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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그레 반장 시리즈 중 여섯 번째 이야기 『교차로의 밤(열린책들)』은 매그레 반장이 열일곱 시간동안 심문했지만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우아함을 지켜 낸 카를 안데르센을 풀어주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심문의 압박을 견뎌 낸 것도 대단하지만 매그레 반장을 먼저 지치게 만들었다는 점이 놀랍다. 카를 안데르센이 경찰청에 잡혀 온 경위는 이렇다. 아르파종의 ‘세 과부 교차로’에 위치한 안데르센의 시골집 차고에서 보험업자 미쇼네의 차가 발견되었다. 그런데 미쇼네의 차 안 운전석에 한 남자가 엎드린 채 죽어있었다. 그는 ‘이자크 골드베르그’라는 이름을 가진 다이아몬드 상인으로 밝혀졌다. 차고에 있어야 할 안데르센의 고물차는 미쇼네의 차고에서 발견되었다. 현재 드러난 사건의 정황에서 의문점은 두 가지다. 안데르센과 미쇼네의 차가 어떻게 뒤바뀌게 되었고, 다이아몬드 상인은 왜 미쇼네의 차 안에서 죽어있는 걸까?
카를 안데르센의 사건을 배정받은 코멜리오 수사 판사는 ‘1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절대 진상이 밝혀지지 않을 그런 사건이 될 겁니다! (…) 이 사건, 나에게나 당신에게나 두고두고 골칫거리가 될 겁니다.(p.15-16)’라며 도망 갈 생각부터 한다. 하지만 우리의 매그레 반장이 어떤 사람인가. 시합을 뛰기도 전에 걱정하거나 겁먹을 인물이 아니다. 포기도 모른다. 열일곱 시간동안 심문하느라 녹초가 된 매그레는 보험업자 미쇼네의 집과 안데르센의 집 그리고 정비소 주인의 집이 있는 ‘세 과부 교차로’로 향한다.
세 과부 교차로에는 딱 세 채의 집만 있다. ‘주변은 끝이 보이지 않는 허허벌판(p.24)’이다. 한적하고 외진 마을에 덩그러니 서 있는 세 채의 집 중 두 채의 집이 살인사건에 연루되었다. 안데르센은 다이아몬드 상인을 만난 적도 없고 미쇼네의 차가 왜 자신의 차고에 있었는지 모른다며 결백을 주장한다. 이 사건의 고소인인 보험업자 미쇼네는 할부로 구입한 차 걱정만 한다. 죽은 사람이 발견된 차는 필요 없다며 새 차를 요구한다. 살인사건에 대해서 아무것도 아는 게 없다고 주장하는 안데르센의 말은 진실일까? 보험업에 꼭 필요해서 어렵게 장만한 새 차에서 죽은 남자가 발견되어 낭패를 보게 된 미쇼네의 억울함은 진실일까? 다이아몬드 상인이 세 과부 교차로에 왔다는 건 세 채의 집 중 한 집에 볼일이 있어서가 아닐까? 총에 맞아 죽은 사람은 있는데 총소리를 들은 사람은 없고, 안데르센과 미쇼네의 차가 뒤바뀐 것도 본 사람이 없다. 세 과부 교차로에 있는 거라고는 세 채의 집뿐이고 적막한 고요뿐인데도 말이다.
미쇼네 부부 집 차고를 보세요. 반장님. 보험업자가 차라는 걸 소유한 지는 1년밖에 안 됐습니다. 그의 첫 차는 낡아빠진 고물 차였고요. 그는 도로 쪽으로 난, 저 판때기 헛간에 자물쇠 하나 달랑 채워 차를 넣어 두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그사이 차고를 하나 더 지을 시간도 없었고요. 그래서 범인은 저기로 6기통 새 차를 훔치러 간 겁니다. 그 차를 세 과부 집으로 몰고 가 철책 문과 차고를 열고 안데르센의 고물 차를 꺼낸 다음 그곳에 집어넣어야 했어요. 게다가 골드베르그를 운전석에 앉히고 가슴에 총구를 대고 쏘아 그를 살해해야 했죠. 그런데도 뭔가를 보거나 들은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알리바이가 있는 사람도 아무도 없고요! 반장님도 저와 똑같은 인상을 받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조금 전 날이 어둑어둑 해질 때 아브랭빌에서 돌아오는데, 완전히 방향을 잃은 느낌이 들더군요. 어째 이건 영 아니다 싶은 게 이번 사건이 비정상적인 성격을 띤 듯이 느껴졌어요. 왠지 가짜 같은…….(p.48)
이 사건은 매그레 반장이 아니었다면 미제로 처리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코멜리오 수사 판사는 포기할 생각부터 했으며, 뤼카 형사는 방향을 잡지 못할 정도로 이상한 것투성이기 때문이다. 매그레는 무엇을 확인하고 싶었는지 세 과부 교차로에 도착하자마자 안데르센의 집으로 향한다. 안데르센에게 볼일이 있었던 게 아니라 그의 누이를 만나기 위함이었다. 매그레의 수사 방향은 언제나 그렇듯 정확했다.
지금까지 매그레 반장이 맡은 사건은 숨겨진 사연이 밝혀져 안타까움을 자아낼 때가 많았다. 살인범에게 연민을 느낄 때도 있었을 정도다. 이번 사건 역시 밖으로 드러난 정황과 완전히 다른 진실이 숨겨져 있었다는 점은 다를 게 없다. 그런데 세 과부 교차로에서 은밀하게 일어난 사건의 진상은 추악하고 지저분해서 안타까움을 느낄 겨를이 없다는 게 다른 점이다. 아내를 보호하고자 누이동생이라고 속인 안데르센에게도, 남편을 보호하려고 거짓말을 한 미쇼네 부인에게도 애처로움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범죄 집단의 소굴이라기엔 미숙하고, 서투른 솜씨에 비해 잔인하다. 한마디로, 망측스러운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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