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 지은이 : 박신영 펴낸곳 : 도서출판 바틀비 제목이 재미있다. ’백마 탄 왕자‘ 생각만해도 멋진 이미지이다. 그런데 ’떠돌아다닌‘다고? 뭔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는 느낌이다. 그런데 그것이 진실이고, 속사정이다. 이 책은 동화 속, 명작 속, 고전 속의 실제 배경과 그로인한 인과관계들을 속속들이 밝혀준다. 우리는 이야기의 ’캐릭터‘에 집중한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주인공의 상황과 환경, 그리고 그로인한 감정선에 집중한다. 그러나 그 배경들을 알게되면, 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힘을 갖게 해주는 책이다. 또 다른 선택 말이다. p.11 ”다른 이야기를 알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다른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작가님의 시리즈 출간 서문이다. 이 책은 시리즈의 첫 편이다. 그리고 서양사 속편격인 [고양이는 왜 장화를 신었을까]가 출간되고, 이후 동양사편, 한국사편, 여성사편이 시리즈로 출간 예정이다. 이 시리즈의 명확한 목적이 담긴 서문을 통해 독서의 방향을 잡아갈 수 있었다. p.20 하지만 장남으로 태어나지 않았어도 왕이 되는 확실한 방법이 있었다. 결혼이다. 이웃 나라의 외동 공주나, 딸만 있는 왕가에서 첫째 딸로 태어난 공주랑 결혼하는 것이다. 책 제목의 의문점은 일단 풀고 들어가야하지 않을까? 백마 탄 왕자들은 ’왕 지망생‘이었던 셈이다. 어쩐지 공주가 있는 곳에 꼭 왕자가 나타나더라니... p.56 문학과 역사 속의 빨간 머리 여성들은 고난을 이겨내는 매력적이고 주체적인 주인공으로 기억하자. ‘빨간 머리 앤‘ 시리즈는 인기가 높다. 서울 국제 도서전에서도 하나의 독립 부스 전체를 장식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앤의 일생을 담고 있는 이 책의 분량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 앤의 빨간 머리가 소설이 출간된 당시의 사회상과 사람들의 인식(편견)이 담겨져 있었다는 것은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물론 앤과 다른 역사 속의 빨간 머리 여성들은 고난을 이겨내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되었다. p.271 또 다른 어딘가에서 새로운 마르코들의 ‘엄마 찾아 삼만 리‘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어린 시절 동화로 너무나 좋아했던 책이다. 그 시절의 동화 그림이 문득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야기 속의 가슴 아픈 역사는 현재 시점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시간을 초월해 현실을 돌아보는 힘. 이것이 좋은 이야기의 힘이라고 작가님은 말한다. p.294 [안네의 일기]를 읽은 독자들은 이 책에서 안네와 안네의 가족이 겪는 비극만 보지 않았으면 한다. 전세계적으로 전쟁은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크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여전히 진행중이다. 그러니 어찌 [안네의 일기]가 먼 옛날의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루 빨리 전쟁이 종식되어 평화가 찾아오길 기도해본다. p.318 세상은 이야기를 만든다. 시대와 사회 현실을 반영하여 형성된 이야기는 다시 그 이야기를 즐기는 사람들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형성한다. 이렇게 이야기는 세상을 만든다. 작가님의 마지막 정리글에서 나또한 엄청난 통찰을 깨우쳤다. 위 문장이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깨우침이다. 이야기의 힘이 이토록 세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우리는 다른 시각과 입장, 배경 지식들을 알아가며, 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고, 또 다른 이야기들을 창조할 수 있다. 그것이 책을 읽는 독자의 힘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아본다. 그리고 어린시절 좋아했던 동화 속 이야기들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엿볼 수 있어 더 좋았다. 이제 우리도 새로운 이야기들을 창조해보도록 하자. #백마탄왕자들은왜그렇게떠돌아다닐까 #바틀비출판사 #책추천해주는여자_minimi#책추천해주는여자 |
|
명작 속에 숨은 반전의 세계사를 만난다. 큰 나라의 경우 왕자들은 태어난 순서대로 왕, 공작, 백작 등의 지위와 평생 먹고살 수 있는 영토를 받는다. 그런데 작은 나라의 경우에는 왕자들이 많으면 문제가 생긴다. 안 그래도 작은 영토를 분할해주면 국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부모의 지위를 계승하는 맏이를 제외한 다른 왕자들은 스스로 알아서 인생을 개척해야 했다. 부모들은 남은 아들들의 장래를 걱정하여 가톨릭 교회의 성직 자리를 사주기도 했다. 당시의 추기경이나 대주교 같은 고위 성직에는 영지가 딸려 있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수입이 보장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따분한 성직이 체질에 안 맞는 둘째, 셋째 왕자들 중 일부는 무공을 떨쳐 큰 나라에 용병 대장으로 고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장남으로 태어나지 않았어도 왕이 되는 확실한 방법이 있었다. 결혼이다. 이웃 나라의 외동 공주나, 딸만 있는 왕가에서 첫째 딸로 태어난 공주랑 결혼하는 것이다. 왕자들이 떠돌아다니는 또 다른 이유는 중세 기사 수련 방법인 '편력기사 생활'을 들 수 있다. 기사의 아들들은 10세 이전에 부모곁을 떠나 다른 상위 주군 기사의 시종 노릇을 해야 했다. 그들은 정의감이 넘쳐서 용과 마법사를 무찌르러 다니는 낭만적인 모험가들이 아니었다. 편력기사 생활을 하며 일거리와 부자 처갓집을 찾고 있는 떠돌이들이었다. 반면 공주들이 많은 가난한 나라의 경우는 어땠을까. 대개 첫째 공주만 국가안보를 위해 투자하는 셈으로 거액의 지참금을 들여 동맹을 맺은 나라의 왕자나 왕과 정략결혼을 시켰다. 다른 공주들은 결혼 지참금보다 싼 기부금과 함께 수녀원에 평생 맡겨졌다. 당시 사람들은 세상을 두 개의 우주로 나누어 보았다. 자신의 집 안이나 나무판자 벽으로 둘러싸인 마을,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는 안전한 소우주였고 외부의 세계는 대우주였다. 태어날 때부터 늑대인간이고 마녀였기 때문에 그들이 숲에서 살게 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어떤 이유 때문에 마을 밖 숲으로 쫓겨났고, 대우주에서 살았기에 더욱 위험한 존재로 여겨졌다. 빨간 모자가 숲에서 만난 존재는 어쩌면 사람이 그리워서 말을 걸었을 뿐인 외로운 늑대인간일 수도 있다. 헨젤과 그레텔이 숲에서 길을 잃고 만난 할머니는 마녀가 아니라 잠자리를 제공하고 배불리 먹여준 은인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피는 부는 사나이 전설에서 피린 부는 소년 십자군 선동가의 연설을, 사라진 아이들은 노예로 팔려가거나 지중해에서 익사한 소년 십자군 아이들을 의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서북부 유럽에서는 빨간 머리가 마녀로 여겨지지만 흑발에 갈색 눈이 다수인 남부 유럽에서는 오히려 푸른 눈을 가진 여자가 마녀로 몰렸다는 사실이 이런 소수자에 대한 박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민중들은 봉건 체제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대신에 만만한 유대인에게 화풀이를 했다. 이에 영주들은 불만을 품은 민중이 유대인 촌락을 습격하고 불 지르는 사태를 방관하거나 오히려 조장하기도 했다. 천한 종지기 꼽추가 고귀한 신부를 던져버리는 이 순간, 기도하는 사람, 싸우는 사람, 일하는 사람이라는 중세적 신분 구분이 사라지고 자신의 순수한 욕망만을 추구하는 근대적 개인이 새롭게 탄생한다. 잔 다르크가 신의 음성을 들은 성녀인지, 아니면 악마의 음성을 들은 마녀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입장에 따라, 즉 각자의 현실적 이익에 따라 달랐다. "드라큘라"와 실존 인물 드라큘라의 역사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흡혈귀가 아니라 각자가 세상을 보는 방식이다. 타자와 타문화에 대한 뿌리 깊은 차별과 편견, 불안과 공포가 육체를 입어가는 과정이다. @withbartleby #백마탄왕자들은왜그렇게떠돌아다닐까 #박신영 #바틀비 #명작 #반전 #세계사 #인생 #왕자 #개척 #편력기사 #떠돌이 #박해 #비판 #신분 #욕망 #입장 #차별 #편견 #불안 #공포 #시대 #책 #도서 #독서 #철부지아빠 ![]() ![]() ![]() ![]()
|
| 이 책에서 다루는 동화들은 '약자들의 이야기'라는 공통점이 있다. 떠돌이 왕자는 직업을 찾는 백수들이었고, 늑대인간과 마녀는 공동체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사람들이었다. 위즐리는 켈트족의 머리색을 가졌다고 비난받았고, 언제 추방될지 몰라 부동산을 가지기 힘들었던 샤일록은 고리대금업을 한다는 이유로 경멸받았다. 동화 속에서 약자들은 현실에 고통받거나, 분노했으며 때로는 그런 현실을 이겨냈다. 그래서 어쩌면 동화는 스트레스를 풀 마땅한 방법이 없던 시대에, 소외된 사람들의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주는 수단이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