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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반란, 1948년 4월 3일』: 끝나지 않은 이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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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읽었던 소소한 상식 중에, 식탁에서나 파티에서 정치, 종교, 돈 얘기는 하지 말라는 것이 있었다. 사실 어렸기 때문에 그 세 가지 중 어느 하나도 나의 관심사는 아니었지만, 정치나 종교가 결코 합의점에 도달할 수 없는 주제라는 건 굳이 공부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더랬다. 그 시절 많이 봤던 미국 영화에서도 정치 얘기가 나오는 순간 날을 세워 대립하는 장면들이 곧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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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때 읽었던 소소한 상식 중에, 식탁에서나 파티에서 정치, 종교, 돈 얘기는 하지 말라는 것이 있었다. 사실 어렸기 때문에 그 세 가지 중 어느 하나도 나의 관심사는 아니었지만, 정치나 종교가 결코 합의점에 도달할 수 없는 주제라는 건 굳이 공부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더랬다. 그 시절 많이 봤던 미국 영화에서도 정치 얘기가 나오는 순간 날을 세워 대립하는 장면들이 곧잘 묘사되었으니까.

  합의점에 도달하기 불가능하다는 정치 성향 때문에 대한민국이 지금처럼 분열된 적이 있었을까 한탄하는 글들이 요즘 보이던데, 나는 지금보다 훨씬 심했던 시기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해방 직후부터 1950년대까지가 바로 그 시기였다. 그리고 그 때의 좌우대립은, 지금처럼 SNS나 인터넷 댓글로 싸우는 정도가 아니라 유혈사태로 이어지기도 했고 그 중 하나가 바로 제주 4.3사건이다.

  해방 후의 어지러운 정국을 교과서나 책으로만 배운 세대로서 제주 4.3사건의 진실을 내가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정치사회 관련 서적을 읽어나가며 최근 우리나라의 근대사는 정치논리에 의해 진실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정치성향에 따라 눈 감고 외면하며 두둔하는 사례들을 볼 때마다, 역사적 진실조차 정치논리에 의해 재단되는 게 아닌지 갑갑하기만 하다.

  이 책의 저자는 1940년에 제주에서 출생, 불과 8살의 나이에 제주 4.3사건을 목도하며 성장했다. 당시 일들에 대해 정치적 입장을 가질 만한 나이가 아니었기에 오히려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지 않나 싶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쪽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무고한' 일반 양민의 시각에서는 오히려 총체적 진실에 더 가깝지 않을까?

  제1장은 당시의 시대 상황과 역사, 2장에서는 노무현 정부에서의 4.3위원회 인적 구성에 대한 비판과 문제점, 그리고 마지막 3장에서는 자신이 5년간 목도한 사실들과 주변 친지들의 이야기를 엮은 기록을 서술하고 있다. 비록 크고 두꺼운 책은 아니지만, 이 한 권을 통해 정치 이념의 대립이 불러온 반목이 어떻게 증오를 낳고 유혈사태를 부르고 테러와 보복의 악순환에 빠지도록 만드는지 충분히 간접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YES마니아 : 로얄 h******e 2023.09.1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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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4월, 제주에선 무슨 일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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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섬의 반란, 1948년 4월3일>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제주 4월3일의 아픔을 직접 겪은 제주 문학가 현길언이 자신이 겪은 1948년 4월3일의 사건을 역사적 사회적 정치적 그리고 개인적인 소회와 함께 기술한 책이다. 나는 제주 4.3 사건을 최초로 문학작품으로 알린 <순이 삼촌>이라는 작품을 이 분이 쓴 줄 알았는데, <순이 삼촌>은 현기영 작가가 쓴 작품이다.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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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섬의 반란, 1948년 4월3일>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제주 4월3일의 아픔을 직접 겪은 제주 문학가 현길언이 자신이 겪은 1948년 4월3일의 사건을 역사적 사회적 정치적 그리고 개인적인 소회와 함께 기술한 책이다.

나는 제주 4.3 사건을 최초로 문학작품으로 알린 <순이 삼촌>이라는 작품을 이 분이 쓴 줄 알았는데, <순이 삼촌>은 현기영 작가가 쓴 작품이다.

현길언 작가는 제주 4.3 사건에 대하여 자신이 여러 매체에 쓴 글에 대하여 온갖 비난과 억측이 쏟아지자, 그들이 이 사건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그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

이 책은 역사적인 관점과 정치적인 관점에서 제주 4.3 사건의 실상을 기술하고, (좌든 우든 편견이 없다. 당시 제주도의 상황이 그걸 잘 말해준다.) 노무현 정권 들어서 작성된 진상보고서의 왜곡성을 지적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소설의 형식을 빌려,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중심으로 토벌대의 무자비한 진압 작전으로 얼마나 무고한 시민들이 많이 죽었는지, 끔찍한 실상을 그려냈다.

나는 어른이 되고나서도 우리나라 근현대사나 정치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가 독서를 본격적으로 하면서 광주 사태와 제주 사건 등에 대한 이야기, 노근리 이야기 같은 아픈 역사의 트라우마를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이번에 4월부터 6월까지 한국전쟁에 대한 책을 읽어보리라 생각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4월 도서로 제주 4.3 사건을 조금 더 이해해보려고 주문했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면 아주 잘 요약해서 조망해주고 있지만, 실제 한 개인으로서 그 역사적 공포 속에 실존했던 작가의 글이 주는 울림과는 다가오는 체감도가 많이 달랐다.

"그들은 제주에 어업기지를 마련했고, 군사 요충지로서 이용하려고 했다. 1937년 중일전쟁이 끝나자 모슬포에 비행장을 건설하고 오무라 해군항공대를 설치해 대륙 침공의 전진기지로 이용하려 했다. ... 일본 군부는 오키나와가 미군에 의해 함락된 후여서 본토를 방어하는데 제주도를 전략적 요충지로 활용하려 했다." (18쪽)

1945년 일제강점기 말기에 제주도에는 일본 군부 6만여 명이 주둔하고 있었다고 한다. 광복 이후 일본 군인은 귀환하였는데 제주도는 가장 늦게 귀환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미군정이 시작되었는데, 일본 군부에 협조하던 친일 경찰들이 그대로 경찰이 되어 활동하였다고 한다.

서울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되고 있는데 제주에는 섬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변화에 빨리 대응하지 못했다. 일본군이 계속 주둔하면서 불안한 치안 상태가 길어졌는데, 이때 좌익 계열의 지식인들이 재빠르게 제주도를 조직화했다.

건국준비위원회로 출발한 제주도 인민위원회는 각 읍면 마을까지 조직되었고, 좌우의 이념을 떠나 불안정한 제주도를 안정시키는 행정 주체가 되고 있었다.

그러다 3.1일에 기마경찰에 소년이 다치고 그냥 지나가는 경찰에게 시민이 야유를 보내면서 무력 충돌이 일어나 시민들이 총격에 사망하는 일이 일어났다. 인민위원회는 이를 기회로 삼아 3월10일 총 파업에 나섰고, 제주도 전체의 70%가 파업에 동참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미군정과 경찰, 서울 정치인들은 이때 제주도 사람은 모두 빨갱이 좌익이라는 꼬리표를 붙여버린다. 그뒤 남한정부 단독 투표가 실시되었고, 인민위원회는 이를 방해하기 위한 전략을 세운다.

인민위원회는 투표를 거쳐 무력으로 반란을 일으키기로 하고 인민 유격대를 결성하여 1948년 4월3일, 제주도 내 경찰관서 12곳을 공격하여 경찰관을 살해하였다.

그 뒤, 이를 토벌하기 위한 토벌대가 경찰, 서북청년단 등 우익 중심 청년들이 미군정 지휘하에 들어왔다. 그리고 무자비하고 무차별적인 시민들에 대한 폭행과 묻지마 총살, 주거지 방화를 했다.

이때 저자가 살던 집도 모두 불타버렸다. 제주 도민들은 한라산으로 도망갈 수밖에 없었고, 도망간 사람들은 모두 좌익으로 몰렸다.

 

"유격대가 퇴각한 후에 그곳에 수용되고 있던 많은 귀순자들이 모두 처형되었다. 이들은 그 전날 오후 석방이 결정되었는데도 해안 마을로 내려가지 않고 하루 밤 지나서 내려가려던 입산자들이었다.

조천면 북촌리에서 주민 집단 사살 사건이 발생했다. ... 흥분한 진압군이 이웃에 있는 북촌 마을에 들어가 주민들을 모아놓고 경찰관과 우익인사 가족들을 제외하고 총살을 집행하기 시작했다." (67쪽)

진압군은 무장 유격대의 공격을 받고 2명이 전사했는데, 이에 대한 앙갚음으로 이웃한 북촌 마을에 들어가 주민을 몽땅 총살시켜 버린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저자가 얼마나 가슴 아파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사회 격변기였다. 그런데 제주에는 유독 피비린내 나는 참사가 컸다.

"지금 사람들은 그런 아픔이 우구의 탓인가를 생각하려 한다. 그러나 그것으로 아픔이 치유되지는 않는다. 제주 사람들은 험난한 역사의 길목에서 인간이 치러야 할 희생의 제물이었다. 남로당의 회유와 공작에 그들의 추종자가 되어서 죽은 사람들, 더구나 사상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데도 '산사람'이 된 제주사람의 처지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73쪽)

저자는 말한다.
제주 4.3 사건의 발단이 좌익 남로당의 반국가적 반란으로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이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반인권적으로 무고한 시민을 무자비하게 즉격 총살하고 집을 불태우는 사실 또한 정당화할 수 없다고.

제주 4.3 사건의 실상을 밝히고 그 아픔을 치유하는 대전제는 바로 두 사안, 남로당의 반란이 발단이라는 관점과, 이를 토벌하는 토벌대의 무자비함을 같이 병렬로 새우고, 그 중간에서 희생당한 제주 시민의 아픔을 보듬고 치유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남로당의 반란을 민중봉기나 민주화 운동으로 왜곡하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된다.

 

인터넷 자료를 찾아보면, 2000년 1월 12일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 공포되었는데, 당시 토벌대에 참가하여 사망한 군인과 경찰관과 그 가족들도 국가 유공자로 인정받았다고 한다.

마지막 부분에 소설 형식으로 쓰여진 생생한 이야기는, 진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하며 눈과 귀를 의심케 하는 내용이 많다. 끔찍했다. 게다가 저자의 가족도 친척도 끔찍한 일들을 당했다.

제주도에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걸 잘 알지 못했다. 아직도 당시 사람들이 생존해 있고, 그 아픔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최근 정지아의 <빨치산의 딸>을 읽고 있는데, 책을 읽고, 역사의 한복판으로 들어갈 때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우리는 좌, 우, 어느 한쪽으로 편향되면 세상을 잘못 바라보게 된다. 문학 작품으로, 역사 공부로, 어느 한 관점에서 읽는 것은 필요하지만, 다 읽고 난 뒤, 조금 뒤로 한 걸음 물러서서, 전체를 바라보는 훈련을 해야 한다. 흥분하지 않고, 거시적인 역사의 흐름 속에 숨겨져 있는 미시적인 한 개인, 한 가족의 아픔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내가 살아가는 실존이기 때문이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i*******n 2023.04.1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