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 조이스 캐럴 오츠 옮긴이 : 배지은 출판사 : 현대문학 발행일 : 2024년 9월 25일 소설의 장르 중 공포 스릴러는 저에게 꽤 매력 있게 다가오는 장르입니다. 섬뜩한 공포가 주는 매력은 평소에 접하지 못하는 거라 끌리는데 이번에 읽게 된 《인형의 주인》은 고딕소설의 대가라고 불리는 작가이고 그의 대표 단편집 모음이라 가볍게 읽기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막상 책을 읽게 되었을 때는 묵직한 책 속 메시지를 생각하게 되었지만 기존에 읽었던 단편 공포소설과는 다른 이야기들이라 고딕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해 봅니다. ==>현실에서 마주하는 공포에 대해 책을 읽기 전에 몰랐지만 고딕소설의 대가이자 영미권의 가장 유력한 노벨 문학상 후보인 저자라는 사실에 기대감도 있었습니다. 장편이 아닌 단편소설이란 점도 부담 없이 다가왔고요. 총 6편의 단편소설을 만날 수 있는데 소설을 읽으며 느낀 공포는 어느 날 뉴스에서 보게 될 현실의 공포라 섬뜩한 느낌이었습니다. 어쩌면 허구의 세계보단 직접 겪는 현실의 공포는 생생할 수밖에 없고 사람의 내면의 악의를 잘 드러낸 이야기에서 공포를 마주하니 불편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만큼 해당장르에 충실하고 빈틈없이 잘 쓰인 작품들이란 생각도 들었고요. ![]() ==>국제스릴러작가상 최우수 단편상 수상작 <빅마마> 총 6개의 단편은, 1인칭 시점에서 주인공이 보고 느끼고 이야기하는 것에 집중하다 서서히 알게 되는 진실들에 공포와 소름을 느끼는 이야기들과 관찰자 입장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빅마마>의 이야기는 한 부모가정으로 하루 종일 바쁜 엄마와 사춘기 딸의 모습이 그려져 더 가깝게 느껴졌는데 사춘기 딸의 감정의 변화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작품이기도 하고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 아이의 마음을 느끼고 공감하다 공포와 슬픔이 느껴져 인상 깊게 읽은 이야기입니다. 너무나도 외로운 아이의 마음이, 다 알면서도 선택하게 되는 아이의 심정이 절절하게 느껴졌습니다. 6개 단편 작품들의 이야기가 하나같이 매력적 인긴 합니다. 그중에 하나를 꼽기엔 어렵기도 하고요. 마침 이렇게 모음집으로 만났으니 색다른 공포의 세계를 만나보는 것도 좋을 거 같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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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미권의 가장 유력한 노벨 문학상 후보 조이스 캐럴 오츠의 6편의 단편집 『인형의 주인』은, 2017년 브램스토커상과 2016년 국제스릴러작가상 최우수 단편상인 《빅마마》가 수록된 작품이다. 지금껏 우리가 알고 있는 공포소설 공식과는 유형이 사뭇 다르다. 토막 시체나 흥건한 피가 등장하지도 않거니와 긴박한 서스펜스나 판타지도 없으며 속도감 있는 페이지터너도 아니고 커다란 반전도 없다. 작가는 지극히 현실에서 발현되는 공포의 근원인 인간의 감정선을 건드려 서늘한 두려움을 헤집는다. 장면이 전개될수록 점차 조여오는 긴장감에 맥없이 빗장이 풀리고 그 묵직함에 압도된다. 그래서 흥미롭다! 굳이 장르를 따진다면, 불안하고 고통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되는 심리스릴러라 할 수 있다. 여섯 편의 이야기의 공통된 주제는 전형적인 강약약강의 비굴한 처세를 조명한다. 인형의 주인 4살 로비는 사촌동생 에이미의 갑작스런 죽음에 충격을 받고, 에이미의 최애인형을 몰래 소유한다. 이듬해 부모님이 여자아이나 가지고 노는 것이라며 인형을 치웠지만, 8학년이 되면서부터 길에 버려진 인형을 집 마구간에 수집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가져온 인형의 개수만큼 어린 소녀들도 함께 사라진다. 성인이 되어서도 멈추지 못한 그의 컬렉터는 종국엔 발견되고 이를 본 엄마는 경악하는데.. 엄마마저 소녀들처럼 사라질까 두렵다. 군인 2012년 초 미국을 인종차별 이슈로 크게 달군 조지 지머먼의 실제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무장도 하지 않은 미성년자인 흑인 소년을 백인 성인인 브랜던 슈랭크가 살해한 뒤 백인들의 영웅이자 인종 전쟁의 군인으로 칭송받는다. 감당하기 힘든 보석금이 그 앞에 놓였지만, 매일 그의 이름으로 기부금이 쌓인다. 반면, 그를 명백한 살인범으로 보는 대중으로부터는 살해 위협에 시달린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그가 받은 소포는 선물일까, 폭탄일까? 총기 사고 마흔 살이 된 두 아이의 엄마 해나는 26년 전, 자신의 우상이었던 매클러랜드 담임 선생님의 호화로운 저택을 지나며 과거를 회상한다. 그 시절, 담임 선생님의 부탁으로 며칠간 주인이 비어있던 집안을 돌보던 중 약에 취한 사촌 트래비스가 가택을 무단으로 침입하는 일이 발생한다. 그는 해나의 치부를 조롱하고, 집안에서 권총을 찾아내 해나에게 러시안룰렛을 시도한다. 트래비스의 그릇된 행동을 보면서 가정교육의 문제성과 심각성을 깨닫는다. 비록 해나가 오래도록 정신적 외상을 겪었을망정 기사회생한 것이나 다름없으니 하늘이 도운 게 아닌가. 적도 남편의 세 번째 아내인 오드리는 남편 헨리와 결혼 9년 차다. 그녀는 남편과 함께 여러 여행자들에 섞여 에콰도르 키토의 고도를 등반하고, 크루즈를 타고 갈라파고스 섬을 여행했다.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이 지배하는 갈라파고스 생태계는 그녀를 겨냥한 복선처럼 느껴진다. 강인한 남편이 연약한 그녀를 자꾸만 위험으로 내몰아 죽음에 이르게 할 것만 같다. 부유한 가문의 상속녀인 오드리가 죽으면 전 재산은 남편에게 상속된다. 남편은 처음부터 그녀의 재산을 보고 결혼한 걸까? 헨리가 이끈 짙은 어둠 속 달빛 갑판은 오드리에게 안전할 수 있을까? 빅마마 엄마와 단둘이 사는 바이올렛은 새로 이사한 낯선 동네와 새 학교, 늦은 시간까지 빈 집에서 외롭게 지내던 중 같은 학교 동급생인 리타 메이가 먼저 다가와 친구가 되어주고 그녀의 유쾌한 가족과도 친하게 지낸다. 한편, 동네에선 어린아이와 애완동물이 꾸준히 사라진다. 그리고 리타의 넓은 농장 주택 뒤쪽에는 위험하고 비밀스러우며 '일반적이지 않은 거대한 애완동물', 그물무늬비단뱀 '빅마마'가 있다. 죽음을 능가할 만큼 외로움이 싫었던 소녀가 치러야 할 친절의 대가는...? 미스터리 주식회사 '찰스 브록던(가명)'은 시브룩의 고색창연한 서점 ‘미스터리 주식회사’를 방문한다. 그는 뉴잉글랜드 지역의 경쟁 서적상들을 은밀히 제거해 여섯 개의 서점을 운영하고 있었고, 이번에도 성공을 확신하며 독이 든 초콜릿을 준비한다. 미스터리 주식회사의 주인 노이하우스는 늦은 시간까지 친절을 베풀고 카푸치노까지 대접한다. 하지만 찰스가 건넨 (독이 든) 초콜릿에는 찬사를 보내면서도 먹지 않은 채 자신이 고서점을 인수한 과정과 과거 주인들에 얽힌 기이하고도 장황한 설명을 이어가는데.. 과연, 누가 미끼를 던지고 먹잇감이 될 것인가?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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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겉면 띠에 적혀 있는 노벨 문학상이라는 말. 예전이었다면 그냥 지나쳤을 말이었겠지만 노벨 문학상이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나온 시점에서 피할 수가 없는 단어가 된 것 같아요. 오히려 더 신경 써서 보게 됐다고 해야 하나? 여담이지만 노벨 문학상의 수상으로 독서에 좋은 바람이 분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아요. 책의 표지는 얼핏 보면 나비 같지만 자세히 보니 전혀 나비 형상을 하고 있지는 않더라구요. 이게 어떤 의미인지 너무 궁금한데 알 길이 없네요. 책을 볼 때 작가의 말이나 옮긴이의 말을 먼저 보는 편인데 이번 책은 길지 않은 한두 장 정도의 옮긴이의 말이 있었는데 작지만 꽉 찬 느낌이더라구요. 저는 이 옮긴이의 말이 너무나 공감이 되고 책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서 읽기 전에 설렘부터 느껴졌던 것 같아요. 보통의 단편 집은 첫 단편의 이름을 책 이름으로 짓지는 않는데 이 책은 특이하게 첫 편의 이름이 책 이름이더라구요. 여러모로 다른 책과는 다른 특이점이 많아서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옮긴이의 말에서 제일 공감이 되었던 점이 초월적인 공포가 아니라 현실 가까이에 있는 공포라 더 무서웠다는 점이었어요. 저 또한 절대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일은 무서워하지 않고 잘 보나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은 좀 피하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더 오싹하게 잘 본 것 같아요. 호불호가 좀 갈릴 듯하지만 저는 잘 보았습니다. |
![]() 이 책 『인형의 주인』의 저자 조이스 캐롤 오츠는 현대 미국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고딕 소설의 대가로 손꼽힌다. 오츠는 1964년 데뷔한 이후 50편이 넘는 장편과 1,000여 편에 달하는 단편소설을 쉼 없이 써내며 〈전미도서상〉, 〈오헨리상〉, 〈페미나상〉, 〈브램스토커상〉 등 주요 문학상을 석권했다고 한다. 얼핏 셈해도 100권이 훌쩍 넘는 책을 썼다는 이야기다. 이 책도 단편소설집이다. 특히 인간 내면에 깃든 어둠과 광기, 근원적 불안과 공포를 깊이 탐구하고, 이를 섬뜩하면서도 환상적인 이야기로 형상화하여 ‘공포소설의 완성자’인 에드거 앨런 포에 비견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책에는 표제작 「인형의 주인」을 포함, 6편이 실려 있다. 원제가 'The Doll-Master and Other Tales of Terror'인 것으로 공포소설인 듯하다. 이 책에는 사이코패스 소년의 내면을 1인칭으로 서늘하게 묘사한 「인형의 주인」을 비롯하여, 미국 백인-기독교인 사회의 뿌리 깊은 우월주의를 다룬 「군인」, 유년시절 성폭력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여성의 기억을 다룬 「총기 사고」, 가장 사랑했던 이에게서 자신을 향한 살의를 느끼고 두려움에 사로잡힌 여성을 그린 「적도」, 국제스릴러작가상 최우수 단편상 수상작인 「빅마마」, 그리고 아름답지만 수상한 고서점을 무대로 펼쳐지는 「미스터리 주식회사」 등 섬뜩하면서도 환상적인 이야기가 실려 있다. '공포 소설'이 '환상적인 이야기'라는 소설의 장르 수식어로는 부적절한 조합이라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읽다보면 금세 왜 '환상적인 공포소설'이라고 소개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의 이야기들이 자아내는 공포는 호러와는 결이 다르다. 특별히 자극적인 장면이나 설명하기 어려운 초자연적 존재도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내면 깊숙한 곳에 있는 (극한의) 두려움을 끄집어 낸다. 평소 웬만해선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는 이 책의 역자 배지은도 〈옮긴이의 말〉을 통해 정말 두려움을 느꼈다고 털어놓는다. "어찌 보면 영미권 독자들의 지적대로 참신한 반전도 없고 결말도 예측이 가능한 이야기들이지만, 특별한 반전 없이 예상된 결말로 마무리되더라도 찜찜한 느낌은 그대로다. 결국 예상할 수 있는 스토리 안에서 최고 수준의 서스펜스를 끌어내는 것은 작가의 내공이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것이 아닌, 인간의 심연에 닿는 공포라는 측면에서 이 소설들은 탁월한 '공포 소설'로 꼽힐 만하다."(p.417) 이 책의 단편 소설들은 서로 독립적인 이야기를 갖고 있지만 작품 전체를 놓고 본다면 하나의 주제가 떠오른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사회를 은유하는 '약육강식'이나 '적자생존'이다. 특히 미국 사회는 거의 모든 것이 '돈'과 연결돼 있다. 혈연이나 지연 등보다는 세상의 가치 척도로 내세운 '돈'을 갖기 위해 사회는 거대한 경기장이라는 것이다. 아마 이민자로 이루어진 특성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하지만, 관련 전문 학자가 아닌 이상 단정할 수는 없다. 특히 사회를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승자독식'의 냉정한 승부 사회로 생각하는 것 같다. 동물의 야생에서 보여지는 모습이며, 선거, 스포츠, 전쟁 등의 게임 방식이다. 이런 사회에서 패자가 차지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기기 위해 목숨 걸고 싸우다 진 후에 승자에게 뭘 기대하겠는가. 죽거나 살아남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승자의 노예로 사는 것이다. 이 단편 소설들은 그만큼 처절한 경쟁 사회를 꼬집는 데 주저함이 없다. “인생에는 포식자가 있고 먹잇감이 있다. 포식자는 미끼를 던지고, 먹잇감은 이 미끼를 자양분으로 착각한다.”(p.367) 이 책에 실린 각 작품은 ‘포식자’와 ‘희생자’의 대립 구도를 통해 인간 내면에 숨겨진 잔혹성을 드러내 보이고, 강자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약자들의 무력감과 절망감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이 작품집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약자이거나 한때 약자였던 이들이다. 가족과 사회에 융화되지 못하고 점차 자기 안의 어둠에 잠식되어가는 소년, 부모의 무관심과 방치 속에서 외로워하고, 어른들의 인정과 관심을 갈구하다가 끝내 비극적 결말로 치닫고 마는 소녀들, 집단적 광기에 휘둘려 의도치 않게 영웅이 된 남자······. 인종차별과 성차별, 계층 갈등, 종교적 맹신, 소통의 단절을 조장하고 방치하는 부조리한 사회는 인간 내면의 불안과 분노, 광기를 자극한다. 오늘날 미국 사회의 부조리를 보여주는 느낌을 받게 한다. 이런 부조리한 사회는 계속해서 새로운 ‘포식자’를 만들어내는 악순환을 낳는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누구나 인생의 어느 시점에는 ‘포식자’ 앞에 내던져진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작중 인물들이 경험하는 공포는 초자연적 존재나 재해가 불러일으키는 공포보다 훨씬 더 강렬하고 으스스하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장면이나 충격적인 반전 하나 없이도 우리 안에 내재된 불안을 파고들어 최고의 서스펜스를 자아내는 조이스 캐럴 오츠는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에 이름이 오르내린다고 한다. 올해도 이름이 올랐지만,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올 노벨문학상은 대한민국의 작가 한강에게 갔다. 노벨문학상은 살아 있는 사람에게 준다는 원칙이 있다. 이 작품 『인형의 주인』의 저자 오츠는 내년에도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를 것이다. 내년에는 꼭 노벨상을 받았으면 독자로서 바란다. 그의 작품이 호러 공포 소설에 대한 독자의 인식을 많이 바꿔주었다. 저자에게 감사하기에 그의 수상을 바라는 것이다. 1938년 출생이니까 올해 84세라는 셈이 나온다. 아직은 건강하고 더 많은 작품을 쓸 수 있기를 기대할 만하다. 좋은 작품을 써준 데 대해 독자로서 응원한다. 이제 문단 데뷔 60년이 흐른 지금 이 거장의 내공은 소설집 『인형의 주인』에서 끝날 것 같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 번역자 배지은도 탁월한 ‘공포 소설’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인간은 자연에서 산 기간이 훨씬 길지만, 이른바 암기와 추산, 연산과 추리, 응용 능력 등 이른바 지능을 갖췄기에 다른 어떤 동물보다 먼저 문명을 이룰 수 있었다. 불과 1만~2만 년 전의 일이다.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가 처음 등장한 시기가 15만~25만 년 전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4만~5만 년 전부터 지구상에 널리 분포되어 후기 구석기시대 문화를 발달시켰다고 인류학자와 인류사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문명을 이루며 자연을 떠나 살았다. 인류가 문명을 이룬 것은 단순히 집단 생활을 했거나 간단한 의사 소통을 했다는 사실로는 보기 어려울 것이다. 이로 인해 문자 발명 이후로부터 인류 문명의 시작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주장에 따른다면 대략 7,000~8,000년 전쯤으로 봐야 할 것이다. 야생에서 생활할 때에 비해 사실 비교할 수 없이 짧은 기간이다. 때문에 오늘날 현대인들에게도 인간의 본성 안에 깊이 새겨진 잔인함은 은밀히 감춰져 있을 뿐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 책에서 숨겨진 인간의 적나라한 본성을 목격한다면 독자들은 「적도」에서 생태계의 잔인함에 반감을 느끼는 오드리처럼 불편한 마음이 들게 된다. 내 옆에 있던 사람, 내가 사랑하고 믿었던 사람이 나의 적이자 포식자로 돌변할 때 인간이 얼마나 나약해지는지, 기댈 곳 없는 허허벌판에 먹잇감으로 던져진 인간이 어디까지 비참해질 수 있는지를 목격하면서 섬뜩함을 느끼게 된다. ![]() “얘들은 길이 든 게 아니에요. 인간을 포식자로 인식하는 유전적 기억이 없을 뿐이에요.”(p.224) 남편과 함께 떠난 로맨틱한 적도 여행. 크루즈를 타고 갈라파고스섬의 생물들을 관찰하던 오드리는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생태계의 냉혹함에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자신과는 달리 너무나 태연하게 그 광경을 바라보는 남편 헨리, 강인하고 자신감 넘치는 그에게서 왠지 모를 두려움을 느낀다. "잠깐 사이에 창백한 초승달이 사라졌다. 두꺼운 구름이 달을 완전히 가려버린 모양이었다. 배의 이편에서 보는 바다는 칠흑같이 어두웠고, 하늘도 어둡고, 파도 소리는 요란했지만 보이지 않았고, 파도가 배를 이리저리 떠미는 힘이 느껴졌다. 아내는 반항했다. 갑판을 따라 걷고 싶지 않다고, 아무것도 보이지도 않고 위험하기만 하다고, 여기엔 아무도 없지 않느냐고······. 남편은 경멸조로 웃으며 말했다. “도대체 뭐가 무서운 건데? 파도에 휩쓸려 배 밖으로 빠질 일도 없잖아.” 그녀는 생각했다. 아뇨, 당신이 날 배 밖으로 밀어버릴 수 있죠. 아무도 못 볼 것이다. 아무도 못 들을 것이다. 아래층 갑판에서 사람들이 흥청대는 소리가 너무 컸다. 사람들의 말소리와 웃음소리. 이곳 3층 갑판에는 짙은 어둠과 기름 냄새뿐이었다. 헨리는 웃으며 오드리의 허리에 팔을 감고 세게 잡아당겨 난간 앞에 세웠다. 그러나 그녀는 겁먹은 아이처럼 움츠러들었다."(p.241~242) 「적도」 중에서 그러나 이처럼 뚜렷이 구분되는 강자와 약자의 관계 안에서 강자마저도 절대적인 강자가 아닌 그저 '인간'일 뿐이다. 「인형의 주인」의 로비도, 「총기 사고」의 트래비스도 강자에게 짓밟힌 약자의 트라우마를 간직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군인」의 브랜던 슈랭크는 삼촌의 총을 손에 들고 자신이 주님의 군인이라고 믿으며 힘없는 흑인 소년 위에 잠시 군림하지만, 사건 후 감당할 수 없는 힘에 떠밀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리고 만다. 작가가 일종의 우화라고 말하는 「빅마마」에서, 먹잇감이 된 바이올렛이 빅마마를 마주하며 빅마마 역시 유리 감옥 안에 갇힌 포로라는 사실을 깨닫는 장면이 어쩌면 이 모든 관계들을 암시하는 한 장면일지도 모르겠다. 이는 가해자의 '서사'에 공감하도록 하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그렇게 나약한 존재임을 극명하게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다. 오츠는 서로 물고 물리는 약육강식의 세계를 펼쳐 보이며 현실에 기반을 둔 공포를 선보인다. 그리고 그 현실이 우리에게서 멀지 않은 것이기에, 그녀가 제시하는 공포는 미지의 초자연적 존재나 현상으로부터 느끼는 공포보다 훨씬 더 으스스하게 다가온다. 오츠의 시건으로 보는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렇게나 잔인하고 무서운 곳이다. 이 소설집에 있는 다섯 편(앞서 언급한 「적도」 제외)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요약한 제공한 출판사 측의 소개로 여기에 열거해 본다. 순서는 소설 게재 순이다. ① 「인형의 주인」 “얘들은 여기에 있으면 행복해. 여기에 있으면 평화로워.” 언젠가부터 로비는 길에서 인형을 주워 남몰래 창고에 보관해왔다. 그리고 로비가 인형을 주울 때마다 동네에서는 아이들이 하나씩 사라진다. 스스로를 ‘인형의 주인’이라 칭하는 소년. 사이코패스의 뒤틀린 내면을 섬뜩하게 그려낸 작품으로서 표제작이다. ② 「군인」 “인종 전쟁은 이 나라에서 결코 끝나지 않을 전쟁이야.” 흑인 소년을 살해하고 ‘하느님의 군인’으로 칭송받게 된 남자. 미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조지 지머먼’과 ‘버나드 고츠’의 실화를 모티프로, ‘백인-기독교인 사회의 뿌리 깊은 우월주의와 종교적 맹신의 위험성을 폭로하는 작품이다. ③ 「총기 사고」 “그 일은, 일어났어야만 했던 거야. 어쩔 수 없었어.” 두 아이를 키우는 해나는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오랜만에 고향 마을을 찾는다. 그리고 한때 자신의 우상이었던 매클러랜드 선생님의 거대한 저택을 스쳐 지나며, 과거 그곳에서 일어난 비극적 총기 사고의 기억을 떠올린다. 순진하고 내성적이었던 소녀의 운명을 바꿔놓은 25년 전, 가려져 있던 그날의 진실이 서서히 드러난다. ④ 「빅마마」 “미워 미워 미워 진짜 미워. 엄마가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엄마를 따라 낯선 동네로 이사 온 바이올렛은 새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던 중 리타 메이 클로비스라는 소녀가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고, 늘 외로움에 시달리던 바이올렛은 친절하고 따뜻한 리타와 그 가족에게 마음을 연다. 어느 날, 리타네 집에 놀러 간 바이올렛은 클로비스 가족의 위험하고 비밀스러운 애완동물 빅마마를 보게 된다. ⑤ 「미스터리 주식회사」 “왜 꼭 어떤 이유가 있어야만 사람을 죽인단 말입니까?” 여러 개의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나’는 뉴햄프셔의 아름다운 고서점 ‘미스터리 주식회사’를 찾아간다. 지금껏 전 주인들을 은밀하게 독살하고 그들의 서점을 차지해 사업을 확장해온 나는 이번에도 가방에 독이 든 초콜릿을 준비해두었다.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르는 ‘미스터리 주식회사’의 주인 에런 노이하우스는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고 친절하게 카푸치노까지 대접한다. 그리고 자신과 자신의 서점에 얽힌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을 털어놓는다. “왜 꼭 어떤 이유가 있어야만 사람을 죽인단 말입니까?” 노이하우스는 미소를 지었다. “나는 슬레이터의 할아버지인 바나바스가 인생으로부터 ‘미스터리’의 핵심을 잘 추출한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독개구리로부터 독을 추출했던 것처럼 말이죠. 죽이는 행위는 그 자체로서 완성된 행위이며, 아무 이유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여느 예술 작품이나 마찬가지죠. 그럼에도 굳이 이유를 찾는다면, 자기 자신을, 자신의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 조상들은 적들을 두려워하고 낯선 사람들을 쉽게 믿지 않았습니다. 만일 낯선 사람이 내 영역에 들어온다면, 그리고 사악한 의도를 가지고 행동한다면, 아니 사악한 의도가 없다고 해도, 그를 이해해보려다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는 것보다는 그를 없애버리는 쪽이 더 나을 겁니다.(p.410~411) 「미스터리 주식회사」 중에서 저자 : 조이스 캐롤 오츠(Joyce Carol Oates) 매년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조이스 캐럴 오츠는 현대 미국 문단의 대표 작가이자 고딕 호러의 대가이다. 1938년 미국 뉴욕주 록포트에서 태어났다. 여덟 살 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처음 문학을 접했고, 이후 브론테 자매, 포크너, 헤밍웨이, 소로 등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탐독했다. 열네 살 때 할머니에게 타자기를 선물 받으면서 작가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시러큐스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열아홉 살에 「구세계에서」로 대학생 단편소설공모전에 당선되면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64년 첫 장편소설 『아찔한 추락』을 시발점으로 이후 지금껏 50편이 넘는 장편과 1,000편이 넘는 단편을 비롯해 시, 산문, 비평, 희곡 등 거의 모든 문학 분야에 걸친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부조리와 폭력으로 가득 찬 20세기 후반의 삶을 예리하게 포착해왔다. 1967년 「얼음의 나라에서」, 1973년 「사자The Dead」로 오헨리상을 받았고, 1969년 『그들』로 전미도서상, 1995년 『좀비』, 2011년 『악몽』, 2012년 『검은 달리아와 하얀 장미』로 브램스토커상, 2005년 『폭포』로 페미나상 외국문학상을 받았으며,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도 무려 다섯 차례나 올랐다. 1978년부터 미국학술원 회원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2003년 문학 부문의 업적으로 커먼웰스상과 케니언리뷰상을 수상했다. 2006년 시카고트리뷴문학상, 2019년 예루살렘상을 받았다. 현재 프린스턴대학교 로저 S. 벌린드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며 미국문학예술아카데미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 밖의 작품으로 『멀베이니 가족』 『블론드』 『사토장이의 딸』 『소녀 수집하는 노인』 『카시지』 등이 있다. 역자 : 배지은 서강대학교 물리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휴대전화를 만드는 엔지니어로 일했다. 이후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번역학을 전공하고 소설과 과학책을 번역하고 있다. 『엿보는 자들의 밤』, 『밤의 새가 말하다』, 『열흘간의 불가사의』, 『최후의 일격』, 『꼬리 많은 고양이』, 『퀸 수사국』, 『무니의 희귀본과 중고책 서점』, 『맹인탐정 맥스 캐러도스』, 『아파트먼트』, 『물질의 탐구』, 『입자 동물원』, 『일상적이지만 절대적인 양자역학지식 50』, 『전자부품 백과사전』(전 3권)을 우리말로 옮겼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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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하고 기묘한 무늬를 가진 나비인것도 같고 나방인것도 같은 생명체가 그려진 표지의 이책은 1964년에 장편소설로 등단한 이후로 꾸준히 장편과 단편들을 발표하며 현대 미국 문단의 대표 작가이자 고딕 호러의 대가라고 평가받는 저자의 단편들을 만나볼수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병으로 갑작스레 사망한 사촌 동생이 아끼던 인형을 몰래 챙겨온 이후로 버려진 인형들을 수집하게 된 소년의 이야기인 '인형의 주인' 우연히 마주친 불량배들에 대항하며 정당방위로 상대방들중 한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남자의 이야기인 '군인' 어린 시절 경험한 폭력적인 사건의 트라우마를 간직한 채 두 아이의 엄마가 된 해나의 이야기인 '총기사고' 낯선 해외로 떠난 여행지에서 자신에 대한 남편의 사랑이 식었음을 의심하는 것을 넘어 살의를 느끼게 되는 아내의 이야기인 '적도' 엄마의 근무지가 바뀌며 전학한 이후 한동안 또래들과 섞이지 못하다가 친구를 사귀고 그의 가족들과도 친밀해진 사춘기 소녀의 이야기인 '빅마마' 신간을 비롯해 고서적 그리고 예술품들을 취급하는 오래되고 신비로운 서점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미스터리 주식회사' 이렇게 여섯 편의 이야기들은 기이한 경험이나 잔인한 장면들을 담고 있지는 않기에 독자들에게 혹은 독자들의 지인들중 누군가에게 일어날수도 있을 것 같은 일상을 파고드는 사건과 사고들을 보여주는데요 잔잔하고 정적이면서도 결말에 이르러서는 충격을 주는 이야기의 진실과 반전들이 어느 정도는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큰 공포를 선사해줍니다 단편에서 보여지는 저자의 매력이 장편에서는 어떻게 그려졌을지 궁금해지게 만드는 시간이었습니다 *컬처블룸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읽은후에 쓴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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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마마>라는 이야기에는 엄마의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외로워하는 바이올렛이라는 소녀가 나온다. 사소한 일로 엄마에게 혼나기도 하고 학교에서는 친구를 사귀지 못하고 다른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며 힘들어한다. 학교버스를 타지 못하고 학교에 걸어가던 어느 날 같은 반 친구인 리타 메이가 아빠 차를 타고 가다 바이올렛을 태워준다. 그때부터 바이올렛과 리타 메이는 급속히 친해지게 되고, 리타 메이의 아빠와도 친밀해지며 그 집에 자주 놀러 가게 되는데... 어떤 비밀을 숨기고 있는 듯한 리타 메이네 집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각각의 이야기에는 현실에 있을법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더욱 두렵고 인간 내면의 공포를 자극한다. 강자의 뒤틀린 욕망과 광기부터 각종 범죄나 사이코패스 등 인간의 내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조이스 캐럴 오츠가 전하는 새로운 공포 소설이 궁금하다면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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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주인 고딕 소설의 대가 / 6편의 단편들 ![]()
매년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고딕 소설의 대가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다작 작가다. 50편 이상의 장편, 1000 여편의 단편으로 다양한 상을 받았다.
내가 모든 공포 및 고딕 소설을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소설을 읽다보니 '조이스 캐럴 오츠'만의 스타일을 느낄 수 있었다. 의뭉스러운 분위기, 어둡고 침울한 꺼림직한 느낌을 진득하게 이어간다. 작가만의 스타일이 묻어나기에 이런 류의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다양한 책들이 준비되어 있으니 더 없이 좋을 듯 하다. 꼬마 농부 소녀는 우리 마을 기차역 뒤 쓰레기 더미에서 끄집어낸 것이었다. 기차역 뒤에는 사용하지 않는 낡은 철로들이 있고, 그 주위의 울타리는 오래전부터 파손된 상태였다. (중략) 이 꼬마 농부 소녀도 '가출한 아이'였을 것이다. 고된 삶에 쫓겨 소녀는 이곳에 왔고, 열차가 떠나고 다음 열차가 올 때까지의 평화롭고 쓸쓸한 휴지기에 내 눈에 띄었다고 생각하는 게 합당할 것이다. 인형의 주인 (p47) ![]()
고딕 소설 장르라는 표현이 낯설었다. 쉽게 말해 공포 소설이라 할 수 있다. 가장 큰 예시로는 '드라큘라'이다. 비밀 통로, 지하 감옥이 설치된 중세 성, 수도원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들이 떠오른다. 소설을 접하기 전에 고딕 소설이 무엇인지 알고 읽기 시작하면 소설이 더 잘 보인다. 작가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알 수 있고 소설 장르를 이해하고 읽기 때문에 내용을 받아들이기에 수월하다. 고딕 소설이 상업주의 문학의 일종이라 평가한다. 쉽게 말하면 독자들이 좋아하는 장르라 말할 수 있다. 자극적인 소재, 반전을 담은 스토리, 특유의 어둡고 괴기스러운 분위기 등이 특징인데 <인형의 주인>에도 그러한 특징이 잘 담겨 있다. 고딕 소설 장르와는 살짝 다르다고 하다면 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로맨스 요소는 살짝 배제되어 있다.
반전이 있긴 하지만 예측하기 힘든 반전은 아니다. 소설을 읽다 보면 어느 정도 뒷 내용이 그려진다. 작가의 의도로 보인다. 사실을 완벽하게 감추는게 아니라 중간에 의도적으로 슬며시 보여준다. 독자 입장에서 처음에 믿었던 사실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하고 혼란스럽게 한다. 주인공의 시각에서 바라보기에 주인공이 정말 믿고 있는 혹은 그 거짓말이 진실인 것처럼 믿게 한다. 그런 작가의 기교가 상당히 우아하고 영리하게 느껴졌다. 나중에 '짜짠' 하며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을 던지기 보다 그 반전이 납득 가능하게끔 독자를 설득시키는 과정이 녹아있기에 반전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반면 예상가능한 반전이기에 시시하게 느끼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엄청난 반전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독자에게는 이 소설이 시시한 반전이라며 아쉬워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소설은 고딕 소설의 정수인 드라큘라처럼 SF/판타지 장르는 아니다. 귀신 유령과 같이 존재할 수 없는 대상에 대한 공포가 때로는 단순히 이야기를 위한 공포적 소재로만 느껴지는 때가 있다. 반면 이 소설은 정말 현실 세계에 있을 법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 공포로 다가온다. 정말 이럴 수 있겠다는 내 살갗에 직접 닿는 것만 같은 이야기는 우리에게 진정한 공포를 선사한다.
첫번째 단편 <인형의 주인>의 제목이 책의 제목으로 사용되었는데, 첫 단편 부터 임팩트가 상당하다. 인형을 수집하는 한 소년에 대한 내용인데 뭔가 수집해서는 안될 것만 같은 인형을 자신의 집의 아무도 모르는 공간에 전시 보관한다. 사이코패스의 성향을 가진 소년이며 가족도 그런 부분을 눈치채고 G박사와의 상담을 진행하는 부분도 나온다. 뭔가 수집하는 인형의 존재가 들켜서는 안되는 것처럼 방어적인 소년의 모습이 긴장감을 더한다. 또한 얼굴을 볼 수 없는 친구의 존재는 정신 분열 혹은 소년의 또 다른 내면으로 그려진다. 긴장감을 더 해가면서 나중엔 인형들의 모습과 섬뜩하게 그려지는 결말까지 정말 완벽한 구성이어서 놀라웠다. <군인>은 두 가지 주제를 잘 버무린 단편이다. 흑인과 백인, 인종간의 대립과 더불어 살인사건의 실상에 다가서는 과정이 잘 조화된 스토리다. 자신을 괴롭힌 상대에 대한 방어로 살인을 저지른 백인 소년은 흑인 인종들에 대항하는 마치 군인과도 같은 존재다. 살인의 동기 와 진위여부에 대한 사항은 뒷전이며 단지 가해자가 백인이며 피해자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백인의 말이 모두 진실이 것 같이 포장된다. 이 내용은 좀 더 발전시켜 장편소설로 나왔어도 참 좋았을 것 같다. <총기 사고> 는 한 소녀의 과거 고백으로 시작된다. 총기 사고가 발생했고 그 과정이 조금씩 그려지는데 소녀의 시각에서 벌어진 진실과 세상에 알려진 포장된 진실의 차이는 극과 극이다. 허나 소녀의 정당 방위에 의한 사고는 다른 단편들과는 조금 다르게 충분히 납득이 되는 부분이었다. 진실을 감추면서 자신은 상황을 피하고, 그럼에도 누구도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단어 선택에 주의한다. <군인>과 <총기 사고> 두 사건이 자칫 비슷하면서도 이 두 사건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은 이렇게 판이하게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고 놀라웠다.
<빅마마>의 한 부분인데 여기서 작가의 노련미를 엿볼 수 있다. 힌트를 살짝 넣어주면서 예측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아직은'이라는 단어를 뒤에 붙이면서 바이올렛이 이 가족의 구성원으로 될 것만같은 암시를 넣어준다. 그런데 이 말의 의미가 마지막까지 읽고 나니 섬뜩하게 느껴졌다. 빅마마의 존재는 거대한 비단뱀이다. 비단뱀은 먹이를 산채로 삼켜 소화시킨다. 소설의 서두에는 아이들과 애완동물들의 실종사건으로 시작되었다. 무언가 연관관계가 그려지지만 소설은 그 결말을 우리에게 던지고 마무리된다.
조이스 캐럴 오츠 작가의 책을 읽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쾌거다. 다작 작가이며 상당히 유명한 작가임에도 몰랐기에 아직 내 자신이 한참 부족함을 또 느낀다. 상을 받은 다른 장편 소설에도 도전해 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상을 수여한만큼 선택지가 넓은 편이라 더욱 좋다. 고딕 소설이라는 장르를 새롭게 알았다는 사실도 하나의 수확이다. 몰라도 살아가는데 전혀 상관없겠지만 아는만큼 보이는 법이다. 다양한 책의 세상에서 고딕 소설 장르의 다른 책들을 만났을 때 조이스 캐럴 오츠가 떠오를 것이다. 또 하나 놀라웠던 부분은 <드라큘라>와 <프랑켄슈타인>이 고딕 소설 장르라는 사실이다. 알고나면 보이고 연결이 된다. 그전엔 왜 미처 몰랐을까. |
끊임없이 영미문화권의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조이스 캐럴 오츠의 대표적인 단편들을 모은 책 『인형의 주인』은 고딕소설의 여왕이라 불리는 그녀의 명성에 걸맞는 작품 6편이 수록되어 있으며 그 안에는 2016년 국제스릴러작가상 최우수 단편상 수상작인 「빅마마」도 포함된다니 조이스 캐럴 오츠의 작품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추천해주고픈 단편모음집이다. 이외에도 나머지 5작품은 표제작이기도 한 「인형의 주인」을 비롯해 「군인」, 「총기 사고」, 「적도」, 「미스터리 주식회사」이며 주된 분위기는 공포라고도 할 수 있는데 평소 그녀의 작품에 대한 평가가 드거 앨런 포와 견줄 정도라니 더욱 기대된다. 뭔가 비주얼적으로, 아니면 물리적으로 대놓고 공포스러운 분위기 보다는 심리 스릴러 같은 공포가 왠지 더 무섭게 다가오는데 표제작인 「인형의 주인」만 해도 그렇다.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주인공이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남들이 보지 않는 틈에 인형을 훔쳐와 자신만 아는 곳에 숨겨놓는다는 것부터가 기이한데 그 인형에 관한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이 반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외에도 「군인」은 정당방위라고 말하는 한 남자의 주장 뒤에 감춰진 진실이 그려지고 「총기 사고」는 30여 년 전 발생한 총기 사고를 둘러싼 진실은 무엇인지 해나라는 인물의 회상으로 그려지고 「적도」는 헨리의 세 번째 부인이 된 오드리라는 여자의 남편에 대한 판단이 진짜인지 아니면 그녀의 단순한 상상 뿐일지 진실이 궁금해지는 작품이다. 「빅마마」가 과연 뭘까 싶었는데 의외다 싶었고 전학온 이후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바이올렛 앞에 나타난 리타, 빅마마를 둘러싼 이야기이며 끝으로 「미스터리 주식회사」는 고서점의 이름으로 이 서점에 불순한 의도로 접근한 사람과 서점 주인의 관계가 흥미롭게 그려진다. 각 이야기들이 몰입감있게 잘 표현되어 있고 몽환적이거나 판타지한 공포라든가 아니면 초자연적인 것들의 등장이 불러오는 공포가 아니라는 점에서, 오히려 일상생활 속 사람들의 심리와 관련해서 그 내면 속에 자리한 공포를 불러온다는 점에서 다른 공포/호러 소설과는 차별화된 매력을 선사하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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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국 문단의 대표 작가이자, 매년 영미권 노벨 문학상 후보로 지목되고 있는, 조이스 캐럴 오츠의 대표 단편집 [인형의 주인] 원제는 [The Doll Master and Other Tales of Terror] <인형의 주인>, <군인>, <총기 사고>, <적도>, <빅마마>, <미스터리 주식회사> 이렇게 총 6편의 단편을 담고 있는 공포 소설 단편 모음집이다. 책의 말미에 옮긴이의 해설 내용에도 언급을 했 듯이, 'Terror'라는 영어 원제 단어가 무척 특이했다. '공포'라는 단어 대신에 '테러'라는 단어를 선택한 이유는, 각 단편 소설을 읽으면서 이해할 수 있었다. 유령이나 괴물이 등장하면서 비현실적인 깜짝 쇼를 그려내는 그런 무시무시한 상황은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나 평범한 미국 가정의 일상 속에서 충분히 일어 날 법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에 더더욱 소름 끼치는 현실 속 공포 내용이었다.
책 제목과 동일한 첫 번째 이야기인 <인형의 주인>은, 인형을 수집하는 어린 소년의 비틀어진 심리를 긴장감 있게 묘사하면서 점점 빠져들었다.
흉기를 들고 위협하는 무서운 괴한이 아니라, 우리 이웃의 평범한 아이, 혹은 사촌 오빠, 친구 또는 사랑하는 남편 등과의 친숙한 관계에서 조금씩 어긋나는 불안한 상황들이 더더욱 현실감 넘치고 일상의 공포로 크게 다가오는 내용들이었다.
각 단편 소설의 내용도 중편 정도로 길이가 충분히 길어서 이야기의 호흡이 짧지 않기에, 주인공들의 상황 속에 깊이 있게 몰입을 하면서 점점 고조되는 불안감에 빠져들 수 있었다. 특별히 미스터리하거나 숨은 범인을 찾는 그런 탐정 방식의 이야기가 아니라, 주인공의 시점에서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전개로 진행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불합리한 현실의 여러 상황 속에서, 나라면 과연 주인공과 다른 생각이나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에 자제할 수 없을 수도 있는 장면들도 있었고, 미국 내 인종차별과 총기 문제 등 우리 현실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그럼에도 내 주변의 이야기처럼 다가왔었다. "엄마를 포함한 어른들은 이제 미국에서 유괴는 더 이상 없고 그냥 납치만 있다는 게 참 이상하다는 말을 하곤 했다. 엄마에게 '유괴'와 '납치'의 차이가 뭐냐고 물었더니, 엄마는 이렇게 대답했다. "만일 아이가 유괴되면 유괴범은 부모에게 연락해서 '몸값'을 요구하지. 그러면 아이가 안전하게 돌아올 수도 있어. 옛날에는 그런 식이었다고! 요즘은 아이가 그냥 .... 없어져버리는 거야...." _P. 299 <빅마마 中> 인형의 주인 단편 모음집 이야기 중에서, 개인적으로는 <총기 사고> 단편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였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허용이 되지 않는 총기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어린 주인공에게 사촌 오빠가 과연 해코지를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은 가지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 성인이 되고, 또 나의 자식들을 키우는 엄마가 되었을 때. 지난 과거의 흔적이 계속 꼬리를 물고 나와 아이들에게 다가온다면 그 이상의 공포는 더없이 무섭게 짓누를 것만 같았다. 특별히 잔혹하거나 무서운 장면에 대한 묘사도 거의 없고, 이야기 결말도 살짝 열어 놓는 전개로 남겨두는 작품들이었지만, 그만큼 머릿속에서는 살 떨리는 공포의 순간들이 그려지면서, 정점으로 남는 미려한 문체였기에, 과연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저자의 대표 단편집이 아닌가 싶다. |
![]() 엄마다! 엄마를 죽여야 해. 어떤 게 가장 큰 공포일까? TV 채널을 돌리기만 하면 피 튀는 공포가 만연하다. 영화 속에도, 드라마 속에도, 그리고 현실에서 벌어지는 소식을 전하는 뉴스도, 하다못해 범죄의 잔인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프로그램까지 모두가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 난 것처럼 군다. 그러나 소설 속 공포처럼 잔인한 것이 또 있을까? 보이는 건 덜 잔인하다. 머릿속에서 재생되는 이미지가 극심한 공포를 일으키지... 6편의 이야기를 읽으며 보이는 공포보다 보이지 않는 공포에 전율했다. 인형의 주인이 설마설마했지만 그 설마가 맞았을 때의 소름... 한껏 불쌍하고 연민을 느끼게 했던 아이가 병들었음을 깨달았을 때, 그러나 아무도 그걸 모른다는 사실처럼 끔찍한 게 있을까. ![]() 트래비스는 나한테 나쁜 짓을 하지 않아! 트래비스는 내 친구야. 평범하디 평범한 사람들. 그러나 그 평범만큼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예상할 수 있는 반전을 가졌다. 중요한 건 그 예상이 맞았을 때 오는 심리적 충격이다. 예상하면서도 그 예상을 빗나가는 반전이 있을 거라 자신을 달래가며 읽는데 그 예상이 들어맞았을 때 오는 절망감과 그 뒤로 흐르는 감정은 내가 주인공이 된 기분이다. 내가 해나였다면 나는? 12살 소녀의 그 공포가 나를 점점 죄어와 해나의 그 끔찍한 기억 속에 갇힌 기분이다. 조이스 캐럴 오츠는 짧은 이야기에 압축된 공포를 담아냈다. 머릿속에 필름을 심어줌으로써 계속 재생되게 만드는 필력이었다. 매 이야기에 마다 드러나는 반전 때문에 더 이상 받을 충격이 없을 거 같은 내 독서력에 대미지가 생길 정도다. 평범함에 내재되어 있는 공포는 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모양이다. 남에게는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품고 사는 이의 고통이 글을 통해 내게 스며든다. 작가에게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조이스 캐럴 오츠.. 진정한 공포가 무언지 아는 작가의 글은 독자를 다른 세상으로 데려간다. 대 놓고 범죄가 일어나는 이야기보다 더 스릴 있고, 좇고 쫓기는 이야기가 아님에도 마음이 조급해진다. 누군가의 마음속에 있는 기억들을 끄집어 내어 이야기로 재구성한 거 같다. 사 놓고 못 읽은 책 <흉가>도 이런 식일까? 조이스 캐럴 오츠의 작품들을 섭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고 임팩트 있는 공포를 원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