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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들[지은이 김겨울, 펴낸 곳 시간의 흐름, 110쪽]을 읽고
작은 시집. 그리고 시적 언어는, 그리고 시집에 수록된 시들은 성경의 우화에서 유래한 전통적 우화 형식을 빌린, 시인의 첫 시집이란다. 나는 제목에 현혹이 되어, 가령 이솝의 우화가 생각나듯, 우화라는 단어에 마음이 가 주문하였고, 받자마자 책을 펼쳤으며 읽기 시작했다. 아니다, 김겨울이라는 필명(?)에 혹했는지도 모르겠다. 왜 겨울일까? 퍽 추울 텐데, 어쩌면 춥고 배고플지도 모르는데, 더구나 시인이니. 나만의 편견에 빠졌다는 사실만은 인정하면서 다시 줄기차게 읽어 나간다.
...... 점에는 부피도 깊이도 무게도 없으므로, 오로지 허공의 모든 곳에 자신이 있다는 사실을 믿기만 하면 된다. 허공에 고향을 지을 수 있다. 정말로 그렇다.
시인의 말을 읽으면서, 흔한 말로 철학적이네!, 그리 말할 순 없고 인간 존재의 근원적 질문을 탐구한다고 제법 그럴 듯한 말로 시인의 내면을 들쑤셔 본다. 시집의 안내서 역할을 하고 있는 첫 시 ‘무한히 열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은 지금 이 삶을 이해할 수 없어 고통스러운 화자를, 우화 형태로 빗대고 있다.
(중략) 그는 오랫동안 문고리를 바라보았다 오랫동안 문고리를 바라보면서 짐을 쌌다 (중략) 노새는 불만이 많았으나 묵묵히 그를 따라다녔다 그에게는 무성한 소문이 붙어 다녔는데 그것은 그만이, 오로지 그만이 신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는 루머였다 (중략) 다른 이 아닌 그를 위한 단 하나의 예언이 있었다 (중략) 너는 홀로 말하지 않는 자가 되고 난 후에 가진 모든 것을 가장 멀리 버리라 그러면 비로소 모든 것을 기억하리라 (중략) 그는 가진 모든 것을 가장 멀리 버리기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이 무엇인지 셈해보았다 (중략) 모든 것을 버리라는 말은 그야말로 모든 것을 버릴 만큼의 각오를 가지고 버리라는 뜻이었고 그는 (중략) - ‘무한히 열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 일부
그는 신의 말씀, 신의 예언이 어딘가 계속하여 먼 곳을 향하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는 홀로 말하지 않는 자가 되어야 함도 안다. 그가 가진 모든 것을 버리기 위해 스스로 가진 모든 것이 무엇인지, 얼마만큼 이나 되는지, 따져보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고통스러워 해야 한다. 시험에 들지 않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모든 것을 버릴 만큼의 각오를 가지고 버리라는 뜻이었음을, 그러한 정언이었음을 얘기하고 있다.
(중략) 여기에 반드시, 반드시 남는 항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세상이 설명되지 않는단 말입니다 (중략) 이 남는 항에 우리의 고향이 있습니다. 쓸모 없어서 남겨진 항이 아니라 이 항만이 의미 있기 때문에 등식에 포함되지 않는 것입니다. (중략) 그러나 그 슬픔 없이 우리를 설명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 슬픔이 우리를 태어나게 했다고, 우리의 등을 밀어주고 있다고 어떻게 말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슬픔에, 그 슬픔에, 무엇이 없겠습니까? - ‘생의 기원‘ 일부
고통스러운 현실, 그 슬픔이 정말 우리가 살아가는데, 살아가는 힘의 원천이 될 수 있을까? 우화는 분명한 교훈적 메시지의 전달을 목적하는 비유적인 형식의 서사 담화라고 한다. 이 교훈적 메시지를 전달함에 따라 실제 삶에 일정한 도덕적, 윤리적 메시지를 전언하는 것이 우화의 형식적 미학이고. 그럼에도 가슴이, 심정이 받아들이는 건 매우 쉽지 아니하다. 고개는 끄덕거리면서도.
지난 일요일에 유난히 민원이 많았다 동료들은 그냥 빨리 다음 패치를 적용 하라는데 버그가 아닌 게 없어서 그냥 두고 있다고 말은 못 했지만 아무튼 그러겠다고 했다 동료가 어깨를 툭툭 치고 지나갔다 (중략) 아직 답장 못 한 메일들 (중략) 이에 대해 본지의 기자가 약 3개월 간의 심층 취재 끝에 결론을 내렸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다! (중략) 그렇지 않고서야 이럴 리가 없다. 그렇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게 정신을 차려보니 (중략) 정말 중요한 것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선택들이 벌어졌고, (중략) 제가 취해온 조치들이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다시금 평가 보고서를 작성하여... - ‘출근‘ 일부
시인이 행정 경험이, 직장 경륜이 대단하구나, 하는 탄복을 한다. 시는 경험 에서 비롯되는 건가? 잠시 고민 아닌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직장인이라면, 심사분석이거나 심사평가라는 과정을 겪기도 한다. 인생도, 삶도 수시로 그런 평가를 하게 만들곤 하지. 잘 모르고 그냥 지나쳐서 문제일 수 있지만. 그러한 고통스러움이 비로소 누적되어야만 비로소 머리를 탁! 치며 순간 깨우침이 오기도 하지. 삶을 지탱하는 슬픔 속에서도 그렇게 스스로를 깨고 나오는 연민 같은 시절 들이 있다. 그래, 현대인의 실존적 고민......
[뒷이야기] 김겨울 시인은 작가, 독서가, 애서가라는 소개가 뒤따른다. 한때 음악을 만들었고 지금은 종종 시를 짓는다.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을 운영하며 MBC FM 라디오 DJ를 맡고 있다. ‘책의 말들’, ‘아무튼, 피아노’를 비롯한 여러 권의 책을 썼다. 자신을 ‘텍스트가 길러낸 자식’으로 여겨도 제법 정당할 것이라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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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성자의 모든 리뷰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스포일러에 예민하신 분들은 리뷰 확인에 주의 바랍니다. 시간의흐름 출판사, 김겨울 작가 <우화들> 리뷰입니다. 오래도록 기다린 좋아하는 작가의 첫 시집이라 받자마자 읽었습니다. 맘에 닿는 시를 몇 편 건져서 기뻤네요. |
유튜브로만 봤던 김겨울 작가님입니다! 시집을 냈다고 하셔서 구매 했습니다! 김겨울 작가님 책은 처음인데 유튜브에서 시인의 말 읽어 주셨는데 그 내용 듣고 구매 각이다 싶어서 바로 구매 했습니다 시집은 마냥 어렵기만 해서 많이 망설였지만 작가님 시집이라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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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의 독서 지평을 넓혀 준 김겨울님의 시집이 나왔다는 기쁜 소식을 듣고 바로 구입했습니다. 역시, 저에게 시는 어렵고 또 어려운 분야라 쉽게 읽히지는 않지만, 하루 한 작품은 소리내어 읽겠다는 생각으로 곁에 두고 있습니다. 책 디자인도 너무 예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