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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공포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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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치 때문에 순간적으로 놀랄 때는 더러 있어도 귀신이니 악마니 하는 것이 등장하는 영상을 보면서 무서워한 기억은 거의 없다. 하도 그런 책들을 많이 봐서 무뎌진 것일 수도 있고, 자라난 환경-종교 덕일 수도 있겠지만, 여하간 나는 최근까지도 요괴니 괴이니 하는 것들이나 일단 사람이 죽고 시작하는 스릴러, 미스터리 등의 책을 꽤 즐겨 읽어왔다.좀 더 어릴 때는 그런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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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치 때문에 순간적으로 놀랄 때는 더러 있어도 귀신이니 악마니 하는 것이 등장하는 영상을 보면서 무서워한 기억은 거의 없다. 하도 그런 책들을 많이 봐서 무뎌진 것일 수도 있고, 자라난 환경-종교 덕일 수도 있겠지만, 여하간 나는 최근까지도 요괴니 괴이니 하는 것들이나 일단 사람이 죽고 시작하는 스릴러, 미스터리 등의 책을 꽤 즐겨 읽어왔다.

좀 더 어릴 때는 그런 소재들이 주는 충격을 즐겼고 글에서 풍기는 으스스한 분위기가 무섭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결국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관계 속에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산 사람이자 타인의 고통을 등지고 생활하는 것보다는 가족의 죽음을 밑받침 삼아 삶을 잇는 게 나았을까? 정유는 산 사람을 이용하는 것과 죽은 사람을 이용하는 것 중 무엇이 더 질이 나쁜 행위인지 알 수 없었다.”
- 월요일의 중편 공포문학, 이마음, <사람의 심해> 중에서

이미 죽었으니 더는 사람이 아닌 것인가, 혹은 생사 여부에 관계없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주장해 주어야 할 것인가. 이마음 작가의 <사람의 심해>는 짧은 글 속에서 어느 선까지를 사람으로 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내가 정유의 위치에 있었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생각하니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소재가 주는 충격도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좀 더 살을 붙여 장편으로 한 번 더 읽었으면 하는 욕심도 생겼다.

“내게 한 가닥 남은 공포심은 허무와 연결돼 있었다. 마지막 숨을 내뱉는 그 순간에 지금까지의 인생이 실패 그 자체였다는 걸 받아들이게 될까 봐 두려웠다. 한순간도 행복했던 적이 없었다는 허무가 최후의 감정으로 남을까 봐 무서웠다.“
- 화요일의 중편 공포문학, 전건우, <앨리게이터> 중에서

마치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나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을 때와 같은 욕지기가 치밀어 올랐다. 이렇게 생생하게 묘사해버리면 아무리 상상력이 빈곤한 나여도 곤란하다,라며 투덜거렸다.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 등장인물이 무려 셋. 그러나 뒤이어 도대체 누가 남의 삶을 죽는 것이 낫다고 함부로 단정 지을 수 있을까 하는 죄책감이 밀려와 약간의 자기혐오마저 들었다. 끝끝내 살아남은 시궁쥐처럼, 정말로 살아있으면 그 값을 할 날이 올 거라 믿어야 할지 회의감도 생겼다. 여러 감정이 불쑥불쑥 치밀어 올라 고작 백 쪽 분량의 글을 읽으면서 많이 힘들었다..고 징징거려도 되는 걸까.

길지 않은 시간을 내어 읽기에 적당한 분량의 중편 소설들은 긴 시간 집중하는 게 어려워진 현대인에게 적당할 듯 싶다. (현대인의 집중 시간이 금붕어보다 1초 짧아졌다는 충격적인 보고가 있다) 밤이 점점 깊어지는 이 가을에, 진정한 공포의 세계에 빠져보기를 추천한다. 책 읽기가 힘든 당신이라도 이야기가 주는 매력에 금세 홀릴 것이다. 일곱 편의 중편으로 단련한 후에는 꼭, 장편에도 도전하시길!

“그게 끝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시작이었다.”
- 화요일의 중편 공포문학, 전건우, <앨리게이터> 중에서
i*****a 2024.10.13.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