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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역사적 순간에 편한 길,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것 같은 길, 심하게는 학살자의 개가 되어 자신도 학살자의 길로 간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위험을 무릅쓰고 남을 돕거나 목숨 걸고 서슬 퍼런 권력에 반기를 든 이들도 있다. 지나간 역사 속 인물들의 행동을 보면서 보이는 반응은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나라도 정의의 편, 고통 당하는 사람들의 편에 섰을 거야!' 혹은 '어휴, 대단해. 나 같으면 그렇게 나서지 못했어'. 막연히 그렇게 말하지 말고 자신이 그 시대에 살았다면 어땠을지 제대로 따져보자고 하면서 책은 시작한다. 단 지금의 성정은 갖고 있지만 현재의 지식(역사적으로 어떻게 결말이 났는지, 결국 누가 승자가 되었고 누가 패자가 되었으며 후세의 사람들은 그 시대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은 없는 '나'를 상정해야 공정하다. 어려운 결단을 내릴 때 그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힘들지만 후세인이 봤을 때 정의로운 길을 포기하던 이들은 어떤 생각이었을까를 살펴본다. 어차피 히틀러가 이기게 되어 있으니 나는 그저 내 인생을 망치지 않는 것만 생각해야할 때라며 한발짝 물러서는 심리도 보고, 이건 명령이고 내게 주어진 임무니까 윤리적으로 꺼림칙하더라도 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던 이들의 상황도 다시 자세히 따져본다. 대세로 여겨지는 길을 가지 않고 힘든 길을 택해 행동한 이들의 대표격으로 샹봉쉬르니뇽이 있다. 한 마을이 힘을 합쳐 위험에 처한 유태인 아이들을 구한 마을이다. 이들은 자신의 의인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고 자신의 (의로운) 행동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자신들을 찾아왔다는 것만으로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말한다. 눈 앞에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있는데 어찌 모른 체 할 수 있냐는 것. 그러나 그 시절 많은 이들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는 체하고 싶어했다는 점을 이제 우리는 안다. 그리고 또 인상적이었던 인물은 소자 멘데스. 포르투갈 영사로서 프랑스에 있던 그는 자신의 행동이 생명이 위협받는 이들의 문제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듣게 되자 사흘 밤낮을 침실에 틀어박혀 뒤척인다. 그러다 결심을 굳히고 나온 후로는 상부의 명령(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14호 공문)을 따르지 않고 난민들에게 포루투갈 비자를 마구(!) 발급해댄다. 비자 발급 권한을 상실하게 되자 직접 난민 무리를 인솔해 가서 지령 전달이 늦은 국경 초소를 통해 국경을 넘게 해준다. 결국 그는 공직에서 쫒겨나 극도의 궁핍 속에 생을 마감했고 1995년에야 훈장을 추서받는다. 그의 행동에 가족들도 몹시 반대했고 자신도 공무원으로서의 역할 앞에서 갈등이 컸을 것이다. 아마 그래서 사흘 동안 침실에 틀어박혀있었던 것일 터이다. 현재의 역사적 지식을 갖고 보면 그가 한 행동이 올바르지만 당시로서는 아직 아우슈비츠에 대해 알려진 바도 없고 공문이 금하는 비자를 발급하는 행위가 오히려 범법행위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그는 존재하지도 않는 문제를 통째 만들어내어 법적, 정신적 틀 바깥으로 뛰쳐나가 투쟁에 참여한 창조적 인물이라고 피에르 바야르는 평한다. 이쪽에 줄 선 사람들 對 저쪽에 줄 선 사람들의 심리와 사고를 꼼꼼히 추측해보는 책이다. 감정이입을 하고, 내적 강압을 이기고, 내적 망설임을 극복한 이들. 우리는 이들을 기억해야 한다. 마음은 훈련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