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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항상 중립이었다. 무리 안에서 친구들이 싸웠을 때도 사이에 끼인 적이 많았고, 서로 주장을 나누는 순간에도 입을 다물고 상황을 지켜봤다. 적당한 대학교에 가서 적당히 활동하고 적당한 시기에 졸업해서 적당히 취업을 하고 그 안에서도 적당히 일한다. 주변을 살피면서, 분위기를 따라가는 인생. 안정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비겁한 삶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맨투맨’의 작가 영호의 시나리오는 비겁했다. 사회적인 분위기에 따라 이것저것 애매하게 발을 걸쳐 놓는다. 언제든지 다른 방향으로 발을 옮길 수 있도록. 초롱이의 욕망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면서, 그녀를 난도질 하고 있다며 비명을 지른다. 패미니즘을 저격하는 것도, 사회를 겨냥하는 것도, 여학생들의 꿈에 용기를 심어주는 것도 그 무엇도 아닌, 누구에게도 욕먹지도 않을 만한 그런 시나리오. 맨투맨의 뜻은 이야기 전반에 걸쳐 의문을 준다. 느낌적인 느낌으로, 싸우는 사람들, 평등한 인간들, 사람을 마주 보는 것. 결국 영호도, 이 책의 작가도 “맨투맨”의 의미를 알려주지 않는다. 이렇다 할 결정조차 내려주지 않은 것이다. 열린 결말, 책임지지 않는 엔딩. 이도 저도 아닌 이 책에서 내가 느낀 감정은 재미도, 의문도 아닌, 공감이었다. 너무 열심히 하면 혼자 일하는 것이냐 욕먹고, 너무 안 하면 다른 사람들은 일하는데 뭐하냐는 소리를 듣는 세상에서. 내가 타협한 것은 “적당히 하자.”였다. 어떻게 해도 욕먹을 세상, 조금이라도 덜 먹자 라는 마음가짐으로. 내가 이런 무책임한 인생을 모두 소진한 후에, 나는 이 결말에 만족할 수 있을까? 인생에서 총은 언제나 내 손에 쥐어져 있었다. 인생에서 끝끝내 그 총은 발사되지 않는다. …그 총을 쏘지 않은 것은 내가 아닐까? |
| 그냥 다른 걸 떠나서 너무 재미가 있어요. 중간중간의 비유나 유머 감각이 제 취향인건지 지옥에서 온 탈수기나 그럼 그런 걸 쓰지 왜 초롱이라는 그런 부분 부분들이 자꾸 웃음 짓게 하는 힘이 있었네요. 그리고 주제의식이라는 거창한 말을 쓰지 않더라도 창작자를 꿈꿨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코드들이 곳곳에 심어져 있어서 반가웠어요. 아무튼 추천합니다. 판정승이라는 말에 대해서도 자꾸 생각해보게 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