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을 발견한 것은 큰 행운이었습니다. 이 책 덕분에 저는 우리말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나아가서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제 장래희망으로 정했습니다. 제목 '애무하는 아나운서'는 뉴스 도중 'M-16'을 '애무 16'으로 발음한 아나운서의 실수담을 빗댄 것입니다. 책의 내용만큼이나 기발한 제목이라고 할 수 있죠. 꼭지마다 강재형 아나운서 특유의 날카로운 관찰력과 해박한 지식이 엿보입니다. 우리말에 관한 책이 많이 나와 있지만 이 책만큼 부담 없으면서도 신뢰감을 주는 책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말과 글로 먹고 살려는' 분(기자.아나운서.작가 지망생)은 반드시 읽어보셔야 합니다. [인상깊은구절] 병원 중환자실.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병상에 누워있다. 흰색 가운을 입은 중년의 의사가 가운데 서 있고, 그 곁에 노인의 자손들이 늘어서 있다. 애잔한 음악이 깔리는 가운데 엄숙함이 압도하는 병실 장면. 노인의 마지막 생전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모든 이는 숨을 죽이고, 적막만이 감도는 병실. 충격을 안겨주는 장면임을 드러내는 효과음이 커지고, 노인은 숨을 거둔다. 이때 중년의 의사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신음하듯 내뱉은 대사 - 임종하셨습니다.드라마의 이 장면에 빠져 함께 숙연해졌던 글쓴이는 이 한마디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운명(殞命)하시었습니다'란 대사가 들어갈 대목에, '임종하셨습니다'하고 했으니. 희극도 아닌 무거운 주제의 드라마에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