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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몫 #장성욱 #득수 #내돈내산
본격적인 결혼 준비에 들어가는 영빈은 다희의 전화에 잠시 주차장에 머문다. 결혼식 축의금을 받지 말자는 제안에 다희는 흔쾌히 찬성했었다. 하지만 집안에서의 반대를 어쩌랴. 전화를 끊고 현관문에 붙은 쪽지를 발견한다.
죽 어 버 려
붉은색으로 적힌 네 글자. 두려움은 금방 가시고 피곤함이 몰려온다. 바빠서 죽을 시간조차 없는 시기라 영빈은 무심하게 포스트잇을 떼어내 주머니에 구겨 넣는다. 후에 영빈은 이 장면을 두고두고 생각하게 되지만, 사실 바꿀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태준의 인생에서 유일한 활력소는 인터넷 방송 리본이다. 열심히 살 이유가 없어 전역 후 복학도 하지 않았다. 방송에서 언급된 몇 가지 단서만을 가지고 해당 사건의 가해자를 찾는 내용의 게시물을 본다. 실명의 한 글자를 가린 임X빈.
세상은 태생적으로 불공평하다. 정의란 환상일 뿐이다. 화가난 태준은 게시물에서 뜻밖의 정보를 접하게된다. 가해자가 자신의 옆집에 사는 남자다. 애꿎은 남자를 괴롭혔다간 똑같은 인간밖에 안 되니까, 확인부터 해보기로 한다.
맞다. 웃는 낯으로 좋은 회사에 다니는 양아치 새끼는 중학교 교사와 결혼까지 앞두고 있다. 게시물 작성자의 말처럼 이런 사이코패스 새끼는 벌을 받아 마땅하다. 어쩌면 이것이 신이 세상에 관여하는 방식이 아닐까. 태준은 포스트잇을 본다.
주례를 서주기로 약속한 교수님과 동기들을 만나기로 한 횟집에서 사회를 보기로 한 기남이 나타나지 않자 영빈은 전화를 건다. 기남의 예기치 못한 말에 어안이 벙벙해지고 충격을 받는다. 때마침 교수가 나타난 이 자리를 잘 마무리하는 게 중요하다.
교수에게 갑질 논란 소문이 있다. 차라리 교수가 잘린다면 주례를 바꾸기가 더 편할텐데 애매모호한 상황이다. 하지만 남 걱정할 때가 아니다. 상준이 단톡방에 '평범한 중딩이 세계 최고 후로게이머가 된 사연'을 올린다.
영빈은 또래라면 부러워할 삶을 살고 있었다. 단 하나의 게시물이 가져온 파장은 크다. 영빈은 아니라고 했지만 친구들은 자리에서 일어선다. 잔뜩 엉킨 실타래처럼 꼬여버린 일들.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감조차 오지 않는 일들이 몰려오고 있다.
본인은 덕분에 십 년이 넘는 긴 시간을 최고의 프로게이머로 살 수 있었고, 이 부분에 있어서는 오히려 가해자에게 고마운 생각까지 있다고 말한다. 이런 박선용의 씁쓸하게 웃는 모습이 분노를 키우는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얄팍한 동정심으로 주지 않아도 될 돈을 건넨 게 화근이고, 영빈은 잘못이 없고, 단지 실수라고 생각하는..그래서 안전하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자기 자식만큼은 일말의 죄의식도 못 느끼도록 키운 영빈의엄마가 있다.
영빈은 현재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박선용을 찾아가지만, 용서할 마음이 없는 선용은 사과를 받아줄 마음이 없다. 이로써 등가교환이 성립될 수 없다. 더군다나 영빈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에 개빡친 선용은 한가지 제안을 하는데..
잘잘못을 따지는 게 가해자에 건, 피해자에 건 앞으로 살아가기 위한 필요한 최소한의 출발점일까. 과거에 너는 가해자, 나는 피해자라는 확실한 선이 있었다면 지금은 뭔가?
피해자가 피해자의 자리에 머물기를 거부한 순간 가해자가 되고 복수라기보다 닮은꼴로 변해가는 모습은..괴물인가. 어찌어찌 학교폭력에서 벗어나 어른이 되었지만, 중학교때 그 시간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처투성이 인간이 있을 뿐이다.
복수를 했음에도 찝찝하고, 결말은 더욱 암울하다. 기억의 몫은 기억하는 사람에게 주어진 형벌이고, 아픔일 뿐이다. 아니면 추억이겠지. 학교폭력은 일어나서는 안되고, 지은 죄는 달게 받는 걸로. 앉은 자리에서 뚝딱 읽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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