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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세상에 일어나는 사건은 어느 정도나 될까. 뉴스에 나오는 것도 있고 나오지 않는 것도 있겠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하는 뉴스를 보니 세상에 무서운 일이 많이 일어난다는 느낌이 들었다. 뉴스만 보면 사는 게 참 힘들 것 같다. 뉴스만 보는 사람 있을까. 다른 건 안 보고 뉴스만 보는 사람 있겠다. 난 텔레비전을 안 봐서 뉴스도 안 본다. 컴퓨터 쓸 때 가끔 인터넷 기사를 읽기도 한다. 요즘은 가짜도 많다고 하는데, 인터넷 기사는 어떨지. 어떤 건 기사로 써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인터넷에는 더 많은 정보가 떠다니겠다. 그런 거 잘 가려 봐야 할 텐데. 세상에 일어나는 사건 잘 모른다. 이 책 《십자가의 괴이》는 예전에 실제 일어난 일인가 보다.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사람(남자)은 정말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아들한테 신장을 받고 신장 이식수술을 했는데, 아들은 죽고 그 사람은 살았다. 그런 일이 스스로를 죽음으로 몰고 갔을지. 자신이 자기 손 발에 못을 박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여기 담긴 소설에서 그걸 재현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끔찍하다. 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십자가에 못 박았는지 생각하고 쓴 거겠다. 소설에서 혼자 그걸 하는 사람도 있고, 다른 사람이 도와주기도 한다. 실제로는 어땠을지. 그건 알기 어렵겠다. 마지막에 실린 차무진 소설 <파츠>처럼 영상을 찍은 것도 아닐 테니. 영상을 찍는 건 더 끔찍하구나. 마지막 이야기에서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고 60년마다 나타나는 파츠가 예수처럼 죽어야 한다고 한다. 이건 소설 같은 거구나. 이게 소설이지만. 조영주 소설 <영감>은 무진 십자가 사건을 여러 소설가와 소설로 쓰기로 한 뒤, 소설을 쓰려는 작가 윤해환 이야기다. 이걸 보기 전에 조영주 소설 《쌈리의 뼈》를 봐선지, 그 소설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이야기가 아니고 소설속에 소설이 담긴 게. 성별은 다르지만 이름은 같은 윤해환이 나온다. 조영주는 자기 소설에 윤해환이라는 이름을 여러 번 썼다. 앞으로도 쓸지도. 윤해환이라는 이름으로 책을 낸 적도 있구나. <영감>에서 자신한테 들리는 소리를 녹음하는 것과 출판사 사람 A한테 안 좋은 일이 일어나는 거 보니, 미쓰다 신조 소설 《괴담 테이프》가 생각나기도 했다. 그것과는 달랐다. 다음 이야기 <그날 밤 나는>(박상민)은 딸을 잃은 ‘나’가 어떤 사람들한테서 초대장을 받고 거기에 찾아가고 일어나는 일이다. 딸이 죽은 일, 예전에 인터넷 기사에서 본 것과 비슷했다. 죽은 사람은 20대 남성이다. 함께 있었던 사람도 있었다. ‘나’는 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게 아니고 함께 있던 사람한테 죽임 당했다 여겼다. ‘나’는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서 억울함을 느꼈다. ‘나’한테 초대장을 보낸 사람들은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이었다. 사건인데 사고로 마무리한 거구나. 제대로 사건을 밝혀주지 않는다고 범죄를 저지르다니. 그건 자신과 같은 사람을 만들어 내는 거 아닐까. 소설에 나온 사람이 실제로는 없기를 바란다. 전건우 소설 <도적들의 십자가>는 호러 같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을 때 예수 왼쪽과 오른쪽에는 도적이 십자가에 못 박혔을까. 그런 이야기를 J 작가가 쓰려고 하는 거다. 그때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십자가의 길>(주원규)에서 규는 무진 십자가 사건처럼 죽으려고 했다. 규는 도움 받지 않고 혼자 죽으려고 했는데, 아홉살 아이 안이 도와준다. 아홉살 아이라니. 무서운 아홉살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알게 됐구나.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김세화)에는 힘든 사람들이 나온다. 그런 사람들이 무진 십자가 사건처럼 죽으려 했다. 그렇게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면 예수가 된다고 믿은 건지. 그걸 부추긴 사람이 있기는 했다. 사이비 종교 주교 같은 사람이. 십자가 하면 종교가 가장 먼저 떠오르겠다. 다른 건 생각하지 못할지. 종교는 사람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는 거여야 하는데, 사이비 종교 사람은 약한 사람 마음을 파고 들어 세뇌하는 것 같다. 마음이 힘들 때 종교에 기대도 괜찮겠지. 종교에 기댄다면 사이비는 아니길 바란다. 희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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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장르소설가들의 작품을 한 권으로 만끽할 수 있는 앤솔러지가 비채에서 나왔다. 사실 앤솔을 막 크게 환영하는 편은 아니지만 하나의 소재를 가지고 여러 작품들이 모여 있는 특징이 있어서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은 확실히 있다. 이 책의 서문에서 보면 조영주 작가가 먼저 나서서 다섯 명의 작가들에게 함께 하자고 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읽었던 앤솔러지는 조영주 작가가 주축이 된 작품이 많긴 한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작가들이 자신의 직업군을 반영했다는 것이 특이하다. 바리스타나 기자 등 자신의 현직이나 전직 직업들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나오며 마지막 이야기에서는 해병대가 그 중심에 서 있다. 서문에서는 십자가를 주요 테마로 잡았다고 적혀 있지만 어떻게 보면 십년 전 있었던 십자가 사건이 그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자살로 결론지어졌던 사건이었다. 한 남자가 십자가에 달린 형태로 죽음을 맞았다. 어떻게 혼자서 그런 형태로 죽는 것이 가능할까 하지만 경찰에서는 여러 과정을 거쳐서 최종 자살이라고 결론을 냈고 그래도 여전히 미스터리 하다. 그런 사건을 모티프로 삼아서 여러가지 이야기가 가지를 쳤다. 첫번째 이야기는 작가의 이야기를 그대로 적은 듯이도 느껴진다. 앤솔러지를 준비하던 나는 영감을 찾아서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이야기다. 작가 자신이 직접 겪었던 증상들과 치료과정에서 있었던 일들 사실감이 도드라지는 이야기다. 두번째 이야기는 딸을 잃은 아버지가 주인공이다. 이런 설정은 게이고의 [방황하는 칼날]에서도 본 듯 하다. 딸이 범죄 사건의 피해자가 되자 아버지가 복수를 하는 내용이었다. 얼마전 다시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세부적인 설정들이 비슷하게 여겨졌다. 세번째 이야기는 최근 [촉법 소년 살인사건]으로 다시 보게 된 전건우 작가의 작품이다. 십자가 사건을 조사하는 작가와 편집자가 주인공이다. 다른 책에서 편집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을 본 적이 거의 없어서 생경한 느낌이 들면서도 신선한 접근이었다. 네번째 이야기는 뭐라 하나로 규정하기가 참 어려웠다. 찾아보니 내가 이 작가의 책을 다섯 권이나 읽었더라. 제일 처음 읽었던 [크리스마스 캐럴]이 워낙 강한 인상을 주어서 그것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사임당, 그리움을 그리다] 같은 따스한 작품도 읽어본 적 있었다. [나쁜 하나님]이나 [반인간선언] 등 다른 작품들은 조금 어렵다는 느낌도 받았는데 그런 느낌이 이 작품에서도 그대로 느껴지는 것 같았다. 성경 상에 나온 문장을 그대로 제목으로 삼은 다섯번째 이야기는 두 개의 십자가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을 취재하고 기자가 등장을 한다. 세번째 사건은 발생을 할까. 마지막으로 <파츠>라는 독특한 단어를 제목으로 삼은 이야기는 일단 제목부터 궁금해지게 만든다. 사람을 하나의 파트로 본다는 설정이 독특했다. 시간마다 반복해서 이루어지는 선택을 받은 자들의 죽음. 그들은 과연 선택을 받은 것일까 저주를 받은 것일까. 여기 나온 여섯 명의 작가들의 다른 작품을 다 읽어본 적 있다. 나와 잘 맞는다는 느낌을 받은 작가도 있었다. 작품들이 다 작가들의 특성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그런 느낌이 들어서 누가 봐도 아 이 작가의 작품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그런 작품들이었다. 그런 특색있는 작품들을 하나의 책에서 만날 수 있었서 개인적으로 영광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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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종교를 가지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야 어려운 일이 생길 때 힘이 된다고. 나는 아직 종교가 없다. 굳이 종교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해 본 적 없고, 힘들어도 그냥 ‘내가 알아서’를 외치는 스타일이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신이라는 것도 어차피 인간이 만들어낸 허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내가 좀 그런가? 아무튼. 이번에 읽은 책은 추리 미스터리 소설 쪽에서 제법 이름을 들어본 작가 여섯 명이 결성해 ‘십자가’를 키워드로 한 단편집이다. 여섯 명의 작가는 ‘누군가가 스스로 십자가에 걸어 올라가 생을 마감했다’라는 사건에서 영감을 받았고 작가들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펼쳤다.
‘영감’은 다른 작가들과 ‘십자가 사건’에 관한 앤솔러지를 준비하던 작가 ‘나’는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책에 관한 영감이 찾아오지 않을 때마다 가는 카페 사장을 만나 보기로 하면서 기묘한 일이 벌어진다. ‘그날 밤 나는’은 석 달 전 딸을 잃은 ‘나’에게 의문의 초대장이 온다. 처음에는 단순한 장난으로 치부했지만, 편지가 계속해서 오자 ‘나’는 그 초대에 응하게 되는데. ‘도적들의 십자가’는 십자가 사건을 조사하며 차기작을 준비하는 작가 J, 작가 J가 어느 날 모습을 감춘다. 작가 J의 흔적을 찾던 편집자 K는 악몽에 시달리게 되는데. ‘십자가의 길’은 보육원에서 학대와 차별을 받고 자라온 규. 삶의 갈림길에서 아홉 살 소년‘안’을 만나게 되고, 예수처럼 십자가에서 죽음을 맞이하려고 하는데.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는 연이은 십자가 시신이 발견되고 경찰은 자살로 결론짓는다. 앞선 십자가 사건과 함께 두 번째 사건을 취재하던 김 기자는 제3의 예고된 죽음을 추적하게 되는데. ‘파츠’는 인적 드문 전방에 십자가를 세우고 스스로 몸을 묶은 후 십자가에서 기괴한 죽음을 맞이한 해병. 멀리서 장교가 이 행위를 몰래 지켜보고 있다. 이후 해병의 곁으로 온 장교 앞에 어떤 남자가 등장하고 이들은 파츠가 어떤 임무를 맡은 사람인지 이야기한다. 파츠란 무엇이고 왜 이런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것일까?
종교가 없는 나는 ‘신의 이름으로’라는 말의 의미를 모른다. 이 세상을 사는 건 난데 어떻게 ‘신의 이름으로’ 어떤 행동을 하는 건지, 그렇다면 신이 누군가를 죽이라고 했다면 죽여도 되는 것일까? 지인 중에도 종교에 심취한 사람이 제법 있다. 하지만 가끔 의문을 갖는다. 신이란 존재를 그렇게 믿으면서 왜 그렇게 다른 사람 욕하고, 시기 질투하는지. 종교 단체에서 봉사하면서도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의 수발은 싫고, 보여주기식의 친절함을 베푸는지.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럴거면 ‘오 신이시여’를 외치지 말던지.
힘든 세상, 예수의 죽음처럼 십자가에 못을 박고 죽음을 선택한다면 그 죽음은 예수처럼 성스러운 것일까? 종교가 없는 내 입장에서는 잘 모르겠다. 이렇게까지 죽어야 하는 이유도 죽음의 이유도. 가장 인상적인 소설은 ‘파츠’ 60년마다 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 죽는 사람. 파츠는 정해져 있다는 것. 자신의 몸에 파츠가 되었다는 표식이 생기면 그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할까? 죽고 싶지 않을 수도 있을 테니까.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데, 어느 날 파츠의 신분에게 나타나는 징표가 몸에 나타났을 때 그걸 피하고 싶지 않을까? 성스럽게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을 것 같은. 어떻게든 그 운명을 바꾸고 싶을 것 같은. 이런 상상력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삶과 죽음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는 동안 그냥 열심히 그리고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사는 것 아닐까? 이 책은 그런 얘기를 하고 싶은 것 아니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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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 부터 13년 전인 2011년 5월 1일 문경 폐채석장서 십자가에 못이 박힌 채 괴이한 형상으로 숨진 50대 남자가 발견 된다. 다음 날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시신 부검 결과 국과수로부터 숨진 남자의 오른쪽 옆구리에 난 자창 흔적은 각도와 방향상 스스로 흉기로 찌른 것일 가능성이 크다는 1차 소견을 받고 자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였다. 경찰이 자살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던 가장 큰 증거는 손과 발에 박힌 못의 모양새가 서로 달랐고. 발에 박힌 못에는 못머리가 있는 반면, 손바닥을 박은 못에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였다. 사건 당일 숨진 남자는 못머리가 있는 못으로 발등을 먼저 박은 뒤, 십자가에 미리 박아 놓은 다른 못에 손을 집어 넣었다고 유추 해 볼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현장에서 손에 구멍을 낸 것으로 추정되는 전동 드릴과 십자가 설계도면과 십자가에 매달리는 방법을 상세하게 적어놓은 김씨 자필 메모지까지 발견되었다. 만일 타살이라면 칼과 드릴 등 범행도구로 추정되는 물건이 현장에 그대로 보존될 가능성은 극히 적다는 것이 당시 경찰 측 조사 결과 였다. 2011년에 발생한 이 사건은 성경에 묘사된 예수의 죽음 그대로 재현한 괴이한 사건으로 시신이 발견된 문경의 어느 채석장은 인적이 드물고 가파르기로 유명한 둔덕산이 있다. 이곳에 특이한 암석 지형의 폐채석장이 있는데, 1990년대 말 폐장된 후 방치돼 왔다. 십자가 설계도와 죽는 과정까지 상세하게 기록한 것을 남긴 전대미문의 엽기적인 사건에 경찰은 수사력을 총동원했고 시신으로 발견된 남성의 신상이 밝혀졌다. 경남 창원에 거주하는 택시기사로 사망 당시 58세였다. 1990년대 부인과 이혼 후 자녀들과 함께 지내다가 연락이 끊어진 후 줄곧 혼자 살았다. 그는 특정 종교 집단에 드나 들면서 부활, 영생, 유체 이탈, 재림 예수에 심취했고 교회에는 다니지 않고 홀로 성경공부를 했다. 사건이 발생 하기 한 달 전 생계수단인 개인택시를 팔고 혼자 살던 집을 정리하고 짐이 많이 들어가는 SUV 차량을 구입했다. 이후 약 2주동안 텐트를 구입하고 휴대폰을 해지 하고 마지막으로 우체국에 들러 예금계좌를 해지하고 전액 인출해서 친형 계좌로 이체했다. 다른 통장에 남은 돈은 전부 털어서 불우이웃 성금함에 넣고 주변을 깨끗이 정리했다. 그는 끔찍한 죽음을 실행 하기 전 몇 주 전에 구입한 SUV 차량을 직접 몰고 문경의 둔덕산 폐채석장으로 가서 인근에 텐트를 치고 죽기 전까지 지냈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런 형태의 자살이 가능할 수 있는지 실험까지 나섰고 혼자서 정교한 처형 장면을 재현할 수 있느냐는 것부터 양손과 양발에 못을 박는 행위를 사망한 남자가 남긴 메모를 근거로 사건을 재현한 결과 성인 남자 혼자 자살을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십자가 설계도와 죽는 과정까지 상세하게 남긴 이 엽기적인 죽음은 상상 하는 것 만으로도 끔찍한 고통이 전해 질 정도이고 이런 상태를 스스로 실행했다는 것이 믿기 힘들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면봉이나 손톱, 면류관, 끈, 칼 등에서도 시신으로 발견 된 남자의 DNA만 검출돼 타살이나 제3자가 개입한 것으로 의심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고, 실행계획서 역시 그 남자의 필적인 것으로 확인했다.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와 여러 정황과 사망 전 남자의 모든 행적을 추적한 경찰 발표대로 이런 잔혹한 방법으로 자살을 했더라도 자살 조력자나 방조자의 개입을 완전히 배제 할 수 없다. 혼자서 발에 못을 박고 드릴로 손을 뚫으며 칼로 배를 찌르는 등 복잡하고 고통스러운 과정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실행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남자의 시신을 가장 먼저 발견한 인근의 양봉업자는 한국 교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환생'과 '사람이 하나님이 된다'는 교리를 믿는 교회 부목사 출신으로 1999년쯤 탈퇴한 후에는 가족들과 떨어져 폐채석장 인근에서 양봉업을 하며 혼자 지내고 있었다. 그는 시신을 처음 발견 당시에 크게 놀라지 않고 태연하게 카메라로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고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 며칠 동안 시신 목격담과 자신이 촬영한 시신 사진을 공개적으로 게시했다. 십자가에 매달린 상태로 죽은 그 남자와는 2008년 부터 교류를 했고 그는 이 양봉업자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 회원이기도 했다. 경찰도 이 양봉업자 용의선상 인물로 올려 놓았지만 2008년 이후 서로 만났다는 증거를 찾지 못해서 수상한 최초 목격자는 무혐의 처리를 내렸다. 의구심을 남기고 미흡하게 사건이 종결된 엽기적인 '십자가 시신'은 2024년 미스터리 앤솔로지로 탄생해서 6명의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고 있는 6명의 작가들이 <십자가의 괴이>라는 작품집에 각자 나름대로 재 해석 해서 의문의 죽음을 파헤친다. 가장 먼저 46페이지 분량의 <영감>이라는 단편을 실은 조영주 작가는 김승옥 문학상 신인상을 받고 <환상의 책방 골목>이라는 작품으로 러시아와 인도네시아 그리고 터키어로 번역된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작가다. <십자가의 괴이>에 관한 앤솔로지 글을 부탁 받은 것으로 시작하는 조영주 작가의 <영감>은 특정 주제에 관한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 늘 찾던 카페의 사장을 만나러 간다. 근처에 볼일이 있어 잠깐 들렀는데 작가님이 쪽지를 남기셨기에 답장을 적습니다. '무진 십자가 사건'은 10년 넘게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대표적인 미제 사건입니다. 이런 미체 사건을 잠깐 생각한 정도로 진상을 알아내 소설로 적을 수 있다면, 미제 사건이 될 이유가 없었으리라 사료됩니다. -조영주의 <영감> 중에서 사건의 배경이 문경에서 무진으로 옮겨 갔고 실제 사건의 주인공은 아들에게 신장 이식을 받고나서 가족과 연락을 끊어 버린 최씨로 등장한다. 무진에서 발생했던 십자가 사건에 대한 영감을 떠올리던 중 이야기의 화자인 작가는 한강 공원의 시멘트 계단을 내려가다가 발을 헛디뎌서 큰 부상을 입게 된다. 병원에 입원하는 동안 자신을 간호 해 주고 있는 엄마가 내지르는 잠꼬대 부터 수시로 자신의 꿈 속에 들리는 어느 기이한 목소리들이 둥둥 떠다닌다. 부탁 받은 글을 완성 해야 하는 작가는 이렇게 떠다니는 영감을 떠오르는데로 휴대폰으로 녹음하고 퇴원 후 10년 전 십자가에 스스로 못을 박고 죽은 그 남자에 대한 취재를 하면서 그가 남긴 메모와 죽기 전 신도로 가입했던 사이비 종교 단체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꿈에서 들었던 목소리와 십자가에 매달려 죽음 남자가 남긴 메모와 일치 한다는 걸 발견한 작가는 편집자에게 들려 주고 몇 일 후 그 편집자는 작가가 한강 강변에서 사고를 당했던 그 계단에서 발을 헛 딛고 현장에서 사망한다. 화자로 등장하는 40대 남성 추리 소설 작가의 의문의 사고와 편집자의 죽음 사이에 미스터리한 인물인 카페 주인이 등장하지만 영감이 떠오르지 않은 작가가 희대의 미제 사건으로 기록된 십자가의 죽음에 관한 글을 쓰는 과정 속에서 발생하는 실제 사건들의 전개와 개연이 미흡했다. 작가는 후기에서 2023년 1월 <영감>이라는 작품을 쓰던 중에 망막 박리라는 눈 사고를 겪게 되어 수술을 받았고 한 달 동안 병원에서 입원하고 나서 자신의 겪은 경험과 실제 발생했던 사건을 연결 시켰다고 밝혔다. 총 6편의 앤솔로지 중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고 실제 사건 배경과 등장 인물의 모습과 흡사했던 작품은 내과 의사 출신인 박상민 작가의 <그 날 밤 나는>이다. 49페이지 분량의 <그 날 밤 나는>은 석 달 전 한강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익사한 딸의 죽음에 타살의 흔적이 역력했지만 자살로 딸의 죽음을 둘러싼 사건을 미흡하게 수사를 한 경찰의 수사 능력에 크게 분개 하고 있었던 남자는 분노의 한계를 넘어 스스로 자살을 결심한다. 생을 포기한 남자에게 어느 날 의문의 초대장이 날아 온다. 그 초대장을 보낸 이들은 한강에서 자살로 종결된 딸의 사건을 재 수사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어느 단체였다. 건축가였던 남자는 수상한 단체의 초대장을 들고 가방에 칼을 넣고 죽을 각오를 하고 찾아 간다. 자살한 한 남자가 남긴 메모에 적힌 이야기를 들려주는 구조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억울하게 죽은 딸의 죽음에 대한 후회와 세상을 향한 증오와 그토록 성실하게 믿었던 신을 향한 배신감에 불타 오른 남자가 하잘 것 없는 인간도 예수 처럼 숭고하게 십자가에 박혀 죽을 수 있다는 끔찍한 형상을 현실로 재현한다. 그는 예수를 십자가에 못을 박게 할 적당한 표본 인물을 모색하고 무진에서 아들의 신장을 이식 받고 아내와 이혼 후 홀로 택시를 운전하고 있는 그 남자를 대상으로 삼고 숭고한 죽음을 이행할 준비를 철저하게 한다. 사건 현장이 발견 되기까지 수일간 폭우가 무진을 적셨다. 빗물은 자연뿐 아니라 내가 남긴 추악한 흔적도 함께 정화해주었고 초기에 경찰은 한 공간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인지조차 못하는 오류를 범했다. 나 하나 쯤이야 이 세상이 어떻게 생각하든 알 바 아니다. 유나가 잔혹한 살인마의 딸 취급을 받는 것이 살아 있는 동안 견디기 어려울 뿐이다. 십자가 아래에서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나를 예수가 언제나 처럼 자비로운 눈길로 내려다 볼 것은 자명하다. -박상민의 <그 날 밤 나는>중에서 내과의 출신의 작가 박상민은 딸의 죽음으로 사회와 국가, 종교에 대한 믿음이 불신으로 바뀌고 무고한 사람을 시험 삼아 십자가의 못을 박는 엽기적인 범죄 짓을 저지르는 과정을 마치 어느 사이코패스 성향의 범죄자의 심리를 현미경으로 들여 다 보듯 묘사했다. 전국을 충격에 빠뜨린 이른바 십자가 사건은 지금까지도 사건의 진실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버려진 채석장에서 성경에 묘사된 예수의 죽음 그대로 재현한 괴이한 형태의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한 줄 짜리 단서 만으로도 6명의 작가들의 다양한 목소리로 해석한 미스터리 앤솔로지 <십자가의 괴이> 더 이상 이런 끔찍한 사건은 발생하지 말아야 하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잔혹한 범죄와 엽기적인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고 여전히 살인범과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죄의 무게에 비해 더할 나위 없이 가볍다. 범죄자들은 점점 더 교묘해졌고 지능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불특정 대상으로 무고한 시민을 향해 더더욱 흉포해지고 있다. 선과 악의 구분마저 희미해지고 있는 시대에 사형제 부활을 외쳐 보지만 시민의 안전과 생명 보호보다는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 급급한 권력자들의 솜방망이 처벌과 안일한 대처로 오늘도 내일도 무고한 생명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있다. |
![]() 생각해보니 예전에도 이런 경험이 있었다. 카페에서 일할 때였다. 누군가 내 귓가에 '정말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는 기분. 영감이 아니라 누군가 진짜로 내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나는 그 이야기를 문장으로 옮길 뿐이라는 생각...... 예전에는 이런 게 다 내 기분 탓이라고, 원래 글에 홀리면 그렇게 되는 것이라 여겼지만 이 녹음은 뭔가 이상했다. 나는 이게 기분 탓인가 확인하기 위해 엄마에게 의견을 물었다. 엄마는 "또 헛소리를 한다"고 하면서도 일단 녹음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더니 말했다. 작가인 '나'는 데뷔전 카페에서 10년간 일한 전업 바리스타였다. 덕분에 사람들은 그가 커피에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했고, 오늘도 한 출판사의 편집자의 소개로 실력자가 운영한다는 카페를 소개 받는다. 고풍스러운 목조풍의 인테리어에 중년 여성 바리스타가 있는, 추리소설의 한 장면 같은 카페였다. 카페의 사장이 추리소설 덕후라는데, 카페의 한쪽 벽면에 동서고금을 망라한 추리소설이 모두 모여있었다. 이후 종종 나는 그 카페에 들렀지만, 5년이 넘도록 사장을 만나지는 못했다. 가끔 바리스타를 통해 메시지를 주고 받는 게 다였고, 그 기이한 문답은 언젠가부터 쪽지로 변했다. 그들은 쪽지를 통해 소설의 감상문을 주고 받기도 했고, 질문에 답변을 해주기도 했으며, 소설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다. 마침 나는 작가 여섯 명과 함께 '무진 십자가 사건'을 주제로 작품을 쓰고 있는 참이었다. 카페 사장은 그에게 '당시 사건 자료 등을 보며 비슷한 경험'을 해보면 어떨까 라고 답변을 했고, 나는 카페를 빠져 나오다 계단에서 발을 헛디디고 만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았고, 자신이 긴급 수술을 받은 상태라는 걸 알게 된다. 병원에서 회복되는 과정에서 그는 영감을 받아 풀리지 않던 소설을 쓰기 시작하는데, 글을 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으므로 녹음기를 통해 구술을 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런데 다음 날 녹음한 내용을 확인해보니 목소리가 마치 메아리처럼 이중으로 들리는 것이 뭔가 이상했다. 여러 번 확인할수록 두 목소리가 따로 놀고 있었던 것이다.마치 누군가 자신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걸 그대로 따라 읊는 듯한 분위기였던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걸까. 대체 영감의 정체는 무엇이며, 그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 나는 십자가를 등지고 숲속을 바라보았다. 장 씨가 마지막 순간에 보았던 숲이다. 무진의 그곳과는 달리 사방이 꽉 막힌, 절대 고독의 빈터, 장 씨는 무엇을 생각했을까? 나는 무진에서와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뒤늦게 깨달은 사실이다. 어디선가 까마귀 우는 소리가 작은 새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를 삼키며 어둑어둑해지는 공간을 깨웠다. 정신이 들었다. 한동안 멍한 상태로 있었던 모양이다. 거센 바람이 산을 흔들었다. 태풍이 접근하고 있다. 때가 오고 있다. 나는 잡목들을 조심스럽게 헤치며 그 공간에서 나왔다. - 김세화,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중에서, p.235 오래 전 문경의 폐석장에서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모습 그대로 한 남자가 발견되었다. 머리에 가시관이 씌워졌고, 양손과 양발에 굵은 대못이 박혀 있는 잔인한 모습에 목격자들은 누군가에게 잔인하게 처형당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신 근처에 십자가 설계도와 실행 계획서가 발견되었고, 경찰은 이를 근거로 자살로 판단한다. 하지만 여러 정황과 현장의 증거물들을 통해 전문가들은 타살이거나, 죽음을 도와준 조력자가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봤다. 이 사건은 여러 의문만 남긴 채 미스터리로 남았고, 과연 진실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바로 여기, 여전히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그 사건을 소재로 미스터리 앤솔러지가 탄생했다. 여섯 명의 소설가가 실제 사건을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해 단편소설을 써냈다. 조영주, 박상민, 전건우, 주원규, 김세화, 차무진 작가는 호러, 추리, 미스터리, SF 등 다채로운 소설적 상상력을 통해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실제 이 소설을 쓰며 으스스한 경험을 한 작가도 있었고, 실제 사건이 가져온 파장보다는 사건 당사자의 시선에서 내적 탐색을 시도한 작가도 있었다. 남자가 죽기 직전 자신을 어떻게 생각했는가에 대해 고민한 작가도 있었고, 그는 왜 하필 그런 죽음을 선택했을까,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낸 작가도 있었다. 한 가지 사건을 각기 다른 방향에서 해석하고, 다른 장르로 풀어낸다는 점부터 매우 흥미로운 책이었다. 여섯 소설가의 목소리로 재해석한 ‘십자가 사건’의 비밀이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만나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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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괴의>> 조영주 박상민 전건우 주원규 김세화 차무진 비체 출판사 ’장미꽃향기’ @bagseonju534 ‘ 비채’ @drviche 출판사에서 책선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경각을 금치 못할 정도로 잔혹하고 끔찍한 사건 여섯 작가의 목소리로 해석한 십자가의 비밀 <<십자가 괴이>>는 ‘십자가 사건을 모티브로 여섯 명의 작가가 각자의 시선과 상상력으로 풀어낸 미스터리 앤솔로지입니다. 작가님들의 독특한 해석과 서사로 여러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독특한 독서 경험을 선사합니다. 추리소설과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단숨에 몰입할 수 밖에 없습니다. 책장을 넘길수록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려는 작가들의 상상력이 빛을 발합니다. 각각의 이야기는 공포스럽기도 하고, 신비롭기도 하며, 때로는 인간내면을 들여다보게 만듭니다. <영감> 조영주 ”근처에 볼일이 있어 잠깐 들렀는데 작가님이 쪽기를 남기셨기에 답장을 적습니다.’무진 십자가 사건‘은 10년이 넘게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대표적인 미제 사건입니다. 제가 작가님이라면 문제의 사건을 직접 경험할 방법을 찾을 겁니다. 시간이 흘렀지만 당시 사건 자료등을 보며 시간 순서대로 비슷한 경험을 해보신다면 어떨까요? 자살이야 타살이냐는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레 결정 될 것 같은데요. 그의 말의 영감이 찾아왔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영감은 한밤중 모두가 잠든 시각에 왔다 갔고 나는 정신없이 그의 목소리를 녹음했다.“ 조영주 작가의 <영감>은 과연 십자가 괴이의 진정한 창작자는 작가 자신일까요, 아니면 초현실적 존재일까요? 박상민 작가의 <그날 밤 나는>은 개인적인 상실과 죄책감을 다루며, 인간의 심리적 갈등을 섬세하게 그립니다. 전건우 작가의 〈도적들의 십자가〉는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허물며 독자를 사건의 한복판으로 데려갑니다. 주원규 작가의 〈십자가의 길〉은 사회적 차별을 겪은 인물의 심리를 탐구하며, 김세화 작가의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는 기자의 시선을 통해 사건의 추적 과정을 흥미롭게 그려냅니다. 마지막으로, 차무진 작가의 〈파츠〉는 군대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통해 사회 구조와 인간 심리를 비판적으로 조명합니다. 이 책은 가장 큰 장점은 하나의 사건을 다각도로 풀어내느 작가들의 상상력과 해석입니다. 동일한 소재를 사용했음에도 각 단편은 독특한 개성과 깊이를 가지고 있어 독자의 흥미를 유지합니다. 또한 현실에 기반한 사건이기 때문에 허구와 사실의 경계를 고민하게 만드는 재미도 있습니다. 추리소설과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 그리고 한 가지 사건을 다각도록 탐구하는데 흥미가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십자가 괴이>>는 인간 내면과 사회적 문제를 탐구하는 작품으로, 여섯 작가의 독창성이 돋보니는앤솔로지입니다. 흡인력 있는 이야기를 통해 미스터리 장르의 매력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십자가의괴이 #책추선 #신간 #조영주 #박상민 #전건우 #주원규 #김세화 #차무진 #비채 #미스터리소설 #책스타그램 #책리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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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십자가 사건'을 둘러싼 각기 다른 해석들이 서로 다른 장르와 분위기로 표현되었다는 것입니다. 특히 조영주 작가의 「영감」은 창작자의 고뇌를 십자가 사건과 연결시키며 독특한 자기반영적 접근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추상적인 영감이 현실 속 사건과 맞물리며 만들어내는 긴장감은 흥미진진했습니다.
박상민 작가의 「그날 밤 나는」에서는 딸을 잃은 슬픔에 잠식된 주인공이 의문의 초대장을 받으면서 시작되는 서사가 매우 흡인력이 있었습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미스터리의 재미를 넘어서 개인적 상실과 고통에 대한 감정적 깊이를 더해줍니다. 특히 P.102에 나온 “스스로 예수와 같은 고통 속에서 죽어가며 생의 의미를 찾으려 했을지 모른다”라는 구절은 독자가 고통의 의미를 곱씹게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전건우 작가의 「도적들의 십자가」는 초자연적 요소와 현실적 공포를 적절히 결합하여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P.138에서 묘사된 주인공의 절망적인 상태는 인간 존재의 무력함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그것은 나를 알고 있었다"라는 대목은 압도적인 공포를 전달하며, 독자가 숨죽이며 페이지를 넘기게 만듭니다.
이 책은 단순히 사건을 풀어가는 추리 소설이라기보다, ‘십자가’라는 상징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과 고통, 그리고 구원의 의미를 묻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주원규 작가의 「십자가의 길」에서는 삶의 고통과 죄의식에 얽힌 인간의 심리가 깊이 탐구됩니다. 주인공 규가 십자가의 고행을 자신의 내면적 구원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은 독특하면서도 공감되는 지점이 많았습니다.
김세화 작가의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에서는 사건을 취재하며 점점 깊은 수렁에 빠지는 기자의 심리가 잘 그려졌습니다. 특히 P.245-246의 자살의 정교한 재현 장면은 섬뜩하면서도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인간의 절망이 이토록 치밀하게 연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가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차무진 작가의 「파츠」는 고립된 군사적 공간과 초현실적 공포가 융합된 독특한 분위기로 끝을 맺습니다. P.302의 십자가를 지켜보는 장면에서는, 관찰자가 사건을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의 무게가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이는 독자로 하여금 단순히 관찰자가 아니라 그 현장의 일부가 된 듯한 몰입감을 주었습니다.
『십자가의 괴이』는 단순한 미스터리 소설집이 아닙니다. 각기 다른 색깔의 단편들은 사건의 진실을 명확히 규명하려 하기보다, 십자가라는 고통과 희생의 상징을 통해 인간 내면의 깊은 어둠을 들여다보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모든 이야기가 사건의 중심에서 시작하지만, 각 작가의 해석은 독자로 하여금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이 작품은 미스터리와 공포를 사랑하는 독자뿐만 아니라, 인간 본질과 구원의 의미를 고민하는 이들에게도 강력히 추천할 만한 작품입니다. |
![]() #도서협찬 이 게시물은 서평단 모집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조영주, 박상민, 전건우, 주원규, 김세화, 차무진 등 여섯 작가는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국내에서 주목받는 작가들입니다. 이들은 각기 독특한 문체와 상상력으로 십자가 사건을 해석하며, 인간의 심리적 본질과 사회적 모순을 파헤칩니다. 특히 조영주 작가는 실제로 발생한 사건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엮으며 작가로서의 경험과 고뇌를 작품에 녹여냈습니다. "십자가의 괴이"는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데 초점을 두지 않습니다. 각 작가는 사건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하며, 인간의 신앙, 고통, 회복 불가능한 상처,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극단적 선택을 탐구해봅니다. 작품 전반에 걸쳐 느껴지는 것은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괴이함과 사회적 환경이 그것을 키우는 방식에 대한 성찰입니다. 2011년 문경 십자가 사건은 폐채석장에서 발생한 엽기적인 사건으로, 당시 언론과 대중의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십자가의 괴이"는 이 사건을 기반으로 여섯 명의 작가가 각기 다른 시선으로 풀어낸 앤솔러지 소설집입니다. 호러, 추리, 미스터리, SF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사건의 진실과 인간 내면의 어두운 심리를 탐구하며 독자에게 충격과 여운을 남깁니다. 엽기적인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만큼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가 마음과 정신까지 사로잡습니다. 책을 덮고 난 뒤에도 여운이 길게 남는 이 작품집은, 한 줄짜리 단서인 "성경 속 예수의 고통을 그대로 재현한 채 스스로 십자가에 못 박혀 생을 마감한 남자"라는 설정을 바탕으로 6가지의 고유한 목소리와 색깔을 드러냅니다. 누군가 자발적으로 극단적인 고통을 감내하며 십자가에 못 박혔다는 사실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책은 이 사건의 ‘무엇이, 왜, 어떻게’를 답하기보다는, 사건을 둘러싼 다양한 가능성과 인간 심리의 깊이를 들여다봅니다.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 늘 찾던 카페의 사장을 만나보기로 한다" 특히 '영감'은 사건의 미스터리를 파헤치려는 작가 자신의 투영된 서사로 시작합니다. '영감'이라는 본질적이고 추상적인 요소를 현실과 뒤얽히게 하며, 사건 자체보다 이를 추적하는 과정을 통해 이야기의 신비를 배가시킵니다. 작가가 직접적인 체험과 실화를 연결 짓는 방식은 현실성과 허구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듭니다. '그날 밤 나는'은 잔혹한 현실에 무너진 한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봅니다. 딸을 잃은 아버지의 복수심과 고통이 사이비적 신념과 결합하며 사건의 중심으로 치닫습니다. 사건의 재구성을 통해 인간의 상실감이 어떻게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는지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도적들의 십자가'는 미스터리 작가가 '무진 십자가 사건'을 바탕으로 작품을 준비하다 사라지는 이야기로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듭니다. 편집자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불안감과 미스터리가 긴장감을 높이며, 사건의 서늘한 본질을 건드립니다. 또한 '십자가의 길'은 십자가 사건을 신앙과 죄책감이라는 종교적 주제로 풀어냅니다. 아홉 살 소년과의 대화, SUV로의 여정이 상징적으로 그려지며, 사건을 인간의 구원과 속죄라는 철학적 질문으로 확장시킵니다. 심리적 밀도가 높은 작품입니다. '파츠'는 SF적 상상력을 더해, 현실을 초월한 기괴한 설정으로 독자를 끌어들입니다. 해병대와 민통선이라는 폐쇄적 공간과 기괴한 십자가 퍼포먼스를 결합해 사건을 초현실적으로 재해석합니다. 사건의 본질과 범죄적 측면을 벗어나 신선한 전환점을 제시합니다.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사건의 괴이함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그 너머의 인간성과 사회 구조를 조명한다는 점입니다. 사건을 중심으로 묘사되는 고통, 죄책감, 속죄 등의 감정은 인간 내면의 복잡성을 드러냅니다. 특히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는 기자가 두 번째 십자가 사건을 취재하며 진실에 다가가는 이야기입니다. 종교적 상징으로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는 예수의 마지막 외침이 사건과 맞물리면서, 인간의 고독과 구원에 대한 고민을 자극합니다. 작품들은 사건을 통해 현대 사회의 냉혹함과 종교적 광신, 그리고 법적·도덕적 구조의 허점을 비판합니다. 특히 '그날 밤 나는'은 경찰의 무능과 복수심에 사로잡힌 인간의 추악한 면모를 조명하며, 사회적 정의의 부재를 비판합니다. 책은 이처럼 기괴한 소재를 바탕으로, 현대 사회의 잔혹한 범죄와 개인의 고립, 종교와 신념의 왜곡 등을 조명합니다. “인간은 십자가 아래 머물러 있어야 한다” 우리가 고통과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심리적 억압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현대인이 짊어진 죄책감과 불안, 그리고 속죄를 향한 갈망은 책 전반에 걸쳐 강렬하게 표현됩니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고통의 모티프는 “정신적 고통을 육체적 고통으로 치환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집약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의 내면적 상처를 치유하려는 시도가 외적으로 얼마나 끔찍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며 숙연하게 만듭니다. 사건 그 자체는 비현실적이지만, 작품들은 이를 통해 인간성과 사회의 현실을 성찰합니다. 여섯 명의 작가가 각기 다른 장르와 시각으로 그려낸 이야기는 다층적이고 풍부한 독서 경험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현실적 사건을 재해석한 이 책은 인간 심리와 사회 구조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동시에, 장르적 상상력을 통해 읽는 이의 상상력을 확장해 줍니다. 미스터리와 장르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책이 주는 철학적·서사적 깊이에 충분히 매료될 것입니다. 사회적 이슈와 인간 심리에 관심 있는 독자, 장르문학을 사랑하는 독자, 그리고 미스터리한 사건의 이면을 탐구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특히 추천드립니다. #십자가의괴이 #비채 #추리소설 #소설 #소설추천 #책소개 #추천도서 #책리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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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몇몇 시사 프로그램에도 나왔을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이 하나 일어난 적 있다. 속칭 '무진 십자가 사건'이라 불리는 사건이다. 이 사건이 관심을 모은 이유는 딱 하나. '처형당한 예수와 똑같은 모습이 되기 위해 필요한 절차와 방법이 적힌 노트와 함께 흉기로 보이는 도구들이 모두 현장에 남겨져 있던 걸로 봐서는 자살이 분명하다'는 입장과, '오히려 그런 인식을 노린 살인사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상식적으로 그 모든 절차를 혼자서 모두 해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지 않냐'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붙었기 때문이다. [십자가의 괴이]는 '버려진 채석장에서 성경에 묘사된 예수의 죽음을 그대로 재현한 괴이한 형태의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객관적인 사실을 토대로, 그 사람이 어떠한 이유로 그런 일을 해야만 했을지를 제 나름대로 해석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복수를 위해서. 저 자신의 구원을 위해서. 혹은 간절히 원하던 무언가를 찾아내기 위해서 그러지 않았을까....... 그런 해석들 말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당신도 어느 순간 '나라면 어떤 식으로 해당 사건의 발생 동기를 해석했을까' 그런 생각을 하기 시작하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