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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잇다 #정세에합당한우리연애
‘소설, 잇다’는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갔으나 충분히 언급되지 못한 대표 근대 여성 작가들의 주요 작품을 오늘날 사랑받는 현대 작가들의 작품과 나란히 읽는 시리즈다.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는 이 소설 잇다의 여섯 번째 시리즈. 근대 여성 작가 박화성의 소설 3편과 젊은 작가 박서련의 소설 1편, 에세이 1편을 나란히 읽을 수 있다. 총 다섯편의 작품 중 책의 제목, 즉 주제와 연결되는, 근대에서 현대로 이어지는 두편의 소설이 역시나 기억에 가장 남았다. 바로 박화성 작가의 하수도공사와 박서련 자가의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 이다.
#박화성작가 #하수도공사 학교 다닐 적 교과서에 실린 작품들을 읽은 후로 참으로 오랜만에 근대 작품을 접해보았다. 말투나 시대 상황은 다소 낯설긴 했지만 사람 사는 이야기이다 보니 금새 익숙해졌다. 박화성 작가의 고향이 전남 목포이다 보니 전라도위주로 펼쳐지는 이야기지만 과거 비단 전라도에 국한되었을 이야기만은 아닐 가난하고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정직함과 우직한 성실함에 숭고한 마음이 일었다. 사랑보다도 정의로움과 사명감을 우선시 하며 살던 시절, 그 외로운 시대를 잘 버텨내준소설 속 주인공같은 조상들이 있기에 지금 우리가 이런 시대에 살 수 있다는 것에 새삼 마음이 저며온다. 하수도 공사에서 책의 제목인 ‘정세에 합당한 연애’란 대목이 나온다. “용희! 나는 용희를 정말로 사랑하오! 그러나 나는 우리의 사랑이현재 우리 정세에 합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항상 스스로 억제하는 때가 많소.” 가난한 노동자인 동권은 부잣집 딸인 용희를 사랑함에도 그것이 온당치 못하단 일이라 생각하며 결국 용희를 위해 그리고 큰 대의를 위해 떠난다. “나는 용희를 애인보다도 한 동지로 생각하기 때문에 용희 같은 유망한 여자와 떨어지고 싶은 생각은 더구나 없소. 그러나 정세가 허락지 않는 데야 어찌하겠소. 만일 용희가 나를 끝까지 사랑한다면 용희 스스로 용희 자체를 개척할 수가 있으리라고 생각하오. 그렇지 않소?” 시대적 대의를 위해 그리고 제 한몸 변변히 처리 하지 못하는 가난한 처지의 본인이 부잣집에 시집 갈 운명인 용희의 앞길에 장애물이 될까 떠나는 동권이 다소 답답하고 못나게 느껴지기도 했다. 실제로 동권은 노동자 대표로 불의에 저항하며 책임자집단에 항거하는 모습을 보이는 진취적인 성격임에도 사랑앞에서는소극적인 모습으로 비춰지는게 이것이 그 시대의 정세에 합당한 이성간의 모습인건지 혹은 바람직한 시대상일텐지, 그렇다면 한세기가지난 현재의 합당한 연애는 어떤 모습일런지
#박서련작가 #정세에합당한우리연애 근대의 동권과 용희로 분한 대학생 진과 림이 등장한다. 다른점이 있다면 진과 림은 동성이라는 것이다. 동성애를 두고 작가는 정세에 합당한 연애란 과연 무엇인지 묻는다. 진은 없어진 총여학생회를 재건하기 위해 독서토론모임이란 건전한 동아리 활동을 구심점삼아 학생회장 선거 출마를 도모한다. 거기서만난 림과 사랑하는 관계로 발전하지만 이 연애를 알리고 싶어하는 림과 달리 진은 알리고 싶은 생각이 없다. '여자 총학생회장을 본 적없는 학교가 레즈비언 총학생회장은 괜찮게 생각할지 잘 모르겠어.‘ (사랑보다 꿈과 대의의 실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습이 동권과흡사하다.) 때마침 독서토론 도서로 ‘박화성‘의 ‘하수도공사’를 접하며 림은 깊은 생각에 빠진다. ‘언니는 우리 연애가 정세에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하는구나‘, ’그런 걸까? 언니는 동권이고 나는 용희인 걸까? 그러니까 언니는 나를 애인보다도 한 동지로 생각하고 있는 걸까? 하지만 동권이 정말로 용희를 동지라고 여겼다면, 동등한 입장에서 사고하고 행동하는 존재라고 느꼈다면 어째서 용희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았을까?‘ 시대가 지났음에도, 박화성에서 박서련으로 100년이란 시간을 넘어 이어옴에도 여전히 ‘정세’라는 구태연한 틀에 박힌 사고, 그 틀에 갇힌 사람과 감정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100년도 채 못 살다가 죽는 티끌같은 삶이건만 왜 그렇게 주체적이지못한 채 남의 시선에 매몰돼 틀에맞춘 자신으로 살고 마는건지. 정세에 합당한 연애에서 연애를 삶으로 확장시켜본다. 책을 덮고서도 아른거리는 마지막 림의 독백 구절이다. '우리는 정세에 합당한 연애를 하고 있어요. 정세에 합하지 않는 연애 같은 건 세상에 없어요 |
우리 모두는 정세에 합한 연애를 하고 있다 : <정세에 합당한 연애> 작정단 13기의 첫 책은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였어요. 책을 읽기 전, 제목을 보고 '정세'란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봤어요. '주류와 권력이 만들어내는 것'이라 정의내려봤죠. 사회의 주류가 되는 사람들은 권력을 가진 채, 정세를 만들어내니까요.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를 읽으며 아주 중요한 것을 알았어요. 바로 우리나라의 정세에는 '가부장적인 가치판단'이 실려 있다는 것이에요. 결혼을 꼭 해야만 해, 신분이 다른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어, 여성은 지도자의 자리에 오를 수 없어, 여성과 여성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어... 100년의 간극이 있는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내용이 공감이 가고 이해가 갔어요. 안타까우면서도 '그 정세란 것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이토록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나' 하는 답답함도 생겼습니다. 시리즈 소개 ![]() 작가정신의 '소설, 잇다' 시리즈는 대표 근대 여성 작가들의 주요 작품을 오늘날 사랑 받는 현대 작가들의 작품과 나란히 읽는 시리즈예요. '소설, 잇다'의 여섯번째 주인공은 박화성 작가님과 박서련 작가님이셨어요. 박화성 작가님의 소설 <하수도 공사>, 그리고 <하수도 공사>에 영향을 받은 박서련 작가님의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 이 두 소설을 나란히 읽으며 근대화 현대가 겹쳐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하수도공사> ![]() "용희! 나는 용희를 정말 사랑하고. 그러나 나는 우리의 사랑이 현재 우리 정세게 합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항상 스스로 억제하는 때가 많소." / 하수도 공사를 두고 임금체불이 생기며 노동자들은 들고 일어나기 시작해요. 주인공 동권도 그들 중 한 명이었죠. 그가 사랑하는 여인, 용화는 귀족 집안의 영애예요. 동권과 용화는 서로를 사랑하지만, 동권은 용희에게 '우리 사랑은 정세게 합당하지 못하다'라고 말해요. 우리 사랑이 왜 합당하지 않느냐 묻는 용희에게 '(신분 차이로) 결혼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답합니다. / 이 답에서 독자들은 두 가지 '정세'를 발견할 수 있어요. '노동자와 영애의 사랑은 이루질 수 없어', '결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어'. 이 두가지는 여느 소설에서도 잘 나타나는 부분이기에 특수성이 두드러지지 않는데요. 하나 더 더해지며 이 소설의 방향이 확실히 드러나요. 영애 역인 용희는 그 정세에 빗겨 있다는 것이에요. "결혼만 하면 좋은가? 사랑만 하면 그만이지"라고 말하죠. 이 둘의 관계에서 정세를 따지자면 용희가 아니라 동권이라는 것이에요. 동희는 남성, 용희는 여성이었기 때문이죠. 동희가 용희를 정말 동지,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 자체로 보았다면 그 정세들을 이겨내고서 '사랑'만 했대도, 행복하지 않았을까요. <정세에합당한우리연애> ![]() "동권이 정말로 용희를 동지라고 여겼다면, 동등한 입장에서 사고하고 행동하는 존재라고 느꼈다면 어째서 용희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았을까?" / 주인공 림과 진은 연인 관계예요. 이 둘은 독서 동아리를 하고 있고, 그 동아리에서 <하수도 공사>를 읽습니다. 진은 학교에서 처음으로 여성 총학생회장 자리에 오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림은 동아리 사람들에게 우리의 관계를 말하자고 제안하지만 진은 생각이 깊어지죠. 책에 대해 이야기하며, 림은 둘의 사이를 말해요. '우리는 정세에 합당한 연애'를 하고 있다고요. / <하수도 공사>는 계급의 정세가 주가 된다면,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는 성별의 정세가 주가 되는 소설이에요. '여성은 지도자의 자리에 오를 수 없어'와 같은 것들 말이죠. 여기에 더해 하나의 정세가 더해집니다. 바로 '성정체성'이죠. 진과 림은 레즈비언입니다. 여성 총학생회장이 된 적이 없다는 것과 유력 후보자가 레즈비언임이 나타나면 가지게 될 더한 소수성. 진이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일지 림도 잘 알아요. 그렇지만 진에게 말합니다. 정세에 합하지 않는 연애는 없다고요. 중요한 건 '연애란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것' 그 이상, 이하도 아니라는 거예요. 그 테두리에 있는 다른 말들은 모두 부술 수 있는 것들이에요. 정세는 가치 판단으로 이루어진 것들이니까요. 절대적인 게 아니니까요. 저는 오늘날 다시 쓰인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가 박화성 작가님의 <하수도 공사>를 완성한다고 생각해요. 동권과 용희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수긍하던 독자도, 진과 림을 보며 알게 될 거예요. 동권이 말한 '정세에 합당한 연애'란 어쩌면 부서질 허상일지도 모른다는 것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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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 '소설, 잇다' 여섯 번째 도서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를 작정단 13기 첫 번째 도서로 만났습니다. '소설, 잇다'는 활발히 작품 활동을 이어나갔으나 충분히 언급되지 못했던 근현대 여성 작가들의 소설을 현대 작가들의 소설과 함께 읽는 시리즈예요. 이번에 소개된 박화성 작가는 1932년 '백화'를 동아일보에 연재하면서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는데요. 이 책에는 '하수도 공사', '홍수전후', '호박' 세 편의 단편이 실려있습니다. 최근에 읽은 '만조를 기다리며'를 통해 알게 된 박서련 작가는 청소년 시절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 고등학교 3학년 때 소설로 대산청소년문학상 금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표제작인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와 에세이가 실려 있는데요. 박화성 작가의 '하수도 공사'를 읽는 독서 동아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박화성 작가의 작품을 읽으면서 '남성적'인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외부로는 일제의 수탈, 내부로는 가부장제의 억압이 침투하는 현실 속 여성 인물들의 고초를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고 있는데요. '홍수전후'를 읽으면 고집스러운 가부장의 모습을 통해 어린 목숨이 희생되는 것을 엿볼 수 있어요. 삼십오 년 만의 홍수에 대피하라는 주민들의 말을 무시하고 배 두척에 모든 것을 건 명칠. 갑자기 휘몰아치는 물 폭탄에 곡식을 실은 큰 배가 떠내려가 버리고 작은 배에 자식 셋을 태웠죠. 나무에는 아내와 젖먹이 막내가 매달려 있었죠. 불어나는 물에 자꾸만 출렁이는 작은 배에 탄 세 자식을 나무로 올라가게 할 계획은 어긋나고 맙니다. 결국 딸아이 하나를 잃고 말죠. 처음부터 없는 살림이지만 포기하고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면 어땠을까요? 소중한 것을 잃고 나서야 바뀌는 명칠에게 화가 나더라고요. '하수도 공사'에서는 하수도 공사의 임금을 받지 못해 주인공 동권을 중심으로 파업을 통해 임금을 받으려 항의하고 나섰는데요. 그런 동권은 계모에게도 돈을 제대로 벌어오지 못한다고 무시를 당하곤 하네요. 동권은 동생의 친구인 용희를 사랑하지만 두 사람의 계급 차이를 느낀 동원은 정세에 합당하지 않다고 하며 용희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박서련 작가의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에서는 겉으로는 독서 동아리 모임이지만 총여학생회를 재건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진과 림이 등장합니다. 두 사람은 연인 관계이기도 하지만 동아리 사람들에게조차 둘의 관계를 밝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총여학생회 재건을 위해 기반을 다지는 진과 사랑을 쟁취하지 못하며 머뭇거리는 동권의 모습은 어딘지 닮아 있네요. 무엇이 정세에 맞지 않아 이들을 머뭇거리게 한 것일까요? 백 년 전 소설을 읽었지만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은 우리들의 모습이 엿보여서 더 와닿지 않았나 해요. 여전히 남자의 권위의식 아래 여성을 비하하는 이들이 만연한 사회니까요. '소설, 잇다' 시리즈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 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어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세 권의 '소설, 잇다' 시리즈를 만났는데 이번에 읽은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가 제일 쉽게 읽혔던 것 같습니다.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는 작가정신에서 선보이는 ‘소설, 잇다’ 시리즈의 여섯 번째 작품으로 창작 기간만 무려 60년이 넘는다는 한국 여성문학가의 역사 그 자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박화성 작가와 현대 한국 여성문학가인 박서련 작가의 콜라보가 눈길을 끈다. 근 백년을 오가는 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를 이어주는 작품을 한 권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참으로 의미가 있는데 특히나 박화성 작가는 우리나라 문학사상 최초로 장편소설을 쓴 여성작가로도 알려져 있다고 하니 덕분에 우리문학사의 여성 작가에 대한 정보를 알아감과 동시에 한국 여성문학사의 계보를 만날 수 있었던 것 같아 좋았다. 먼저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에는 무려 1932년에 『백화』라는 작품을 연재하면서 작가로서의 길에 들어선 박화성 작가의 작품 중 「하수도 공사」, 「홍수전후」, 「호박」이라는 세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하수도 공사」의 경우에는 그 시대의 상황이 잘 묘사되어 있다. 하수도공사를 둘러싸고 노동자의 임금을 착취하는 일본인 관리와 공사 책임자들을 상대로 노동자들은 서동권의 도움을 받아 결국 투쟁 끝에 밀린 임금을 받아내는데 그중 서동권이라는 인물은 소련의 정치 사상에 매료되어 있던 인물로 그의 그러한 활동과 함께 노동자들의 결속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홍수전후」는 무려 일곱 식구의 가장인 송서방은 어렵게 가족들을 부야하던 중 대홍수로 인해 그나마 있던 집과 먹을 것, 그리고 딸까지 수마로 잃은 후 겨우 목숨부지 한 이후에서야 마주하게 되는 농민들의 현실 앞에 의식적 변화를 경험하는 이야기다. 마지막 「호박」은 혼례를 약속하고 시멘트 공장으로 차출되어 간 윤수를 기다리는 음전의 이야기로 윤수를 기다리면 집에 열린 호박을 간직하고 있던 그녀가 윤수의 편지를 받은 후 음전의 행동이 주목되는 작품이다. 현대 여성작가 편을 맡은 박서련 작가의 작품은 표제작이기도 하면서 소설인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와 에세이 「총화」가 실려 있는데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는 ‘유독’이라는 인문학 독서 동아리의 회원인 대학생 림과 연인이자 동아리 운영을 맡고 있는 진의 이야기로 사실상 ‘유독’은 위장 동아리라고 볼 수 있겠다.왜냐하면 동아리의 진짜 목적은 해산되어버린 총여학생회를 재건하기 위함이였기 때문인데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둘의 관계가 진의 선거에 문제가 될 수도 있는 가운데 성소수자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는 점이 의미있겠다. 특히 이 동아리에서 언급되는 작품이 박화성의 「하수도 공사」라는 점이 굉장히 눈길을 끄는데 작품을 통해서 림이 깨닫는 바가 그려진다는 점이 더욱 그렇다. 이는 박서련 작가가 선보이는 「하수도 공사」에 대한 재해석일 수도 있고 헌정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총화」는 D의 아이가 태어난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는데 나와 D의 사랑했던 이야기, 결혼, 대학시절의 이야기, 이 시기를 두고 소돔과 고모라라는 표현을 하는 이유 등이 그려지고 있는데 이는 곧 자신이 소설을 쓸 수 있었던 체험을 이야기하자면 D에 대해서도 말할 수 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솔직하면서도 담담함이 묻어나는 이야기였다. 박화성 작가의 글이 시대적 배경, 그속에서 보여지는 피지배 계층의 실상, 그 실상과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투쟁과 개혁 의지 등이 잘 묻어나는 작품이라면 박서련 작가의 작품은 그런 박화성 작가의 작품을 오마주한 듯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근 백년의 시간이 흘러 현재는 그러한 문제들이 어떠한가를 보여주는 것 같아 두 작가의 이야기가 더욱 끈끈한 맺음으로 여겨지며 제목 역시 이해가 되었던 작품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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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와 현대 여성 작가의 소설을 함께 읽는 '소설, 잇다' 시리즈 여섯 번째는 60년 동안 활동한 2세대 작가 박화성과 역사, 판타지, SF, 청소년 문학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박서련 작가를 잇는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다. 박화성의 소설 세 편과 박서련의 소설과 에세이가 각각 한 편씩 실려있다. 박화성은 사회적, 역사적 약자의 편에서 목소리를 높였으며 박력 있고 의기가 넘치는 글을 쓰며 자신을 여성작가로 분류하는 것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박서련 역시 소수자와 약자, 역사나 사회에서 배제된 여성의 목소리에 항상 주목하며 글을 쓰는 작가다. 박화성의 <하수도 공사>에서 서동권은 하수도공사에 동원된 노동자들의 편에 서서 책임자를 상대로 석 달이나 밀린 임금을 받아내려고 투쟁한다. 또한 동권은 부하린의 유물사관 책을 읽으며 동료들에게 계급적 초등 지식을 넣어 주려고 노력한다. 한편 동권은 이복 여동생의 친구인 용희와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하지만 동권 자신처럼 가난한 노동자가 부잣집 딸인 용희를 사랑하는 것과 사회주의자의 길로 나서는 자신의 동지로서 용희는 '정세에 합당하지 않다'라고 생각한다. '"용희! 나는 용희를 정말로 사랑하오. 그러나 나는 우리의 사랑이 현재 우리 정세에 합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항상 스스로 억제하는 때가 많소. 그러나 용희는 어쩐지 누가 아오?" (p. 54)' (중략) 박서련의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는 박화성의 <하수도 공사>를 다시 쓴 작품이다. 독서 동아리 회장 진은 총여학생회를 재건하기 위해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할 예정이다. 림은 진과 비밀스러운 동성애 관계로 그의 선거를 적극 돕는다. 독서토론 책으로 박화성의 <하수도 공사>를 정하면서 림은 진과의 관계를 생각해 본다. '용희! 나는 용희를 정말로 사랑하오. 그러나 나는 우리의 사랑이 현재 우리 정세에 합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항상 스스로 억제하는 때가 많소. 둘의 관계를 독서모임에 알리자는 림의 말에 진은 '여자 총학생회장을 본 적 없는 학교가 레즈비언 총학생회장은 괜찮게 생각할지 잘 모르겠어. (p. 195)'라고 말한다. 박서련은 <하수도 공사>에서 계급과 이데올로기가 달라 '정세에 합당하지 않은' 동권과 용희의 관계를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에서 총여학생회의 재건을 꿈꾸는 진과 레즈비언 관계인 림으로 바꿔 놓았다. 림은 진에게서 '정세에 합당하지 않은 연애'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 동권을 본다. '그런 걸까? 언니는 동권이고 나는 용희인 걸까? 100년 전 여성의 온전한 삶을 가로막는 '정세에 합당하지 않은' 상황은 그 조건만 바뀌었을 뿐 지금도 여전하다. '가부장적 위계 구조와 사회주의자로서의 분투가 긴밀히 공모하는 가운데 (p. 233, 해설)' 박화성은 남편 옥바라지를 하며 여성 가장으로서 어린아이들을 돌보며 틈틈이 글을 썼다. 박서련은 박화성과 다른 여성작가의 삶을 살고 있을까? 여성 작가 박서련 역시 누구의 애인, 누구의 아내, 학내 중앙 자치기구 단체장의 여자 친구, 노조 상근자의 아내로 살았다. 소설을 쓰는 것보다 소설이 기반한 사실에 대해 쓰는 것이 훨씬 어렵다고 박서련은 고백한다. 여성 또는 여성 작가의 삶은 이러해야 한다고 정해놓은 사회를 향해, 박서련처럼 대학교 자퇴 사실, 이혼한 남편 이야기를 할 용기가 없어 '정세에 합당하지 않다'는 핑계를 대는 건 아닐까? 편견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 말이다. 누가? 가부장 제도가. 여성과 이데올로기를 논하는 것을 한가하다 여기며 자신은 뭔가 중요한 일을 해야 하는 남자로 규정하는 자들이. 박화성과 박서련, 그리고 역사와 사회에서 배제된 채 살아온 여성들은 이렇게 말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는 정세에 합당한 연애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비겁하게 '정세에 합당하지 않다'라는 핑계를 더 이상 대지 말라고. |
"음전아!" 음전의 어머니가 딸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작품은 시작된다. 울타리에 열려 있는 호박을 수확해서 부담상자에 넣어 놓은 호박이 이제 2개 남아있다. 그런데 광 속에 있는 호박 하나를 뺏기게 생겼다. 사실은 동그란 건 내꺼, 길쭉한 건 윤수껀데.. 엄마는 몰라준다. 그냥 호박죽을 쑤라고 성화시다. '내 것은 오늘 없어지고 마네.'음전은 마냥 아쉽다. "까드락 까드락." 숟가락으로 호박 속을 긁고 있다. 음전은 속상하다. 이전에 윤수가 집에 왔을 때 호박을 보며 어느 것이 잘 크는지 이야기하면서 웃었다. 그러고 음전이를 꼭 안아줬다. 하지만 이런 속내도 모르고 하늘이 우리를 돕질 않는다. 농사가 잘 되질 않았다. 대흉년으로 윤수네는 타관으로 거의 쫒겨나다시피한다. 남자는 "내년4월까지만 참자."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p 148 왜 하필 금년에사 말고 이렇게 땅땅 가물어서 야단인고 몰라 음전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목이다. 하던 바늘실도 서로 엉켜버린다. 얼른 호박죽을 쑤어 종섭이를 데리고 윤수 외갓집으로 배달간다. 음전이의 생각은 다른 곳에 있었다. 호박죽을 빌미로 윤수소식을 들으려고 갔다. 괜히 간건가. 시멘트 공장에서 일하는 데 집도 없고 해서 노숙을 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음전이의 마음이 어떨까? 맴이 찢어진다. p155 속에다가 속셔츠를 입으면 덜 치울텐데. 집으로 오는 내내 속셔츠 속셔츠만 생각한다. p156 바람에 불리는 대잎사귀의 버석거리는 소리가 애인을 잃어버린 처녀의 가슴을 점점이 에어내고 깎아냈다. 음전이가 가진 돈은 40전. 함평 읍네에서 이발소를 운영하는 외삼촌이 집에 들러 주고간 돈 10전. 그래도 모자란다. 엄마에게는 50전을 주는 것을 보았다. p 162 주워가는 음전의 귀밑은 단풍잎처럼 빨개졌다. 엄마가 50전을 보태줬다. 대신 엄마는 하나 남은 호박을 달란다.
2011년 대학을 나와 결혼을 했다. 그와는 학생회 활동을 하며 만났다. 학교 출석해서 수업은 가지 않고 학생회 활동은 열심히 했다. 2009년 반값등록금 의제로 정권규탄 집회에 꼬박꼬박 나가게 된다. 그 즈음 그와 만난다. 점점 그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고 활동반경도 그의 기반 단체로 옮긴다. 그냥 그가 정의로운 사람으로 보였다. 이후 결혼을 했고 몇번의 이사와 짧고 잦은 별거 끝에 2017년 그와의 관계는 끝난다. 1937년의 《호박》과 지금의 《총화》 그 때도 지금도 남녀간의 사랑은 참 쉽지 않은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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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 '시대를 관통하는'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작가정신 의 #소설잇다 시리즈. 박화성...낯설다.. 1903년 목포에서 태어나 일본 유학까지 한 엘리트 신여성으로 박화성의 《백화》는 여성 작가 최초의 장편소설로 기록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장편 17편, 중단편 60여편을 비롯해 희곡, 동화, 수필, 평론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작품을 남겼다. 1988년 85세로 타계했고, 1985년까지 단편을 발표했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작품을 남긴 작가를 처음 들어보다니..내 앎의 깊이는 여전히 얕다. 이 책에 실린 3개의 단편 <하수도 공사>, <홍수 전후>, <호박>은 지금 시대에도 전혀 위화감 없이 읽힌다. 1930~40년대의 시대상을 여실히 드러내고 가난과 일제의 폭압에 쫓기며 살아가던 서민들의 고통과 개선의 의지를 가지고 투쟁하던 사람들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프롤레타리아 계급의식, 리얼한 농촌 묘사, 민중 운동 고취 등의 주제의식이 돋보이는 박화성의 작품들은 강력한 가부장의 권한 아래 희생되는 여성들의 삶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고집스럽게 모든 것을 장악하는 남성 중심 사회에서 그악스럽게 반항하는 여성, 계급 격차 따위는 무시할 수 있는 여성, 추진려과 행동력이 돋보이는 여성을 그려냄으로써 여성이 쓴 계급문학의 흐름을 잘 잡아내고 있다. 박화성의 <하수도 공사>를 토대로 쓴 박서련의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 > 또한 현재의 여성들의 고민과 한계, 여성들의 인권과 권리, 퀴어에 대한 편협한 시선들을 다루며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남성중심 사회에 대해 비판적인 물음을 던진다. <하수도 공사>에서 던져진 질문.. "우리의 연애가 정세에 합당하다고 생각하오?"가 백 년의 시간이 흐른 뒤 "정세에 합당하지 않은 연애 같은 건 세상에 없어요."(202쪽)로 답해지며 시대를 관통해 다시 살아나는 이어짐을 잘 표현했다. 과거와 현재의 입체적인 잇기.. 박화성과 박서련.. 멋진 작품이다. 소설, 잇다 시리즈를 다 읽어보겠다 다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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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작가정신의 《소설, 잇다》 시리즈는 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의 약 백여 년의 시공을 뛰어넘는 만남을 통해 한국문학의 또 다른 근원과 현재를 보여주고자 기획되었다. 이번 책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는 이 기획의 여섯 번째 책이다. 한국 문학사에서 가장 오래 활동해온 여성 작가 박화성은 1932년 《동아일보》에 『백화』를 연재하면서 한국 문학 사상 최초로 장편소설을 쓴 여성 작가이다. 박서련 작가는 2015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에서는 박화성 작가의 소설 세 편과 박서련 작가의 소설 1편 에세이 1편을 한 책으로 엮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는 박서련 작가의 소설로 박화성 작가의 「하수도 공사」를 변주한 작품이다. 박화성 작가의 소설 「하수도 공사」, 「홍수전후」, 「호박」에는 궁핍한 노동자와 농민, 억압적인 가부장제 하의 여성의 삶을 다룬다. 일제 식민지 하의 조선인들의 삶은 지배세력 일본의 착취로 인해 궁핍과 굴욕으로 가득 차 있다. 여기에 여성들의 삶에는 가부장이라는 지배세력이 하나 더 추가됐다. 박서련 작가의 소설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는 ‘총여학생회 재건’을 위한 비밀 결사체 비슷한 독서 동아리 ‘유독’을 배경으로 한다.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은 여대생 림과 진이다. 이 둘은 동아리의 선후배 사이인 동시에 연인 관계로 설정되어 있다. 독서 동아리 유독에서는 박화성 작가의 소설 「하수도 공사」에 대한 열띤 토론이 벌어진다. 박서련 작가는 박화성 작가가 제기한 의문에 대한 답을 모색하고 더불어 여성에 대한 혐오와 편견, 가부장적 가치, 퀴어 문제 등을 다룬다.![]() ![]() 우리의 모든 것은 시대의 산물이다. 내가 껴안고 있는 자아도, 타자를 껴안고자 하는 나의 욕망과 사랑도 이 모든 것이 다 말이다. 이 소설들 속에서 등장하는 ‘정세’는 고정된 것이 아니며 늘 변화한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정세의 흐름을 파악하고 내 욕망에 비추어 합당한지 아닌지 알고자 한다. 무력한 개인은 당대의 지배세력(계급, 성별, 젠더 등)이 흐름을 주도하는 정세에 따르거나 거스르거나 이 둘 사이 어디에선가 복잡하게 갈등한다. 정세에 합당한지 아닌지 판단하고 갈등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 삶에 한계를 지우는 숙명 같은 것이 아닐까. * 출판자 제공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정세에합당한우리연애 #박화성 #박서련 #작가정신 #소설잇다 #계급 #가부장제 #퀴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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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명확하고 술술 읽히는 소설 세 편을 만났다. 박화성 작가님의 이름도 작품도 처음 접했는데, 작가님의 작품 [하수도 공사], [홍수전후], [호박]이 그랬다. 이들 소설은 사회적 부조리, 시대적 상황 속에서 가슴 아픈 청춘의 사랑과 처참한 가난의 모습 등을 생생하게 묘사하면서, 주인공들의 감정에 깊이 빠져들게 하는 강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하수도 공사]에서 주인공 ‘동권’은 자신과 처지가 다른 사랑하는 ‘용희’에게 말한다. ‘용희! 나는 용희를 정말로 사랑하오. 그러나 나는 우리의 사랑이 현재 우리 정세에 합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스스로 억제하는 때가 많소…’ 이 소설이 1932년 발표되었으니, 이렇게 말하고 있는 ‘동권‘의 마음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쉽게 이해하기는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이 대목에서 자신의 청춘을 회상하지 않는 독자는 없을 것이다. 개인적인 사정과 사회적인 정세가 ’동권‘으로 하여금 사랑을 선택하는 일을 주저하게 하는데, 겨우 19세인 청년이 감당하기엔 너무 벅찬 삶이 아닌가 싶어 너무 안타깝고 속상했다. 박서련 작가님은 박화성 작가님의 [하수도 공사]의 내용을 이어 받아 ‘그렇다면 정세에 합당한 연애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그 주제를 현대 사회의 분위기와 감각으로 변주한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를 내놓았다. 작품 속에서 ‘림’은 본인이 속한 인문학 독서 동아리를 이끌고 있는 ‘진’을 사랑하지만, ‘진’은 두 사람의 사랑이 정세에 합당하지 않는다며 이를 공개하기를 꺼려한다. ‘림’도 [하수도 공사]의 ‘용희’가 ‘동권’을 이해했듯이 ‘진’의 마음을 헤아리긴 하지만 ‘용희’와는 달리 당당히 외치고 싶다. “정세에 합하지 않는 연애 같은 건 세상에 없다”라고… 이렇게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갔으나 충분히 언급되지 못한 대표 근대 여성 작가들의 주요 작품을, 오늘날 사랑받는 현대 작가들의 작품과 나란히 읽는 ‘소설, 잇다’ 시리즈는 박화성의 [하수도 공사]와 박서련의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를 연결하며 그 취지를 잘 살린 기획이었다. 두 소설과 같이 실린 글들도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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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 작가정신에서는 '소설, 잇다' 시리즈를 출간하여 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가 만나는 소설의 장을 마련하는 시리즈다. 그 중 여섯번째 작품인 박화성, 박서련 작가의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를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총 6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박화성 작가의 작품 <하수도 공사>, <홍수전후>, <호박>이 실려있고, 박서련 작가의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 에세이 <총화>, 전청림 평론가의 평론 <물의 시간과 고요한 약속>이 실려있다. 박화성 작가는 들어본 적 없는 작가였다. "국문과라고 작가 이름 다 알면 그게 교수지, 학생이야?"(178p) 이 문장을 보며 나도 국문과 학생이라 공감이 되었다. 그러나 박화성 작가의 작품들은 모두 흡입력 있는 소설이었다. 아직 내가 많은 소설을 읽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했다. 나는 실려있던 작품 중에서 <홍수전후>가 가장 재밌었다. 박화성 작가의 세 작품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보겠다. <홍수전후>는 홍수로 인해 고통받는 가족의 이야기지만, 그 속에는 가부장적 사회에 의해 희생되는 가족이 희생되는 모습을 꼬집는 작품이다. <하수도 공사>는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노동자들의 파업을 소재로 하는 이야기다. 그 속에는 주인공 서동권과 용희의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다. <호박>은 음전이 남편 윤수를 기다리며 호박을 두 개 쟁여놓지만 끝내 호박을 주지 못하고 셔츠를 준비한다는 골자의 이야기다. 세 작품을 모두 살펴보면 박화성 작가는 시대적 상황을 기반으로 하고, 그 상황에서 여성이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것에 대해 말한다. <하수도 공사>의 용희가 그렇고, <홍수전후>의 쌀례, <호박>의 음전이 그렇다. <홍수전후>를 제외한 두 작품에서는 여성이 모두 욕망을 드러내고, 그것을 기꺼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모두 시대적 상황에 막힌다. <하수도 공사>에서 동권이 용희에게 "그러나 나는 우리의 사랑이 현재 우리 정세에 합당하지 못하기 때문에"(54p) 라는 말에서도 확인해볼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박서련 작가의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의 주제가 된다.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의 주인공인 진과 림은 여성이면서 서로 사랑하고 있다. 그러나 총여학생회를 만들기 위한 초석인 학생회장에 당선되야 하는 상황에서 그들의 연애는 세상에 밝혀지면 안된다고 진은 언급한다. 즉, <하수도 공사>의 동권과 용희의 상황이 동권의 성별만 바뀌어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의 진과 림의 상황으로 똑같이 재현된다. 이때 박서련 작가는 림의 말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용희의 시점에서 다시 쓰인다면 어떨까, 상상해보았습니다." (200p) 이 대사를 기점으로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의 결말은 <하수도 공사>의 결말과는 다르게 난다. 구체적인 시대는 달라지고, 각 인물의 처한 상황 역시 다르지만 여성의 욕망이 분출되지 못하는 시대는 똑같다. 그러나 <하수도 공사>에선 동권이 편지 한 장을 남기고 동희를 떠나는 것과 달리,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에서는 다르게 보기를 지시하고, 다르게 본 사람이 끝내 욕망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끝난다. 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를 잇는 프로젝트를 보며 신선함을 느꼈다. 내가 알지 못했던 작가를 알게 되었고, 1930년대의 작품을 2020년대로 옮겨와 시대는 변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달라져야 함을 외치는 작품이라고 느꼈다. 책장을 넘기는 게 수월했고, 나름대로의 사견도 남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