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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축제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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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악마가 텔레비전 광고를 독차지하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6월’이라고 했을 때는 다가오지 않던 월드컵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지난 월드컵이 2002년에 있었으니, 벌써 4년이 흐른 것이다. 이 즈음에서 붉은악마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어떨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힘, 그 중심에는 붉은악마가 있었다. 물론 기대 이상으로 선전한 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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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악마가 텔레비전 광고를 독차지하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6월’이라고 했을 때는 다가오지 않던 월드컵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지난 월드컵이 2002년에 있었으니, 벌써 4년이 흐른 것이다. 이 즈음에서 붉은악마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어떨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힘, 그 중심에는 붉은악마가 있었다. 물론 기대 이상으로 선전한 대표팀 선수들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지만 말이다. 모든 이들이 붉은 티 입는 것을 숙명 마냥 받아들였던 시절이 있었다.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레드 콤플렉스’로부터의 탈출이라 평을 했다. 붉은색, 이념으로 인해 여전히 반으로 갈린 이 땅에서 붉은색은 금기였다. 한 기업인이 소떼를 몰고 북으로 향했고, 남과 북의 두 정상이 손 맞잡고 평화통일을 부르짖었지만, 그와 같은 상징적 행동은 실질적인 삶의 변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국가보안법은 기세등등 오늘날까지도 존재하고, 노동자의 파업은 친북적이니 경제파탄이니 비난을 받았으니까. 이 견고한 틀을 깨뜨린 것이 붉은악마였다는 사실은 다소 의외라고 할 수도 있다. 어쩌면 스포츠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2002년 6월을 수놓았던 붉은 물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붉은 옷을 입는 것은 단순히 정체성을 확인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같은 구호를 외치는 순간 그리고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승리를 확인하는 순간 모두가 환희에 젖었고 그 환희는 강렬한 애국주의로 번져갔다. 태극기는 가장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재탄생하였으며, 대한민국 국민임이 진정 자랑스럽다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경기에서의 승리는 스포츠에서의 승리 그 이상이었다. IMF 이후 끝이 보이지 않던 경제난으로부터의 승리이기도 했고,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면에서 우리 사회에 크나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강대국들과의 싸움에서 승리이기도 했다. 고된 현실이 변화한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는 은폐하고자 하는 바가 있으면 간첩단 사건 등 거대한 스캔들을 터뜨려 이를 무마시키고자 권력이 부단히 노력해 얻은 결과와도 유사했다. 물론 월드컵은 일방적으로 강요된 것이 아닌, 자생적인 흐름이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지만 말이다. 이 책이 주목하는 것은 붉은악마의 특성에서도 이러한 우려가 공허한 것만은 아니었음을 다소 확인할 수 있었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설문조사와 붉은악마에 속한 이들과의 인터뷰, SPSS 등 통계 패키지를 통한 자료분석까지, 붉은악마를 사회학적인 시각에서 해부(?)하는 과정은 실로 흥미로웠다. 이러한 노력에 의해 얻어진 자료를 통해 붉은악마에 속한 이들의 전반적인 특성을 발견할 수 있었으니, 승리에 대한 절대적인 집착과 개인보다는 집단을 중시하는 사고, 남성중심적인 시각(아들이 없어서 대가 끊기는 것은 가족뿐 아니라 가문 전체의 불행이다, 현대사회에서는 여성의 권리가 우대되어 남성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 남성은 여성보다 타고난 능력이 우수하다 등의 응답에 붉은악마에 속한 이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등 진보라고 일컫기엔 다소 모호한 특성을 붉은악마는 보여주고 있었다. 이러한 붉은악마의 특성보다도 더욱 위험(?)한 것은 우리 사회가 아직 붉은악마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하지 못했다는 게 아닐지 싶다. 월드컵 이후 붉은악마의 위치는 거대하게 팽창되었다. 중앙 집권적 체제를 지방 분권적으로 변화를 준 것은 분명 권력과의 연계를 차단하고 정치집단 아닌 순수한 서포터즈로 남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반미 촛불시위나 노사모 활동 등 많은 활동이 적지 않은 부분 붉은악마의 활동과 닮았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한다고 하는 이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붉은악마의 지난 행보(?)는 분명 스포츠 그 이상의 것이었다. 지금 우리는 또 하나의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몇몇 선수들이 빅리그에서 보여주는 활약에 잔뜩 고무된 우리는 지난 월드컵에서의 믿기 힘들었던 4강 신화에 버금가는 무언가를 갈망하고 있다. 비행기를 타고도 한참을 날아가야만 하는 독일에서 열리는 월드컵은 적지 않은 시차를 동반한다. 경기를 보기 위해서는 밤샘도 각오해야 하지만, 체력이 고갈된들 어떠냐는 심정으로 사람들은 6월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2002년과 비교해서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지 나는 알지 못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어두컴컴한 시각에 거리를 메울 것이며, 얼마나 많은 이들이 단순히 잠을 못 이루는 것이 아니라 직접 목소리 높여 ‘대한민국’을 외칠 것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 과정에서 붉은악마는 4년 전 그러했듯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하지만 붉은악마를 더욱 붉게하는 것은 우리 자신일 것이다. 4년 전 축제를 축제로 만들었던 것이 우리 자신이었듯… 부디 올 6월이 승리에 대한 무시무시한 집착만은 아니길 바란다. 스포츠가 세계를 하나되게 할 수 있고, 일상에 얽매였던 우리의 손과 발이 흥겨움에 춤출 수 있길 나는 꿈꾼다.
이달의 사락 q*****2 2006.03.2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