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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머컬처로 생명농업을 실천하다 박용범 독서작가(2022년)
모든 농산물을 시장에 팔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먹을거리를 꼭 시장에서 사 와서 먹을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다. 농장에서 해충을 막기 위해서는 천적인 새를 농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현재 우리의 식량생산, 유통, 소비체계는 광역을 넘어 글로벌한 수준이다. 어느 지역에서 생산하든 원하는 소비자를 찾아 어디라도 찾아간다. 지구 반대편까지도 갈 수 있다. 〈한겨레신문〉이 2004년 7월 31일 대형마트에서 장을 본 도시 소비자의 장바구니를 조사하여 품목별로 이동거리를 합산했더니 총 11만 5천 킬로미터를 이동한 식품을 구매했다고 한다. 석유자원을 쓰지 않고 농사를 지으며 더 나아가 생활까지 하고 있는 마을이 있다. 호주의 크리스탈워터즈 생태마을이다. 목이 말라 물을 찾았더니 지붕과 연결된 빗물탱크에 달려 있는 수도꼭지를 가르쳐주며 머크컵으로 받아먹으라고 한다. 빗물을 먹는다는 찝찝한 생각에 부엌의 조리대에 달려 있는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을 끓이고 있어 그 물은 무슨 물이냐고 물어봤더니 빗물탱크에 연결돼 여전히 같은 대답, 빗물이었다. 마을의 지표수와 지하수는 수량이 많지 않고 깨끗하지 않아서 사용하는 물의 대부분은 빗물이었다. 집집마다 빗물탱크가 있는 것은 물론이고 비상시를 대비해서 마을 전체가 관리하는 빗물탱크도 있었다.
퍼머컬처는 새로운 이론이기보다는 기존의 생태학, 환경학, 토양학, 재배학, 식물학, 동물학, 건축학, 조경학, 더 나아가 경제학, 사회학, 심리학의 이론과 방법을 현실에 적용하여 지속 가능한 농장, 지속 가능한 마을,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체계화한 것이다. 퍼머컬처의 기본 바탕에는 '자연을 닮게 하라.'라는 생각이 흐르고 있다. 자연의 중요한 특성 가운데 하나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퍼머컬처는 '무엇이든 다양하게 하라'를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고 있다. 다양성을 밭에 적용하면 한 가지 작목만 심는 것이 아니라 여러 작목을 섞어 심는 간작, 여러 작목을 섞어 심는 혼작을 실현해왔다. 실제로 숲이 병충해에 망가지지 않는 것은 다양한 나무와 풀이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이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을 만들어주고 그다음은 자연에 맡기면 자연이 알아서 해준다. 게다가 자연은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것보다 훨씬 아름답게 만들어주기까지 한다. 농촌의 집은 넓어야 할 이유는 없다. 건축비도 많이 들지만 유지관리비, 특히 겨울의 난방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농촌에서 실내 공간은 그다지 효용이 높지 않다. 신선한 공기와 피톤치드, 꽃내음을 맡을 수 있는 시골에 와서 실내에 틀어박혀 살 이유가 없지 않은가. 집을 계획할 때는 '작고 소박한 집에 우주가 담긴다'라는 말을 새길 필요가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집을 지을 때 건축비가 더 들더라도 패시브 하우스를 짓는 것이 낫다고 조언한다. 매년 들어가는 에너지 비용을 생각하면 더 경제적이라는 것이다.
P79 정 목사의 고추밭에는 하얀 짚이 꽤 두껍게 깔려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볏짚이 아니었고 건조된 잡초였다. 정 목사는 고추밭의 잡초들을 뽑거나 잘라 계속적으로 다시 고추밭에 깔았던 것이다. 짚처럼 변한 잡초 더미를 헤치고 보니 초겨울임에도 토양 위에 하얀 곰팡이가 탐스럽게 피어 있었다. 뿌리 덮개의 재료로 사용한 잡초 더미가 토양에 적절한 환경을 만들어주어 곰팡이가 피고, 이 미생물들의 작용으로 뿌리 덮개의 유기물이 분해되면서 토양에 지속적으로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상태가 된 것이다. 또한 정 목사의 고추밭에는 이랑과 고랑의 구분 없이 배추가 자라고 있었다. 정 목사는 곧 추워지는데도 굳이 뽑지 않고 있었다. 추워지면 얼지 않게 묶어놓았다가 배춧국도 끓여 먹고 겉절이도 해먹는데 봄까지 남아있는 배추의 잎은 고추밭에 깔아준다고 한다. 고추밭은 고추 수확 후에는 대개 비어있다. 그래서 고추를 수확하기 전에 배추씨를 흩뿌려놓으면 토양에 남아있는 영양분과 가을 햇빛을 이용해 배추가 자라고, 그 배추는 유기물질이 되어 고추밭으로 돌아간다. 결국 배추를 키워 뿌리 덮개의 재료로 사용한 셈이다. 배추를 키우지 않았다면 다음 해에 고추를 키우기 위해서는 비료를 뿌려야 한다. 배추로 더 많은 유기물질이 토양에 돌려진 만큼 고추밭에 비료는 덜 필요할 것이다.
《농, 살림을 디자인하다(임경수 저)》에서 일부분 발췌하여 필사하면서 초서 독서법으로 공부한 내용에 개인적 의견을 덧붙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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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 살림을 디자인하다 /저자 임경수/출판 들녘/ 발매 2013.10.30.
P188 우선 농장을 만드는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노후에 편안한 농촌 생활을 원하는 것인지, 생활이 가능한 소득을 얻어야 하는 것인지, 보다 경제적인 수익을 중점에 둘 것인지, 마을이나 지역에 필요한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를 결정한다.
농장 계획과 설계가 고정불변의 것은 아니다. 농장은 공장처럼 한 번에 모든 시설을 만들어 장치에 열쇠를 꽂고 시동을 걸어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기반 시설을 만드는 일, 집을 짓는 일, 작목을 심는 일, 심은 작목을 관리하고 동물을 키우는 일, 필요한 공간과 시설을 만드는 일 등 다양한 일을 우선순위에 따라 길게는 10년이 넘게 하나씩 해나가야 한다.
P70~71 가든(garden)은 농장(farm)에 비해 그 크기가 작고 자급을 위한 텃밭을 포함하는 아기자기한 소규모 농장을 의미한다. 꽃과 나무, 먹을 수 있는 채소를 어우러지게 만드는 일을 가드닝이라고 한다.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작물도 꽃이 피고 열매를 맺으면서 다양한 색깔을 연출한다. 또한 작물 자체가 다른 관점에서 보면 매우 아름다운 조경 소재이기도 하다. 양배추의 일종인 꽃양배추는 식용보다 관상용으로 심는다. 가드닝을 통해 정원 같은 텃밭을 만들 수 있다. 네모반듯하고 비닐로 멀칭한 텃밭이 아니라 아기자기한 모양과 다양한 소재로 구축을 하고 여기에 꽃, 열매, 잎 등 작물의 특성을 어우러지게 하여 텃밭을 만들 수 있다. 이러한 텃밭을 '채소정원' 혹은 '정원형 텃밭'이라 한다.
버려야 산다. 우선 농장을 계획할 때 미리 생각하면, 쓸데없이 써야 하는 상업적인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자급용 채소밭은 가까이에 둔다. 닭은 방목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자급을 위한 과수원과 유실수 텃밭을 조성한다. 양봉으로 꿀을 자급한다. 호주에서는 닭을 이용해서 밭을 가는 닭 경운기(chiken tractor)를 쓴다. 농작물을 수확한 후 닭을 밭에 풀어놓으면 부산물을 먹고 곤충을 잡기 위해 흙을 헤치며 다니면서 땅을 갈고 똥을 싸 비료를 공급한다. 농촌의 집이 넓어야 할 이유는 없다. 건축비도 많이 들지만 유지관리비, 특히 겨울날 난방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농촌에서 실내 공간은 그다지 효용이 높지 않다. 신선한 공기와 피톤치드, 꽃내음을 맡을 수 있는 시골에 와서 실내에 틀어박혀 살 이유가 없지 않은가. 집을 계획할 때는 '작고 소박한 집에 우주가 담긴다'라는 말을 새길 필요가 있다.
P179 정 목사는 고추밭에는 하얀 짚이 꽤 두껍게 깔려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볏짚이 아니었고 건조된 잡초였다. 정 목사는 고추밭의 잡초들을 뽑거나 잘라 계속적으로 다시 고추밭에 깔았던 것이다. 짚처럼 변한 잡초 더미를 헤치고 보니 초겨울임에도 토양 위에 하얀 곰팡이가 탐스럽게 피어있었다. 뿌리덮개의 재료로 사용한 잡초 더미가 토양에 적절한 환경을 만들어주어 곰팡이가 피고, 이 미생물들의 작용으로 뿌리덮개의 유기물질이 분해되면서 토양에 지속적으로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상태가 된 것이다. 또한 정 목사의 고추밭에는 이랑과 고랑의 구분 없이 배추가 자라고 있었다. 정 목사는 곧 추워지는데도 굳이 뽑지 않고 있었다. 추워지면 얼지 않게 묶어놓았다가 배춧국도 끓여 먹고 겉절이도 해먹는데, 봄까지 남아있는 배추의 잎은 고추밭에 깔아준다고 한다. 고추밭은 고추 수확 후에는 대개 비어 있다. 그래서 고추를 수확하기 전에 배추씨를 흩뿌려 놓으면 토양에 남아 있는 양양분과 가을 햇빛을 이용해 배추가 자라고, 그 배추는 유기물질이 되어 고추밭으로 돌아간다. 결국 배추를 키워 뿌리덮개의 재료로 사용한 셈이다. 배추를 키우지 않았다면 다음 해에 고추를 키우기 위해서는 비료를 뿌려야 한다. 배추로 더 많은 유기물질이 토양에 돌려진 만큼 고추밭에 비료는 덜 필요할 것이다.
《농, 살림을 디자인하다(임경수 저)》에서 일부분 발췌하여 필사하면서 초서 독서법으로 공부한 내용에 개인적 의견을 덧붙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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