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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코졸은 행동하는 교육자다. 그는 미국 사회의 차별과 사회 불평등에 맞서 40년이 넘게 싸워 왔다. 하버드 대학을 우등으로 졸업하고 로즈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옥스퍼드에서도 공부했다.
그가 사회 문제에 직접적으로 뛰어들게 된 것은 보스턴의 흑인 거주지에 있던 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할 무렵이었다. 몇 개월 지나지 않아 그는 해고되고 만다. 수업 시간에 인종 차별에 저항한 흑인 시인 랭스턴 휴스의 시를 다루었다는 이유였다.
이후 코졸은 가난하고 소외된 아이들과 부모들을 위해 적극 발 벗고 나선다. 이 책은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중 하나인 뉴욕 브롱크스의 아이들과 25년간 함께 한 이야기를 묶은 것이다.
아니, 가장 부유하고 번화하기로 유명한 뉴욕에 그런 곳이 있었나 싶다. 우리의 경우에도 서울 강남지역에 기초수급보호대상 빈곤층이 가장 많다지 않은가. 부의 극과 극이 마주하는 곳이다.
뉴욕의 번화가인 5번가에 위치한 마르티니크 호텔. 이 곳에는 오갈 데 없는 빈곤층 400여 가구(1,400여 명의 아이들과 400여 명의 부모들)가 다닥다닥 생활하고 있었다. 이 시설은 1980년대 말에 폐쇄되었다. 시 당국은 이들을 관광객과 언론의 눈에 덜 뜨이는 곳으로 강제 이주시켰던 것이다.
저자는 이들과 인연을 맺은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책은 2부로 구성되었다. 1부는 어른들의 이야기. 억척스럽게 삶을 일구면서 아이들을 키우고, 그 아이들 때문에 고통 받는 부모들 넷의 이야기다. 2부는 아이들의 이야기다.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내고 대학에 진학하거나 자신만의 꿈을 찾아 성장하는 이쁜 아이들 다섯을 소개한다.

▲조너선 코졸, 그는 행동하는 교육자다.
처음 소개된 일화의 주인공은 비키(코졸은 거론된 이름은 전부 가명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녀는 우울증과 주기적 발작 증세를 앓고 있었다. 열한 살 먹은 아들 에릭과 일곱 살된 딸 리셋을 데리고 살았다. 남편은 퇴행성 질환을 앓다가 일찍 세상을 떠났다.
비키네 가족은 브롱크스의 모트헤이븐에서 살았다. 뉴욕 빈민 지구 가운데 가장 가난한 곳으로 꼽히는 곳. 이곳은 마약 판매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비키는 다섯 살 때 어머니를 여의었고, 어쩐 일인지 아버지 대신 후견인이 양육을 맡았다고 한다. 중학교를 중퇴한 그녀는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려웠고, 아이들 공부를 봐주기도 힘들었다.
그녀는 복지 급여를 받아 생활해야 했다. 급여 수준은 식품 쿠폰과 다른 혜택을 모조리 포함해도 연간 약 7천 달러였다. 우리 돈으로 7백만 원 남짓한 비용으로 세 가족이 일 년을 버텨야 했다. 한편 아들 에릭은 스물네 번째 생일을 앞두고 엽총으로 자살한다.
아들을 잃고 생활고에 시달리던 비키는 술이라도 마셔야 했다. 결국 그녀는 췌장암에 걸려 몇 년 동안 힘든 투병 생활을 하다 사망했다. 딸 리셋은? 그녀는 잘 성장해서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20대 중반에 아이 넷을 두었다.
이외에도 아이 셋을 혼자 키우는 홀아비 피에트로. 화재로 집을 잃고 아홉 살·여섯 살짜리 아들을 키우는 애리엘라 패터슨. 암투병 속에서도 희망의 불꽃을 쏘아 올렸던 앨리스 워싱턴 이야기는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2부 아이들 이야기로 들어가면 한결 생기를 느낄 수 있다. 과자를 좋아하는 리어나도, 자매 파인애플과 라라의 이야기, 책을 좋아하고 시와 장편 소설을 쓰는 아이 제러미, 장난꾸러기 소년 앤절로, 마지막으로 코졸을 대부님이라고 부르는 벤저민. 한결 같이 해맑게 자라고 야무지게 공부하며 척척 생활비도 번다.
나는 게중에서도 제러미 이야기에 혹했다. 감수성이 풍부한 제러미가 코졸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영락없이 꿈 많은 문학소녀였다. 덤으로 미국에서 청소년들이 어떤 작품을 읽고 있는지 엿볼 수 있었다.

흔히 사람들은 빈곤층이나 그 아이들이 놓인 처지에 대해 ‘개인 책임’이라고 화살을 돌린다. 코졸은 단호히 '노!'라고 말한다.
부정적인 외적 결정 요인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성장했어도, 과연 이 아이들이 굴곡지고 고통스러운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졌거나 성인이 되기 전에 삶을 마감했을까? (중략)
빈민 지역 아동들의 경우, 사회 구조에서 비롯한 기존 환경의 문제점은 <부모의 결함>, 혹은 <개인의 책임>이라는 안이하고 허술한 표현으로 쉽게 무마할 수 있는 하찮은 문제가 아니다. 이런 표현은 미국이 빈민들에게 죄를 짓고 있다는 혐의를 부인하려고 갖은 애를 쓰는 학계와 정치계의 악당들이 의존하는 최후 수단일 뿐이다. - 346~347쪽
코졸은 궁핍하고 소외된 가족과 아이들의 이야기를 애정어린 시선으로 독자에게 들려준다 . 빈곤층의 실제 삶이 어떠한지, 그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때로 성공하고 때로 몰락하는- 담담하게 서술한다. 자신이 개입했던 과정은 물론이고 가족들과 나누었던 대화까지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오직 사실적인 기술이 중점이다. 저자의 판단이나 추가 설명은 필요할 때만 양념처럼 보태질 뿐이다.
사실 이 부분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자 묘한 매력이다. 마치 나레이터가 말하듯 다큐멘터리를 찍듯 빈곤층의 삶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 생생하게 보여준다. 더욱 몰입하고 공감하게 만든다.
먹고 살만한 사람들조차 삶의 무게에 짓눌려 힘들어할 때, 어려운 사람들은 더 피폐해진다. 그런 현실을 현장에서 지켜보듯 리얼하게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이 지닌 큰 미덕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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