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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터라는 직업에 선망을 가졌던 시기가 있었다. 모두가 하는 말을 맛있게 다듬어, 말로 가장 강력하게 대중을 설득하는 사람. 물건을 살 생각이 전혀 없던 사람도 어느 순간 지갑을 열게 만드는, 마법 같은 기술을 가진 사람들. 마케팅과 한 끗 차이인 것 같으면서도, 더 프로페셔널하고 정교한 일을 하는 직군이라고 생각했다. 이력서를 지원할 때마다 동경하며 바라보던 직군이 바로 카피라이터였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이 책이 궁금했다. 내가 좋아하는 플랫폼에서 일하는 카피라이터라면, 어마어마한 카피라이팅 기술을 알려줄 것만 같았다. 그런데 막상 책을 펼쳐보니 예상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로 가득했다. 타고난 말꾼이나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의 특별한 기록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정반대였다. 잘 쓰고 덜어내는 기술에 대해서도 기록되어 있으나 일부이고, 대부분의 이야기는 카피라이터의 일 그 자체였다. 그녀 역시 나와 비슷한 고민을 무겁게 짊어지고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 1인이었다는 것이 충격이라면 충격이었다. 마치 내가 쓴 일기를 읽는 것처럼 진솔한 기록에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1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카피라이터로 일했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일이 더 어려워진다는 고백은 크게 와닿았고 위안이 되기도 했다. 어제는 매력적이었던 카피가 오늘은 더 이상 설득력을 갖지 못해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수고로움.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트렌드에 이리저리 휘둘리다 어느 순간 나를 잃어버리는 일. 모두가 하는 말로 먹고사는 일이기에 가끔은 스스로의 무가치함에 좌절하는 순간까지도 모두 내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적어도 나만 이런 생각을 하며 앓고 있는 것은 아니구나.’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다움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계속 도전하며 일하고 있다는 생각에 용기를 얻었다.
카피라이터도 그렇고 마케터도 그렇고, 기본적으로 창작을 해야 하는 업무는 특성상 누군가의 평가를 기준으로 일해야 할 때가 많다. 그 평가의 주체는 고객일 수도, 광고주일 수도, 대표나 동료 직원일 수도 있다. 문제는 그 평가가 항상 좋을 수도, 항상 나쁠 수도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 평가가 언제나 100% 정답인 것도 아니다. 모두의 피드백을 수용하려다가, 희석되어 방향을 잃은 애매한 결과물이 나오기도 하며 그 과정에서 마음이 상하는 일도 있다. 특히 데이터 기반의 정량적인 평가가 어려운 영역에서는 업무 능력까지 의심받기도 한다. 어떤 회사에서는 보너스와 칭찬이 쏟아지다가도, 어떤 회사에서는 한순간에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무력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맡겨진 업무를 흔들림 없이 잘 해내야 하는 것이 마케터의 숙명일 것이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평가를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답을 찾아 업무에 적용하려고 노력해왔다. 정답이 없기에 일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확신이 옅어진다는 그녀의 말에 크게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카피를 잘 쓰는 기술을 모조리 정리해 알려주는 ‘카피 일타강사’ 스타일의 책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을 믿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도 된다는 용기를 주는 책에 가깝다. 일을 하면 할수록 이 직업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생각에 무력감이 들 때.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힘을 얻고, 다시 한 걸음 나아갈 용기가 생긴다. 하물며 29CM, 무신사, TBWA에서 일한 카피라이터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좌절했다가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하는데, 평범한 내가 늘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정답이 없기에 사랑하게 된 이 일을 선택한 내가 짊어져야 할 힘듦이 바로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나는 언제까지 마케팅이라는 일을 사랑하고 지속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나중에 업을 그만두게 되더라도, 취미로라도 나만의 채널을 만들어 기록을 계속 쌓고 있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업으로 선택했을 때보다 더 즐기면서 나의 일상을 콘텐츠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요즘 재미있게 일하던 나를 잃어버린 것만 같아 답답한 마음이 가득했다. 그런 와중에 오래전에 사두고 읽지 않고 있던 『카피라이터의 일』을 읽으며 다시 희망을 얻었다. 무엇을 해야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의 설렘과 즐거움을 되찾을 수 있을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거창한 무언가는 아니다. 내가 소비자가 되어 어떤 순간에 구매를 결정하는지, 어떤 말에 마음이 움직이는지를 일기처럼 기록하며 다시 공부해볼 생각이다. 언젠가는 이 기록들이 나의 무기가 되어, 마케터로서 자신감과 흥미를 잃을 때마다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지 않을까.
트렌드는 빠르게 변하고, 타깃은 점점 더 작고 촘촘하게 쪼개진다. 소비 패턴과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하고 이를 업무에 반영하는 일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정답처럼 쓰이는 카피는 결국 선명하다. 이미 존재하는 단어와 표현을 조합해 상황에 맞게 쓰더라도 그것은 분명한 창작이다. 충분한 고민의 시간이 담겼기에 광고 소재 속에서도 사람의 마음에 더 와닿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그러니 너무 쉽게 나다움을 잃고, 지루하고 도전 없는 결과물만 만들어내는 마케터가 되지는 말자. 『카피라이터의 일』을 시작으로, 배달의민족에서 마케터로 일한 사람의 책도 함께 읽기 시작했다. 덕분에 다시 두근거리기 시작한 주말이다. 재미있는 생각들로 머릿속을 가득 채우기에도 부족한 하루를, 그동안 너무 지루하고 힘겹게 보내고 있지는 않았나 반성한다. 회사에서 내 생각을 마음껏 펼치려는 것은 어찌보면 욕심이다. 내가 마케터로서 이루고 싶은 꿈들은 집에서 조금씩 시작해보면 되고, 그 시도들이 결국 회사생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주부터 하나씩 기록으로 남겨보며, 즐거운 생각들로 머릿속을 채우는 나만의 공부를 시작해보려 한다. 이 작은 루틴이 나를 더 재미있는 꿈을 꾸게 하기를. 그래서 지금보다 조금 더 활기차고 충만한 하루를 만들어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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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읽을 줄 알고 구입했던 책인데, 전혀 가볍지 않았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에세이 같은 내용이 아니라 실용서에 가까웠다. 글 속에도 너무나 많은 불필요한 장식들이 많은데, 늘 감탄하게 만들던 오하림 카피라이터의 사고를 조금이라도 들여다 볼 수 있어서 값진 책이었다고 생각된다. |
| 광고와 브랜딩의 중심에서 살아온 카피라이터의 진솔한 경험과 통찰을 담은 책입니다. 문장 너머의 고민과 창작 과정을 흥미롭게 풀어내, 단순한 글쓰기 기술서가 아닌 광고인의 철학과 일에 대한 태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짧은 카피 한 줄에도 얼마나 많은 생각과 노력이 담기는지 보여주는 대목은 깊은 인상을 줍니다. 글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큰 영감을 줄 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