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2)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100%
  • 리뷰 총점8 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9.0
  • 30대 0.0
  • 40대 0.0
  • 50대 0.0
리뷰 총점 종이책
'기린 그림'이 '기린'그림인 이유
"'기린 그림'이 '기린'그림인 이유" 내용보기
'기린 그림'이 ‘기린’ 그림인 이유-‘미학이 재현을 논하다(오종환 외,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를 읽고--‘기린 그림’의 수수께끼“‘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 어떻게 해서 기린의 그림이 되는 것일까?” 말장난같은 이 문장 안에 담긴 함의는 보이는 것만큼 가볍지 않다. 당연하게 향유하다가도 생각해 보면 참으로 종잡기 어려운 것이 ‘시각적 재현(representation)’이라는 현상
"'기린 그림'이 '기린'그림인 이유" 내용보기

'기린 그림'이 ‘기린’ 그림인 이유
-‘미학이 재현을 논하다(오종환 외,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를 읽고-

-‘기린 그림’의 수수께끼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 어떻게 해서 기린의 그림이 되는 것일까?” 말장난같은 이 문장 안에 담긴 함의는 보이는 것만큼 가볍지 않다. 당연하게 향유하다가도 생각해 보면 참으로 종잡기 어려운 것이 ‘시각적 재현(representation)’이라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종이 위의 연필 자국을 보면서 이것이 기린이라는 동물이라는 걸 알 수가 있는 걸까? 대상과 닮아서? ‘닮음’은 무엇인가? 3차원의 대상과 2차원의 그림은 명확히 다르지 않나? 또한 우리는 실제와는 전혀 다르게 단순화, 과장된 이미지뿐만 아니라 심지어 선 몇 개로 이루어진 ‘막대인간’을 보고도 무언가를 재현했다고 느끼지 않는가? 또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이나 동물을 그린 그림을 보고 왜 우리는 그것을 경험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무언가를 ‘재현’했다고 느끼는가? 이와 같은 일련의 의문들은 “너무나도 자명해서 설명의 여지조차 없는 것처럼 보이는” 재현이라는 현상이 사실 얼마나 복잡하며 많은 논의를 파생시킬 수 있는지 보여준다.

-내용 소개
제목이 미학 비전공자에게는 어려울 것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지만, 사실 이 책은 엄밀하게 따지면 교양서기에 사전지식은 필수적이지 않다. 기본적으로 텍스트의 수준은 독자가 비전공자임을 가정하고 있으며 관련 개념에 대한 설명에 소홀하지 않다.
이 책은 각각 분석미학의 관점에서 바라본 ‘재현’의 개념에 대한 논의를 14개의 세부적인 주제로 나눈 (쉽게 풀어 쓴) 논문들의 모음집에 가깝다. 14개의 장들은 큰 맥락에 따라 총 4부로 분류되어, 이에 맞춰 논의를 차례차례 발전시켜 나간다.
가장 먼저, ‘재현의 본질’이라는 다소 친숙하지 않은 내용을 다루기 위해서 도입부인 ‘회화적 재현의 본성’에서는 시각적 재현을 설명하기 위한 가장 중심적인 개념과 이론들을 다룬다. 즉 그림으로 나타낸 대상의 재현이 어떤 성격을 가지며, 어떤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지를 설명하는 다양한 이론들의 발전 과정을 제시한다. 2부 ‘매체에 따른 재현의 양상’에서는 논의의 범위를 확대하여 시각성이 없는 음악, 제작 과정이 더 ‘기계적인’ 사진 등 회화와 다른 매개체를 통해 구현되는 재현의 개념을 논의한다.
앞의 1,2부에서 재현이라는 현상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면, 3부 ‘재현과 미학적 주제들’에서는 재현과 관련된 주제 중에서도 전통적인 미학에 조금 더 관련지은 화두들-예술 작품 안에서의 다양한 재현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재현적 그림이 과연 ‘지식’을 전달한다고 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논의를 다룬다. 마지막으로 4부 ‘재현의 확장’에서는 디지털 이미지, 비디오 게임, 포르노그래피 등 시각적 창작뮬에서 새롭게 등장한 분야들에서도 재현에 대한 개념을 확장시켜 적용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은 1부 ‘회화적 재현의 본성’이었는데, 책 전체에 걸쳐서 사용되는 재현 현상의 원리에 대한 이론들-관습주의적 기호론, 닮음 이론, ‘안에서 보기’ 이론, 그리고 재인 이론-들이 모두 1부에서 제시되기 때문이다. 특히 2장 ‘미학적 분석 대상으로서의 재현’에서 닮음 이론과 그 반박들을 나열한 부분이 굉장히 인상깊었다. 우리는 그림을 보고 그것이 무엇을 닮았다/지시한다고 느끼는 것까지의 과정이 굉장히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이루어지는데, 그 과정과 기준이 생각보다 명확하고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체계적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미학적 통찰 뿐만 아니라 인지과학적 측면에서도, 그리고 자명한 개념을 신선한 반전으로서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인문학적으로도 작지 않은 함의를 담은 내용이었다.
챕터마다 저자가 다른 것도 이 책의 이색적인 특징이다. 저자 소개 부문을 보면 확인할 수 있지만, 모든 저자들은 연구분야가 자신이 작성한 장의 내용과 거의 일치한다. 이게 무슨 뜻이냐 하면, 모든 저자들이 적어도 자신이 담당한 내용에 대해서 논문 하나는 썼을 정도로 전문가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간간히 서로 저자가 다른 챕터들 사이에 세부적인 설명이 반복되어 통일성이 흐트러지는게 아쉬웠음에도 불구하고, 이로 인해 각각의 장에 보강되는 내용적 충만함에 비하면 사소하다고 느꼈다.

-아는 만큼 ‘보인다’
이 책의 제목이 ‘미학’이라는 단어를 포함하고 있지만, 이 책이 함의하는 바를 단순히 예술품으로 한정시킬 수는 없다. 오히려 저자의 의도를 고려할 때 이 텍스트에서 다루는 ‘재현’의 범위는 모든 인공적인 시각적 체험들 속 ‘재현’에 가깝다. 삶의 거의 모든 분야의 인지 과정에서 재현이 이루어진다. 만화를 볼 때 우리는 종이(또는 인터넷 창)속 형태와 색상의 조합을 보며 어떤 가상의 세계 안의 가상의 인물들을 본다고 생각하고, 지하철 문에 그려진 안내판 속 막대인간을 보며 그것이 문에 기대지 말라는 의미를 것을 알아차린다. 그 외에도 크게는 광고나 디자인, 작게는 유치원 동생이 그린 그림 일기까지 그 내용과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쌍방향적 소통과 표현이 일상화되고 당연시되는 시대이기에, 우리는 직업과 흥미를 초월하여 시각적 재현을 향유하는 감상자와 제공하는 창작자로서 동시에 존재한다. 그렇기에 그 과정 원리에 대한 이해는 그 주제에 대한 예술적이거나 학문적인 통찰뿐만 아니라 시각적 재현을 감상하고 창조에 참여하는 과정에 큰 즐거움을 더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이 2019년도 대한민국학술원이 선정한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던 것은 이러한 점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는 이 책이 예술가와 창작가뿐만 아니라 웹툰, 사진, 영화, 광고, 심지어 컴퓨터게임까지 시각적 재현을 포함하는 활동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며, 적극 독서를 권장한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j*********0 2020.02.29.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미학
"미학" 내용보기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 어떻게 해서 기린의 그림이 되는 것일까?”<미학이 재현을 논하다>는 쉬워 보이지만 당혹스러울 만큼 어려운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평소에 미학에 관심이 많아 관련된 책을 좀 읽었다고 자부한 나는 질문에 쉽게 답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답을 찾는 과정에서 새로운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더 혼란스러워 지기만 했다. 이 책은 미
"미학" 내용보기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 어떻게 해서 기린의 그림이 되는 것일까?”<미학이 재현을 논하다는 쉬워 보이지만 당혹스러울 만큼 어려운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평소에 미학에 관심이 많아 관련된 책을 좀 읽었다고 자부한 나는 질문에 쉽게 답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답을 찾는 과정에서 새로운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더 혼란스러워 지기만 했다. 이 책은 미학 입문서나 대중서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런 연쇄적인 질문들에 꽤나 구체적인 답변을 제시해줄 것 같아 읽게 됐다.

            책은 총 4부로 나뉘어 쓰였는데, 1부에서는 굿먼, 피콕, 하이먼 등 다양한 미학자가 전개시킨 회화적 재현의 본질에 대한 논의를 다룬다. 2부에서는 회화에서 뿐만 아니라 음악과 사진과 같은 다른 예술에서의 재현의 문제를 논한다. 3부와 4부에서는 재현의 주제를 다른 미학적 주제와 연결시켜 논의를 확장한다. 사진, 디지털 이미지와 비디오 게임에서 재현의 문제를 다룬 부분은 나의 창작 활동의 고민과도 맞닿아 있는 지점이 많아 특히 흥미로웠다. 3년간 건축학도로 살아온 나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나의 상상속에서만 존재하는 건물의 형태, 분위기 또 사람들이 그 공간을 이용하는 장면 등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해 디지털 이미지, 디지털 3d 모델, 축소된 스케일의 물리적 모형들을 무수히 만들었다. 이런 작품들은 실존의 무엇인가를 재현하고 있진 않지만 이것들이 단순 과제 이상의 가치가 있기를 바랐고 예술, 사회적으로 어떤 가치와 평가를 받을 수 있는지 궁금했다. 건축은 예술이다 라는 주장은 예전부터 받아들여져 왔지만, 실제로 건축을 하기 전까지 그려진 수많은 도면들과 스케치들 그리고 만들어진 모형들은 그 자체로 예술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 또한, 그런 창작물들은 과연 어떤 것의 재현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혹은 오히려 실존의 건축이 그 창작물의 재현 아닐까.

           책에서 마노비치는 디지털 이미지란 연속적 데이터를 수적 재현으로 전환한 것으로서 물리적 현실이 아닌 물리적 현실의 어떤 특징을 재현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디지털 이미지가 재현하는 대상은 물리적 현실이 아니라 그 물리적 현실을 지배하는 법칙성을 재현한다는 것이다. 문득 내가 창작한 디지털 작품들이 재현한 것은 상상속에 존재하는 건물 자체가 아니라 그 건물을 서있게 하는 세계를 구축하고 지배하는 중력의 법칙과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력의 법칙은 지구에 살면 누구나 보편적으로 느끼며 살아가는 것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참여자와 창작자 사이에 공통된 이해의 맥락을 제공해준다. 즉 나의 상상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을 이러한 재현을 통해 보다 사실적으로, 또 현실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들, 아니 무엇인가를 창작하고 있는 예술가들이라면 한번쯤은 드시 자신의 작품이 과연 무엇을 재현하고 있는지, 왜 그것을 재현하고 있는지, 혹은 재현과 비재현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지 고민해보게 된다. 이러한 생각은 창작의 열차를 잠시 멈추게 할 수 있다. 이때 이 책은 나만의 생각에 갇히지 않고 다른 학자들과 같은 문제를 고민해 볼 수 있게 해주며 창작의 열차를 다시 달리게 할 연료가 될 것이다.


j*****t 2020.02.2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