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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탸에게 현(자)타(임)이란 <너무 시끄러운 고독>을 읽고
일생에서 한 가지 일을 오랫동안 계속한다는 것, 특히 생계를 위한 밥벌이라면 때로 타성(매너리즘)에 빠질지언정 쉬이 그만두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대체로 소명의식과 장인정신을 발휘하고자 애를 쓰는데, 12월의 북클러버 선정작 <너무 시끄러운 고독>에서 만난 주인공은 한마디로 규정하기가 쉽지 않다. '한탸'는 삼십오 년 동안 책과 폐지를 압축하면서 오랜 시간 활자에 파묻혀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교양을 쌓고 현자(賢者)의 경지에 이르러 '현자타임'을 보낸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무시로 책을 펼쳐 역사 속 인물들과 대화하면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자기만의 사유 세계를 넓혀온 것이다. 매일 밤 일터를 떠나 집으로 돌아온 그를 맞이하는 것은 다름 아닌 2톤 가량의 책들이다. 침대 위로 만든 닫집[천개(天蓋)]에 놓인 책들은 언제든지 그를 덮칠 태세이다. 방대한 책들이 '불러일으키는 상상의 무게(40쪽)'로 인해 그의 정신은 날개 돋친 듯이 확장되는 반면, 몸은 갈수록 구부정하게 축소되는 결과를 낳는다. 한탸는 날마다 지하 작업실로 쏟아지는 책과 폐지를 압축기에 넣어 소각장으로 보내질 꾸러미를 만들면서 연신 맥주를 들이켠다. 어떤 이는 음주 노동의 부당함 혹은 위험성을 지적할지도 모르겠다. 그에게 맥주는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 무엇보다 그의 머릿속을 너무 시끄럽게 만드는 생각(공상)들을 가라앉히기 위한 진정제로 기능한다고 볼 수 있겠다. 그는 압축기를 너무나 애지중지하여 퇴직 후에도 압축기를 사서, 철도원으로 은퇴한 뒤 정원에 철길을 깔아 기차를 운행하는 외삼촌과 마찬가지로 자신만의 꾸러미들을 만들어 정원에서 전시하려는 꿈을 갖고 있다. 압축기는 종이류만 취급하는 게 아니라, 한탸와 같은 시공간을 공유하는 '쥐'도 가리지 않는다. 그가 책을 안식처로 삼고 책으로부터 마음의 양식을 얻듯 책더미 속에서 책을 갉아 먹고 살면서 인간과 다를 바 없이 두 패로 나뉘어 전쟁같은 삶을 사는 쥐들을 향한 한탸의 시선에서 예리함과 서늘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어느 해, 한탸는 화장터에서 죽은 어머니를 화장하는 모습을 보며 탈무드의 한 구절을 떠올린다. "우리는 올리브 열매와 흡사해서, 짓눌리고 쥐어짜인 뒤에야 최상의 자신을 내놓는다.(29쪽)" 자기가 책들에게 하는 일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그의 비유가 다소 과격한 듯하지만, 인간이란 결국 죽어 한줌의 재로 사라지지만 가장 본질에 가까운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는 책을 압축하는 일을 일종의 암살이자 무고한 생명을 학살하는 행위라고 자조하면서 스스로를 '상냥한 도살자'라 부르기도 한다. 혹자는 한낱 종이 뭉치에 불과한 책을 파쇄하는 일에 과몰입하는 게 아닌지 고개를 갸웃할 수도 있다. 책 한 권에는 책을 쓰고 펴낸 사람들이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고, 잠시 '한탸적 사고'를 해본다면 조금이나마 그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는 그렇게 '누군가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92쪽)'을 삼십 오년 넘게 해오며 파괴의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나날들을 보내왔던 것이다.압축기의 기본 작동 원리는 간단하다. 녹색과 붉은색 버튼을 번갈아 누르면 기계가 가동(稼動)되거나 멈춘다.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면 우여곡절은 있었으나 녹색 버튼을 누른 것처럼 한탸와 압축기는 움직이며 일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앞서의 현자타임과 사뭇 다른 '현(실자각)타(임)'이 찾아오면서 그의 인생은 빨간 버튼이 눌린 듯 멈추고 만다. 거대한 압축기와 그것을 작동시키는 청년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지금껏 유지한 자신의 작업 방식과 달리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새로운 시대의 산물들, 즉 스무 배가 넘는 작업량을 소화하는 대형 압축기와 맨손이 아닌 장갑을 끼고, 맥주가 아닌 우유를 마시며 일하는 젊은 일꾼들을 목도한 그는 충격과 모욕감을 온몸으로 느낀다. 결정적으로 작업을 관리하는 소장에게서 다음 주부터 다른 인쇄소 지하실에서 백지를 꾸려야 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나서 그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과연 한탸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한 독자는 직접 책을 통해 확인하시길 바란다. 한탸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하먼 멜빌이 쓴 『필경사 바틀비』의 주인공 바틀비가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전 직장에서 생긴 상처와 고통을 고스란히 품은 채 필경사로 전업한 바틀비 또한 아슬아슬하게 상사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한탸와 다른 듯 닮은 길로 향했던 게 기억나서다. 책을 덮으며 책제목을 다시 바라보며 한탸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너무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외롭지 않게 자기만의 고독을 즐기는 법을 독자에게 알려주고 싶었는가? 아니면 당신의 내면을 어지럽히고 고독을 방해하는 세상을 꼬집고 싶었는가? 이에 대한 그의 응답은 독자마다 다르게 와닿을 것이다. 난 그가 오래도록 책에서 끊임없이 그 답을 구했으나 만족스럽진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실마리는 발견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가 이렇게 힘주어 말했으니까.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 그래도 저 하늘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연민과 사랑이 분명 존재한다. 오랫동안 내가 잊고 있었고, 내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삭제된 그것이.(107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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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째 폐지 압축 일을 해온 하냐의 독백을 통해 지식과 고독, 그리고 시대의 폭력을 그려낸 작품이다. 그는 버려진 책들을 구해 읽으며 스스로를 지식으로 채워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하는 일은 책을 압축해 파괴하는 일이다. 이 모순적인 상황은 인간과 문명의 운명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작품은 철학적 사유와 블랙유머가 어우러진 문장으로 가득하다. 소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오히려 더 깊어지는 내면의 고독, 그리고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애도가 잔잔한 울림을 남긴다. 짧은 분량이지만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오래 곱씹게 되는 소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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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허무와 인간 존재의 고독, 사회적 소외를 독특한 시선으로 탐구한 소설이다. 주인공 하벨카는 폐지 수집과 중고품 판매로 생계를 유지하며 세상과 거리를 둔 채 살아간다. 하지만 그의 삶은 단순히 고독한 것이 아니라, 세상의 부조리와 인간의 모순을 목격하고 내면의 사유를 깊게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야기 속 하벨카의 일상과 사건, 주변 인물과의 관계를 통해 인간의 연약함과 동시에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을 경험할 수 있다. 흐라발 특유의 유머와 풍자를 섞은 문체가 읽는 재미를 더하며, 묘사와 사유가 결합된 문장은 현실의 무거움을 감각적으로 전달한다. 주인공의 내적 고민과 사물, 사건에 대한 독창적 시선은 몰입과 동시에 사색을 유도한다. 그러나 서사 구조가 다소 파편적이고 반복적이며, 사건 전개가 느리거나 일상적 디테일에 집중해 읽는 흐름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러한 점은 작품의 깊이와 사색적 특성을 살리는 요소인 동시에, 서사적 긴장감을 약간 낮추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너무 시끄러운 고독』은 인생의 부조리, 고독, 인간의 내면을 예리하게 조명하며, 사소한 사건 속에서 인간 존재와 삶의 의미를 성찰하게 한다. 하벨카의 관찰과 사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독자로 하여금 삶과 관계, 인간 존재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공감을 경험하게 한다. 유머와 풍자를 통한 묘사, 고독 속 사유의 결합이 작품의 매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