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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입장에서 시를 읽는다는 것!
"독자의 입장에서 시를 읽는다는 것!" 내용보기
오랫동안 시를 읽어왔던 독자로서 최근의 시들은 그 경향이 뚜렷하게 나뉘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개성을 충분히 드러내면서도 독자들로 하여금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시가 있는가 하면, 마치 의식의 흐름처럼 단어와 구절 혹은 문장들이 병행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공감할 수 있는 여지를 주지 않는 시가 존재하고 있다. 분명 시인이 시를 그렇게 쓰는 이유가 있을 터이고 평론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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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시를 읽어왔던 독자로서 최근의 시들은 그 경향이 뚜렷하게 나뉘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개성을 충분히 드러내면서도 독자들로 하여금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시가 있는가 하면, 마치 의식의 흐름처럼 단어와 구절 혹은 문장들이 병행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공감할 수 있는 여지를 주지 않는 시가 존재하고 있다. 분명 시인이 시를 그렇게 쓰는 이유가 있을 터이고 평론가들은 그 이유를 나름대로의 관점에서 설명하지만, 일반 독자로서 나는 후자의 경향을 보이는 시를 애써 찾아 읽지 않으려고 한다. 시간을 들여서 텍스트를 분석하고 그 의미를 찾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있으나, 때로는 품을 들여 얻어낸 나의 해석조차 모호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우연히 접한 이 시집을 보면서, 최근 시의 난해함 혹은 독자들과 소통하지 않는 작품들의 경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저자 소개와 시집에 수록된 작품을 읽으면서 단지 몇 개의 키워드를 떠올려볼 수는 있었다. ‘기후 활동’, ‘어린 시절’, ‘가족’ 혹은 ‘엄마’, ‘지인들’ 등등. 아마도 시인의 활동이나 삶의 방식을 알고 있는 독자라면, 작품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그에 관해 전혀 미지수인 나로서는 시집에 수록된 작품을 온전하게 이해하면서 읽어내기는 힘들 수밖에 없었음을 고백해야겠다. 지도도 없는 낯선 길을 헤매고 있지만, 여전히 현재의 위치조차 확인할 수 없다는 느낌을 지워버릴 수가 없었다.
 
시집의 끝 부분에 ‘느린 판단’이라는 저자의 산문이 한 편 수록되어 있다. 시인 자신의 활동 내력과 함께 어린 시절부터의 기억 그리고 자신의 종교 얘기까지 담담하고 ‘느린’ 필치로 적어내려갔다. 그리고 독자로서 나는 이 시집에 수록된 작품들에 드러난 표지들이 혼란스럽지만 조금씩 머릿속에 정리되는 듯했다. 물론 그 글을 읽었다고 시를 완전히 이해했다는 것은 아니고, 여전히 독자를 고려하지 않는 불친절함에 대한 인상은 바뀌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낯선 시인들의 작품들을 잘 읽지 않게 된 이유 또한 독자들과 공감하지 못하고 시인 자신의 넋두리처럼 쏟아내는 작품 내용에 젖어들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시 이 시집을 정독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시에 대한 나의 편식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고 하겠다.(차니)

* 개인 독서 카페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YES마니아 : 골드 이달의 사락 i*****n 2025.01.03. 신고 공감 2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무너지지 않을 광장이여
"무너지지 않을 광장이여" 내용보기
우리나라는 광장 문화가 아니라고 했다. 남녀노소 모두가 거리낌 없이 나와 걷고 뛰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쌓이면 함께 토해내는 공간이 우리에겐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이를 대신한 건 도로였다. 인간을 구석으로 몰아낸 차들은 오늘도 도심의 주인공인 된 것 마냥 한껏 속도 내어 달리고 있다. 물리적인 공간이 주어져야 광장은 성립한다. 그런데 너무 많은 걸 오로지 마음 안에 담은
"무너지지 않을 광장이여" 내용보기
우리나라는 광장 문화가 아니라고 했다. 남녀노소 모두가 거리낌 없이 나와 걷고 뛰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쌓이면 함께 토해내는 공간이 우리에겐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이를 대신한 건 도로였다. 인간을 구석으로 몰아낸 차들은 오늘도 도심의 주인공인 된 것 마냥 한껏 속도 내어 달리고 있다. 물리적인 공간이 주어져야 광장은 성립한다. 그런데 너무 많은 걸 오로지 마음 안에 담은 채로만 살아야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마음에도 한계는 존재하기 마련이어서, 이제껏 잘 참아왔을지라도 사람들은 폭발한다. 누구라도 붙잡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광장은 하고자 하는 말이 넘치는 사람들에 의해 새로이 만들어졌다. 흐름에 힘이 실렸으므로 가로막고자 하는 움직임에도 쉬이 꺼지지 않았다. 바닥이 충분히 단단하지 못해 이따금 무너지는 일이 발생했지만, 다시는 광장을 쌓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꿈꾸며 사람들은 군말 없이 광장을 쌓아 올렸다. 바닥은 유리지만 그 위에 쌓인 것들은 달랐다. 총포 자국이 넘치는 겉모습과 달리 튼튼했다.
오랜만에 시를 읽는다.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한동안 소설 읽기가 힘들었다. 소설 읽기를 등한시하면 할수록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는 말을 어디선가 접한 후로 힘겨움과 별개로 의도적으로 소설을 찾았다. 왠지 시도 그리 읽어야 할 거 같다. 세상을 노래하는 방법을 영영 잃는다면, 그러잖아도 각박한 이 세상에 대해 제대로 실망할 것만 같다. 사실 시에 담기는 건 세상의 아름다움만은 아니다. 저자의 글에는 시대가 담겼다. 그가 살아온 시대는 내가 살아온 것과 동시대인데, 비겁하게도 나는 많은 것들을 외면함으로써 사회로부터 나를 고립시켰다. 그것이 나를 덜 신음하게 만드는 방법이라는 믿음에 기댔다. 모두가 경주마처럼 질주하는 이 때에 주변을 둘러보며 사람들과 눈을 마주하는 일은 그러잖아도 경쟁력 뒤떨어지는 나에게 낙오를 선사할 것만 같았다. 비겁함은 시를 읽는 순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나를 뒤흔들었다.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이토록 많았는데, ‘있는’이 아닌 ‘해야만 하는’이었을 수도 있는데. 감히 ‘연대’를 논하냐는 손가락질과 목소리에 대한 언급을 발견했을 때 나는 우습게도 그것이 나의 용기 없음을 정당화하는 것인 양 굴었다. 침묵하기를 잘 했다, 나서기 위해 필요한 거대한 용기가 없는 나는 뒷전으로 물러나는 게 바람직했다. 나와 흡사한 생각을 한 사람이 많을수록 유리로 빚어진 광장에는 금이 갔다. 곧 바닥이 주저앉을 것이므로 출입을 금합니다. 호기심마저도 잠재우는 경고 음성에 나의 뒷걸음질은 점점 가속화됐다. 그런 내가 여럿 모여 광장이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다며, 바람직하지 않은 형태로 나는 내 비굴함을 덮었다.
나는 배우던 중이었지. / 솥에서 나와서 솥을 들고 골목으로 나가 / 내리는 눈을 미래처럼 담아두는 방법을. / 귀 기울여 / 78월의 아기 옹알이하는 소리에 /집중하는 방법을. // 서늘한 옷자락 무늬의 숨소리들 없이 / 잠이 드는 방법과 / 스스로 어둠을 간직한 빛이 된다거나 / 빛을 찾아 손가락을 움직이는 방법을 // 멀리 / 난간 위의 아이들이 / 서로를 원망하는 마음 없이 /고양이를 따라서 함께 뛰어내리고 있어. (후략) -p63
‘봄 방학’이라 이름 붙은 이 작품은 ‘나와 어디든 같이 숨고 / 담장을 뛰어내릴 수 있는.’으로 끝난다.
‘전쟁 소식에 / 머나먼 여기에선 사람들이 거리에 모이고 / 외교부를 향해 서서 / 같은 노래를 새롭게 부르다가 흩어져. //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을 헐뜯는 사람들도 흩어지고 // 자신의 살갗이 감추고 있는 게 / 휘두를 수도 있는 뼈라서 / 칼이 되는 말이라서 // 피곤한 잠에서 걸어 나와 마음을 여미지. / 여미고 열어. // 당신에게로 기울어져. // 당신에게 안길 틈이 / 지금의 나는 있어. -p98~99
날이 섰고 기껏 꺼내 든 것이 뼈지만 이를 흔들면 칼이 될 수도 있음을 잘 알아서, 사람들은 서로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다가 흩어지고, 자신이 속한 무리 안에서 작은 틈을 찾아가며 서로에게 안긴다. 뼈를 깊이 숨긴 채, 여민 마음을 헤집고 그 뼈가 튀어나와 타인을 해하지 않길 바라며… 함께하는 순간, 함께하는 마음. 우리가 그리워하는 것들은 광장에 있었다. 발을 디딜 적마다 금이 쩍쩍 가는 유리 재질의 광장도 너와 나를 품은 광장이었다.
이달의 사락 q*****2 2025.02.10.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