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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참 잘 골랐어! 에세이가 읽고 싶어 인터넷서점을 뒤지다 제목이 눈에 확 들어온 책, 읽기 전 기대했던 그 이상으로 너무 너무 재밌고 좋았다 정말 만족스럽다
사물에 얽힌 시인들의 사적인 추억 기억 일화 사물을 바라보는 그들만의 생각들 _ 때론 이해하기 힘든 난해한 글도 있었지만 이것 또한 시인만의 특별한 감성의 깊이가 느껴져서 좋았다 그리고 역시 시인은 대단하고 놀랍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어쩜 사물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시인은 분명 우리 보통의 존재들과는 다른 '눈'을 지닌 게 틀림없다
글을 통해 내가 접하지 않은 생소한 사물을 만나고 그것들에 대해 여러 정보를 알게 돼서 참 흥미로웠다 시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겪지 못한 살지 못한 시대의 문화, 그 시절의 삶 인생살이를 간접체험하기도 했다 모든 글의 분위기 색깔이 하나같이 다 다르다 운문 전문가, 시인들이 써내려간 다양한 산문을 읽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너무나 매력적인 책이다
삶. 시선. 세계. 축적. 욕망 다섯 가지 주제, 총 52명의 시인들 시인들의 눈에 특별하게 '꽂힌' 사물들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일상의 휴식같은 책! 누구든 꼭 무조건 읽어보길 강력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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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사물을 보는 독특한 시인의 눈 [시인의 사물들] 무작정 일기처럼 솔직하게 써댄다고 글이 되는 건 아니더라. 그동안 “우공이산”의 어수룩한 늙은이처럼 무턱대고 흙을 져 나르기는 했지만 이 산을 깎아다가 저 산에 퍼다 나르는 일이 나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유리창을 기어오르려다 주르륵 미끄러지고 마는 파리처럼 헛고생 한 건 아닌가,,,자괴감이 든다,. 혹시나 일기를 매일 쓰지 않아서 정리되지 못하고 어수선하게 떠다니던 마음의 찌꺼기들이 글이 되어 나갈 준비를 하고는 있었더라. 그걸 조금씩 뭉쳐서 끄적였더니 먼지털이에 뭉친 먼지들이 탈탈 털려 나가듯이 싹 사라지면서 마음이 편해는 지더라. 그랬더니 이제는 다른 욕심들이 차곡차곡 쌓이더라. 너의 내면이 깨끗해졌으니 다른 걸 채워넣어라, 아우성을 해대더라. 물을 채우고 채우다 그만 무거운 물의 무게를 못 이겨 터져버린 비닐봉지처럼 뭔가가 꽉 차기는 했는데...터지고 나니 그것을 여미지 못해 허둥거리는 내 모습. 한 번 찢어진 잔해를 수습해서 다시 채우는 방법을 모르겠더라 . 너는 무엇이냐, 깨진 물동이냐.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서 있었더라. 그래, 다른 사람은 어떻게 글을 쓰나, 한 번 들여다보기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불쑥 들더라. 독특한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전혀 이어지지 않을 법한 것들을 이어 붙여 생각의 편린들을 멋들어지게 쌓아올리는 시인들의 세계가 궁금해졌다. 시인의 마음에 비친 내밀한 이야기들이란 부제를 가진 [시인의 사물들] 이 책은 내게 어떤 비답을 내려줄까. 진지하게 하나씩 하나씩 읽어나갔다. 52인의 시인들은 어떤 사물을 마음 속에 품고 살아갈까. 시인들은 삶을 살고 있었다. 독특한 시선으로 사물을 보고 있었다. 새로운 세계를 열어 보여주었고 많은 것이 그들의 안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으며 때로는 욕망하는 것들이 펼쳐져 있기도 했다. 아! 불쑥불쑥 날아드는 택배처럼 시인들의 이야기는 나를 설레게 했다. 나는 어떤 사물을 가지고 이런 이야기를 써나갈 수 있을까. 기억을 더듬기도 하고 없는 생각을 짜내보기도 했다. 아니, 아직은...내 깜냥이 이 정도밖에 안되나 보다. 모래성을 쌓아보지만 이야기는 성이 되지 못하고 이내 허물어져 버린다. 어린아이가 나비를 잡는 것을 보면 [사기]를 저술한 사마천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했던가. 앞으로 내민 발은 반쯤 구부리고 뒤의 발은 비스듬히 들고, 손가락은 아(丫)자 모양을 해서 살금살금 다가가면 손은 잡았다 싶은데, 나비는 날아가버린다. 사방을 둘러보면 아무도 없고, 아연히 웃다가 부끄럽기도 하고 화도 나는... 손끝에 잠깐 스쳤던 날개의 푸드득거림, 눈앞에서 나비를 놓쳐버린 허탈감. 다소 멋쩍기도 하고, 은근히 화도 나는 소년의 그 마음을 알겠는가. ([책 읽는 소리] , 정민, 205p) 글을 쓰는 요체를 터득할 것 같으면서도 아리송한 이 상태. 나비를 잡다 놓친 소년의 마음이 바로 이럴 것인가. 시인들이 특히나 애정하는 사물들을 불러 와서 깊고도 넓게 탐색하고 나서야 한 꼭지의 글이 탄생한다는 것은 겨우 알아챌 수 있겠다. 시인의 시가 아닌 산문을 한꺼번에 모아 읽는 황홀한 경험. 52인의 인생이 남긴 문양이 오돌도돌 내 손 끝에 느껴진다. 디테일들은 밖으로, 통으로 알려진 것과 다르거나 더 추악하거나 때론 상상보다 더 절절해서 그걸 듣는 누군가에겐 짐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쉽게 가려지거나, 윤색되거나 다른 질감으로 변질되곤 한다. 하지만 이야기의 전체 구조와 진실성은 그 딭일들이 그것들 자체로 온전히 작용하고 반목하면서 촘촘하게 형성되는 법이다. 소위, 깊이라는 건 그렇게 드러난다. (...) 나는 세계의 구석들에 숨어 있는 죽은 디테일들을 바라보는 탐정이 되어보려는 것이다. -강정, <돋보기> ‘마지막 하나’까지 철없던 내게 마음을 주었던 애인처럼, 돈 없던 내게 술을 사주던 친구처럼, 자기 하나 내던져 다양한 상황들을 만족시키던 성냥만큼 대단한 물건은 없었는데. 편리하고 편안한 틈에서 무언가 잊고 지냈던 기억이 살아날 듯한데. 갑자기 성냥이 그리운 밤이여. 마지막 하나를 품고 싶은 시간이여. 찾아봐도 없는 성냥이여. -정영효 <성냥> 저 끝에는 당신이 모르는 뭔가가 숨겨져 있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저 흑심의 끝을 본 사람은 아직까지 없다. 그것은 사라지기 전까지 깜깜하게 빛난다. 뭔가를 써야 하는, 그래서 연필을 깎고 있는 이의 간절한 마음처럼 연필의 세계란 저렇게 깜깜한 것이다. 천근만근의 무게를 지니고 있는 연필의 흑심. -여태천, <연필>
어느 곳에고 닿는 곳마다 저마다의 생각이 잘 펼쳐지려면 얼마나 많은 담금질을 해야만 하는가. 가방, 휴대전화, 구두, 야구공, 신문, 사전, 술병, 우산, 자동차, 잔... 나도 추리소설의 명탐정처럼 삶의 구석에서 요긴한 것 하나를 건져올리는 시인의 눈이 갖고 싶다. 갖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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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서만 허용되는 ‘시적 허용’에 대해 불만이었던 적이 있다. 모두가 바로 쓰고, 맞춤법에 맞게 쓰자고 노력하는데 시에서만큼은 그게 아니어서 읽는데 어색하고 불편했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세월이 흐르다 보니 시에서 느껴지는 감정이나 표현들이 얼마나 감칠맛이 나는지 모르겠다. 시인이 사물을 바라보는 감정이나 아쉬움, 미련을 ‘시적 허용’이라는 표현방법을 통해 아름답게 묘사하는 그 표현법이 이제 와서야 몸으로 느껴지니 말이다. 시를 창작하고 지어내는 시인들의 능력은 사물을 보는 능력에 있어서도 탁월하단 느낌이 든다. 짜장면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짬뽕도 쉽게 만들 수 있듯이 시를 짓는 시인들은 사물을 대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남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적 화자의 감정이나 정서가 사물을 보는 데 있어서도 고스란히 들어났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쉰 두명의 시인이 동원된 《시인의 사물들》은 그들의 삶을 통해 차곡차곡 쌓인 사물에 대한 추억과 감정들을 느낄 수 있는 신변잡기의 내용들로 가득찼다. 유강희 시인의 <술병>을 읽으면서 내 어린시절을 보는 거 같아 얼마나 웃었는지 모르겠다. 술 심부름을 통해 호기심과 술이라는 매개체 사이에서 갈등하는 어린 소년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고, 다 커서는 온갖 시련과 아픔을 간직한 술병이 내 인생을 대변하는 거 같아서 마음이 아려온 그런 느낌이다. 정영효 시인의 <성냥>에서는 시인이라는 테두리 안에 갖혀 있기엔 아까울 정도로 사물의 표현력을 보여준 그의 글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올라 멍하니 책 속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 작품들 말고도 우리들의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사물들의 추억들을 삶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으니 이 책을 통해 추억을 회상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당장 불을 지펴야 하는데, 당장 몸을 녹여야 하는데 딱 하나만 남아 있는 성냥. 자칫 세게 그었다가는 툭 하고 부러질 듯하고 살짝 그었다가는 불이 붙지 않을 듯 하고. 그러다 마침내 조심스럽게 불을 붙이고 난 후에는 어느새 성냥 한 개비의 존재는 쉽게 잊히고. 걱정 없이 활활 타오르는 불 앞에서는 우리의 걱정도 사라지게 마련이다.(본문 85족 中) “그리워 하는데도 한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수필에서 우리들에게 잘 알려진 작품은 피천득의 <인연>일 것이다. 그 <인연> 마지막 구절은 읽으면 읽을수록 우리에게 큰 여운을 준다. 이 책 《시인의 사물들》에서도 이런 멋진 구절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저기서 빛을 발하는 시인들의 글솜씨에 박수를 보내면서...삶에 지친 사람들이나 무기력감으로 힘든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통해 내가 얻은 생활의 활력소를 선물해드리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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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사물을 달리 보는 것일까? 아니면 마음에 비친 이야기들을 잘 묘사하고 은유하는 것일까? 이 책 ‘시인의 사물들’은 한겨레에서 연재했던 시인과 인연이 있는 사물들을 그들의 느낌과 연을 살려 풀어낸 에세이집으로 시인들의 섬세함이 그대로 묻어져 있다. 컴퓨터에 밀려난 타자기의 추억을 되새긴 허연의 ‘타자기’, 세계의 구석들에 숨은 디테일을 바라 볼 수 있는 탐정의 전유물 ‘돋보기’를 소재로 글을 쓴 강정, 천변 길을 산책할 때 거꾸로 매달이어 어둠을 몰아주었던 박형준의 ‘가로등’, 기차에서의 당황스런 경험을 담은 이정록의 ‘이름’ 등 수많은 소재들이 그들의 삶의 소재였고 이야기의 도구였으며, 추억의 한 자락이었다. 쉰두 개의 사연을 하나씩 더듬으며 넘기는 평온한 기분은 누군가의 기억이 주는 따뜻함과 공감이 함께 섞여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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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흔 두 명의 시인들의 사물에 대한 단상을 책 표지만큼이나 내용도 참 예쁘다. 왜냐하면 이 책엔 '진정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인들의 이야기는 읽는 내내 고요하게 먹먹하게 느리게 슬몃 파고든다. 경험과 성공신화를 내세우며 이러저러한 온갖 방법을 제시하는 아무리 크리에이터들에게 새로운 시각으로 봐라, 라고 노래를 불러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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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사물들』 강정, 권혁웅 외 / 한겨레출판 이야기를 만드는 특별하고 내밀한 사물들
After Reading
누구나 그렇듯이 내 장래희망도 어릴 때부터 참 많이 바뀌었다. 학교에서 나눠준 종이에 별 의미 없이 적은 것들도 있었고, 그리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한 활동에도 큰 뿌듯함을 얻어 바로 장래희망으로 직결시킨 것들도 있었다. 내가 유난히 더 되짚어 기억하는 것은 지금 내가 읽고 쓰는데 동기 부여를 해주는 (종이에 아무렇지도 않게 썼던) '작가'라는 꿈과 초등학교 때 한 번인가 종이에 썼던 '바이올리니스트'라는 꿈이다. 후자는 아마, 평생 이루지 못하고 사라질 꿈이기 때문에 (물론 굳이 피 나는 노력을 하여 이루고 싶지는 않은 꿈이기 때문에) 왠지 아련하고 잊지 못할 추억이기도 하다. 악기 하나는 꼭 배우게 했던 엄마들의 노력 탓에, 울며 겨자 먹기로 피아노를 배웠던 기억이 난다. 연습을 안 하고 실수 연발에 다그치던 과외 선생님은 너무나 싫었다. 글쎄, 피아노에 대한 흥미가 별로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남들과는 다른 것을 배우고 싶었다. 남들 다 치는 피아노 말고, 뭔가 특별한 것. 그 바람이 초등학교 고학년 때쯤 이루어졌던 것 같다. '특기 적성'시간에 내 손에 들어오게 된 싸구려 바이올린. 작은 몸에 맞춰 나온 연습용 바이올린이었지만 내 눈에 그 특이한 악기는 번쩍번쩍 윤이 났다. 말꼬리로 만든 활에 송진을 마구 비벼서 바이올린 줄에 그으면 야릇한 소리가 났다. 손가락에 힘을 주어 줄의 다른 곳을 누르고, 활을 그으면 소리가 달라졌다. 줄에 누른 손가락을 떨어 음을 더욱 멋지게 내는 선생님의 음악과는 다르게, 나와 내 친구들의 소리는 굉장히 밋밋했지만, 간단한 음으로 이루어진 음악들을 - 아마도 미뉴에트일 것을 - 신나게 연주했다. 그리고 어찌 된 이유인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2년도 채 되지 않게 연주하고 그만두게 되었다. 누구에게나 특별한 추억을 상기시키는 사물들이 있다. 지금은 사라진 시대의 사물들, 그리고 조금씩 변형되어 다른 이름으로 자리 잡게 된 사물들....... 그리고 나의 사물들 중 하나는 아직도 우리 집 창고 속에 줄이 끊어진 채로 있는 '바이올린'이다. 그 사물들을 보고 이야기를 끄집어내며 '옛날 생각'을 하는 건 언제나 정겹다. 심지어 남의 이야기까지도 정겹다. 시인들의 특별하고 내밀한 추억들이 담긴 『시인의 사물들』이 유독 내 마음에 다가온 것은 '시인'들의 멋진 문장들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감성을 투영한 '사물들'이 내게도 정겹게 다가왔기 때문이기도 했다. 언젠가 그 독특함에 굳이 구매하고 싶어 안달을 했던 '타자기', 그리고 내게도 특별한 물건인 '카메라',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 '카세트테이프' 같은 사물들이 다양한 주제 안에서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담은채 이야기된다. '살다, 삶', '보다, 시선', '열다, 세계', '쌓다, 축적', '원하다, 욕망'의 주제로 묶인 이 사물들이, 내가 항상 부러워 하던 시인의 '우월한' 시선을 만났다. 이 책을 읽고 나의 사물들과 다른 사람들의 사물들을 엮어보고 싶어졌다. 시인들의 독특한 시선으로 능수능란한 글이 나오지는 못하겠지만, 누구에게나 특별한 추억을 담은 것들은 있을 것이기에 나는 묻고 싶다. "당신의 사물들은 무엇인가요?"
Underline
삶의 수다한 흔적과 파편과 그로 인한 미세한 파문들의 반향을 꼼꼼히 관찰하는 일. 그건 결국 내가 대하는 세계와 인간의 심리적, 정신적 점막들을 살펴 헤아리는 일이 된다. 그때 돋보기는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익히 알다시피 돋보기로 빛을 흑점에 모아 열기를 투과시키면 뭔가를 불태울 수도 있다. 나는 어쩌면 태양을 정면으로 받으며 서서 뭔가를 태우고 싶어 하는 건지도 모른다. 살면서 놓쳐버린 것들, 저질렀던 과오들, 화를 돋우고 심신을 절망케 하는 그 모든 허구의 뒷담화 따위를. 돋보기가 돌연 무섭다. (17p, 돋보기 - 강정) 찌는 수직으로 솟고 그 자세 그대로 가라앉는다. 흐트러짐이 없다. 선방 수좌처럼 늘 꼿꼿한 허리를 세우고 있는 찌 위에 꿈과 후회와 웬수 같은 기억들을 올리고 되잖은 양심 같은 것들도 올려본다. 그래도 선명한 빨강의 찌 끝, 찌톱을 수면에 살짝 드러낸 직립의 자세는 무너지는 법이 없다. 때로 그 무겁다는 연애와 돈 따위를 올려도 마찬가지다.밤이 왔다. 찌톱에 케미라이트를 꽂아 불을 밝힌다. 파란 찌불은 수면에 별처럼 떠서 깜빡거린다. 이제 머잖아 어신이 올 것이다. 아니 어쩌면 밤새도록 한 번도 오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쁜 애인을 보듯 찌를 본다. 어, 그런데 어쩐 일인가? 거기 유체 이탈이래도 한 듯 내가, 당신이, 세상을 살아가는 온갖 것들이 서 있는 게 아닌가? 나날이 힘겨워지는 밥벌이며 보살펴야 할 가족이며 의무들을 추처럼 달고서는, 훨훨 어디 다른 곳으로 다른 것이 되어 날아가고 싶은 욕망을 팽팽히 견디면서는, 깊디깊은 제각기의 삶 속에, 줄이 끊어지기 전까지는 결코 무너질 수 없는 직립의 자세로. (48p, 찌 - 전동균) 무엇이든, 마지막 하나만 남았을 때의 불안감을 나는 알고 있다. 빨래를 하지 않아 옷장 속에 한 장만 남아 있는 속옷이라든가, 정류장까지 죽도록 뛰어야 탈 수 있는 한 대 뿐인 막차라든가. 이제야 배가 좀 채워지는구나 싶은데 딱 한 숟갈만 남은 뜨끈한 밥이라든가, 하나만 더 있었더라면 상황이 달라졌을 테고 하나가 더 필요하므로 불만인 무엇들.둘이 남았을 때는 모르다가 하나만 사라졌는데도 보이는 다른 하나의 커다란 공백. 이 '마지막'과 '하나' 사이에 놓인 긴장감이 싫어서, 또 긴장감이 불러오는 상상이 귀찮아서 우리는 늘 미래를 준비한다. 그러나 길을 물어보기 위해 뒤에서 어깨를 두드리는 타인의 차가운 손처럼, 모든 '마지막 하나'는 불현듯 찾아오는 법이다. (84p, 성냥 - 정영효) 바깥에서 밥을 먹으면 식후 커피까지 합하여 거의 만 원 가까운 돈이 빠져나간다. 사랑 때문이 아니라, 돈 때문에 싸는 도시락인가? 농담도 걸어보지만, 도시락에는 농담이 별로 없다. 거기에는 삶의 무게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대체로 슬픔의 맛이다. 도시락에는 만 원에 비할 수 없는 누군가의 손가락이 묻어 있을 것이다. 역시, 열심히 살아야 하는가. 그냥, 도시락처럼 얌전히만 살고 싶은데. 내일도 도시락처럼 담겨 우리는 출근을 하겠지만, 되도록 슬프지는 않기로 한다. 입에 넣어 오래 씹으면 찬 반찬도 결국 고유한 맛을 낸다. 모든 맛에는 슬플 틈이 없다. 도시락은 그런 것이다. (175p, 도시락 - 서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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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명의 시인이 벌이는 산문 잔치'에 초대 되었다. 작은 내 손에 딱 들어오는 크기, 가벼운 무게, 평화로운 책 표지 디자인까지 이 책을 받아 들면서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읽고 싶었던 이유는 여태천 시인의 연필의 일부분을 읽고였다.
칼날이 지나갈 때마다 동그랗게 제 몸을 말면서 꽃잎처럼 떨어지는 나무 조각을 당신은 분명히 보게 될 것이다. 그때 당신의 마음이 아주 조금 설렐지도 모르겠다. 그 미세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당신은 도무지 이 세상의 소리가 아닌 것 같은 아주 작은 소리를 듣게 된다. 사그락사그락. 귀를 조금 더 기울이고 들어보라. 그 소리는 마치 그곳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하지 않으냐는 듯 은밀하게 당신을 유혹할 것이다. _여태천, 〈연필〉, p.138
연필에 대한 추억이 많다. 국민학교 시절 새학년이 되면 필통 가득 새 연필을 곱게 깎아 채워넣고, 그것들이 몽당연필이 될때까지 숙제도 하고 그림도 그렸다. 연필심이 종이와 만나 내는 사각사각 소리가 참 좋았다. 몽당연필은 정이 들어서 쉽게 버리지 못하고 볼펜 통에 끼워 인연을 유지했었다. 이렇듯 아름다운 시절이 떠오르며 <연필>이란 글에 감탄하니 다른 시인들은 어떤 사물을 본인만의 사물로 소개할지 궁금해졌다.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기보다는 목차를 쭉 훑다가 마음에 드는 것부터 읽어보았다. 타자기, 이름, 사전, 치마, 편지, 크리스마스 실, 연필, 도시락, 의자, 자전거, 우산, 계단... 물론 이 글들만이 훌륭하다는 건 아니다. 단지 내가 같이 추억을 공유할 만한 사물들이기에 눈에 먼저 들어온 것 뿐이다.
이윤학 시인의 간드레. 간드레가 뭔지 몰랐다. 검색해보니 광산의 갱(坑) 안에서 불을 켜 들고 다니는 카바이드등이라고 한다. 깜깜한 밤에 바다에서 길을 잃지 않게 켜주는 등불 같은 것인가 보다.
그 옛날 아버지의 젊은 날과 함께한 간드레를 보면서 나는 내가 아버지의 금광이었음을 되새긴다. 아버지가 내 눈을 들여다보았듯 나는 내 글을 들여다보면서 한 사람의 독자를 상상한다. 이 금광은 내가 죽어서도 얼마간 폐광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나는 간드레 불을 켜 들고 몸속의 금맥을 따라 나아간다. _이윤학, <간드레〉, p.203
이윤학 시인처럼 나도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엄마를 잃고 나서 엄마와 닮은 내 모습을 하나씩 발견할 때마다 여간 기쁘지 않다. 우리 엄마도 내가 쉽게 폐광이 되길 바라지 않으시겠지. 내 딸에게도 우리 엄마만큼 좋은 엄마로 열심히 살아야지..
손이 닿은 곳에 놓고 시간이 날때마다 하나의 사물씩 펼쳐 읽었더니 금방 읽혔다. 마음이 혼란스럽고 우울할때는 이렇게 글솜씨가 기가 막힌 작가들의 단편에 한순간 집중하는게 큰 도움이 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글을 강정의 돋보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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펴낸곳 한겨레출판
펴낸이 이기섭 초판인쇄 2014.6.10 초판발해 2014.6.16 사진 허정 지은이 ![]() ![]() ![]()
이 책의 저자는 이리도 많다...
하나하나 의미가 있는 글들이다... 새삼스레 되새겨보게 되는 것들이 있다... 내 주위에는 어떤 사물들이 있나?부터시작해서... 소중하게 생각되었던것들... 특히나 좋아하는 것... 그럼에도 잊고 지내온 날들... 더욱이 내게 있었던 일들... 그 기억들이 다시한번 생각나게도 만들어주었다! ![]() 시인들이라 그런지... 사물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그냥 무심히 지나친 일상의 소소한 것들... 누구나 한번쯤은 겪었을지도 모르는 일들... 어떤 것에는 놀랍도록 새롭게... 또 어떤 것에는 익숙한 친밀감을... 시인들은 그들의 감성만큼 각자의 느낌도 다르게 매번 새로운 시선과 느낌으로 다가온다...
때로는 따뜻하게...때로는 담담하게... ![]()
누구에게나 각자 자기만의 역사가 있다.
그들의 사물을 통해 또한 그들의 삶의 한조각을 구경하고... 내가 가진 사물들의 의미들도 다시 한번 돌이켜 보았다... 내게도 많은 일들이 ... 소소하지만 소중한 것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누구나에게 소중한 것들이 존재한다... 남에겐 별것아닐지라도 나에게 만큼은 소중한... 이 책을 통해 그런 것들이 누구에게나 있으리란 것도 다시 느낀다... 시인의 사물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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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기 위해서는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보고, 남들이 하지 못한 생각을 해야 한다. 시인들은 남과 다른 시인만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세상 모든 것에 말을 걸고, 생명 없는 것을 살아 움직이게 하며, 일상적인 언어도 그들만의 특별한 언어로 재탄생시킨다. 시인들은 사물을 통해 영감을 얻고 자신을 표현하기도 한다. 사물은 내면세계를 드러내는 창이자, 타자를 받아들이는 매개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한겨레출판의 문학웹진 ‘한판’에서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연재한 쉰두 명의 시인이 사물 하나씩을 골라 쓴 에세이 모음집이다. 나는 평소 시를 잘 읽지 않는 편이라 52명의 작가 중에 아는 작가는 없다. 시인의 산문은 평소에 쉽게 보기 어렵기 때문에 호기심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에세이지만 시인들이 써서 그런지 마치 산문시 같은 느낌이 들었고, 각각의 느낌이 다르고, 굉장히 짧기 때문에 생활 속에서 누구나 쉽게 짬을 내 읽기에 안성맞춤이다. 충남 청양 출생 전영관 시인은 “냉장고는 문을 열 때마다 한 번도 어김없이 불을 켜준다. 이제는 드나들 일 많지 않지만 내가 오랜 가난의 문을 열 때마다 환했던 건 아버지 덕분이다. 냉장고 안의 존재들은 냉기에 붙들려 억지로 싱싱한 척 안간힘이다. 유예 중인 소멸들이다. 조금 더 머문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저것들도 나도 안다. 기다림을 오래 겪어본 사람이 냉장고 내부에 자동으로 켜지는 등을 달았을 것이다.” 전북 정읍 출생 박형준 시인은 매일 저녁이면 운동 겸 나서는 산책에서 만나는 가로등을 평화롭게 바라본다. 어찌 보면 특별할 것도 없는 풍경이지만, 말없이 쏟아지는 불빛을 보며 시인은 “도시라는 무표정한 삼인칭을 묵묵하게 너라는 이인칭으로 비춰주는 가로등”이라고 말한다. 경남 남해 출신 정영효 시인에게 ‘성냥’은 마음을 주었던 애인처럼 다가왔다. “모든 성냥은 그 한 번을 위해 태어난다. 짧은 길이로 온몸을 태우다가 사라진다. 머리부터 끝까지, 몇 초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어딘가에 불을 옮겨 놓고 최후를 맞이한다. 하나만 남은 성냥이 사람에게는 아쉬울 수 있겠지만 낱낱의 성냥들에겐 목숨이 언제나 ‘마지막 하나’이다. 성냥갑에서 빼곡하게 서로를 껴안고 있는 성냥개비들은 먼저 뽑히든 나중에 뽑히든, 어쨌든 불이 붙게 되면 끝장을 봐야 한다. 게다가 큰 불꽃에 자신의 불을 양보하니 말이다. 참 억울한 것들이다.” 마지막 하나를 품고 싶은 시간이여, 찾아봐도 없는 성냥이여. 경북 김천 출신 문태준 시인에게 ‘지게’는 평생 그것을 지셨던 아버지의 삶으로 다가왔다. “아버지에게 지게는 등짝 같은 것이었다. 아버지는 지게를 업고 다니셨다. 논과 밭과 산과 하늘을 업고 다니셨다. 빈 지게를 지고 나가셨다 땔나무를 지고 돌아오셨다. 빈 지게를 지고 나가셨다 풀짐을 지고 돌아오셨다. (풀짐을 지고 돌아와 풀더미를 부려놓으면 저무는 내내 울안에는 동실한 풀냄새가 흘러넘쳐났다!) 빈 지게를 지고 나가셨다 봄과 가을과 겨울을 지고 돌아오셨다. 골짜기 깊은 곳에 들어가셨다 소낙비와 검은 구름과 눈보라를 지고 오셨다. 지게에는 늘 뭔가가 실려 있었으므로 지게는 포만했다. 흘러넘치도록 가득가득 차 있었으며 묵중했다.” 시인의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이 글을 통해 느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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