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이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사상적 차이였다. 이소크라테스는 공동체 안의 합리적이고 가장 적절한 합의를 만들어, 진리를 만들자고 했다. 어차피 인간들은 인식론적인 한계가 있으므로 절대적인 진리는 존재할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는 시의적절한 의견을 추구하는 독사(doxa)라고 한다. 하지만 플라톤은 이와 반대되는 입장을 가졌다. 그는 '이데아'라는 개념을 필두로, 인간의 감각에 의존해 세상을 모두 파악할 순 없다고 했다. 고로 이소크라테스와 소피스트들은 동굴의 벽만 보고 이 세상 모든 것을 설명하려고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벽의 그림자가 진짜가 아니기 때문에, 진리를 추구하기 위해선 과감하게 동굴 밖으로 나가야 한다. 고정된 참된 지식이 있고, 이를 에피스테메(episteme)라 부른다. 이 부분을 말하기 위해 책에선 현대인이 SNS에 올린 사진과 글만 보고 어떤 사람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플라톤이 말하는 동굴, 즉 허구와 현대인의 가공된 현실, SNS 사이의 놀라운 유사성을 보여준다. SNS는 우리에게 방대한 정보를 제공하지만 대부분은 필터를 씌우고 꾸며낸 허구이다. 게다가 자신들의 최고의 모습만을 보여주기 위해 허세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보통의 현대인들은 이러한 표면적인 모습만을 보고 자기 자신과 비교하고 저울질한다. 이러한 현상은 오늘날의 인터넷 유저가 편향된 정보만을 받아들이게 만들고 생각을 멈추며 진실을 외면하게 만든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는 고대 철학사에만 적용되는 은유가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도 적용되는 하나의 예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소크라테스가 잊혀진 철학자라고 쓰여진 부분도 재미있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를 말해보라고 하면, 보통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 말한다. 하지만 이소크라테스는 당대 영향력이 컸던 것에 비해서는 잊힌 철학자와도 같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들어본 이름이다. 플라톤의 사상은 인기가 많아 그에 관련된 서적들이 많이 쓰일 수 있었으나 이소크라테스는 플라톤과 대립 관계에 놓여있기도 하였고 철학적인 깊이보다 수사학에 더욱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저작물들이 많이 남을 수 없었다. 이를 참고하면, 결국 역사처럼 철학도 승리자의 관점에서 쓰이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럼 철학도 결국에는 주류에 의해 해석되어 권력과 왜곡으로 가득한 개념으로 치부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