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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세상을 보았다. 세상은 시로 가득했다.
시인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이 궁금해 책을 펼쳤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두 편의 시.
맨 먼저 본 나뭇가지이겠지 지는 꽃잎을
조소
고요함 속 떨어져 서로 스치는 꽃잎 소리
미우라 조라
꽃이 지고 하나 둘 떨어져 내린다. 그것을 지켜보는 나뭇가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생의 시작과 끝을 지켜보는 나무는 그저 고요하다. 떨어져 서로 스치는 꽃잎 소리가 들릴 정도로
하이쿠를 읽다보면 어느 순간 내가 하이쿠 속의 한 존재가 된다. 나무가 되고 떨어지는 꽃잎이 되고 또 그것을 지켜보는 자가 되고
그 순간 마음은 순해지고 눈은 뜨거워진다. 때론 어떤 떨림이 눈물처럼 밀려와 심장을 건드리고 때론 저 깊은 심연 어딘가로 꽃잎 하나를 떨어 뜨린다. 떨어진 꽃잎은 고요히 파문을 일으키고
그렇게 시와 만나는 세상은 아름다웠다. 세상의 모든 꽃들은 이렇게 말하며 진다고 자크 프레베르가 썼던 글귀처럼
죽도록 말해 주고 싶어요 삶은 아름다운 거라고
시인이 바라보는 세상이 궁금해질 때 시를 만나고 싶을 때 나는 이 책을 펼친다. 그러면 세상의 모든 사물들이 시는 여기 있다고 말해주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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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 친구가 운영하는 용인의 수학학원을 방문했다. 30년 지기임에도 그와 단둘이 오랫동안 얘기를 나눈 기억이 별로 없다. 비록 그 친구가 평소에 말이 적은 타입이긴 하지만 말이다. 기우였다. 우리가 살아온 오십의 세월은 그깟 어색함의 강따위는 쉽사리 건너갔고 삶에 대한 진지한 생각과 태도는 우리의 소통의 텐션을 기분좋게 높여 주었다. 따뜻한 가을의 오후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나설때 친구는 내게 두툼한 책을 건냈다. “너 온다고 해서 준비했어” 라는 달콤한 말과 함께. 직장 상사가 술자리에서 읍조리던 하이쿠가 이책안에 모두 담겨져 있었다. 유시화 선생의 해설은 유용한 길라잡이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