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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다. 억지로 꾸미지 않고, 뜻 모를 불편한 시어와 애써 만들어낸 싸구려 감성에 우격다짐으로 나를 밀어 넣지 않고도 잃어버린 시심을 끌어 내주는 시집을 참으로 오랜만에 만났다. 이주빈의 시집 <내 고향 흑산도 푸르다 지쳐 검은 섬>은 “하도 멀어 섬 천 개는 징검다리 삼아 건너야 갈 수 있는 섬” 에서 시작된다. 내 고향 동해 바다와는 반대편 먼 바다, 중국 남지나해와 더 가까운 멀디 먼 “안개 핑계 파도 팔아 일 년이면 백날 여객선도 안 다니는 절해 고도” 흑산. 그 섬을, 그 섬 살이를 그 섬 사람들을 나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런데 그 섬에서 길어 올린 시가 이토록 내 가슴에 찰지게 붙어 정겨운 것은 무슨 까닭일까? 시인은 본디 그러하다. 똑같이 보았으나 미처 표현하지 못한 것들을, 나조차 알 수 없었던 내 안의 감정까지 찾아내서 그려주는 사람. 이주빈 시인이 그러하다. 분명 시인의 바다인데 그 바다에 내 동무가 내 어미와 아비가 있다. 시인의 추억인데 내 첫사랑과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내 쓸쓸함과 날카로운 칼날이, 비굴하지 않을 내 생의 다짐이 그의 시 속에 스며 있다. “수평선 너머 수평선/넘고 넘어 하늘 닿으면/ 내가 꼭 안아 줄게”-<별밤>은 순식간에 동심의 세계로 나를 끌고 가더니, 이내 “버짐 퍼진 노송처럼/ 검버섯 오른 어미/마른 김 묶어 서울로 보냈다”-<도초도 불섬 물양장에서>는 지난 시절 엄마가 보내온 차디찬 밑반찬에 타향살이 설움 버무려 먹던 방황의 시기로 데려가기도 한다. 지금은 몸뚱이 정중앙을 도려낼 때 멍든 가슴 병든 가슴 한 맺힌 가슴 화병 난 가슴 외로운 가슴 슬픈 가슴 우는 가슴 도려낸 자리에 바람이 오가고 물결이 오가고 별과 달이 오가고 가슴을 도려내야 썩지 않는다 - <흑산 홍어를 말리며> 전문 자라며 한번도 본적 없는 홍어 말리는 풍경은 자라며 내내 보았던 오징어와 노가리 말리던 풍경에서 보고 느꼈던 그 고향집 앞으로 나를 옮겨 놓기도 한다. 시인은 그냥 보이는 대로, 들리는 대로, 느끼는 그대로 읊조렸을 뿐인데 그대로 시가 되었다. 그래서 류근 시인의 “생래적 시인”이라는 추천사는 형식적 찬사가 아니라 진정한 고백이다. 박남준 시인의 추천의 글처럼 시 구석구석 가히 징글징글한 외로움과 그리움이 짙게 배어 있다. 하지만 시집을 읽는 내내 우울하거나 슬프지만은 않다. 그 외로움은 친근한 전라도 사투리처럼 다정하고, 그 그리움은 밤하늘 은하수처럼 은밀하게 아름답다. 섬 살이의 ‘생래적’ 외로움과 그리움은 밀물처럼 밀려왔다 썰물처럼 빠져나가길 반복하니, 우리 삶이 결코 외롭지만 않고 “마당 같은 짝지밭”에서 함께 뛰놀던 “까맣게 흰 어린 동무들”과 “산다이 함께한 동무들”이 있었고, “오빠 긍가” 하며 지친 등을 토닥여주는 순정의 그녀도 있어 견딜 만 하다. “세상 파도가 다 무너져 내릴 때까지 너는 오지 않을” 지 언정, “기다리는 날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한들 “외로움과 척지지 말자” 다짐하고, “고독을 슬프게 하지” 않으며 키워온 시심으로 읊어낸 그의 시가 당신도 그리 견뎌내라고 그게 생이라고 온기 품은 슬픔으로 따뜻하게 위로 해준다. 그래서 흑산은 고유의 섬이지만 시인의 고향이자, 별이며 우주인 동시에 시를 읽는 내내 나의 고향이자 별이며 우주가 된다. 특별히 이 시집이 더 많이 읽히길 바라는 마음이 시집을 읽으며 또 하나 생겨났다. 시 속에 등장하는 섬사람들, 흑산의 사람들은 시인의 심성이 그러하듯 미디어 속의 왜곡되고 편향된 이미지와 한참 멀다. 흑산도 말 특유의 악센트로 “니가 헨단이 아들이나?” 당신만큼 쭈글쭈글해진 백설기 건네는 이름 모르는 ‘사리 이모’ - <겨울 흑산바다를 건너며> 중에서 내 고향은 흑산도 가진 거라곤 아득한 눈물뿐인 어미가 아비와 함께 늙어 가는 곳 - <내 고향은 흑산도> 중에서 쫓아갈 힘도 가로챌 욕심도 없는 섬사람은 그저 하늘 바다만 바라보고 - <섬사람> 중에서 의심의 여지 없이 대개의 흑산 사람이 분명 이러할 것이다. 내 가족과 내 이웃이 뉴스에 나오는 그들과 달리 그러하듯. 이주빈 시인이 첫 시집 제목을 <내 고향 흑산도 푸르다 지쳐 검은 섬>이라고 너무도 당당히 드러내 놓고 싶은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시인이 ‘여려워’ 도무지 부치지 못한 이 ‘소징한’ 편지들이 ‘푸르다 지쳐 검은 섬’에만 갇히지 말고 밤하늘 보름 달빛처럼 바다 건너 뭍 깊은 산속 어귀까지 골고루 퍼지길 간절히 바란다. 본 글은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리뷰어클럽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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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읽어야 한다. 요즘 같이 정보가 넘쳐나고 그 정보들을 강요받는 세상에서 뇌파를 맑게 해주고 감정을 여과시켜 줄 글들이 필요하다. 뭐든 빠르게빠르게 시대에서 이런 양서를 출판해주고 써주시는 작가님들께 고맙다. 어르신들이 특히 좋아하신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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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배송으로 주문해 아끼면서 보는 중입니다. 이미 알라딘 시부문에서 1위를 찍은 엄청난 베스트셀러입니다. 깊고 단단한 현무암 같은 시들... "울음이 노래가 되고 노래가 다시 울음이 되는" 류근 시인님의 평으로 갈음되는 책인 것 같습니다. 가격도 착하고 한손에 쏙 들어와서 지하철에서, 잠시 서서 읽기 딱 좋네요. 1위를 하고 있는 비결을 책을 받자마자 알게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