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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일기를 읽고 든 생각은 어떤 점에서는 소공녀의 현실판이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안네는 은신처에 갇히지 않았더라도 일기를 쓰고 작가를 했을 것 같다. 나이에 비해 글도 잘쓰고 성숙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굉장히 독립적인 성격으로 남에게 잘 의지하지 않으려고 하고 사람들의 행동과 동기를 예리하게 관찰해 적는다. 일기 문학의 전범으로 간주해도 될 정도로 일기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다. 전쟁과 인종차별은 안네라는 개인과 가족들의 일상을 강탈하고 achterhuis에 몰아넣는다. 그럼에도 삶은 계속된다. 불평이 이어지고 서로 시기질투도 한다. 인간적인 모습이 드러나는 부분들이 적잖다. 아주머니를 싫어하고 치과의사 선생님도 그렇다. 어머니에 대한 실망과 페터에 대한 사랑이 노골적인데 다르게 말하면 너무도 순수하다. 만약 중견 작가가 아이의 심리를 묘사한다면 노골적일 수는 있겠지만 아이가 아니기에 순수하지 않고 모호하게 된다. 그러나 안네는 그정도에 필적하는 필력으로 자신의 감정과 상황 및 행동을 설명하기 때문에 피터와의 사랑은 순수를 넘어 솔직 진솔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더 강렬하다. 케르테스의 운명처럼 나치치하 유대인들은 절망 속에서 삶이 계속 주어졌다. 이어지는 에페소드들은 안네의 글빨로 인해 너무도 생생하고 지겹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도 나타난 재기발랄함이 안네가 가진 엄청남 강점이다. 조그마한 다락방에서 뭔 일이 많이 일어나나 싶지만 정말 한정적인 일들에서 새로운 것들이 막 알록달록 뿜어져 나온다. 이는 안네의 상상력과 삶에 대한 의지 자체에서 나온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을 것 같다. 안네는 achterhuis에서 사춘기 2년을 지냈다. 그 나이때는 외부 자극들에 매우 예민한데 어쩌면 한정된 공간과 상황이라는 환경이었기 때문에 일기가 이렇게 응축적으로 쓰여진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문학천재 사춘기 소녀는 그 많은 것을 느꼈다. 그리고 글쓰기에 대한 엄청난 열정이 있었다. 시간이 꽤 많으니 그리고 심심하니, 그리고 절망을 잊기위해서 이렇게까지 섬세한 열정을 들여서 일기를 썼을 것이다. 안네가 글을쓰고 경험을 하며 성장하는 내용은 사춘기 소녀의 성장과정이 온전히 담겨있다. 어린 나이에 좌절하지 않은 것만 해도 기특한데 그녀는 많이도 자랐다. 인격적으로 성숙하며 스스로 결정하고 앞으로 미래를 만들어가고 내적 외적으로 건전하게 성장했는데 아무리 봐도 약간의 아버지의 영향과 더불어 안네 스스로 태어나기를 강한 성격과 글재주때문으로 보인다. 완전판이라고 소문이 많았다. 노골적인 성 묘사, 양성애, 몇몇 사람들에 대한 증오 등등. 그러나 오히려 나는 안네가 얼마나 선량하고 잘 컸는지만 눈에 들어온다. 실제와 약간의 차이야 있겠지만 일차적으로는 이게 소설이 아니라 기록이라는 점이 대단해 보인다. 학교교육을 받아도 안네처럼 남들에게 편견없이 주어진 상황에서 희망을 갖고 독립적으로 미래를 만들어나가려는 것. 스스로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페터와 부모님에 대해서 역시도 의존보다는 판단을 내리며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안네는 끝무렵에 자신에게 두가지 자아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촐랑이는 연극배우, 한명은 고독하고 우울하며 순수한 자신)이다. 수많은 독서와 인간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불가능 한 것 같다. 페터와의 사랑도 한몫한다. 축약본에서는 늘 페터와 썸타는 사이 정도로만 나와서 애매하게 느껴졌다. 분명 한 지붕아래 사는 두 청춘남녀가 썸만 타다 끝난다고? 역시 아니었다. 이들의 사랑은 갇힌 공간에수 펼쳐진 진하고 낭만적인 사춘기 로맨스였다. 한 인간의 경험이 온전히 보존된 기록을 읽으며 간접경험을 한다는 점에서 읽기의 영광을 누렸다. 한 개인이 교양을 쌓으며 독립적으로 성장하는 이야기이기도 한 것이다. 유대인, 여성, 홀로코스트 피해자라는 틀로만 읽히기는 너무 아깝다. 안네의 성품과 재능을 감상해야한다. 안네는 다툼과 전쟁으로 인해 계속 질문한다. 대체 왜 싸우는 것이냐고 부르짖는다. 자기가 당한 상황을 불평한다. 그래도 글쓰기와 희망, 미래에 대한 생각으로 버티고 끝에가서 신앙심 이야기까지 하는데 참, 삐뚫어지고 반항적이 되어도 모자랄 판에 기특하다. 유대인에 대한 내용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자신은 네덜란드인이 되고싶다고, 자기의 나라가 갖고싶다고 말한 장면은 눈물겨웠다. 유대인은 늘 나라가 없고 한사람이 잘못해도 모든 유대인이 욕들어먹는다는 인종차별에 대한 설움은 지금도 유효한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프다. 짐멜이 말한 이방인. 잠재적으로 늘 언젠가 떠날거라고 생각되는 영원한 타인 말이다. 그러나 안네는 일기에 이기적으로 자신들의 아픔만 쓰지는 않는다. 네덜란드와 나치를 비판하지만 욕을 하지는 않는다. 조롱정도로 끝난다. 나아가 일기에서 비중있게 등장하는 이들은 은신처 식구들뿐만이 아니다. 미프, 베프, 클라인씨 등등 그들을 도와준 사람들의 안부와 도움을 일일히 다 기록한다. 어떻게 이렇게 사려깊을 수 있을지.. 도움에 대헤서 감사하고 이들을 사랑하는 안네. 그녀는 베프의 실연, 클라인씨의 수술 등을 걱정하고 그들을 진심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내용들을 모두 써서 조력자들의 선행도 세상에 알렸다. 정말 은신처에서 가장 어린 인간이 가장 많고 위대한 일을 해냈다. 사랑과 희망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6개월 전에 안네 프랑크 하우스를 가서 더 실감이 났다. 그들의 행동이 하나하나 잘 드려졌다. 안네 프랑크라는 인물이 살았고 희망했고 고통당했고 썼다는 것이 좀처럼 현실로 다가온다. 창문으로 봤던 프린센 흐라흐트 운하와 탁 트이고 가구하나없이 창으로 햇빛이 쏟아지는 다락방(거기서 피터와 안네가 사랑을 나눴던 것이다.), 어둡고 십대 소녀답게 배우 포스터가 붙어있던 안네의 방 등등 역사의 한 부분이고 그 증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