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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보일이 동화를 썼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의아하지 않았다. 자연스럽다고 혹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의 시에서 풍기던 동심(動心)은 동심(童心)으로 들어가는 문이라고 여기곤 했기 때문이다.
주인공 아이가 모과라는 매개체를 발견해 낸 것은 호기심이다. 호기심은 동심에서 비롯한다. 울퉁불퉁한 외모에도 향기로움을 발산하는 모과는 ‘아름다움’과 ‘가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선사하고, 아이는 모과를 통해 외면이 아닌 내면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동심을 동심으로 치환하는 작가는 모과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일상 속 자연의 변화를 섬세하고 따스하면서도 치밀하게 묘사해 낸다.
계절에 따라 변하는 모과의 생장은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모과가 점점 익어 가고, 갈색과 검은색으로 변해 가며 한겨울 속에서 숯처럼 남아 있는 모습은 단순한 성장의 과정이 아닌,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연이 견뎌 내는 과정을 의미한다. 다시 새싹이 돋고 꽃이 피며 열매가 자라는 모습은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고, 계절의 순환은 독자로 하여금 시간의 흐름과 자연의 변화 속에서 삶의 리듬을 느끼게 한다.
모과나무에 걸린 아이가 마을을 내려다보는 장면에서는 작가 특유의 동화적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 주인공이 마치 모과나무와 한 몸이 된 듯 나무에 걸린다는 이 아름다운 설정은 아이의 꿈과 모험심을 잘 담아 내며, 주인공의 내면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현실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세상을 바라봄으로써 세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얻는다.
나무에 걸린 주인공 곁으로 친구와 강아지와 구두 수선 할아버지가 찾아오는 장면 역시 상상력의 범주가 단순한 환상에 그치지 않음을 보여 준다. 사람과 사물 들이 밤하늘의 별빛과 함께 가지 사이에서 빛나는 장면이 만들어 내는 따뜻한 공동체 의식은 어쩌면 작가가 평소 품고 있던 염원인지도 모르겠다.
이야기의 마무리는 현실이지만,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보았을 법한 장면을 모과 향기와 모정으로 병렬 배치 함으로써 더없이 따뜻한 풍경을 자아낸다. 이 장면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물며 주인공이 경험한 모든 것이 단순히 꿈속의 일일 수도 있음을 암시하면서도 소중한 일상의 공간 속으로 이행되는 경험을 통해 현실의 삶이 여정임을 시사하기도 한다.
일상의 소소한 사물과 자연이 지닌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하고, 그 속에서 세상의 순환과 따뜻한 삶을 느끼도록 하는 힘. 김보일의 동력(動力)이자 동력(童力)이다. 쉽고 따뜻한 문체로 섬세하게 묘사한 자연과 아이의 상상력은 작은 것에서도 행복과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마음을 전한다.
다음에는 그가 쓰고 그린 동화를 만날 수 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