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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유 억불의 조선에서 불교사상을 계승하고자 한 세 승려의 글을 모은 창비 한국사상선 4권 『불교사상의 계승자들 함허기화 · 청허휴정 · 경허성우』
여말 선초를 거쳐 조선 후기까지 한국 불교를 빛낸 거장들, 함허 · 청허 · 경허, 세 승려의 일생과 핵심 저작들을 통해 불교사상을 살펴보고, 그 역사적 위상을 평가한 뒤 사상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책이다. 조선이 세워진 후 배불의 정치적 기조 속에서도 불교계는 시대와 공존하면서 스스로의 활로를 찾았고 선과 교, 신앙과 의례 전통 등의 복합적 계승이 이루어졌다. 현존하는 전통 사찰과 불상 및 불화, 불서의 대부분은 본격적 유교사회라고 할 수 있는 조선 후기에 조성된 것이다. 이 시기에 간화선 수행과 선종 우위의 인식, 교학의 전승과 화엄의 중시, 염불 정토 신앙의 확산 등 조선 불교의 내적 정체성이 형성되었고 이는 현재 한국 불교의 원형을 이루게 된다.(15면)
함허 기화(1376~1433) 조선 초기 불교계를 대표하는 선승이면서 교학에도 정통하여 『금강경』 『원각경』 등에 대한 해설서를 남겼다. 또한 『현정론』을 지어 당시의 불교 비판론을 잠재우고 불교의 장점을 내세우며 유교와 불교가 공존해야 하는 이유와 당위성을 밝혔다. 그는 당시 불교계를 주도했던 나옹계의 법맥을 이었고 태종과 세종 대에 시행된 억불 정책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불교 전통을 계승하고 그 가치를 지켜내고자 했다.(23면)
청허 휴정(1520~1604)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고승으로 임진왜란 때 의승군을 일으켜 충의의 공적을 쌓은 ‘서산대사’라는 별호로 잘 알려진 분이다. 『선가귀감』은 조선 불교 법통의 연원인 임제종의 간화선을 내세우면서도 선과 교를 함께 닦는 수행 방안을 제시한 책이다. 휴정은 부처가 마음을 전한 것이 선이고 말로 드러낸 것이 교임을 전제로 하면서도, 선종 5가 가운데 임제종을 높이 평가하고 화두를 의심하고 참구하는 간화선의 우월성을 내세웠다. 문자나 대상에 집착하지 말고 자신을 직시해야 한다고 보았다. 결론적으로 휴정은 유가의 천리, 현묘한 도를 비유하는 도가의 곡신을 불교의 일심으로 회통시켜 삼교를 아우르고자 했다.(27~29면)
경허 성우(1849~1912) 한국 근대 선불교의 중흥조로 알려진 승려로, 일상에서의 선의 실천과 대중화를 추구했다. 경허 성우의 선 사상은 죽음에 대한 실존적 고민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화두 참구의 간화선을 택했으며, 자유자재한 주체를 지향했고, 마음의 분별이 사라진 무심의 경지를 추구했다. 대화와 문답을 통해 선의 기풍을 새롭게 일으키고 승가 안에서부터 선의 대중화를 추진했다. 경허 성우는 전통과 근대의 격랑 속에서 큰 혼란을 겪던 불교계에 선의 일상화와 대중화의 화두를 들고 실행에 옮긴 선각자이자 실천가였다.(37면)
이 책을 읽으며 불교가 한국사상사 전반에 미친 영향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