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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령의 날 첫 미사 도중에 생피아크르 성당에서 살인이 저질러질 것임을 알려 드립니다.(p.9)
파리 경찰청 사무실에 굴러다니던 종이쪽지를 눈여겨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매그레는 우연히 쪽지를 확인하고서 화들짝 놀랐다. 매그레 반장이 태어난 곳이 생피아크르였기 때문이다. 그의 아버지는 성채 관리인으로 30년간 일하시다가 돌아가셨고 성당 뒤 작은 묘지에 묻히셨다. 매그레는 위령의 날 미사가 있기 전 날 생피아크르에 도착했다. 새벽에 일어나 일찌감치 생피아크르 성당에 가서 미사에 참석한 사람들을 둘러보며 살인사건이 어떻게 일어날지, 누가 살인을 저지를지 가늠해본다. 쪽지에는 분명히 ‘미사 도중’ 살인 사건이 일어날 거라고 명기되어 있지만 성당 안은 살인사건이 저질러질 수 있는 현장이 아니었다. 위령의 날 첫 미사에 참석한 사람은 ‘많아야 열다섯 명 정도. 그중 남자는 단 세 명, 성당지기와 종지기 그리고 매그레뿐(p.12)’이었으며 사람들은 성당 안 지정좌석에서 경건하게 미사에 참석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살인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p.15)’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영성체 후에도 성당 안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미사가 끝난 후 모두 걸어서 성전 밖으로 나가는데 생피아크르 백작 부인만 움직이지 않았다. ‘생피아크르 백작 부인은 죽어 있었다.(p.18)’
도대체 어떻게 살인이 일어날 수 있었단 말인가? 총소리가 들린 것도 아니다! 누구도 백작 부인에게 접근하지 않았다! 미사가 진행되는 동안 매그레는 그녀에게서 조금도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p.20)
이번 사건을 파헤치면서 매그레가 느낀 허탈함과 역겨움은 다른 사건에서 느꼈던 감정과는 성격이 다르다. 아름답게 포장하여 고이 보관하던 어린 시절 추억이 찢기고 더럽혀지는 걸 눈앞에서 목격했기 때문이다. 여성스러움과 우아함, 고결함 그 자체였던 백작부인은 ‘기둥서방이나 거느리는 살짝 맛이 간 늙은 여자로 전락해(p.50)’있었고 웅장하고 위엄 있던 성채는 먼지가 쌓여 볼품없이 변해 있었다. 성은 저당 잡혔고 농장도 모조리 팔아버렸다고 한다. 백작부인의 하나 밖에 없는 아들 ‘생피아크르 백작께선 머잖아 부도 수표 남발로 철창신세를 질 처지(p.51)’였다. 한 집안의 몰락과 살인사건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매그레의 움직임은 어린 시절 추억을 조금이라도 살려내려는 간절함이 묻어 있다.
매그레는 백작부인이 성당 안에서 어떻게 숨졌는지 알아낸다. 그리고 노부인 혼자서 지키던 가문이 몰락해버린 과정을 읽어낸다. 하지만 범인을 밝혀낸 장본인은 매그레가 아니었다. 이 사건은 공식적으로는 경찰이 관여하지 않는 살인사건이었기에 매그레가 할 수 있는 조치가 없었다. 대신 집안의 재산을 탕진한 아들로 등장하는 모리스 생피아크르 백작이 첫 이미지와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어 범인을 밝혀낸다. 어머니의 죽음과 집안이 몰락한 이유를 밝혀내면서 파산했지만 당당함을 잃지 않고 홀로설 수 있게 된 모리스 덕분에 착잡했던 매그레는 위안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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