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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적’으로 정체성 사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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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과 역사 수업 첫 시간에 꼭 나누던 대화 주제 중 하나는 ‘역사를 왜 배워야 하는가’이다. 많은 학생들이 ‘한국인이니까 배워야 한다.’ 라는 대답을 한다. ‘그렇다면 세계사는 배울 필요가 없을까?’라는 질문은 옆에 놓아두고, 여기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학생과 교사, 과목 사이에 두고 보자. ‘한국인스러움’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역사’라는 과목을 통해서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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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과 역사 수업 첫 시간에 꼭 나누던 대화 주제 중 하나는 ‘역사를 왜 배워야 하는가’이다. 많은 학생들이 ‘한국인이니까 배워야 한다.’ 라는 대답을 한다. ‘그렇다면 세계사는 배울 필요가 없을까?’라는 질문은 옆에 놓아두고, 여기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학생과 교사, 과목 사이에 두고 보자. ‘한국인스러움’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역사’라는 과목을 통해서 학생들은 과연 ‘한국인스러움’을 온전히 느낄 수 있을까?

스튜어트 홀은 영국 문화연구의 선구자이며 영국 신좌파 운동을 이끌었다고 평가받는 학자이다. 『인종은 피부색이 아니다』은 에서 홀은 인종, 종족성, 민족이 어떻게 ‘담론’으로 기능하며 현실 세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세심한 분석을 통하여 보여준다. 특히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정체성’에 대한 내용인데, 홀은 정체성을 두고 ‘과정적’으로 사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홀은 그동안 널리 전통적으로 받아들여졌던 ‘역사적, 문화적으로 구성된 구성물로서의 인종’을 넘어서서 어째서 ‘생물학, 유전적 차이로서의 인종’이 여전히 ‘차이’를 규정하는 담론으로 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해 분석한다. ‘인종’에서 시작된 이 문제의식은 종족성과 민족으로 이어지며(혹은 확장되며) 이러한 담론들이 어떻게 ‘차이’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게 하는지, 혹은 어떻게 문화나 질서를 통해 차이와 경계가 뭉그러뜨려지는지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홀은 우리가 갖고 있는 정체성이란 ‘우리에게 주어진 무언가, 혹은 유적학과 생물학적으로 우리 안에 내재된 무엇인가’가 아니라 ‘문화적, 역사적 산물이며 ‘형성되어 가는 무언가’가 되는 것임을 밝힌다.

홀의 주장이 우리에게 던지는 고민은 무엇일까? 책을 읽어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어떻게 해야 차이와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사실 아직 대한민국 사회에서 ‘인종’이란 주류 담론으로 다루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금 소위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로에 서 있는 현실 속에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이며 앞으로 고민해야 할 담론인 것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텍스트 속에서 ‘차이’를 위계화해서는 안 된다고 배움으로는 경험하지만 실제적으로 그것이 현실 사회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다른 문제로 여겨지기도 한다. 우리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우리와 다른 타자를 인종, 종족, 민족이라는 틀 안에서 사유하며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을 우리가 아는 담론의 틀 안에 끼워맞춰 비하하거나 평가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또한 인종을 넘어서 ‘차이’와 ‘정체성’ 문제 자체로서도 유의미하게 학생들과 고민할 때 참고할 지점도 있다. 앞서 첫 문단에서 언급했던 ‘한국인스러움’이라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것은 어떠한 문화적 의식들을 통해 형성되며 어떤 문화적인 요소들이 작용한 결과일까. 또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뭉그러뜨리는 개인, 집단의 차이는 무엇이 있을까. 무엇보다도 이렇게 ‘담론적으로 구성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까. 이런 식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정체성’을 담론으로 접근하여 해체적으로 분석해보는 과정 속에서 학생들과 함께 ‘차이’를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c*********2 2025.04.04. 신고 공감 0 댓글 0