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에 대해서는 모두 잘 알고 있을 듯하다. 작은 변화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파라다이스 2권에는 1권에 이어서 역시나 인간사의 일부분의 변화가 미래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에 대한 상상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9가지 이야기가 실려있다.
파라다이스 2권에 실려있는 이야기들에는 보다 기발하고 위트있는 소재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 중에 기억에 남는 2 가지 이야기를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농담이 태어나는 곳
18세기 초 영국에서 창립된 프리메인슨과 농담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듯한 이 이야기는 세상을 치유하고 구원할 수 있는 소재는 농담이라고 말하고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트리스탕은 '텔레비전 농담'이라는 소재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개그맨이다. 하지만 그는 명성과 부를 얻었음에도 왜인지 찝찝함을 떨쳐버릴 수 없다. 왜냐하면, 사실 '텔레비전 농담'은 그가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국 트리스탕은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농담의 기원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프랑스어의 영성(spiritualite)라는 말이 '수준높은 신비사상'과 '희극적인 것'을 동시에 지칭한다. 피에르 데프로주는 말했다. 그 무엇을 두고도 웃을 수 있지만, 아무나하고나 웃을 수는 없다. P122-123
책속에서 농담은 인류가 독재에 대항할 수 있는 최상의 무기 혹은 최후의 보루로 다루어 진다. 아마도 실제로도 틀림이 없는 사실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현실에서 그 농담은 풍자 혹은 해학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어지고 있다. 우리는 그 어떤 농담을 가지고 웃을 수 있지만, 그 웃음의 대상이 누군가에 따라서, 우리는 웃을 수 없거나, 혹은 농담을 한 사람에 대해서 비판을 가하고는 한다. 또한 이러한 풍자와 해학은 단순히 예기치 않은 상황이나 부조리한 장면 들을 만들어 내는 것과 다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어떤 상황이나 대상, 그리고 그 역사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풍부한 배경 지식이 없으면 좋은 해학과 풍자를 만들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마치 소림사의 무술가 또는 중세 서양의 기사 처럼 절대농담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고 연마하는 트리스탕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웃음을 직업 삼는 사람들이지만, 그 웃음에 이르는 길에는 피와 땀이 서려있는 것이다. 과연 지금 시대의 희극인들은 무엇에서 아이디어와 소재를 얻어내며, 그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상표전쟁
마이크로 소프트 총 매출액, 아프리카 모든 국가 총생산액과 맞멎어 P219
아프리카 56개국의 전체 국내총생산(GDP)는 2009년 기준으로 약 1조1840억 달러라고 한다. 2009년 마이크로 소프트의 실제 매출 총액은 584억 달러에 이른다.
2011년 기준 명목 GDP를 참고삼아, 마이크로 소프트의 매출은 국가로 따지면, 크로아티아(약 620억), 룩셈브르크(590억),스리랑카(590억)과 비슷하며, 이는 세계 약 60위 권의 순위이다. 2011년 기업 매출 총액 1위는 월마트이며, 매출액은 무려 4천218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태국이나 덴마크의 GDP보다 높다.
상표전쟁은 백년 혹은 이백년 후의 미래를 소재로한 이야기이다. 국가의 힘이 미치지 못할 정도로 거대해진 기업들은 국가를 대신하게 된다. 기업간의 경쟁은 곧 전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기업들은 국기 대신 자사 브랜드를 휘날리며 전쟁을 하고, 전쟁터에서는 각 기업의 CM 송이 울려퍼진다.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 처럼 들리지만, 실은 그렇지만도 않다. 이대로 기업의 힘이 커져가면 백년, 이백년 후에 국가는 다국적 기업의 지배아래에 놓일지 모른다. 이미 울산과 같은 도시는 현대시티 등과 같은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가? 또한 국가와 기업이 소송관계에 놓이기도 하고, 국가 간의 전쟁이 기업의 이권을 위한 대리전의 성격을 띠기도 하지 않는가?
책의 서두를 읽으며 '나비효과'라는 말을 되새겨 보았다. 그리고, 책을 덮으며 다시 한 번 음미해 보았다. 책 속 이야기들은 있을 법한 미래의 이야기이지만, 현실이 이와 같이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다. 현실은 무수히 많은 요인들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책 속 현실보다 더 복잡다난한 것이 진짜 현실이다. 그래서 미래는 더욱 묘연하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환태평양의 태풍에 인도에 있는 한 마리 나비의 날개짓이 그 어떤 영향을 주듯이, 미쳐 알 수는 없지만,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개개인의 날개짓도 분명히 미래에 그 어떤 영향을 줄 것이다. 생각해 보면 그런 것 같다. 자신이 미래를 결정할 수 없다고 걱정하지 말아도 되겠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 결정에 이미 관여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