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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관해 말하자면, 생겨 먹은 대로 존재하는 거야. 이 세상이 더 나빠지기 위해서 너까지 필요로 하지는 않아. 이 세상 걱정은 하지 마라."(453쪽) 현재 중2인 조카가 초등학교 1학년 가을에 한 말이다. "사람은 다 이기적이야. 그렇잖아?" 나랑 숨바꼭질을 하다가 무슨 일이었는지 내가 조카에게 "너무 이기적이야~."라고 한 말에 한 답이다. 그때 나는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는 것 같았다. 솔직히 나는 그 순간까지도 그 단순한 진리(?)를 받아드리지 못하고 있었다. 조카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는데, 나는 자라면서 알지 못했고, 그 나이까지도 아닐꺼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조카의 말에서야 수긍하고 말았다. 나는 인간은 이타적이라고 믿는 사람이었다. 어떤 이유로든...... 난 어릴 때부터 기도를 하면 세상을 위해 기도를 하곤 했다. 제 코가 석자면서 세상을 걱정하는 아이. 나 하나 잘 살면 되는 게 삶이라는 것을 너무 늦게 배웠다. "거대한 비천함은 거대한 허영을 내포한다."(343쪽) 나의 거대한 허영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에 나오는 인물, 아니 사람은 본능에 충실한다. 그 철저한 이기성에 말이다. 1690년 1월 29일 밤, 나이 열 살 때, 악랄한 콤프라치코스들이 포틀랜드 해안에 버렸던 그윈플레인을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그 어린 것이 성장해 이제는 이렇게 불립니다. <웃는 남자> (466쪽) 콤프라치코스는 10살 남자 아이를 내팽게치고 배에 오른다. 인정사정 없는 배는 바다로 나아가 더 무자비한 폭풍을 견디다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다. 제 몸도 가누지 못하는 아이는 눈보라 속을 헤매다 만난 갓난쟁이 여자 아이까지 주워 다시 길을 간다. 무엇이 이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걷게 했을까? 눈 속에 잠이 들었다면 그대로 끝났을 목숨이다. 살아남게 만든 것, 포기하지 않고 걷게 만든 것을 신의 손길이라고 한다면, 분명 신은 잔인하다. 모두가 잠든 새벽에서야 늑대가 끄는 마차를 만나 꽁꽁 언 몸을 녹이고 허기를 달랜다. 떠돌이 철학자이자 약사인 우르수스는 자신에게 아들과 딸이 생겼다고 말한다. 콤프라치코스에 의해 찢어져 잇몸이 드러나는 입을 가진 괴물 얼굴의 남자 아이와 앞을 보지 못하는 여자 아이를 아들과 딸로 받아드린다. 이야기는 찰스1세부터 시작되어 크롬웰의 공화정, 찰스2세, 제임스2세, 윌리엄3세, 앤 여왕까지 이른다. 찰스1세 때 공화정을 찬성한 클랜찰리 경은 찰스2세 때부터 스위스에서 망명 생활을 하다 제임스2세 치하 때 죽는다. 그에게 사생아인 아들이 하나 있고 59세에 결혼해서 60세에 낳은 아들이 하나 있지만 그 아이는 어찌 되었는지 모른 채 제임스2세에 의해 데이비드 더리모어 경이 클랜찰리 경의 적자로 선포되고 제임스2세의 사생아이며 앤 여왕의 배 다른 동생인 여공작 조시언과 결혼할 경우 클랜찰리 경의 모든 유산을 넘겨 받게 된다. 1705년 여공작 조시언 23세, 앤 여왕 41세, 데이비드 더리모이어 경 44세이다. 이 외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 바킬페드로가 있다. 제임스2세의 하인이었던 바킬페드로는 교회의 높은 성직자가 되고 싶었고 그 야망을 이루기 직전 제임스2세가 실각한다. 바킬페드로는 여공작 조시언 가까이 간다. 조시언의 측근이 되어 누릴 것을 누렸으나 조시언을 증오하는 바킬페드로는 조시언을 위해 데이비드 경을 염탐하고 데이비드 경을 위해 조시언을 염탐하고 앤 여왕을 위해 조시언과 데이비드 경을 염탐했다. 1690년 10살이었던 그윈플레인은 1705년에 25살의 건장한 청년이 되었고 데아는 16세의 소녀가 되었다. 둘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고 우르수스와 함께 극에 참여했다. 우르수스의 작품 <정복된 카오스>로 성공을 거둔 우르수스는 런던으로 가려는 마음을 먹는다. 이들의 성공은 그윈플레인의 괴물 얼굴에 있다. 사람들로 하여금 웃음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얼굴. 그윈플레인의 비극에 사람들은 웃는 것이다. 이 이야기가 비극인 것을 알지만, 나는 그윈플레인과 데아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아직도 삶을 모르는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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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면 습관처럼 ‘오늘의날씨’를 살펴본다. 아침 여섯 시가 하루 중에 가장 춥다는 것은 이렇게 날씨를 살피다가 알게 되었다. 오늘 마당의 최저 기온은 영하 7도. 끓인 물을 챙겨 나갔다. 영국 런던의 오늘 날씨는 어떨까. 검색해보니 위도가 우리보다 훨씬 위인데도 영하로 떨어지진 않았다. 영상 7~12도. 오후에 소나기가 올 거라고 예보하고 있다. 일주일 날씨를 보니 늘 공기 중에 수분을 무겁게 머금고 있다. 이러면 체감 온도는 더 낮을 것이다.
갑자기 영국 런던의 날씨가 궁금해진 것은 어젯밤에 읽었던 이 책의 배경이 영국이기 때문이다. 빅토르 위고는 프랑스의 대문호이자 유명한 정치인이기도 하다. 나폴레옹의 쿠데타에 항거하다 피신, 영국에서 19년 동안 망명생활을 했다. 프랑스 사람이면서 영국을 배경으로 소설을 쓴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대문호의 다른 작품처럼 이 소설도 주인공의 이야기에 앞서 그가 살고 있는 시대를 먼저 들춰낸다. 17세기 말, 18세기 초의 영국은 공화제가 몰락하고 군주제가 다시 인기를 끌던 시기였다. 위고는 머리말에서 이 책의 진정한 제목은 <귀족 정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정치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정치인(왕을 비롯해)은 국민이 고용한 일꾼이란 인식을 갖고 있는 사회라면 정치가 하늘이 준 권력이란 생각은 잘못이라는 걸 알 것이다. 그러나 동서고금, 정치인은 특권층이란 생각에 젖어있는 정치인들 때문에 시민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두 권으로 된 이 책의 상권은 주인공이 현재의 모습을 갖기까지의 과정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철학자이자 떠돌이인 우르수스는 늑대인 호모와 함께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다. 인간혐오증을 가진 우르수스에게 가장 절친한 벗은 호모다. 17세기 영국에는 '콤프라치코스'라는 어린아이를 사고파는 집단이 있었다. 이들의 구매자는 힘들고 지루한 일상을 해소하고 싶은 사람들이다. 처음엔 버려진 아이들이 그 대상이 되었지만 수요가 많아지자 이들은 납치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들은 어린 아이를 기형으로 만들어 왕이든, 귀족이든, 평민들의 거리든 웃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 팔아넘겼다.
10세인 어린아이 하나가 무리로부터 버려져 인적 없는 눈길을 헤매고 있다.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이 아이는 눈 속에 쓰러져 죽은 한 여인을 발견하고 아직 살아있는 갓난아기를 품에 안는다. 그리고 이 둘을 받아 준 사람이 우르수스다. 인간혐오증이 있는 우르수스는 '웃는 얼굴'을 가진 기형아와 앞을 보지 못하는 갓난아이를 자식처럼 키운다. 십 오년이 흐른 뒤 이 둘은 남매처럼, 부부처럼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가난한 사람들이 자신의 고통을 딛고 조금 행복해지려는 찰나다. 하권은 이 행복 찾기가 고난을 맞이하는 이야기 일 것이다. 귀족들에게 평민이란 짓밟혀야 마땅한 잡초에 지나지 않았다. 마음대로 짓밟아놓고 그 보상을 돈으로 내놓는 귀족은 선한 사람이라며 칭송까지 받았지만 대부분 자신이 한 행동이 한 생명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돌아보지 않았다.
주인공의 이야기가 아직 시작에 불과했기 때문에 이 책에서 재미를 주는 부분은 앤 여왕과 여왕의 이복동생 조시언, 조시언의 정혼자 데이비드 경, 이 세 사람에게 모두 신임을 받고 있는 바킬페드로라는 인물이야기였다. 요크공작의 하인이었던 바킬페드로는 그의 주인이 왕이 되자 권력을 손에 넣으려는 꿈에 부풀었다. 하지만 그 직전에 제임스2세는 폐위되고 그 역시 전락하고 만다. 이때 손을 내밀어 준 인물이 조시언이다. 조시언 덕분에 자리를 잡은 바킬페드로는 은밀하게 왕과 데이비드 경의 신임까지 얻고 그들 모두에게 상대방을 감시해달라는 특명을 받는 중요한 인물이 되었다. 그런데 이 바킬페드로가 증오하는 사람이 조시언이다. 이것이 흥미로웠다. 죽기 직전의 자신을 살려 준 인물을 증오하다니. 그는 그 도움이 조시언의 희생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적선이었다는 것에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잉여분을 선심 쓰듯 던진 조시언의 행위에 날마다 분노를 쌓아가는 이 인물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두고 볼 일이다. 누구든 선행을 베풀 때 조심해야한다. 선행은 남아서 넘쳐나는 것을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 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상대방에게 줄 때는 조심스럽게, 스스로 선행의 기쁨에 넘쳐 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증오심을 갖기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마음에 간직하며 하권을 조심스레 펼 것이다.
국가가 국민의 손에 이끌려 가는 것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국민이란 , 짝을 이루어 수레를 끄는 짐승일 뿐, 마부는 아니다. 투표에 부친다는 것. 그것은 곧 바람에 내던져 맡긴다는 것이다. 국가를 구름처럼 둥둥 떠다니게 내버려 두기를 원하는가? 무질서가 질서를 건설하지는 못한다. 만약 카오스가 건축가라면, 그가 세운 건축물은 바벨탑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자유라고 하는 것이 어떤 폭군인가! 나는, 누가 뭐라 해도 나만은, 즐기고 싶지 통치하고 싶지 않아. 투표하는 것도 귀찮아. 나는 춤이나 추고 싶어. 모든 것을 도맡아 짊어지는 군주란 얼마나 고마운 구세주인가! (267쪽)
그는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불행한 사람들을 위해 그는 큰일을 할 수 있었다. 그가 그들로 하여금 웃게 했으니 말이다. 또한 이미 말했지만, 웃게 한다는 것은 잊게 한다는 것이다. 망각을 나누어 주는 사람. 이 지상에서는 얼마나 고마운 사람인가! (451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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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위고가 자신이 쓴 소설 중 제일 탁월하다고 자찬한 작품이라고도 하고, 뮤지컬로 공연한 적도 있고, "레미제라블"의 웅장함이나 "파리의 노트르담" 같은 숭고함이 기대가 되서 구입했더랬다. 감히 대가의 작품을 이렇다 저렇다 하기는 정말 이상한 기분이 들기는 하지만, 본작은 상기 두 작품에 비하면 스케일이 큰 것도 아니고, 서사가 치밀한 것도 아니고, 작가가 작품의 배경으로 삼은 17세기 말의 귀족 때문에 아무 소리도 못하고 살던 민초들의 삶을 심도 있게 그린 것도 아니었다. 물론 주인공이 의도치 않게 얼굴이 변형되었고, 버려진 길에서 만난 여주인공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주인공이 사실은 귀족이었고 여주인공과 사랑의 결실은 결국 이루지 못한다는 결말은 그 자체로 읽을만하기는 하지만, 너무 신파조로 빠지는 경향이 있었고, 주인공이 갑자기 자신의 사회적 존재를 인식하고 귀족들에게 "의회에서만" 말로 저항하던 부분은 조금 맥빠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위고 특유의 장황한 문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조금 오버스러운 비유와 은유 - 물론 이 책을 그 당시에 원어로 읽었던 프랑스를 살던 남자가 아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 는 지루하다 못해 극의 흐름을 끊는 느낌마저 들었다. 위고가 나름 그 당시의 잉글랜드에 대한 자료는 많이 준비한 모양이던데... 위고의 레미제라블 정도의 장대함과 감동은 기대할 것은 못 된다. 신파조의 작품으로서는 나름 완성도는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자기가 귀족인 줄도 모르고 망가진 얼굴로 곡예사로 살던 남자의 파란만장한 - 사실 주인공이 자라는 시기가 되서 겪었을 풍파는 생략되어 있다 - 인생" 정도 되겠다. |
| 뮤지컬 <웃는 남자>를 보고 감동 받아 바로 사게 된 책이다. 줄거리는 알지만 작가의 시대적 통찰과 각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내면을 더 들여다보고 싶어서 구매했는데, 다 읽고 나니 책으로 만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 시대의 구석구석을 읽고 풍자하고 비판하는 힘과 인간의 내밀한 심리와 예기치 못한 사건들에 휘말리며 흔들리는 모습을 예술적인 필치로 담아냈다. 설명과 묘사, 비유가 굉장히 세밀하여 지루한 부분들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한 문장 한 문장을 감탄하며 읽었다. 놀라운 역설로 시대와 인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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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흥미롭고 스토리 또한 재미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읽는데 수주가 걸렸다 ㅜㅜ 레미제라블에서도 그러했듯이 사건들 사이사이에 그 역사적 배경이라든가 사회적인 의미, 천변만화하는 자연현상에 대한 세밀한 묘사 등이 붙어서 이것저것 찾아보고 떠오르는 상념들을 마음속으로 되새기느라 읽는데 속도를 낼 수 없었다 본격적인 이야기 전개에 앞서 사전 배경 설명에만 상권 전체가 할애되었을 정도다 ㅜㅜ 그러나 그 기나긴 설명 하나하나가 스토리에 모두 유기적이고도 정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감탄이 절로 나온다^^ 1700년대 초반의 영국을 배경으로 크롬웰의 혁명이 실패하고 왕정이 복고되는 혼란 뒤에 콤프라치코스라는 집단에 유괴되어 얼굴과 신분을 잃은 주인공 그윈플레인과 부모잃은 눈먼 소녀 데아, 우주적인 지식과 지혜를 가졌으나 권력에의 복종을 숙명으로 알고 체념속에 사는 우르수스 등이 주요등장인물이다 이들을 통해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한편으로는 상류층의 작은 놀음, 나아가 운명의 사소한 장난질이 힘없는 존재들을 그야말로 파국으로 이끌고야 마는 사회구조의 비극 또는 운명의 아이러니 일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파국에 이끌린 그 상처입고 핍박당한 존재, 앞 못보고 힘없는 존재가 과연 진정 패배자일까 하는 것이다 인간의 본질은 무엇인가 귀족들이란 그 본질과는 동떨어져 사는 인간들이고 하층민 우르수스는 스스로 곰이라 이름붙이고 늑대에게 호모라는 이름을 내줌으로써 인간성을 지키고자하는 경계로 삼는다 신분은 천하고 겉모습은 기괴하고 불구이나 내면의 미덕을 간직한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승리자가 아닐까? 그윈플레인과 데아가 '저 높은 곳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기를.. 어린 그윈플레인이 죽음을 무릅쓰고 갓난아기 데아를 구하는 장면에 대한 작가의 폭풍같은 묘사는 정말 압권이다 고작 펜 하나에 사람의 감정이 이렇게까지 고양될 수도 있구나 하는 신비체험(?)을 했다 ^^ 덧붙여 전체적으로 번역은 괜찮았던 것 같은데 번역자가 달아놓은 각주가 상당히 불만족스러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