠습니다. 토요일 아침의 로건과 함께 가을을 기다려봅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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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서유미 작가님의 단편집에는 무려 7개의 단편 중 ‘밤’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제목이 3개나 된다. 북클럽 회원의 특권인 티저북으로 먼저 읽어볼 수 있는 감사한 기회를 얻었다.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다른 미래’는 노년을 맞이한 주인공 ‘진’과 그녀의 딸 ‘희영’, 사위, 손녀가 등장한다. 이야기는 딸의 가족과 진이 비가 오는 흐린 날 바닷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진의 시선에서 조용하게 담는다. 딸을 많이 생각하지만, 가끔은 딸이 가진 습관이나 성향을 이해 못하는 엄마의 시선에서 손녀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시선과 또 옆에 자신과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남녀 커플을 지켜보는 호기심 어린 시선이 교차된다. 물 흘러가듯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들 속에서 진의 마음들이 중간 중간에 들어나는 게 좋았는데, 마지막에 이 글에서 느꼈던 기분은 묘한 해방감과 작은 깨달음이었다. 진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줬던 건 자신과 나이가 비슷했던 두 남녀의 행동에서 기인한 행방감과 또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 거고 저렇게 살아도 괜찮을 거라는 작은 깨달음이었다. 꼭 성장은 청소년만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성장을 할 수 있다. 진의 나이가 꼭 중요한 것이 아닌 것처럼 내 안의 내가 ‘이렇게도 괜찮구나’라는 작은 깨달음 역시 살아가는데 있어서 필요한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진’은 그날의 작은 해방감을 느끼면서 소소하게 깨달은 작은 진리를 가지고 앞으로 잘 살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처럼 기분 좋은 단편을 읽었다. 무더운 여름에 가슴 한 켠이 시원해지는 묘한 기분 좋음을 느끼면서 이 책의 모든 단편들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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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책들이 주로 출판되는곳 중에 하나. 출판사의 출간 서적들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발견하고 구입한 책. 요즘 젊은 한국 작가들 필력이 너무 내 스타일 ㅠ 읽을게 많아서 너무 행복함. 서유미 작가의 다른 책도 소장해서 읽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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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미 작가의 단편소설집 <밤이 영원할 것처럼>을 읽었다. <토요일 아침의 로건>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17년이라는 긴 기간동안 소설을 써오는 서유미 작가의 행보가 때로는 놀랍고, 때로는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이 책을 덮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의 밤은 영원할까. |
| 서유미 작가의 소설로는 기혼 유자녀 여성의 삶을 그린 <우리가 잃어버린 것>을 읽은 적이 있다. 이번에 읽은 소설집 <밤이 영원할 것처럼> 역시 현실에 발 붙인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아침에 일어나고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고 또 다시 일하고 잠드는 사람들, 그중에서도 여성들의 이야기에 눈길이 가는 것은,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일터 외에 가정이라는 또 다른 일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남성의 가사 노동 참여율이 높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어떤 여성들에게는 요원한 일이고. 여성에게 가사 노동이 부담스러운 또 다른 이유는 이것이 심리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가사도우미, 보육 교사, 간병인 등의 입장에서 타인을 돌보는 것과 아내 또는 엄마로서 살림을 돌보고, 자녀를 키우고, 나이든 부모 또는 시부모를 돌보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다. 이런 이야기를 계속해서 들려주는 작가님들이 계셔서 든든하다. 바뀐 현실을 마주할 때까지 눈 돌리지 않아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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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25년> 에 #아보하 라는 말이 나온다. 아주 보통의 하루. 서유미작가의 이번 단편집은 인물들의 ‘아보하’적 삶들을 보여준다. 인물들은 그저 일상을 산다. 슴슴하게 보이는 일상이다. 그러나 인물의 저 밑바닥에는 뭔가 웅크리고 있다. 인물들은 대개 중후반의 나잇대이다. 이미 일궈놓은 어떤 상황 속에서 보내는 일상은 치열하지 않다. 그러나 무언가 허전하다. 무언가 다 말할 수 없는 묵직함이 있다.
소설은 바로 그 무언가를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단편을 읽고 나면 뭔가 알지 못할 우울감으로 혼자 차 한잔 마시며 다시 소설 속으로 들어가 그 인물이, 그 상황이 된다. 인생은 그냥 이런 건가? 아주 보통의 하루는 이렇다 할 사건 사고가 없다. 그러나 왠지 다른 사람은 치열하게, 사건 사고 속에서 뭔가 활기차게 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 망상이 어쩌면 우울감의 근거일지 모르겠다. 서유미작가는 묘하게 소설 속에 이런 비교의 망상을 두었다.
미국 지사 발령을 꿈꾸고 토요일마다 영어 과외는 하고 있는 남자 주인공에게 찾아온 뇌종양. 단지 안에 유일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인 나무 아래 벤치가 사라지는 일, 어렵게 집을 사서 집들이하고 손님들을 다 보낸 후에 보내는 시간. - 그런데 이 좋은 집에 아래층 노부부가 누수가 있다고 한 말이 자꾸 맘에 걸린다. 잘 살고 손이 커서 늘 그 친구 집에 모였는데 갑자기 이혼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고 그 한 몸 편히 쉬지 못할 원룸에 살게 되었다. 깜박거리는 전구하나 갈아주지 못하고 바뀐 전화번호도 묻지 못하고 아내가 따로 챙겨 둔 선물도 전달하지 못하고 더 궁한 곳으로 떠나는 친구를 바라볼 뿐이다. 마흔 후반에 사별하고 20여 년이 지난 후 딸 내 가족과 바다로 휴가를 갔지만 성격적으로 즐기지 못하고 있는 이야기. 원룸을 사든지, 월세로 바꾸든지 하는 문제로 이혼한 전 남편에게 위자료를 받으려고 기다리는 상황에서의 이야기. 오랜 시간 밤낮없이 수고했던 직장생활, 펌프스 힐 구두가 자존심이 된 그녀가 다리도 다치고 집무실도 옮겨야 하는 이야기.
아주 보통의 일상에는 어떤 일맥상통함이 있다. 그 일맥상통함으로 서유미의 작가의 단편들이 아주 가깝게 다가온다. 보통의 하루를 보내더라도 인생의 심오함은 누구에게나 있다. 이야기들은 슴슴한 하루처럼 보여지지만 독자는 그 밑바닥 심연으로 들어간다.
인생 중후반의 독서모임이 있다면 이 책으로 나누어 보길 바란다. 아주 보통의 나의 삶이 심연의 어떠한 것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고 그 어떠함을 찾을지도 모른다. 혼자 읽는다면 작품을 읽고 한 잔의 차와 함께 다시 한번 작품으로 들어가 자신에게 몰입되는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
일상을 낯설게 보게 된다. 그리고 나를 낯설게 보게 된다. 작가의 시선을 좇아 나의 주변을 낯설게 본다.
p119 p154 손녀를 보면 세월이 흘러가는 게 아니라 쌓인다는 게 느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