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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페이스북을 잘 하지 않는다. 다만 친한 지인이 공들여 쓴 글이나 내가 신뢰하는 누군가가 퍼온 글을 읽어볼 뿐이다.
'좋아요'를 누르는 일도 많지 않다.
그런 내가 페이스북을 탈퇴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이른바 '페친'인 중앙일보 임주리 기자가 쓴 짧은 일기들을 보기 위해서다.
그의 글은 솔직하고 뜨거우며 페이소스가 묻어있다. 과한 기교를 부리지도 않고, 적절치 않은 비유를 쓰지도 않는다. 글의 밑바탕에는 언제나 인간애가 깔려 있고 그래서인지 읽는 사람도 달아오르게 만든다. 그의 글에는 여러번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남기면서 언젠가, 그가 쓴 글이 묶여서 책으로 나온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마침내 책을 냈다. 첫번째 에세이집 <일상방황>이다.
책을 읽으니 임주리 기자가 한층 가까워진 느낌이다.
그도 이런 일들을 겪었고, 좌절했고, 더럽고 치사했으며, 힘들다 못해 무척 괴로웠겠구나-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나름의 생을 견디고 살아내며 밥벌이를 하고 있는 것이구나-
임 기자의 맨얼굴을 마주한 기분이라 무척 반가웠던 동시에 한편으로는 대단하게 느껴졌다.
블로그에 '이웃공개'로 글 쓰는 것도 힘든데, 불특정다수의 대중을 상대로 이렇게 솔직한 일기를 써내다니-
<일상방황>을 읽은 그 다음날, 우연히 또 다른 책을 읽었다. 몇달 동안 비소설 부문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며 120쇄 이상 찍어낸 심리학 서적이자 자기계발서였는데, 도통 몰입도 공감도 되질 않았다. 굳이 그 책과 비교하자는 건 아니지만, 그 책이 꼭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졌던 것은 심리학자인 저자가 자신과 상담한 사람들의 사례를 나열했기 때문이다. (현대인들 모두가 알게 모르게 정신병을 하나씩 갖고 산다고는 하지만) 마치 내가 상담이 필요한 정신병자인 것처럼 느끼게 만든데다, 들어봤자 결코 실전에 써먹을 수 없는 교과서적인 해결방법들만 주욱 읊어놨다.
반면 <일상방황>은 그저 30대 초반 여성인 저자의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풀어내고 있어서, 나 혼자 이렇게 궁상을 떠는 것은 아니라는, 나 혼자 이렇게 분개하고 이렇게 외로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기분이 들게 한다.
그래서 좋다.
인생 선배지만 가르치려 드는 것이 아니고 그저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는 것이다. 책장을 덮고 나면 친한 친구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오랜 시간 수다를 떤 듯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러니까,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식으로 처연하고 처절하게 마구 허세부리지 않아서 좋다.
또 네가 지금 좌절감과 열패감을 느낄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채찍질하는 독설이 아니라 더더욱 좋다.
이 책 프롤로그에 있는 저자의 말이 책 소개에 딱 어울리겠다.
'깊고 웅장한 위로는 아니다. 살갗이 패는 독설은 더더군다나 아니다. 평범한 하루하루 속에서 마주한 크고 작은 고민들, 일상의 방황들을 나는 담고 싶었다. 그 속에서 건져낸 것들을 나누고 싶었다. 가르쳐줄 건 없지만 나눌 건 많은 언니, 혹은 당신보다 더 지질했던 친구로서 말이다.
내 등짝에 흥건한 땀 냄새가 날 것이다. 달큼하길 바란다.'
그리고 나는 벌써부터 임주리 기자의 두번째 책이 기획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때까지 그의 글을 보기 위해서, 아무래도 페이스북은 탈퇴하지 못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